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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세월호,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WWW.SURPRISE.OR.KR / 신상철 / 2014-04-26)


세월호가 진도 앞 바다에 침몰한지 열흘이 지난 어제, 대구에서 "세월호,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였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아직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실종자 가족분들께 막연한 희망을 갖게 하기 위한 레토릭으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저는 4년 전, 서해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천안함이 반파된 후 함미가 47m 수심에 가라앉았을 때, 정부와 군에서는 최대 72시간(나중에 69시간으로 수정) 생존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만, 저는 "천안함은 잠수함이 아니다. 함미 침몰후 불과 5분 이내에 모두 사망하였을 것이다"라고 분석을 한 바 있습니다.

차이가 무엇일까요? 천안함이 반파된 후 함미가 해저에 가라앉을 때의 상황으로부터 판단한 것입니다. 천안함 함미는 대략 37m입니다. 천안함 함미가 47m 수심으로 가라앉을 때 엔진등 중량이 큰 함미의 앞부분이 먼저 가라앉으면서 불과 수초이내에 해저에 닿게 되고 이후 뒷부분이 안착하는 형태로 가라앉게 됩니다.

따라서 함미는 해상에 떠있는 형태 그대로 해저에 앉았을 것이 거의 확실시 되었고, 설사 옆으로 누웠다 하더라도 평평한 좌현 혹은 우현으로 드러누웠을 것이기 때문에 침몰후 함내에 생성되었을 에어포켓(Air Pocket)이 그리 오래지 않아 해수로 가득차게 될 것이라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함미에 대원들이 있었던 공간은 침실, 사무실, 화장실, 후타실 등입니다. 그 중 가장 수밀이 잘 되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침실조차도 천장에 있는 에어닥트(Air Duct, 공기순환구) 혹은 케이블출입구 등을 통해 공기가 급속히 빠져나가고, 공기가 빠져나간만큼 해수가 차들어왔을 것이기에 5분 이상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 본 까닭입니다.

그러나, 세월호가 전복되었을 때 우리는 세월호가 완전히 엎어진 모습으로 전복된 것을 이미 확인하였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침몰당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있었던 각 침실내에 생성된 Air Pocket의 수밀도를 확실하게 지켜줄 수 있는 형태인 것이지요. 전술한 바와 같이 공기가 빠져나갈 수 있는 천장의 에어닥트, 전등, 스피커 등이 바닥이 되고, 기존의 바닥이 천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통로에 가득찬 해수가 완벽하게 수밀이 되지않는 출입문을 통해 내부로 밀고 들어왔겠지만, 구멍하나 없는 천장(기존의 바닥)과 벽이 완벽하게 수밀(tight)을 유지시켜 줌으로써 더 이상 해수가 공기를 밀어낼 수 없는 선에서 유입을 멈추고 그곳에 생성된 에어포켓은 인위적으로 없애지 않는 한,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그러한 사실은 침몰후 무려 닷새가 지난 시점에 수습된 시신의 상태를 통해서도 상당 시간 생존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입증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열흘이 지난 시점인 지금까지 남아 있을 공기중 산소의 양과 저체온증과 같은 요인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침몰 첫날과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작년 5월 침몰한 선박에서 에어포켓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탄산음료를 나누어마시며 사흘만에 구조된 나이지리아 선원의 생환 사례는 우리에게 끝까지 희망을 잃지말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한심한 위기관리능력과, 대책본부의 무능한 대처, 구조시스템의 총체적 난맥상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쏟아내자면 마이크잡고 사흘밤낮을 외쳐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지금 현시점 여전히 우리가 바라보며 희망을 접지 말아야 하는 것은, 실낱같은 가능성이 가능성이지만, 그것이 분명히 존재하는 한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하고, 마지막 한 분의 명단에 체크될 때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절대적 사명감 때문입니다.

국가가 단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열 사람을 위험한 그곳으로 보내어야 하는 상황이라도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는, "국가는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국가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들이 전폭적인 신뢰를 갖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국가가 존재해야하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특수한 환경에서, 열악하고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어 구조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훈련받고 임무받은 분들 역시 우리 국민이며 소중한 생명입니다. 하지만 그 분들은 그러한 환경에서 자신의 생명을 지킴은 물론,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구해내는 것을 목적으로 오랜 시간 단련된 분들이기에 그러한 사명과 소명의식을 갖고 흔쾌히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기에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열 사람이 가야하는 것에 대한 효율성 여부를 따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이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요, 국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국민의 권리입니다.

국민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가입니다.    

신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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