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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재앙 이후.. 후쿠시마가 당한 재난 우리도?

김익중 교수, 30년 지난 고리원전 등 '노후 원전 위험하다'
 
이호두 기자
기사입력: 2014/06/15 [00:08]  최종편집: ⓒ 자주민보
 
 
 
 
 
 
본 기사의 내용보다 강연회 동영상을 보며 경각심을 일깨우기를 바라는 바이다.[편집자 주]

14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시민사회 원로모임 새날희망연대 월례 포럼에는 반핵,탈핵 활동가인 경주환경운동연합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의 발제가 있었고, 주제는 '한국 탈핵 할 수 있다' 였다.
 
참석자들은 충격적인 원자력발전의 실상과 우리나라 고리원전 등 노후 원전의 위험성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었다고 이구동성으로 평가했다.

김익중 교수는 강연에서 "5년전 경주 방패장 정보공개를 통해 '물세고 균열있다' '방사능 샌다'고 하면서 '그러나 안전하다'고 했다"며 경주방폐장(방사성폐기물처리장)은 안전하지가 않아요...방사능이 샐께 분명해요! 거기서는 보수 공사 안하거든요. 제가 그 사실을 안뒤로 3, 4년동안 방폐장공사 중지 운동을 했지만 하루도 중지 못 시켰습니다"며 현재 경주방폐장의 실태를 말했고 순간 강연장은 정적이 감돌았다.
 
방폐장의 실상을 알게된 김익중 교수는 지금까지 반핵 운동가로서 전국을 다니며 원자력 발전으로 인한 방사능 폐해에 대해 정밀한 자료수집과 연구를 하여 만든 책자와 강연회를 통해 '한국 탈핵'에 대한 타당성을 국민들에게 알리는데 온 열정을 바쳐 오고 있다. 
 
김익중 교수는 준비된 프리젠테이션 화면에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비등형 원자로와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의 가압 경수로 구조를 보여주며 생각보다 간단한 원자력 발전소의 발전 시스템에 대해 설명 한 뒤, 원자력 발전의 가장 핵심이 되는 핵연료봉에 대해 상세 설명에 들어갔다.
 
▲  반핵 활동가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      서울의소리

 한국 탈핵 가능하다

2011년 3월 11일은 인류사에 남을 날이 될 것 같다. 일본의 동북부 해안에서 발생한 진도 9.0의 지진과 이로 인한 쓰나미가 해안지방을 덮쳐서 약 2만명의 사망자를 냈고, 여기에 더하여 후쿠시마 핵발전소 4개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이 핵사고에 의해서 사망한 사람은 공식적으로 10명도 되지 않지만 사람들은 쓰나미에 의하여 사망한 2만명보다 더 큰 염려를 하고있다. 이런 염려가 이성적인지 아니면 무지의 소치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 적어도 도쿄를 포함한 후쿠시마 주변 350Km 정도가 고농도로 오염되었고, 일본땅의 약 70%가 방사능에 오염되었다(1). 이에 따라서 일본인 전체가 방사능에 피폭되고 있다. 이들 중 적어도 백만명 이상이 암이나 기형아 출산 등을 경험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후쿠시마에서 250km 정도 떨어진 도쿄에서 기준치의 몇배에 이르는 공간방사능이 측정되고 있으며, 도쿄의 수돗물에도 세슘이 꾸준히 검출되고 있다. 도쿄보다 더 멀리 떨어진 시즈오카 지역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차밭에서는 세슘 오염으로 인하여 찻잎 수확을 포기하였다. 2011년 생산된 쌀은 방사성 세슘에 오염되어 폐기처분되었으며, 이 쌀은 방사성폐기물이 되어버렸다. 후쿠시마에서 30km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도 코피가 나고, 설사하는 어린이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피난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핵사고에 의한 사후대책 수립과 실행으로 수십년을 소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일본의 국운이 이 한번의 사고로 기울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있기 전에도 대규모 핵사고는 있어왔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섬 핵사고가 발전소 사고로는 처음으로 5등급 이상의 사고로 기록되었다. (그 이전에도 6등급으로 기록된 러시아의 키시팀 등 핵사고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재처리 시설이나 실험실 등의 사고였다.) 두 번째 대규모 발전소 사고는 1986년의 구소련의 체르노빌 사고이다. 그리고 세 번째의 대형사고가 이번 후쿠시마 핵사고라고 할 수 있다. 

1. 핵발전소의 구조

사실 원자력발전소라는 말은 물리학적으로 틀린 말이다. 원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원자력이 아니라 핵력이므로 핵발전소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영어로도 Nuclear Power Plant니까 번역을 해도 핵발전소이다. 핵산업계의 거짓말은 그 용어의 왜곡에서 시작된다. 핵발전소는 원자력발전소, 핵반응로는 원자로, 수명연장은 계속운전, 사용후핵연료는 사용후연료 등으로 왜곡하는 등 그 사례는 너무나 많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많이 사용하는 용어들을 그대로 사용하겠다. 

그림1에서와 같이 핵발전은 기본적으로 화력발전과 같은 원리이다. 핵반응을 이용하여 열을 발생시키고 이 열로써 물을 끓이고 증기가 발생하면 증기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터빈을 돌린 이후 증기는 바닷물로 식혀서 물로 바뀌고 이 물은 다시 원자로 내부로 들어가게 되어있다. 이렇게 간단한 비등형 원자로와는 달리 가압형 원자로는 원자로에서 물을 데우는지만 섭씨 300도가 되어도 끓지 않도록 압력을 가해준 후 이 뜨거운 물이 다른 물을 끓이는 구조이다. 다시 말하면 중탕방식으로 증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렇게 비등형원자로는 물을 직접 끓이는 방식이고 가압형원자로는 물을 간접적으로 끓이는 방식이다. 세계에 있는 대부분의 핵발전소는 이 두 가지의 구조로 되어있다. 

그래서 사실 핵발전은 물을 끓여서 증기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므로 화력발전과 그 원리가 같다. 핵발전이 화력발전과 다른 점은 그 연료뿐이라고 볼 수 있다. 핵연료는 우라늄을 사용하는데, 그 에너지가 엄청나다. 원자로 안에 5만-6만개 정도의 핵연료봉이 있고, 이 핵연료봉 안에는 우라늄 펠렛이 존재한다. 이런 상태로 한번 들어간 핵연료는 그 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훨씬 커서 원자로 안에서 4년 6개월 동안 물을 끓인다. 그 후에도 약 10년 이상 사용후핵연료저장수조에서 수냉식으로 식혀야한다. 이후에는 공랭식으로 수십년을 더 식혀야하고 마지막으로 고준위 폐기장에서 백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되어야한다. 
 
 
그림 1. 핵발전의 원리. 왼쪽은 후쿠시마 원전의 모형도이다. 

비등형경수로(비등수형 경수로(Boiling  Water Reactor; BWR)라는 이 원전의 가운데 있는 타원형의 구조물이 원자로이다. 원자로에서 물을 끓여 수증기를 생산한 후 이 수증기를 이용하여 증기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생산한다. 이후 이 수증기를 바닷물로 식혀서 다시 물로 만든 후 원자로로 보낸다. 이 물은 다시 끓어 수증기로 변하고 터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오른쪽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형태의 원전이다. 가압형경수로(Pressurized Water Reactor, PWR)라고 불리는 이 원전은 물을 간접적으로(중탕 방식으로) 끓이는데, 바로 이 점이 비등형과 다르다. 수증기로 증기터빈을 돌리는 것은 둘 다 마찬가지이다. (원자력문화재단 자료 인용)

2. 후쿠시마 핵사고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된 내용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후쿠시마핵발전소의 1,2,3호기에서는 지진으로 인하여 원자로(압력용기)에서 냉각수가 흘러나왔고, 핵연료봉이 공기중에 노출되어 냉각기능이 마비되었다. 이로 인하여 노심(핵연료봉)의 온도가 삼천도 이상으로 올라갔고, 이 열에 의해서 노심용융(핵연료봉이 녹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때 냉각수와 핵연료봉 피복제인 지르코늄 사이에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수소가 발생하였다. 이 수소는 깨진 원자로(압력용기)의 틈을 빠져나와서 원자로 건물(격납고 포함) 내부에 고여 있다가 폭발하였다. 이른바 수소폭발이다. 노심용융에 의해서 핵연료는 액체상태로 압력용기 밑바닥에 떨어졌고(melt down), 압력용기의 밑바닥을 뚫고 격납용기의 바닥까지 내려왔다(melt through). 

현재 이 액체상태의 핵연료는 땅을 파고 지구의 중심을 향해 내려가는 중이다(차이나 신드롬). 현재 일본정부는 3개 원자로의 완전한 멜트다운과 멜트스루를 인정하였으나 핵연료가 얼마나 땅을 파고 내려갔는지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의 원인이 지진에 의한 냉각수 누출이 아니라 쓰나미에 의한 냉각펌프 고장으로 원자로 온도가 올라갔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 둘 중 어느 것이 옳은지는 아직 해명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림 2. PNAS에 실린 일본오염지도(참고문헌 1)

한편 후쿠시마 3,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에는 두 개를 합하여 원자로의 약 4배의 사용후 핵연료가 냉각되는 도중이었는데, 이 수조의 냉각수가 지진으로 인하여 새나갔고, 이곳에서도 핵연료봉의 멜트다운과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막대한 양의 방사능이 이 사고에 의해서 지구환경으로 흩어지는 중이며, 3년이 지난 현재로서는 이 핵반응을 멈출 방도가 없다. 핵반응은 모든 에너지가 소진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고,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핵반응으로 발생하는 방사능을 최대한 가두어두는 일 뿐이다. 

그나마 이 “방사능 가두기” 작업도 그리 순조롭지 않다. 원자로를 식히는 작업 뿐 아니라  발생한 오염수를 가두는 작업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도쿄전력은 오염수의 체적을 줄이는 기술과 오염수를 정화하여 다시 냉각에 사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나 고장이 잦아서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양의 오염수는 태평양으로 빠져들고 있고, 원자로 등을 식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체들은 바람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기도 하고 북극으로 올라갔다가 한반도 쪽으로 내려오기도 하며,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태풍을 타고 한반도 쪽을 향하기도 하여 일본 뿐 아니라 전 지구의 땅과 공기를 지속적으로 오염시키고 있다.  

한국에서도 공기 중에서 방사성 세슘과 요오드가 검출되었으며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방사능으로 오염된 목초지와 우유가 입증되기도 하였다. 후쿠시마 발 방사능 오염은 적어도 수년 이상, 아마도 수십 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2012년 초에 PNAS에 발표된 자료를 살펴보면 일본땅의 70% 이상이 방사성세슘에 오염되어있다. 후쿠시마에서 250km 정도 떨어져있는 도쿄 역시 전 지역이 고농도로 오염되어있다(그림2, 참고문헌1). 오염된 지역의 어린이들은 코피와 설사에 시달리고 있다. 이 증상은 히로시마, 체르노빌 등의 방사능 오염지역에서 이미 보고된 가장 흔한 피폭증상들이다. 일본인들은 오염된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들에 의해서 앞으로도 수백년 이상 피폭이 될 것이다. 방사능 피폭량과 암발생은 비례하는데, 앞으로 이 핵사고로 인한 암환자 수 증가는 얼마나 될 것인가?

3. 핵사고의 확률

과거의 중요한 핵발전소 사고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과거의 핵사고들은 전술한 바와 같이 스리마일 사고, 체르노빌 사고, 후쿠시마 사고 등이다. 우선 이들 사고를 일으킨 국가들, 즉 미국,  구소련, 일본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첫째, 이 세 나라들은 핵발전소 개수가 많은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전세계의 447개 핵발전소 중에서 미국이 104개를 갖고 있고, 구소련은 러시아 32개를 포함하여 총 66개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발전소를 갖고 있었다. 세 번째가 프랑스 58개, 네 번째가 일본의 54개였다. (참고로 한국은 일본에 이어서 23개로 다섯 번째로 많다.) 

이 세 나라의 다른 공통점은 원천기술 보유국, 원자로 수출국, 원자력 선진국이라는 점들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왜 핵발전소 1,2개 갖고있는 불가리아, 멕시코, 슬로베니아, 아르메니아 등의 핵후진국에서는 대형 사고가 안 일어난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세계에서 가장 핵발전소 숫자가 많은 나라에서만 대형사고 일어났다는 것은 발전소의 개수가 가장 중요한 핵사고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자동차가 많은 나라에서 교통사고가 많은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그렇다면 핵사고의 확률을 계산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전세계 447개의 핵발전소 중에서 이번 후쿠시마를 포함하여 6개의 핵발전소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확률은 1.34%에 해당한다. 정부와 한수원이 여태까지 주장했던 “백만분의 일”이라는 핵사고 확률은 사실이 아니다. 백만개 발전소 중 하나가 아니고 약 80개 중 하나에서 핵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1.34%라는 확률은 그래서 한 개의 핵발전소가 있을 때 그곳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할 확률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23개의 핵발전소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어떨까? 수학교과서에 나온 방식으로 계산하면 약 27%가 나온다. 이것은 말 그대로 한국에서 대형 핵사고가 발생할 확률이다. 물론 한 가지 전제가 있다. 과거와 같은 확률로 핵사고가 난다는 전제 말이다. 

이번 후쿠시마 핵사고에 의한 일본의 오염지도(그림2)를 살펴보면 고농도 오염지역의 넓이와 인구가 남한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국토의 약 20% 이상이 고농도로 오염되었고, 도쿄를 포함한 이 지역의 인구는 약 5천만 정도가 된다. 이것은 만일 우리나라에서 핵사고가 발생하면 남한 전체가 고농도 오염지역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럴 확률이 27%가 되는 것이다. 

4. 노후한 원전이 더 위험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노후 원전과 수명연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수명연장이 된 발전소이고 이번 사고에서 가장 먼저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노후한 원전이 과연 더 위험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렇다. 핵발전소는 거대한 기계이다. 기계는 수명이 있고, 노후한 기계일수록 고장이 잦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론일 뿐이다. 노후한 원전이 더 위험하다는 증거는 무엇일까? 

첫째, 후쿠시마 핵사고에서 한가지를 찾을 수 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후쿠시마에는 10개의 핵발전소가 있었다. 그중에서 나이순으로 1,2,3,4호기가 폭발하였다. 같은 지진과 같은 쓰나미를 겪은 10개의 원전 중에서 우연히 이렇게 나이순으로 폭발할 확률은 너무나 작다. 약 5,00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요인이 분명히 있는 것이며, 그 요인은 바로 “핵발전소의 나이”인 것이다. 후쿠시마 1,2,3,4호기는 모두 30년이 넘은 노후한 원전들이었다. 5,6호기와 그 이후의 원전 4개는 모두 30년이 채 안된 것들이었다. 

둘째, 공학적 증거이다. 일반적으로 원전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원자로 자체라고 알려져 있다. 압력용기는 약 20cm에 달하는 두껍고 단단한 금속재질로 만든다. 그러나 이 단단한 용기도 고압과 고열, 그리고 높은 방사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이 용기에 손상이 가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용기의 건전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이 용기와 동일한 금속편을 원자로 안에 처음부터 넣어둔 후 한 개씩 꺼내서 검사를 하는 것이다. 5년 전 고리1호기의 수명연장을 심사할 때 이 금속편을 한 개 꺼내서 파괴검사를 실시하였는데, 안타깝게도 건전해야할 금속파편이 파괴되고 말았다. 

이렇게 파괴검사를 하는 것은 똑 같은 재질의 압력용기도 같은 상태일 것이라고 판단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이 파괴검사는 그간 몇 차례 있어왔으나 파괴검사에서 불합격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것은 이른바 “경년열화(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발생하는 작은 균열)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렇게 경년열화 현상은 원자로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노후한 원전이 더 위험하다는 공학적 증거가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외국의 정책변화에서 읽을 수 있는 방증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러시아는 수명연장 대신 신규핵발전소를 짓겠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는 안전성에 민감해진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채택해야했던 정책이었다. 당장 핵발전소 숫자를 줄일 수는 없고, 국민들에게 그래도 안전을 도모한다는 확신은 주고 싶었던 러시아 정부의 선택이 바로 수명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정부 뿐 아니라 국민들까지 노후한 원전이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방증이 된다. 

다른 예도 있다. 17개의 원전을 갖고 있던 독일은 노후한 원전부터 7개를 폐쇄하였다. 나머지 10개도 앞으로 11년 내로 모두 폐쇄하기로 하였지만 왜 나이순으로 오래된 원전부터 폐쇄했을까? 역시 독일 국민들도 노후한 원전의 위험성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경년열화현상, 나이순으로 폭발한 이유, 외국의 정책변화 등을 살펴보지 않더라도 노후한 원전이 더 위험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5. 핵사고의 원인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핵사고의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은 핵발전소의 개수, 노후한 원전 등이다. 그러나 핵사고의 원인은 너무나 다양하다. 스리마일 핵사고의 원인은 단순노무자의 실수였다. 체르노빌 사고의 원인은 과학자들의 무리한 실험이었다.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은 잘 알려진 대로 지진과 쓰나미이다. 이렇게 완전히 다른 원인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이렇게 짐작할 수 있다. “다음 핵사고의 원인은 이들 세 가지 말고 다른 원인일 것이다”라고. 

핵발전소에 들어가 보면 너무나 많은 부품들이 있는 너무나 거대한 기계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복잡성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것이다. 마치 성공한 지 수십년이 지난 인공위성 발사가 아직도 많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복잡성 때문인 것이다. 작은 실수가 하나만 있어도 인공위성의 발사는 실패하고 만다. 이렇게 어느 수준 이상의 복잡성을 갖는 기계는 사고나 고장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이다. 핵발전소에서는 지금도 사상 초유의 사고유형이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 고리원전에서의 사고의 예가 그렇다. 바람에 날린 비닐조각이 고압선에 걸리자 고리원전이 정지한 것이다. 이런 유형의 사고는 사상 처음이었다고 발표되었었다. 우리는 수천의 사고원인 중에서 세장의 카드를 보았을 뿐이다. 

6.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

기준치는 의학적 안전기준일까? 그래서 기준치 이하로 피폭되면 정말 안전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기준치는 세계 핵산업계의 정점에 있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관계 깊은 ICRP(국제방사선방호협회)가 설정한 것이며, 이 기준치는 그동안 9차례나 변경되었다. 적은 양의 방사능 피폭이 위험하다는 증거가 지속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수십년에 걸쳐서 이 기준치는 낮아졌던 것이다. 또한 세계 모든 나라들이 이 ICRP가 제시한 기준치를 채용하고 있지도 않다. 현재 방사능의 기준치는 국가마다 다르게 설정되어있으며 이는 이 기준치가 결코 의학적이 안전기준이 아님을 보여준다. 

의학적인 연구는 주로 히로시마 원폭피해자, 나가사키 피해자, 그리고 체르노빌 피해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인체를 대상으로 한 의학적 연구의 결과는 다음의 그래프로 요약된다. 
 
그림3. 미국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BEIR VII에 나타난 그래프. 
방사능 피폭량과 암발생이 비례하며 역치가 없음을 보여준다(참고문헌 2). 

위 그래프에서 원점을 지나는 직선으로 나타나는 두 개의 선이 이른바 고형암의 그래프이다. 이들은 방사능 피폭량이 증가함에 따라서 암발생률이 비례하여 증가한다는 것을 표시하고 있다. 그래프에서 약간 곡선의 모양을 이루는 것은 백혈병의 그래프이다. 백혈병의 경우에는 직선이 아니라 아래쪽으로 볼록한 그래프가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점선으로 되어있는 그래프는 이른바 역치가 존재하는 모델이다. 

이 그래프는 역치(Threshold)가 있어서 이 역치까지는 피폭되더라도 암 발생이 증가하지 않고 역치를 넘어서야 비로소 암발생이 증가하기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이론들 중에서 세계 의학계가 선택하고 있는 결론은 “무역치 선형모델(Linear No Threshold)”이다. 그러므로 세계 의학계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방사능은 그 피폭량에 비례하여 암을 발생시킨다. 이는 기준치 이하에서도 마찬가지다”

7. 핵폐기물, 영원한 숙제

우리나라에서 고준위 핵폐기물은 곧 사용후 핵연료를 의미한다. 현재 23개의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들은 각각의 원전부지에 임시로 저장되어있다. 이 임시저장소가 포화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므로 정부는 조속히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할 방도를 찾아야한다. 고준위폐기물의 처리방법은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영원히 안전하게 묻는 방법(직접처분)이고 다른 하나는 재처리를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재처리를 하더라도 고준위폐기물의 양은 줄지 않는다. 재처리가 사용후 핵연료에 포함된 단 1%의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과정일 뿐, 나머지 99%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처리를 하더라도 고준위 폐기물을 처분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이 고준위 폐기장을 만들고, 성공적으로 운용되는 사례는 없다. 아직 고준위폐기장을 만들 기술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숙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세계가 궁금해 하고 있다. 한국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2013년 말에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윈회”를 구성하였다. 이 위원회의 가장 큰 고민은 고준위방폐장을 만들 기술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약 50년 정도 사용 가능한 “중간저장소”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최소 10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해야할 고준위방페장은 현재 기술이 지속된다면 50년에 한 개씩 2,000개를 만들어야 10만년이 지나갈 것이다. 한반도 내에 2,000개의 고준위핵폐기물 중간저장소를 지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8. 핵발전의 대안 

핵발전소의 위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대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그동안 정부가 해둔 찬핵홍보의 영향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탈핵은 세계적 추세이고, 이미 많은 나라들이 그 길을 가고 있다. 그런 나라들이 선택한 핵발전의 대안들을 살펴보자. 

독일과 스위스, 벨기에 등의 국가들이 대안도 없이 탈핵을 결정하지는 않았다. 이들 국가가 제시하는 탈핵 계획서를 보면 모두 공통점을 갖는데, 그것은 바로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이라는 공통점이다. 1954년 탄생한 핵발전소는 1980년 후반부 이후 전혀 그 숫자가 증가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조금씩 감소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후쿠시마 사고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의 개도국들이 핵발전소를 지속적으로 건설하고 있으나 유럽이 지난 25년간 약 50개의 핵발전소를 폐쇄한 바 있고, 미국 역시 약 30년 간 원전을 건설하지 않았다. 

반면에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은 핵발전과는 정 반대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림 4를 보면 전세계의 풍력발전, 태양광발전, 핵발전의 신설 규모를 나타내고 있는데, 풍력은 매년 20% 이상을 성장하고 있고, 태양광은 매년 50% 이상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핵발전은 전혀 성장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적 추세는 이미 결정되어있다고 보여진다. 핵발전은 수십년 부터 사양산업이었고, 그 자리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자연에너지가 대신하고 있다. 전 세계가 실천으로 보여주는 이 길이 바로 핵발전의 대안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4. 세계 연도별 신설된 발전시설 현황. 파란색의 풍력발전은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여준다. 노란색은 태양광으로 매년 50% 이상을 성장하고 있다. 반면에 빨간색의 핵발전은 전혀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12, Green Peace 자료 인용)

9. 결어

핵발전이 값이 싸다는 말, 핵발전은 대안이 없다는 말, 핵발전은 안전할 수 있다는 말은 모두 거짓이다. 또한 재생가능에너지가 충분히 생산되기 어렵다는 말, 재생가능에너지는 비싸다는 말 역시 모두 거짓이다. 세계가 이미 선택한 길, 즉 탈핵과 자연에너지의 길은 생태계와 생명들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전 세계가 가고 있는 그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부정되는 우리나라는 핵산업계의 홍보에 의해서 국민의 눈과 귀가 완전히 가려져 있는 상태라고 판단된다. 2012년 통계에 의하면 세계에서 재생가능 에너지의 발전량은 2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원자력은 11%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재생가능에너지의 발전량이 핵발전의 2배가 된 것이다. 게다가 재생가능에너지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중이고 핵발전은 축소가 진행되고 있다(참고문헌 5). 이런 세계적 동향과는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는 한국은 2012년 핵발전이 31%, 재생가능에너지는 0.4%를 기록하고 있다. 재생가능 분야에서 세계 꼴찌인 것이다. 우리가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너무도 명확하다. 핵산업계의 영향력으로부터 정부와 국민이 자유로와져야 비로소 그 길을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독일, 벨기에, 스위스는 탈핵을 결정하였고, 한국, 미국, 캐나다, 프랑스는 핵발전을 계속한다고 발표하였다. 무엇이 이들 국가들의 핵발전에 관한 태도를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라놓는 것일까? 찬핵과 탈핵으로 갈라놓는 것은 단 하나이다. 탈핵을 결정한 나라들은 후쿠시마핵사고를 보면서 “저런 사고가 우리나라에도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반면, 핵발전 지속을 결정하는 나라들은 모두 “저런 핵사고는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판단하는 한국, 미국, 프랑스, 캐나다는 핵발전소 개수도 많을 뿐 아니라 안전성에 관한 태도 역시 나태하다. 그래서 필자는 다음 핵사고 발생국으로 이들 나라들을 지목하는 것이다. 

<책소개>
‘원자력 안전 신화’ 언제까지 속고만 있을 것인가!
 

대한민국 모든 시민들을 위한 탈핵 교과서『한국탈핵』. 이 책은 탈핵운동에 몸 바치고 있는 탈핵 전문가, 활동가인 김익중 교수가 행했던 강의 기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엮은 것이다. 학술적이고 어려운 내용보다는 핵발전소에 관한 전체적인 관점을 정리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후쿠시마 핵사고, 핵사고의 확률, 한국의 위험 정도, 방사능의 건강영향 등 원자력 관련 이슈를 모아 다루고 있으며 누구라도 이해하기 쉽도록 강의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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