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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이유로 갈라선 정의당도 “헌재 아닌 국민이 평가할 일”

등록 : 2014.12.21 20:47수정 : 2014.12.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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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의원실과 사무실이 몰려 있는 국회 의원회관 5층에 21일 당직자들의 발길이 끊긴 채 한 취재기자가 지나가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노회찬·심상정·조승수·조준호
헌재 결정에 “민주주의 원칙 파괴”
“당내 관행이 정당 해산 이유라면
돈공천·차떼기당은 왜 내버려두나”
“다수당도 못하는 의원 제명을
헌재가 행정재판으로 저지른 셈”

노회찬·조승수 전 의원과 심상정 의원, 조준호 전 통합진보당 대표 등 정의당 핵심 인사들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21일 “민주주의 원칙을 파괴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통합진보당의 전신 격인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 때 두차례 통합진보당의 주류인 ‘자주파’(NL) 세력과 한 당을 이뤘다가, 자주파의 패권주의와 비민주성, 북한 추종 노선 등을 맹렬히 비판하며 거푸 탈당했다.

 

조준호 전 대표는 2012년 5월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때 20대 여성 당원에게 ‘머리끄덩이’를 잡히는 등 자주파 당원들로부터 물리적 위해를 당한 인물이다. 목디스크 판정을 받고, 인공관절 삽입 수술까지 했다. 그는 당시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 조사를 맡았다가 자주파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헌재는 이 사건을 통합진보당을 해산해야 하는 이유의 하나로 제시했다.

 

하지만 조 전 대표는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헌재가 당내 관행을 정당해산 이유의 하나로 거론한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헌재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당내 관행 등의 불합리성을 문제 삼는다면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 등 거대 정당들부터 존립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돈봉투 돌리기, 돈공천, 차떼기 등을 내버려두면서 통합진보당만 당내 관행을 해산 이유로 든 것은 황당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당시 ‘경선 부정’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려고 했던 것일 뿐”이라며 “이런 문제를 통합진보당의 강령 등과 억지로 이어붙여 해산 결정을 내린 것은 헌재의 월권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조 전 대표에 앞서 2008년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때 ‘1차 분당’을 촉발했던 ‘종북’ 논란을 처음 제기한 조승수 정의당 정책위의장도 헌재의 해산 결정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당 해산은 국민들이 평가할 일이지, 헌재가 제도로 처리할 일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당시 민주노동당 내에서 처음으로 자주파의 ‘종북’ 노선을 공개 비판하며, 노회찬·심상정 의원 등과 함께 ‘평등파’의 탈당을 이끌었다. 그는 다만 통합진보당의 노선 평가나 헌재 결정의 배경 등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은 상황이 너무 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뭐라고 답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펴낸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라는 책에서 통합진보당의 행태 등을 강하게 비판한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헌재가 제시한 근거의 80%는 통합진보당 자체가 아닌 (통합진보당을 움직인다는) ‘주도세력’의 혐의이고, (강령에 명시된 게 아닌) ‘숨은 목적’이었다”며 “(이번 헌재 결정은) 두고두고 큰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로 뽑힌 의원을 법에도 명시 안 된 권한으로 (의원직을) 취소한 것도 황당하다”며 “국회 다수당도 함부로 못 하는 의원 제명을, 헌재가 ‘행정재판’으로 저지른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통합진보당도 ‘이석기 회합’ 등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긋는 등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심상정 의원도 헌재 결정 뒤 자신의 트위터에 “헌법재판소 판결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정의롭지 못한 판결”이라고 헌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심 의원은 이정희 전 대표, 유시민 전 장관 등과 함께 통합진보당을 창당해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맡았으나 부정 경선 사건이 일어난 뒤 2012년 8월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이 부결되자, 통합진보당을 탈퇴해 진보정의당(현 정의당) 창당에 참여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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