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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용 밀거래로 파충류 씨 마른다

애완용 밀거래로 파충류 씨 마른다

조홍섭 2016. 07. 14
조회수 1431 추천수 0
 

유럽연합 10년 새 2천만마리 수입, 야생동물 밀거래는 주요 국제범죄로

희귀종 밝혀진 뒤 수집가 몰려…야생 포획을 인공증식으로 '세탁'도 성행

 

2LEE GRISMER.jpg» 황홀한 빛깔로 '싸이키델릭'이란 학명이 붙은 도마뱀붙이. 베트남에서 2010년 발견된 세계적 희귀종이지만 인터넷에서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LEE GRISMER

 

‘환각을 일으키는’이라는 이름을 가진 도마뱀붙이(학명 Cnemaspis psychedelica)가 신종으로 학계에 보고된 것은 2010년이었다. 꼬리와 배, 다리는 주황색이고 등과 팔은 광택이 나는 푸른색에 금빛 두건을 쓴 화려한 빛깔의 파충류였다. 

 

이 희귀한 파충류는 세계에서 베트남 남부에 있는 면적 8㎢의 작은 섬 혼 콰이에만 분포하는데, 2013년부터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 쌍에 2500~3000유로(317만~380만원)에 팔리고 있다.

 

뱀, 도마뱀, 카멜레온, 이구아나, 거북, 개구리, 도롱뇽 등 양서·파충류는 세계에서 새 다음으로 사랑받는 동물이다. 애완동물로 기르는 파충류는 종종 국내법과 국제규제를 피해 불법으로 거래된다. 야생동물 밀거래는 마약, 무기, 인신매매에 이어 4번째로 돈이 잘 벌리는 쏠쏠한 국제범죄이다.

 

문제는 거북과 대형 도마뱀처럼 일부 파충류는 수명이 긴 대신 번식률이 낮아 남획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또 작은 섬이나 특정 지역에만 서식해 남획이 종 자체를 멸종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을 보전하기 위한 규제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데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요는 급속히 늘고 있다. 이런 의도적 포획은 서식지 파괴에 이어 파충류의 종 다양성을 낮추는 주요 원인이다.

 

3LEE GRISMER2.jpg» 코뿔소와 비슷한 코뿔을 지닌 희귀 도마뱀. 스리랑카 고유종인데 인터넷에서 한 쌍에 1200유로에 거래되고 있다. Ruchira Somaweera

 

마르크 아우리야 독일 헬름홀츠 환경보전센터 박사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생물학적 보전> 최근호에 실린 리뷰논문을 통해 세계적인 파충류 거래 실태와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자들은 독일 등 유럽연합 회원국이 2004~2014년 동안 애완용으로 공식 수입한 파충류만도 2000만 마리가 넘는다고 밝혔다. 미국은 유럽보다 파충류 수입 마릿수가 3배가량 더 많다.

 

안고노카 거북은 파충류 밀거래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독특한 등딱지 무늬와 앞으로 돌출한 흉갑 모양이 특이한 이 거북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거북으로 현재 살아남은 성체는 약 250마리에 불과하다. 

 

1Hans Hillewaert_1280px-Astrochelys_yniphora.jpg»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안고노카 거북. 독특한 등껍질과 돌출한 흉갑 때문에 애완용으로 인기가 높아 자생지에서의 보전노력이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Hans Hillewaert, 위키미디어 코먼스

 

마다가스카르 북서부의 건조한 숲에서만 사는 이 육지거북은 15살이 되어야 번식을 하는데 타이, 중국, 일본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에서도 인기가 높아 밀렵이 성행했다. 1997년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이 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국립공원을 조성했지만 불법포획을 막지는 못했다.

 

2013년 방콕 공항에서는 이 거북 54마리가 압수되기도 했다. 세계 전체 개체수의 10% 이상이 밀수되던 참이었다. 환경운동가들은 심지어 거북의 등딱지에 번호를 새겨 애완가치를 떨어뜨리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정부의 부패 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P.Tansom_TRAFFIC.jpg» 방콕 공항에서 압수된 안고노카 거북. 야생 개체수 전체의 10%가 넘는 수가 랩으로 싸여 밀수되다 적발됐다. P.Tansom/ TRAFFIC

 

이 거북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 어떠한 거래도 금지돼 있는 부속서 1에 올라 있지만 불법거래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 세계의 양서·파충류는 1만 272종으로 도마뱀과 뱀 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 가운데 이 협약의 규제목록에 오른 종은 8%가량이다. 파충류의 90% 이상이 국제거래에 무방비 상태인 셈이다.

 

주기적으로 생물종의 멸종위험 정도를 평가해 발표하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파충류 1390종이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고 발표했다. 평가 대상이 전체 종의 45%이니 3종에 1종꼴로 멸종의 위험에 처한 셈이다. 

 

게다가 이 가운데 194종은 사이티스(CITES) 규제목록에 없다. 희귀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도 국제적인 규제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는 해당 종에게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수집가들이 마지막 표본을 얻으려 몰려들고 가격이 치솟기 때문이다.

 

Partygeckoadult.jpg»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큰머리 도마뱀붙이. 학술 가치는 밝혀졌지만 국제거래 규제가 이뤄지지 않아 밀렵이 성행하고 있는 종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마다가스카르 북부의 한 산지에 겨우 250마리 미만이 남아있는 오를로프 살모사((Vipera orlovi)가 단적인 예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은 가장 보전 등급이 높은 ‘위급’ 종으로 지정했지만 국제 거래는 자유다. ‘위기’ 종으로 지정된 큰머리 도마뱀붙이(Paroedura masobe) 등 마다가스카르와 뉴칼레도니아의 다양한 도마뱀부치 고유종들이 비슷한 운명에 놓여 있다.

 

국내와 국제적인 보호장치가 돼 있어도 빠져나갈 구멍은 많다. 대표적인 방법이 ‘인공증식 세탁’이다. 야생에서 포획한 파충류를 인공증식에 성공해서 얻은 것처럼 위장해서 대규모로 거래하는 방법이다.

 

M. viridis_Gruenebaumpython4cele4.jpg» 초록나무비단구렁이. 인도네시아에서 '인공 증식' 서류와 함께 널리 수출되고 있지만 대부분 야생에서 포획된 것이다. M. viridis

 

인도네시아가 수출하는 초록나무비단구렁이의 80%는 인공증식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야생에서 붙잡은 것들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연구자들은 인도네시아의 왕도마뱀과 마다가스카르의 카멜레온이 이런 방식으로 대대적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거래되는 거북의 상당수도 의심스러운 ‘인공 증식’ 인증서를 갖추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도 양서·파충류 애호가가 늘면서 2014년 44만 마리 등 해마다 수입량이 늘고 있으나, 이들 수입 동물로 인한 살모넬라 감염 등 피해가 주요 관심사일 뿐이다.

 

■ 기사에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uliya, M., et al., Trade in live reptiles, its impact on wild populations, and the role of the European market, Biological

Conservation (2016), http://dx.doi.org/10.1016/j.biocon.2016.05.01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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