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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북반구의 추위가 시작된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①지구의 겨울나무들
 
공우석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 2016.01.22 14:49:42

따뜻한 겨울이 될 것이라는 기상 관측이 빗나간 걸까요?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한파는 북극의 찬 공기가 한반도로 내려오면서 형성된 '우랄 블로킹'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엘리뇨 현상에 따른 따뜻한 겨울이나 북극 한파로 인한 추운 겨울이나 모두 지구 온난화에 원인이 있습니다. 겨울철 찬 기운이 시작되는 북극권 생태계 이야기, 눈을 기다리면서도 편의를 위해 쓰는 제설제의 이면, 그리고 지구의 온도를 올리지 않고 건강하게 겨울을 나는 방법을 전합니다. 

하루 넘게 태양이 뜨지 않는 곳  

1월은 북반구에서 추위가 본격 시작되는 시기이다. 언론에도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북방의 경관이 자주 등장한다. 얼음과 눈이 압도하는 황량한 경관에는 생명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에도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동식물이 추위에 적응하면서 서식한다. 

북반구에서는 북극점부터 남쪽으로 가면서 북극해, 연중 대륙빙상으로 덮여 있는 빙권(氷圈), 툰드라, 타이가,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여 자라는 혼합림대, 낙엽활엽수대, 상록활엽수림대, 열대우림이 나타난다. 고도에 따라 기후대와 식생대가 달라지며, 대륙 내부로 가면 초지나 사막으로 바뀐다.  

먼저, 북극권의 가장 북쪽인 빙권부터 살펴보자. 북극해(Arctic Ocean)와 함께 일 년 내내 영하 기온으로 기온이 낮고 강설량이 많아 지표의 5분의 2가 눈과 얼음으로 덮인 대륙빙상(大陸氷床, continental ice sheet)이 발달하고, 북위 66도 33분에는 북극권의 남방한계선이 나타난다.  

빙상의 남방한계선 일대에는 여름에만 잠시 얼음이 녹는 활동층(active layer)이 나타나지만 대부분은 땅속 온도가 2년 넘게 영하 기온으로 항상 얼어 있는 영구동토(permafrost)가 나타난다. 영구동토는 전체 육지 25%를 차지하는데, 지구온난화 때문에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땅속에 축적되어 있던 메탄가스가 대기로 방출되어 온난화를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북극권은 북극점에서 북위 66도 33분까지로 한대와 온대기후대를 나누는 경계선이다. 이 위도에서 하지 때(6.21경)에는 하루 넘게 태양이 지지 않으며, 동지 때(12.21경)에는 하루 넘게 태양이 뜨지 않는다.  

북극권에서는 지질시대에 기후변화에 따라 환경과 경관이 변했다. 약 200만 년 전인 신생대 제3기 플라이오세(Pliocene) 말에는 현재보다 따듯해서 재목으로 사용하는 나무가 자라는 한계선인 삼림한계선(forest limit) 지금보다 1600킬로미터(km) 북쪽까지 닿았다. 최후 빙기인 약 7만 년 전에는 북극권에 3000미터(m) 넘는 두께의 빙상이 발달했다.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추위 속에 불을 사용하면서 사냥하고 채집하여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해결했다. 

약 1만 년 전 홀로세(Holocene)에 기후가 온난해져 빙하가 후퇴하면서 해수면이 올라왔다. 홀로세에 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사육하는 신석기 문명이 발달했다. 경작지를 만들면서 산림 파괴와 교란이 시작된 시기이다.  

 

▲ 러시아 캄차카 반도 툰드라 눈잣나무. ⓒ공우석


나무가 자라기 시작하는 곳, 개발로 위협받는 툰드라와 타이가 

툰드라(tundra)는 북극해 연안에서 남쪽으로 월평균기온이 섭씨 10도 아래인,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한계선까지이다. 툰드라에서 가장 따뜻한 달 평균기온은 섭씨 0∼10도. 2∼3개월 여름 동안 기온이 높아지면서 지표가 녹아 습지를 이룬다. 중위도 고산지대에도 고산 툰드라는 나타난다.  

북극권과 온대 고산대는 서로 거리는 멀지만 많은 극지고산식물(arctic-alpine plant)들이 공통으로 자란다. 이들은 과거 빙하기에 빙하와 주변 주빙하(peri-glacial) 지역의 혹독하게 한랭하고 열악한 환경을 피해, 보다 나은 서식지를 찾아 남쪽으로 이동하여 정착한 식물들의 후손으로 '빙하기 유존종'(relict species)이다.  

툰드라 식생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면서 북극해 툰드라, 관목성 툰드라, 수목이 자라는 툰드라로 바뀐다. 북극해 툰드라는 이끼류인 선태류(bryophyte)와 균류와 조류의 공생체인 지의류(lichen, 땅옷식물)만 자란다. 관목성 툰드라에는 이끼, 지의류, 초본식물, 키 작은 북극해안 자작나무류(Betula spp.), 관목성 버드나무류(Salix spp.)가 많다. 수목이 자라는 툰드라에는 하천 주변과 계곡에 키 작은 자작나무류와 이깔나무류(Larix spp.), 가문비나무류(Picea spp.)가 분포한다.  

타이가(taiga)는 툰드라 남쪽 북위 50∼70도에 나타나는 '북방림'이다. 타이가는 여름 월평균최고기온이 섭씨 10도보다 높은 곳에 상록침엽수인 가문비나무류, 전나무류(Abies spp.)와 낙엽침엽수인 이깔나무류 같은 침엽수림대가 발달한다. 습윤한 타이가에는 가문비나무류와 전나무류 삼림이 자라며, 배수가 잘 되는 곳에는 소나무류(Pinus spp.), 관목, 목초가 자란다. 한랭건조한 타이가에는 이깔나무류가 주로 자란다. 

과거에는 열대우림에서 세계 목재의 상당 부문을 조달했다. 그러나 벌목, 플랜테이션 경작지 조성, 지하자원 개발로 열대우림의 생물다양성이 급감하고 기후변화에도 부정적이라는 비판 때문에 개발이 어려워졌다. 열대림에서 생산되던 목재를 타이가에서 공급하면서 타이가 침엽수림 면적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타이가 지역에서 원유, 천연가스, 석탄 같은 화석연료와 지하자원을 채굴하면서 타이가 면적이 더욱 급격하게 줄어들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같은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타이가는 수목 생장이 더딘 곳으로 훼손된 식생은 회복이 쉽지 않으므로 체계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  

북극권에서는 봄이 되어도 북극해가 얼어 있어 중위도에서 겨우내 쌓였던 눈과 얼음이 녹아 만들어진 강물이 북극해로 흘러가지 못하고 하천이 범람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보통 툰드라와 타이가 지역은 기온이 항상 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름에는 툰드라와 타이가의 기온이 높아 영구동토층의 활동층이 녹고 하천이 역류하면서 광활한 습지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인간의 활동을 가로막는 장애가 된다. 특히 습지에는 많은 모기와 각다귀 같은 벌레들이 서식하므로 이들 지역을 답사할 때에는 모기와 해충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 러시아 연해주 자작나무숲. ⓒ공우석

 

▲ 중위도 고산지대 툰드라 스코틀랜드 이끼류. ⓒ공우석


설악산 봉우리엔 빙하기의 유산이 살아 있다  

한반도는 북극권과 지리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 빙하기에 북방 식물들이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이동해 정착한 핵심 피난처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한반도 고산대와 아고산대 또는 섬이나 풍혈과 같은 특이한 공간에는 빙하기의 유존종이 남아 있다. 한반도가 없었다면 동아시아 생물다양성은 유지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늘날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의 산정에 자라는 키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유존종 나무들은 한반도 자연사를 알려 주는 열쇠이자 한반도 생물종 다양성을 유지하는 핵심요소이다. 유존종 꼬마나무 가운데 눈잣나무, 눈향나무, 찝방나무, 눈주목 같은 나자식물 겉씨식물 4종과 돌매화나무, 시로미, 들쭉나무, 월귤, 홍월귤, 노랑만병초 같은 현화식물 속씨식물 6종이 대표종이다.  

최근 국립수목원이 발간한 책자 <작지만 강인한 유존식물은 많은 이야기를 알려 준다>는 이들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북극권과 한반도에 모두 자라는 빙하기의 유산으로 혹독한 추위와 매서운 눈보라,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하고 있는 한반도의 자연사를 설명해주는 지표종이다.  

작지만 강인한 한반도의 유존종 식물들은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 산성비와 같은 환경오염, 케이블카 설치 같은 산림생태계 훼손과 교란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설악산에 건설하기로 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케이블카의 종점인 끝청 주변 귀때기청, 소청봉, 중청봉, 대청봉처럼 설악산 정상부 일대에는 지난 빙하기에 북극권에서 한반도로 피난처를 찾아 유입되어 온 키 작은 유존종인 여러 종 극지고산식물들이 분포한다. 이들 꼬마나무들은 키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개발에 의해 탐방객이 증가할 경우 사라질 위험이 크다. 이들 극지고산식물들을 보전하기 위한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 생활 문화 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 종이 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 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바로 가기 : <작은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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