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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대박은커녕 민족파멸이 우려된다

 
<기고>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강정구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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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30  16: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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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 전 동국대 교수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신뢰프로세스이고 통일정책은 통일대박이라고 한다. 통일질주론으로 치닫는 대통령의 입만 따른다면 70년 가까운 민족분단도 이제 곧 끝장이 날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신뢰프로세스는 1년여 만에 신뢰는커녕 최악의 남북 적대를 가져왔고, 3개월 된 통일대박론은 통일전망은커녕 전쟁위험성만 높이면서 그 허구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대로라면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최악으로 몰고 갔던 이명박 못지않게 더 위험스럽고 폭발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처형 이후 급조된 북한붕괴론, 북한변화유도론, 통일대박론 등에 들떠 중국에게 한반도 통일을 논의하자는 정신 나간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2월14일 “우리는 반도(한반도)에서 난이 일어나거나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 우리는 그렇게 말할 뿐 아니라 (실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해 한·미에 최후통첩과 같은 신호를 보냈다. 시진핑 주석 또한 한중정상회담에서(14.3.23) “멀리 내다보고 인내심을 갖고 부단히 화해와 협력 프로세스를 추진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실현하기를 희망한다”고 통일준비위원장까지 맡겠다면서 한껏 부풀어 있는 박 대통령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러시아 외무부 또한 4월10일 전례가 없을 정도의 강한 어조로 "한반도 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중단“할 것을 강조했고, 3월31일에는 "불필요한 군사활동 강화와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폭격 훈련, 타국(북한)의 '행정중심지' 장악을 위한 공수훈련과 같은 도발적 요소 표출이 용납돼선 안 된다"며(<연합뉴스>2014.4.11.) 한·미 키 리졸브/독수리전쟁연습, 21년 만에 펼친 최대 규모의 쌍룡상륙훈련, 무려 103대의 비행기를 동원한 역대 최대 규모의 맥스 샌드 한·미연합 공군훈련을 맹렬히 비난했다.

이 훈련을 두고 남한 국방부도 ‘도발원점 정밀 타격’, ‘적 중심에 침투중인 특수부대에게 보급품을 공중에서 투하’하는 훈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미국과 김정일 위원장이 뇌출혈로 쓰려졌을 때 가동했던 북한급변사태대비계획(작전계획5029)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북한 국방위는(4.12)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에 대해 ‘이념적 흡수통일’ ‘경제적인 일방적 흡수통일’ ‘군사력에 의한 점령통일’이라고 못 박았다. 또 남북관계가 “불신과 대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원인이 박근혜의 입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이렇게 위험스런 상황과 급박한 조건이 조성된 마당에 통일대박이니 드레스덴 평화통일구상이니 하는 것들이 현실 적실성이나 정책 정합성을 가질 리 없다. 이는 박근혜 개인이나 추종자들이 맹목적으로 읊조리는 망상에 불과하다.

북한붕괴론으로부터 출발한 통일대박론은 미국 정보당국도 진단한 것처럼 허구와 진배없다. 미 국방·국가정보국(DIA,DNI)은 상원군사위 청문회 보고서(2014년2월11일)에서 “2년이 지난 현재 김정은은 유일 지도자이자 최종 결정권자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화했다”, “북한은 무력을 통한 한반도 통일 시도가 실패할 것이고 남한에 대한 대규모 공격은 엄청난 반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군사훈련은 기본적인 역량을 유지하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다면 통일대박론은 한·미정부가 합의한 북한변화유도론과 북한급변사태대비계획 재가동, 또는 "북한이...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14.1.20) 대통령의 도발적 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까지 통일을 이루겠다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허황된 꿈과는 달리 이런 게 작동하지도 않겠지만 굳이 감행하려든다면, 이는 엄청난 비극을 가져올 전면전쟁으로 비화되기 십상이다. 꿈같은 통일대박론은 허망한 민족파멸론이 되는 셈이다.

설사 변화유도론과 급변사태대비계획이 작동해서 북이 붕괴되더라도 이는 통일대박이 아니라 골드만 삭스의 지적처럼 천문학적 통일비용과 갈등의 폭발을 가져올 흡수통일이기 때문에 통일쪽박이 될 것이다. 또 이 경우 박노자의 지적처럼 북 주민과 군부는 남쪽보다 친중 정권이나 중국개입을 요구할 것이다. 이 경우 통일대박론 유령에 홀린 한·미가 군사개입을 해 결국 제2의 6.25와 민족파멸로 귀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도박인가? 과연 현 집권세력과 외세는 이런 도박을 할 권리가 있는가? 이는 민족에 대한 씻지 못할 범죄행위다. 이들은 참된 통일대박론의 원조인 골드만 삭스의 2009년 보고서를 다시 읽어야 한다. 통일대박론은 독일식의 흡수통일이 아니라 두 개의 정치·경제체제가 공존하면서 남북간 이주를 제한하는 중국·홍콩식의 통일방안일 때만 그 효력을 발한다고 그 전제조건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지 않은가?

이 기고는 민주노총의 <노동과 세계>(548호)와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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