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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선 9시 뉴스 앵커 “취재하기 부끄럽다, 신뢰 찾겠다”


[인터뷰] 최영철·위재천·김원장·양영은 KBS 기자
김수정 기자  |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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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22  19: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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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된 KBS 기자들의 제작거부가 어느덧 나흘째를 맞고 있다. KBS 내부에서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한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가장 먼저 촉구한 KBS기자협회(협회장 조일수) 소속 뉴스·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어제(21일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2일에는 박석호 기자, 김희용 기자, 최영철 기자, 위재천 기자, 김원장 기자, 양영은 기자, 김정환 기자, 이진성 기자, 이충헌 기자, 김양순 기자, 김영인 기자, 임주영 기자가 1인 시위 주자로 나섰다.

<미디어스>는 오후 1시, 오후 2시 조였던 최영철 <뉴스9> 앵커, 위재천 <황정민의 FM대행진> ‘간추린 모닝뉴스’ 진행자, 김원장 <뉴스토크>·<김원장의 성공예감> 앵커, 양영은 <아침뉴스타임> 앵커를 만나 미니 인터뷰를 진행했다.

   
▲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 1인 시위에 나선 KBS 기자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영철 기자, 위재천 기자, 양영은 기자, 김원장 기자 (사진=미디어스)

인터뷰에 응한 기자들은 현재 KBS 상황의 엄중함을 강조하며, 방송인으로서 가장 부담스러운 일인 ‘방송 파행’을 무릅쓰며 제작거부에 나선 것은 잃어버린 ‘KBS의 신뢰’를 되찾기 위함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KBS 바로세우기의 가장 첫 단추는 KBS 보도의 독립성을 침해해 온 길환영 사장의 퇴진이라고 말했다.

최영철 기자 (<뉴스9> 앵커)

   
▲ 최영철 KBS 뉴스9 앵커 (사진=미디어스)

(최영철 기자와의 인터뷰는 다른 매체들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 KBS 기자들이 보직사퇴 및 제작거부를 진행하고 있다. 거리로 나오게 된 계기는?

방송이 파행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 기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사태가… 어떻게 보면 KBS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알려진 상황에서 막내기수부터 부장들까지 (보직을 사퇴하고 제작거부에) 나선 것은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서이다. 부장들도 KBS가 새롭게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물러난 것 같다.

- 요즘 <뉴스9>가 ‘20분’ 방송되고 있다. 처음 앵커로서 방송에 안 나갔던 19일 방송을 보았나.

그날 저희 편집국 기자들과 같이 있었다. (그 방송을 어떻게 보셨나?) 말할 수가 없다.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정말 죄송스럽다, 사실. 그렇지만 저희가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그 진실을, 속내를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KBS를 신뢰할 수 있도록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현주 아나운서한테도 미안한 마음이다.

- 오늘(22일) 기자 총회에서 이번 사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누적된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했는데 왜 KBS가 이런 사태가 났다고 보는지?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국민들이 보시는 KBS와 국민들이 보시는 정부, 어떻게 보면 비슷하게 생각하실 수 있다. 이번 세월호 사태에 있어서 정부가 신뢰를 많이 잃어버리지 않았나. KBS도 마찬가지로 같이 신뢰를 잃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거기에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발언이 터지면서 이제는 저희 기자들이 취재하기에 부끄러워진 상황까지 치달았다. 이 런 시점인지라 모든 보도본부의 기자들이 (KBS 문제를) 인식한 것이 아닌가… 막내기자들부터 시작해서 부장들까지. 저희는 새롭게 신뢰를 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9시 뉴스 앵커로는 언제 복귀할까?

지금 만약 제가 제작거부를 안 한다 해도, 9시 뉴스가 파행되지 않는 건 아닐 거다. 지금 기자들이 뉴스 리포트를 안 만드는 상황에서 9시 뉴스 앵커만 있는 것은 뉴스가 제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기자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9시 뉴스 앵커는 그 다음 문제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 이번 사태는 길환영 사장도 문제지만 청와대의 개입도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침묵 중이다. 청와대가 어떤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나.

거기까진 글쎄…. 아무튼 저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저희가 뭔가 매듭을 짓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기자들이 다시 부끄럽지 않게 취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위재천 기자 (<황정민의 FM대행진> '간추린 모닝뉴스' 진행

   
▲ 위재천 KBS라디오 황정민의 FM대행진 '간추린 모닝뉴스' 진행자 (사진=미디어스)

- <황정민의 FM대행진> 뉴스브리핑 코너인 ‘간추린 모닝뉴스’ 진행도 현재 안 하고 있는 건가?

네, 맞다.

- KBS뉴스,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직을 내려놓거나 거리로 나서는 데에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것 같다.

기자들 생각은 거의 다 비슷하거나 똑같다. 사실 국민들에게 저희가 서비스하는 건 ‘신뢰’인데, 신뢰가 송두리째 무너진 상황에서 저희가 어떠한 말을 하든 뉴스를 하든 의심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무너져 있는 신뢰를 다시 바로세우는 첫 단추가 지금 여러 가지 의혹에 휩싸여 있는 KBS 길환영 사장이 사퇴를 하는 것이다. 그 다음 단추는 사장이 퇴진하고 나면 차근차근 맞춰 나갈 것이다. 사장 퇴진과 동시에 저희들의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서 시청자나 청취자 여러분들께 신뢰할 수 있는 공영방송 KBS의 뉴스를 전해 드리고 싶다. 그 열망 하나로 다 이렇게 나와 있는 것이다. 마음은 다 똑같다.

- 막내기자들의 세월호 반성문이 이번 KBS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시각이 많다. 선배기자로 어떻게 보았나.

후배기자들이 반성문을 올렸던 그날 아침이 정말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걸 본 선배들 전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굳은살이 많이 박힌다. 그런데 이제 막 갓 들어온 후배기자들은 굳은살이 없지 않나. 생살이다. (반성문을 보고) 그 생살로 시민들 을 직접 만났을 때 느끼는 것들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굳은살이 가장 많이 박혀 있다고 생각했던 부장, 팀장도 보직사퇴하면서 다 같이 나선 것이다. 후배기자들에게 가장 고맙고 미안하다. 그들에게는 정말 굳은살이 안 박혔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저희도 저희들한테 박혀 있는 이 굳은살, 깎아나가려고 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 길환영 사장은 담화를 통해 이번 상황을 ‘기자들의 이기주의가 발현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프레임을 가진 보도도 종종 나오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장은 직종 이기주의를 얘기했지만, 저희는 TO(기자 인원)를 늘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시간외수당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뉴스 시간을 더 확보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걸 ‘직종 이기주의’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건 너무 유치한 발상인 것 같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많은 분들은 어떤 것이 바로 가는 건지를 다들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다른 직종에서도 동참 의사 많이 밝히고 계시고. 희들이 알기로도 ‘공정방송’, ‘공영방송’이 저희 회사의 근로기준에 포함돼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판례에도 있고, 그래서 저희는 이번 싸움이 좋은 방향으로 (결과가) 곧 날 거라고 믿는다.

- 김재철 사장 이후 MBC도 내부에서 바꾸려는 노력을 했지만, 사측이 목소리를 냈던 노조원들을 해고하는 등 결과적으로 ‘나쁜 결과’가 일어났다. KBS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그런 주변의 우려가 많은 것 알고 있다. 다만 MBC의 상황과는 또 다르다는 게 저희들의 생각이다. 지금은 기자들이 보직, 연차 구분 없이 모두 다 한마음이 돼 있고, PD라든가 다른 직군 선후배들도 동참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저희들의 진심이 전해지면 다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KBS로 거듭날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 길환영 사장 사퇴가 가장 중요하지만, 지금의 사장 선임 구조에서는 신임 사장이 더 나은 인물로 오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데.

그래서 아까 길환영 사장 사퇴를 ‘첫 단추’라고 표현한 것이다. 사장 사퇴를 먼저 해 놓고 나면… 이건 사견이다. 사견이고요. 기자협회의 공식의견은 아니다. 이런 사람은 사장으로 오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블랙리스트 같은 걸 만들어서 활용하자, 이렇게 건의를 하려고 한다. 일단 지금은 사장을 몰아내는 게 현실적으로도 상징적으로도 제일 중요한 것 같아서 거기에 다 집중하고 있다.

김원장 기자 (<뉴스토크>·<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 앵커)

   
▲ 김원장 KBS 뉴스토크, 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 앵커 (사진=미디어스)

- <뉴스토크>, <성공예감 김원장입니다> 등 프로그램 2개나 맡고 있는데 나오는 게 어렵지 않았나.

어려웠다. 라디오 프로그램은 특히 제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취자는 손님이다. 그분들은 날 믿고 온 것이 아닌가, 거기에. (KBS를 정상화하려는) 공익적인 행위를 하기 위해 나온 것이지만 손님들 입장에선 황당할 수 있다. 어디 갔어? 하면서. 죄송스럽다.

- 진행하던 프로그램 상황은 어떤가.

라디오는 비교적 괜찮다. MC만 있으면 되니까. 패널은 그대로 있다. 지금 외부에서 대타를 구했는데 잘 진행하고 있다. <뉴스토크>는 조수빈 아나운서가 혼자 하고 있다. 아직 아나운서협회나 노조 차원에서 결정된 게 없고, (조 아나운서는) 기자가 아니라서…
 
- 2010년, 2012년에도 파업을 했지만 이렇게 뉴스가 멈춘 것은 처음이지 않나.

그렇다. 간부들이, 부장 팀장들이 나온 건, 그것도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나온 건 입사 이후로도 처음이다. 19년 만에 처음.

- 그렇다면 그때보다 현재의 상황이 훨씬 엄중하다고 느낀 것이 발현된 것으로 봐도 되나.

그럼요. 사장 때문에 9시 뉴스가 줄었다. 이건 35년 만에 처음이다. KBS 공사창립 35년 만에 처음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우리는 보도를 하는 게 직업인데, 다른 민간 언론사와 다르게 국민의 돈을 받는다. 물론 재정의 45%는 광고지만. 민간 기업이면, 예를 들면 삼성전자라면 그들이 보름 동안 TV를 팔든 안 팔든 그건 그들의 자유다. 그런데 우리(KBS)는 그러면 안 된다. 뉴스를 하는 것이 의무다. 그래서 여기 있는 모든 국민들한테 2500원을 받고 있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의무를 안 하고 있는 거다. 어떻게든 빨리 싸우고 이기고 들어가야 된다. 한시라도 빨리.

- 길환영 사장은 어제(21일) 특별 담화를 통해 ‘사퇴 거부’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강경하게 나오는데, 싸움이 더 길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끝은) 누구도 모른다. 길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대한 책무를 못하는 기간이 늘어나는 게 아닌가?) 그렇다. 국민들에게 1차적으로 굉장한 잘못을 하는 거고…

- 길환영 사장이 물러나더라도 더 심한 인물이 새 사장으로 들어오거나, 내부 구성원들을 징계하거나 하는 안 좋은 상황이 온다면?

마음속에 다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싸울 때 질까 생각하면서 싸우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 지금 기자들이 하는 싸움의 의미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엉터리 보도하면 (그 방송은) 망가져도 상관없는 것 아니냐, 하는 지적을 제일 많이 받는다. 그렇지만 KBS는 다른 언론사와 다르다. 공영방송은 흔히 하는 말로 국민들의 것이라고 하지 않나. 망가지면 국민 한 명 한 명이 손해를 보는 것이다. (공영방송을) 안 망가지게 하려고 한 달에 가구당 2500원씩 걷는 것이다. 자기가 내고 싶지도 않은데 전기세 포함해서 받아간다. 그러니 KBS가 망가지면 내 것이 망가지는 것이다. 국민들께 그걸 알리고 싶다. KBS는 정부 것도, 대통령 것도 아니고 우리 것이니. KBS가 망가지면 안 된다고.

양영은 기자 (<아침뉴스타임> 앵커)

   
▲ 양영은 KBS 아침뉴스타임 앵커 (사진=미디어스)

- 오늘 <아침뉴스타임>은 어떻게 됐나.

오늘 결방됐다. 어제, 그제도 결방됐다. 5월 20일부터 결방됐다. 오늘까지 사흘째 못 나가고 있다.

- 기자들의 제작거부나 앵커들의 사퇴로 방송이 결방된 적이 이전에도 있는지.

<아침뉴스타임>의 결방은 편성 상에서 예를 들면 국경일 등 나라의 중요한 기념일이거나 행사가 있다고 하면 안 나간 적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처음인 것 같다.

- 결방을 메우기 위해 편성이 급조되지 않았나.
 
급조된 건 아니고, 저희 프로그램 전에 하는 <굿모닝 대한민국>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원래 6시부터 저희 뉴스 직전(오전 8시)까지 하는데, 6시 50분에 시작해서 저희 시간대까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편성이) 밀린 것이다. 그렇게 가고 있다.

- <뉴스12>는 5분 방송하고, <뉴스9>도 20분 방송을 하는 게 신기할 정도로 사실상 KBS뉴스가 마비된 상태다. 항상 뉴스를 제작하고 보도해 왔던 기자로 마음이 안 좋을 것 같다.

그럼요, 당연히. 마음이 아프죠. (잠시 침묵) 정말 마음이 안 좋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기자들의 뜻은 다들 비슷하다. (제작거부든, 보직사퇴든) 같이 하기로 결의한 상황이기 때문에. 성명서에 나온 내용이 모두 저희의 뜻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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