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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석탄재 폐기물 수입 봇물…막을 법안 야당이 '발목'

 
김정수 2015. 08. 19
조회수 187 추천수 0
 

환경 우군이던 야당 반대로, 폐기물 수입 줄여줄 법 제정 물 건너갈 가능성

재활용 가능 폐기물 매립 억제하고 지속가능사회 위한 ‘자원순환법’ 표류 3년째

waste1.jpg» 강원도 동해안의 한 야적장에 점토 대용 부원료로 쓰일 일본산 수입 석탄재 폐기물이 쌓여 있다.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은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소각·매립할 때 부담금을 물리는 ‘자원순환법’이 제정되면 국내산 석탄재의 재활용이 늘어나면서 일본산 석탄재의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최병성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저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시멘트에는 흔히 일본에서 수입된 폐기물이 부원료로 들어간다. 점토 대용으로 사용되는 석탄재가 대표적이다. 18일 환경부 집계를 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5년간 국내 시멘트 제조업체가 일본에서 들여와 시멘트에 넣은 석탄재 폐기물은 597만t에 이른다.
 

국내에 석탄재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석탄재 가운데 화력발전소 인근에 매립 처리된 양만 636만t이다. 일본에서 들어오는 석탄재를 전량 대체하고도 남을 규모다. 국내 석탄재가 남아도는데 왜 일본 폐기물까지 들여다 처리해주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일본산 폐기물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지만 일본 석탄재 수입은 2011년 112만t, 2012년 123만t, 2013년 135만t, 2014년 131만t으로 오히려 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과 한국의 폐기물 매립 비용 차이 때문이다.

 

일본에선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매립할 때는 높은 매립세를 물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웃돈을 얹어줘서라도 한국으로 보내는 것이 싸게 먹힌다. 매립세가 없는 한국에서는 비싼 수송비를 들여 재활용하는 곳까지 보내주는 것보다 땅에 묻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그 결과 국내 폐기물 매립률은 일본(1.3%)보다 7배나 높은 9.3%에 이른다.
 

2013년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이 ‘자원순환사회 전환 촉진법안’을 대표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2월까지 법안명에 ‘자원순환’이 붙은 5개 법안이 잇따라 국회에 제출됐다. 이들 법안은 모두 국내 자원의 효과적 이용을 유도해 일본 석탄재 수입을 줄일 수 있는 ‘소각·매립 부담금’ 신설을 담고 있다.

 

05329010_R_0.jpg» 공중에서 내려다본 인천 쓰레기 매립지의 모습. 폐기물을 매립하기에 앞서 유용 자원을 재활용하도록 이끄는 법안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입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이정아 기자

 

2000년대 초부터 이런 입법의 필요성을 제기해온 환경단체에서는 큰 기대를 갖고 법안 처리 과정을 지켜봤다. 하지만 기대는 점차 실망으로 바뀌었다. 첫 법안이 제출된 지 2년이 지났지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의 문턱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어서다.
 

정부안을 포함한 5개 법안은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을 최대화해서 자원이 효율적으로 순환되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목적에 차이가 없다. 다만 실행 방법으로 내려가면 재활용할 수 있는 ‘순환자원’의 정의와 구분 방법을 놓고 둘로 갈린다. 최봉홍 의원 안과 이를 보완한 정부안은 폐기물 가운데 사람의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지 않고 경제성이 있다고 정부가 인정한 폐기물만 순환자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비롯한 나머지 3개 법안은 유용성만 있으면 모두 순환자원으로 보고, 유용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시장에 맡겨두자는 쪽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자원순환이 중요하다고 해서 국민 건강과 환경 보호보다 앞설 수는 없다. 유용성이 있다고 사업자가 신고하는 것을 모두 순환자원으로 인정해서 폐기물 관리에서 제외하면 유해 폐기물이 방치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실제 전 의원 안은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적절히 모아져 있지 않고 분리·선별 과정을 거쳐야 이용할 수 있는 폐기물도 순환자원에 포함시키고 있어 이런 우려를 더한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목표로 활동하는 전국 180여 시민·환경·소비자·여성단체로 구성된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사무처장은 “자원의 순환 이용은 당연히 확대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는 첫번째 전제조건이 안전이다. 폐기물이 좋은 자원이 될 수 있어도 어떤 조건에서 배출되고 어떻게 관리됐는지 따져서 유해성이 있을 때는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쪽은 뜻밖에도 그동안 환경단체의 우군이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다. 국회 환노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이 법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일부 의원들은 환경부가 낸 안과 여당의 최봉홍 의원이 낸 안이 더 낫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야당에서 계속 법안 심사를 미루고 있는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6월16일 열린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속기록을 보면, 새정치민주연합 환노위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자원순환사회법 처리에 대한 야당의 태도 변화가 있느냐는 권성동 소위원장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전병헌 의원께서 발의하신 법체계하고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법체계가 너무 다르다. 그런데 전병헌 의원이 우리 당의 최고위원이신데 원내대표도 하시고, 그래서 그냥 이대로 가기 쉽지 않다 이렇게 생각이 든다.”

 

정부와 다른 방향의 법안을 내놓은 같은 당 의원의 정치적 지위와 무게 때문에 법안 심사를 진행하기 난감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이에 대해 이인영 의원실은 “전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이 지난 대선 때 우리 당 대선 공약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어서 잘 조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의 발언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보다 못한 환경단체들이 나섰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 주요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 운영위원회는 7월23일 환노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보좌진들한테 간담회를 제안해, “자원순환법은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매립장 포화 등 쓰레기 대란에 대응하며 일본 석탄재 폐기물 수입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조속한 법 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뚜렷한 변화 움직임은 없다. 환경단체들 사이에 이러다 올해 국회 회기를 넘기고 내년에 총선 분위기에 휩쓸려 법안이 자동폐기 수순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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