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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군민 “1번만 찍어 죄송하다”

'사드 한국배치 반대 결의대회' 전국 동시다발 개최
▲ 사드 한국배치 반대 결의대회를 마치고 청계광장으로 평화행진을 하고 있다.

“불순한 외부세력은 누구인가? 사드 성주배치 결정으로 5만 군민을 죽음으로 내몰려는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이다. 죄송하다. 우리 성주군민들은 매번 1번만 찍었다. 불순한 외부세력을 우리가 끌어들인 거다. 내 손으로 저 이상한 인간들에게 도장을 찍어주다니…. 잘라버리고 싶다.”

“전자파, 꿀벌 활동 방해 참외농사 걱정”

박근혜 대통령의 ‘불순세력 색출’ 발언이 있은 다음 첫 주말인 23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린 사드 한국배치 반대 결의대회에 참석한 전영미 성주투쟁위 부위원장의 절규는 서울 하늘에 울려 퍼졌다. “20년째 참외농사를 짓고 있는데, 저기 참외 그림 위에 사드반대를 쓴 피켓을 보니…” 전 부위원장은 울먹였다. “꿀벌 실험을 봤다. 휴대폰 전자파를 쏘였더니 벌이 활동을 못했다. 벌이 수정해 주지 않으면 참외 농사를 못 짓는다. 사드와 함께 설치하는 X-밴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휴대폰보다 (세기가)적단 말인가. 이런 거짓말쟁이 대통령, 사기꾼 정부가 어딨느냐?”

▲ 참외 그림에 사드반대 구호를 적어 집회에 참석했다.

“황 총리, 아이들 탄 차 들이받고 뺑소니”

전 부위원장은 또 황교안 총리의 ‘뺑소니’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 12일 황 총리가 탄 차는 어린애들까지 타고 있는 승용차를 뒤에서 들이받고, 울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도 창문을 깨는 폭력을 행사하곤 도망갔다. 누가 죄를 지었나? 황 총리가 뺑소니를 친 게 아니냐. 그런데 지금 피해자인 일가족이 특수공무집행방해로 처벌을 받게 생겼다. 이게 말이 되나?” 언론에 발표된 것과는 정반대의 증언을 듣는 집회 참가들은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청계광장을 지나던 정모(42. 여)씨는 “저 사람 진짜 성주 사람 맞냐?”고 한 집회 참가자에게 묻곤 “사드배치와 관련해 논란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성주에 저런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다.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아 미안해진다”며 가던 길을 멈춘 채 전 부위원장의 말을 끝까지 경청했다.

▲ 전영미 사드성주배치반대 투쟁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진행된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파란리본' 전국민 가슴에 평화의 상징 되길

전 부위원장은 ‘외부세력 식별표식’으로 사용한다는 파란리본에 대해서도 놀라운 얘기를 쏟아 냈다. “사드 성주배치가 발표된 이후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성주 사람들은 농사일을 못하고 군청에 나와 집회를 한다. 매일 밤 대자보를 써 붙이고 손팻말을 만들고 머리띠를 두른다. 어느날 ‘사드는 성주에 배치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 어디에도 들어오면 안된다’는 우리의 입장을 전국민에게 어떻게 전달할까를 생각하게 됐다. ‘파란 리본을 달자’고 누군가 제안했고, 그때부터 우리는 파란리본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국민의 가슴에 평화의 상징인 파란리본이 달리는 날 사드배치는 철회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마치 세월호(참사를 상징하는) 노란리본처럼.” 연설을 마친 5명의 성주대책위 주민들은 시민들에게 준비해온 파란리본을 일일이 달아줬다.

▲ 성주군청 주차장에 설치한 천막에서 성주군민들이 평화를 상징하는 파란리본을 만들고 있다.

사드 배치의 대안은 사드 철회

이날 서울대회를 준비한 사드한국배치반대 전국대책회의 김찬수 공동대표는 지난 21일 박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했다는 ‘사드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 대안이 있으면 가져 와보라’는 발언을 소개하곤 “대안이 뭐냐? 사드 철회다. 철회만 하면 안보 불안은 사라진다. 무기를 대화로 바꾸면 평화가 온다. 대화를 통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비핵화를 논의하면 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대화만 하면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해 참가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중학교 교사인 백모(46. 남)씨는 대회가 끝나고 가는 길에 함께온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주한미군은 왜 ‘외부세력’이라고 하지 않냐. 사드가 성주에 배치된다니 다른 지역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데 이걸 외부세력이라니. 그럼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평창 사람만 가서 일하냐? 설악산에 케이블카 놓는다고 난린데 그럼 양양사람이 결정해야지 왜 정부가 (케이블카)놔라 마라 하는 거냐. 태안에 기름 유출됐을 때 왜 외부세력들에게 가서 기름 닦으라고 했나? 때려죽일 OO들 용서가 안 된다.”

비슷한 시각 성주군청 앞에서도 사드반대 11차 촛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 매일 밤 8시에 성주군청 마당에는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린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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