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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군부대현지지도를 비반동포로 택한 까닭

새해 첫 군부대현지지도를 비반동포로 택한 까닭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1/26 [03:16]  최종편집: ⓒ 자주민보
 
 
▲ 김정은 위원장의 새해 첫 현지지도로 평양 애육원을 찾은 모습     © 통일뉴스 펌

 

▲ 김정은 위원장이 새해 첫 군부대 현지지도를 위해 비반동포 사격훈련장을 찾았다.     © 자주민보

 

▲ 김정은 위원장이 새해 첫 군부대 현지지도를 위해 비반동포 사격훈련장을 찾아 사격 후 찍은 기념사진     © 자주민보

 

북 지도자의 새해 첫 현지지도는 한 해의 방향을 암시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새해 첫 공개적인 현지지도는 지난해 새로 지은 육아원·애육원이었다. 
지체장애를 가진 고아들을 주로 맡아 키우고 공부시키는 곳이기에 북에서도 가장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곳이다. 그래서 자본주의이건 사회주의이건 사회복지를 얼마나 잘 실현하고 있는가를 가늠하는 한 척도로도 삼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이 이곳을 새로 건설하기 전에는 관련 장애아들의 상태가 사실 보도 영상으로만 봐도 매우 좋지 않았다. 북이 고난의행군의 그늘을 많이 가셔냈다고 하지만 아직 이런 곳까지는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김정은 위원장은 그런 실태를 직접 목격하고 그렇게 가슴아파하면서 모든 원아들을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와 건강회복을 지시함과 동시에 인민군대를 전격 투입하여 단 4개월만에 평양애육원을 새로 건설하였다고 북 언론들은 지난해 내내 여러차례 보도한 바 있다.


따라서 새해 첫 현지지도를 이곳에서 진행했다는 것은 좁게 보면 좋은 집을 지어주는데 만족하지 않고 원아들이 실질적으로 나라의 혜택을 보며 장애도 잘 치료하고 공부도 잘 시켜 무럭무럭 잘 자라게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며 넓게 보면 사회전반적으로 고난의행군 그늘을 깨끗하게 가셔내고 그간 꿈꾸었던 이상사회를 건설을 위해 북 주민들의 생활의 질을 한층 높여내겠다는 의지를 선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세계 어떤 나라 사람들이 와서 봐도 이상사회라고 느낄 수 있는 세상을 건설해가는데 있어 새로운 전환을 불러일으키는 한해를 보내겠다고 선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해 평양과 북의 주요 장소를 방문하고 온 많은 해외 동포들은 하나 같이 평양, 원산 등의 도시들이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지방도 발전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여전히 지방의 경우 낙후된 곳이 많다. 지난해 연합뉴스 등에서 보도한 압록강변 북측 지역 마을만 봐도 필자가 방문했던 2011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북 농촌지역의 살림집들이 아직 낡은 것들이 많고 도로도 비포장이 많았다. 석유화학공업이 부족하고 시멘트도 넉넉하게 생산하지 못한 탓인지는 몰라도 농촌과 산촌의 도로 포장률이 여전히 부족해 보였다. 
남측의 경우 농로를 물론이고 산골마을까지 거의 다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포장된 것과 대조적이다. 신은미 씨도 북녘 지방으로 들어가면 살림살이 수준이 안타까울 정도로 여전히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그럼에도 종북으로 몰려 추방되었다니 참...)

그런 농촌지역의 육아원이나 애육원의 상황도 썩 좋을 것 같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애육원을 통해 전형을 창출하고 그것을 전국으로 일반화하는 일들을 올해 본격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북의 뉴스를 보면 나무 모종을 키우는 일에 큰 힘을 넣고 있음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고난의행군 시절 땔감으로 베어 써버려 큰 나무가 거의 없는 북녘 농촌의 야산에 대대적인 조림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지방까지 이상사회의 면모를 갖추어가려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을 원활하게 추진하는데 북미관계, 남북관계가 풀리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까지 거론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것은 결코 빈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물론 남북관계 개선과 조국통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완수해야할 민족사적 과제라고 북은 일관되게 주장해왔기에 북의 경제건설의 조건 마련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된 전향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분단 70주년이 되는 올해 통일의 큰 전환적 국면을 반드시 열겠다는 의지 피력은 익히 예상했던 일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까지도 언급함으로써 예상을 뛰어넘는 가장 강력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였다.


다만, 남북관계 개선이 이런 민족사적 과제를 푸는 것과 함께 북이 추진하는 이상사회 건설에도 필요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평화가 정착되어야 인민군대를 건설에 더 많이 투입할 뿐만 아니라 국가 재정도 이상사회 건설 쪽으로 더 많이 투여할 수 있음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 한국전 당시 중공군이 비반동포로 미군 탱크를 파괴하는 모습, 이런 근접무기가 요즘 현대전에서 얼마나 이용될지 알 수 없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이런 무기를 다루는 부대를 새해 첫 현지지도 장소로 택했다.     © 자주민보

 


비반동포 훈련장 방문의 심각성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새해 첫 군부대 현지지도를 비반동포 사격훈련장으로 정했다. 비반동포는 우리의 무반동포(총)와 같은 것으로 2km 내외의 탱크나 장갑차, 동굴진지, 사격진지 등을 파괴하는 휴대용 직사포이다.


최근 전차들은 복합장갑과 반응장갑 등으로 튼튼히 무장되어 있어 기관총은 물론 어지간한 휴대용 로켓포에도 끄떡없다. 무반동포는 RPG 로켓보다 구경도 훨씬 크고 더 강력하며 특히 정확도도 높기 때문에 여전히 전차에게는 위력적인 무기이다. 다만 사거리가 짧아 치열한 근접전에서 거의 목숨을 걸고 사용하는 무기이다. 장약폭발식 직사포이다보니 후폭풍이 강력하게 발생하는데 이 화염 때문에 발사하자마자 위치가 바로 노출되고 급히 피하지 않으면 적 전차의 공격을 쉽게 받을 수밖에 없는 무기이다.

 

의외다.
다련장로켓포부대도 아니고 큰 직사포, 곡사포부대도 아닌 가장 작은 휴대용 비반동포 사격훈련장을 왜 찾은 것일까?


오랜 동안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김정은 위원장이 싸움준비를 최종적 단계까지 완성해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급작스럽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상 떠나게 되어 북 전반에 대한 영도권을 틀어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간 해온 일 중에 가장 신경을 쓴 분야가 군사분야이다.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장면까지 공개했으니 전략무기에 대한 점검은 거의 다 끝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난해 말 마지막 현지지도가 여성 방사포(단련장로켓포)부대 사격훈련장이었다. 자행포도 아닌 손으로 밀어서 움직이는 소형 견인 방사포부대였다. 이어 새해 첫 군대 현지지도가 비반동포였다.

아주 작은 군부대, 현대전에서 거의 동원 가능성이 높지 않은 부대까지 싸움준비태세를 갖추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북의 언론들은 잊을만하면 2013년 전쟁위기 당시에 내린 “최고사령관의 전투명령이 이미 하달된 상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는 경고를 내보내곤 한다. 올해 우리 정보당국에서도 북의 전쟁도발이 매우 우려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8998


이런 맥락에서 비반동포 사격장을 찾은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는 매우 심각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된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의 새해 첫 현지지도를 포함한 연초의 행보를 종합해보면 지방까지 하루빨리 경제건설을 다그쳐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이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동시에 무서운 의지로 싸움준비 또한 완벽하게 다져가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북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도발의지가 위험계선을 넘어서고 있어서 그런다고 주장하고 있고 우리 정보당국은 북이 세운 통일전쟁 계획에 의해 그렇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주장이 맞건 한반도 전쟁위기가 심각한 국면에 들어서 있다는 점만은 공히 인정하고 있는 주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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