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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보다는 미국이라고?


<기고> 강정구 전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강정구  |  unikoreaun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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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19  19: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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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 전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지난 7월 미국을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한국전 참전 워크장군 묘지에서 “우리나라 운명을 지켜주”었기에 “한국식으로 큰절을 하겠다”며 많은 수행단과 함께 두 번 큰절을 올리고, ‘중국보다 미국’이라는 등 대미 자발적 노예주의와 같은 행보를 지속했다. 자기는 미국 땅에서 골수 종미주의자임을 공공연히 과시하면서도 다른 한 편 ‘종북좌익’척결을 외쳐댔다. 이런 자가 여당 대통령 후보 인기 1위라니 이대로 가다간 한반도의 미래가 정말 암울해 질 것 같다.

그렇지만 김무성이 아무리 갈구해도 미국의 세계 지배와 패권은 머지않아 끝장나고 중국 중심의 새로운 세계질서가 구축될 것이다. 이런 세력교체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단순한 세력교체가 아니라 스페인 이후 지구촌을 야만의 살육장으로 만든 서구제국주의의 수 백 년 세계지배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것만으로도 중미 세력교체는 역사의 진보이면서 인류사적 대전환이다.

일부에서는 중미 세력교체가 단순히 패권의 임자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지는 것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문명 미국’과 ‘뭔가 그렇지 못한’중국을 대비하면서 우려하기도 한다. 과연 이런 폄하와 우려는 얼마나 설득력 있을까?

잉카문명 자체를 말살한 스페인의 살육과 정복주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서구의 지배는 일방적인 전쟁의 일상화, 노예사냥, 인종청소 등을 통한 무력중심의 지배주의 연속이었다. 이의 바탕에는 유일신을 기조로 한 기독교의 배타주의가 깔려 있다.

반면 중화주의는 천하의 중심인 중화는 주변 작은 나라를 보살피고, 주변은 중심인 중화가 정한 천하질서에 순응하고, 도전치 않고, 존중하며, 평화롭게 지낸다는 ‘자발적 동의’, 내정불개입, 평화지향 질서체계였다. 여기에는 콧대 높은 중심의 주변에 대한 우월주의와 시혜주의가 깔려 있지만 주변을 일방적으로 배척 및 지배하기보다는 이끌어야 한다는 상호적 지도주의가 기조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는 이념적 지향이기에 현실에서는 이와 이탈되는 경향성을 띄기도 할 것이고 또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어 왔다. 그렇지만 평화중심의 중화주의 기조를 근원적으로 유지하는 게 한족중심의 중국의 포괄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인은 종종 정화(鄭和) 원정을 이에 대한 하나의 보편적 보기라고 주장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시작된 서구의 해양지배에 훨씬 앞서 중국은 1405년 전후 정화를 단장으로 한 남해원정을 단행했다. 무려 2만7870명과 62척 함대를 이끌고 홍해와 페르시아만까지 진출하여 중국 위신과 해양지배력을 과시하고 주변에 조공을 촉구한 것이다.

이를 두고 2011년 3월 10일 전인대(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중국은 세계 최강대국으로 국내 총생산이 세계의 30%에 달했지만, 확장이나 패권을 추구하지 않았다. 정화(鄭和)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선단을 이끌고 서방으로 일곱 번이나 출항하였는데, [서구 제국주의의 모습과는 달리—필자 삽입] 가져간 것은 피와 불, 약탈과 식민화가 아닌 도자기, 실크 그리고 찻잎이었다”고 평가했다("평화적 발전 노선을 견지하자" 보고에서).

이러한 역사와 전통에 더해 구조적으로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는 지배주의 또는 패권주의보다는 설복과 동의 유발 중심의 지도주의로 나아갈 경향성을 띄고 있다.

그 구조적 요인을 살펴보면, 중국 중심의 새로운 세계질서는 1강(중국) 다극(러시아, 미국, 인도, EU)이라는 총체적 질서체계를 띌 것이기에 1강의 일방주의가 성립되기 힘든 구도이다.

또 군사력에서는 중·러·미의 3각 군사력 견제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에 일방적 폭력지배나 전쟁주의로 나아가기 힘들 것이다.

경제 구조적으로 중국은 전략상품과 기간산업이 국유경제 틀을 유지하고 있고 지금도 국가나 향촌 등 공유제 소유 분야의 GDP 점유비율이 50%를 상회하므로 군산복합체와 같은 사적 자본에 의한 무력친화주의를 통제할 수 있고 분배의 균등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서구의 개인지상주의와 달리 공공성 중시의 공동체주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자본이 지배하는 시민사회의 절대화 구도를 띄는 서구와 달리 국가중심주의를 띄고 있어 국가에 의한 지도력이 발양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9.3 항일전쟁승리 70주년 기념대회 열병식에서 시진핑 주석은 10여분의 짧은 연설에서 "평화" 단어를 18차례 사용했다. “평화와 발전은 오늘 이 시대의 주제가 됐지만 세계는 여전히 평화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 평화를 수호하는 결심을 굳혀야 합니다”(今天,和平与发展已经成为时代主题,但世界仍很不太平,... 我们要以史为鉴,坚定维护和平的决心。)라면서 중국은 영원히 패권과 확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中国都永远不称霸、永远不搞扩张).

걸핏하면 전쟁위기에 휩싸이고 있는 한반도에 사는 우리들로서는 이런 평화중심주의가 반갑고 반갑지만 다른 한 쪽 미국 땅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오싹 소름이 끼치게 만든다.

"미국은 지난해 5월 피아식별장치와 전술데이터링크 체계를 오는 2020년부터 바꾸겠다는 계획을 우리 군에 통보했다"면서 이 바꿔지는 군사체계에 맞추려면 대공포 등 방공무기 1천600여대, 전투기 등 공중전력 540여대, 함정 등 해상전력 270여대 등 총 3천200대에 달하며, 이는 우리 군 전체 전력 1만2천400여대의 25%에 해당한다고 한다(<연합뉴스> 2015.09.11.).

물론 이를 위해서는 50조가 될지 100조가 될지 모르는 우리 국민의 세금이 낭비될 것이다. 또 한반도는 더욱더 가혹한 전쟁위험에 노출되며, 우리 군은 전시작전통제권에 이어 모든 면에서 미국에 완전 종속되고 말 것이다. 또한 아예 상대가 되지 않는 북한을 핑계되지만 실제로는 중국겨냥의 한국군으로 탈바꿈시키려는 미국의 신냉전전략인 아·태 재균형전략에 철저히 순응하게 되어, 한국군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구축의 전초 전위대로, 한국 땅은 전초 기지가 되기 십상이다.

여기에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10월 미국 방문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미국 MD체계의 사드(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도입이 예상되고 있다. 상대 미사일을 종말상층단계에서 요격하는 이 사드는 북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거의 전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어서 중국이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사드배치가 현실화되면 이 또한 중국포위의 전초기지화와 전초 전력구축을 의미하고 국민세금 10조원도 허비된다.
 
미·소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분단과 전쟁을 강요당한 우리로서는 이들 미국의 사드배치 강요와 25%의 군사력 증강 강요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70년 전에도 미·소 냉전 때문에 우리는 엄청난 비극과 희생을 강제 당했는데, 미·중 신냉전이 도래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한반도가 신냉전의 첨병이 되어 또다시 참극과 민족종말의 위험에 처해야 하는가?
 
이것이 과연 해방 70년을 맞아 우리가 걸어가야 할 역사의 길이란 말인가?
이래도 중국보다는 미국이란 말인가?
 
미국도 중국도 아닌,
또 ‘어디나’‘누구’도 아닌,
 
정말로 우리 땅의 우리,
우리다운 우리,
그 우리가 되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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