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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와 평화공존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6/08/29 08:37
  • 수정일
    2016/08/29 08:3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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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전현준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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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29  00: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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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정세가 한반도 날씨만큼이나 급변하고 있다. ‘떠오르는 태양’인 중국의 굴기를 두고 이를 제어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몸부림은 7월 8일 갑작스런 남한 내 사드(THAAD) 배치로 나타났다. 4강으로 둘러싸여 생존을 위해서는 신중한 대외정책을 구사해야 할 남한이 갑자기 사드를 배치한 것은 의외였다.

‘배신당한’ 중국이 아직까지는 문화적 수단을 통해 남한을 옥죄이고 있지만 언젠가는 경제적 수단을, 최악의 경우 군사적 수단까지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남한의 ‘배신’을 제어하지 못하면 미국, 일본은 물론,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몽골, 미얀마 등 수 많은 약소국들이 중국에 대들 것이 뻔하기 때문에 중국은 ‘시범케이스’로 남한을 굴복시키려 할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가까워서 군사적 압박을 강하게 받는 것 외에 경제력의 25% 정도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남한으로서는 큰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사드문제가 이렇게 빨리 시슈화 될 줄 몰랐다. 남한은 사드배치 문제를 카드로 미·중 등거리 외교를 통해 최대한의 국익을 창출하리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동북아 정세는 남한 내 사드배치 문제를 중심으로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로서는 반드시 피해야 할 국제정치적 역학구도이지만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경천동지할 사건이 벌어졌다. 8월 24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의 ‘완벽한’ 성공이 그것이다. 그 동안 네 차례의 SLBM 실험 결과에 대해 군사전문가들은 실전배치까지는 4~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북한은 그러한 예측을 ‘조롱하듯이’ 빗나가게 만들었다.

바다의 어느 곳에서든 미군시설을 공격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북한의 지대지 미사일 방어를 위해 도입하기로 한 사드 배치는 배치이유를 상실하게 되었다. 남한은 물론 미국, 일본 등도 대북 군사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환경이 발생했다. 아마도 미국과 일본은 보다 더 공세적인 대북 군사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남한, 미국, 일본 등은 북한의 SLBM 방어를 위해 사드는 물론 이지스함, 핵잠수함 등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할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경제적, 군사적 수단을 강화할 것이다. 남한은 이러한 군비경쟁의 파고 속으로 자의건 타의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2016년 국방비는 38조원에 이르렀지만 향후 국방비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드 1기로는 한반도를 방어할 수없기 때문에 2~3기는 더 구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남한, 미국,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중국·러시아 간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사드를 무력화할 수 있는 미사일은 물론, 항공모함을 포함한 이지스함, 각종 스텔스 폭격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그 틈새에서 북한은 북한대로 최첨단 군비 개발에 나설 것이고 이것은 또한 남한의 군비증강을 촉발시킬 것이다. 악순환의 ‘판도라 상자’가 열린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UN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이 고리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시 전쟁의 참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국과 일본은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심이 많은 국가들이었다. 우리에 대한 외침이 1,000여회 정도가 있었는데 중국과 일본이 500회씩 반분하고 있다. 1592년 임진왜란, 1894년 청일전쟁 때처럼 우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한반도를 두고 중국과 일본 간에 언제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 물론 아직 중국이 그럴만한 힘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우’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우리는 유념해야 한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이미 마음속으로는 한반도를 중국 영토내에 편입시켜 놓고 있다.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빌미로 언제든 한반도를 선제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은 최악의 경우에 일본편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05년 미국은 한반도를 자신의 보호막 밖으로 밀어낸 전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헌팅턴(S. Huntinton)은 일찌감치 한국을 중국 중심의 중화문명권으로 편입시켜 놓았다.

정책당국자들은 우리민족의 안보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있고 신속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조선시대까지 주로 중국에 편승(bandwagoning)해서 안보를 유지했다. 중국과의 ‘조공책봉 외교’를 통해 우리의 삶의 터전을 지켜왔다. 이로 인해 중원의 중국이 약화되면 우리는 상상도 못할 피해를 봐야 했다.

물적 피해는 물론 인적 피해는 참담한 지경이었다. 특히 여성들의 피해가 극심하여 ‘환향년’, ‘성노예’ 등의 용어가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지경이다. 우리의 안보를 지켜주겠다던 일제가 패망하면서 우리 민족은 분단되고 말았다. 지금은 미국에게 편승하여 안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역사적 교훈은 우리 민족의 안보는 우리 민족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민족 스스로 안보를 지키려면 민족의 단합이 첫째 조건이다. 민족분열은 필연적으로 외세를 불러들여 오게 된다. 남북분단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외세가 우리 민족을 농락하고 있는가?

따라서 민족통일은 필수이다. 통일이 되면 통일국가의 국력은 독일, 프랑스, 영국, 터어키, 이란 등에 버금가는 국가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통일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당장 통일하기에는 남북한이 너무 멀리 벌어져 버렸다. 그 간극을 좁히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방해세력도 너무 많다.

남북 간 전쟁을 피하는 길은 남북한 평화공존이다. 현실적으로 ‘북한 붕괴 및 흡수’나 ‘남한 적화’는 불가능하다. 혹자는 최근 고위탈북자가 증가한 것을 두고 북한붕괴가 임박하여 곧 통일이 올 것처럼 진단하지만 ‘연목구어’이다. 1990년대 이후 김정민, 고영환, 현성일, 황장엽, 장승길, 성혜랑, 이한영 등 최고위층 및 로얄패밀리까지 탈북했지만 유일체제는 건재하고 있다.

북한체제가 건재한 이유는 강한 통제로 대안세력이 없는 것도 한몫 하지만 6.25전쟁으로 인한 ‘미국 공포심’과 이후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등으로 인해 ‘미국 공포심’이 ‘김정은 공포심’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승냥이 공포심’은 남한의 ‘빨갱이 공포심’을 추월한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북한붕괴를 정말 원한다면’ 미국과 남한의 대북 정책 전환을 통해 북한의 ‘대미공포심’을 약화시키는 것이 필수이다. 그리고 남한체제의 북한체제에 대한 절대적 우위로 인해 북한의 ‘적화통일’또한 불가능하다. 북한도 ‘정말 적화통일을 원한다면’ 대남 정책 전환을 통해 남한의 ‘빨갱이 공포증’을 약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두 가지 모두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북한은 SLBM까지 보유한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이제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한숨 돌렸을 것이다. 남한으로서는 비록 북한이 핵무기와 SLBM을 보유했다손 치더라도 한미연합전력으로 얼마든지 제어해 낼 수 있다. 안보적 균형이 어느 정도 달성된 상황에서 남북한이 해야 할 일은 어느 강대국의 논리에도 놀아나지 않는 민족자주적 평화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민족자주라고 해서 주변국과 완전히 결별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남북한이 직접 만나 상호 평화공존을 약속하고 이것을 남북한이 주변국에 설명하여 동의를 얻어 내는 것이다. 특히 남북한이 ‘북한 핵개발 중지’와 ‘남한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를 합의하고 이것을 주변국으로부터 추인을 받는 것이다.

기존의 ‘2+4 체제’이지만 하수상한 정세하에서 남북한이 외세에 의한 전쟁을 예방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유지해보자는 일개 학자의 외침이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1953년생으로서 전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통일연구원에서 22년간 재직한 북한전문가이다.
2006년 북한연구학회장 재직 시 북한연구의 총결산서인 ‘북한학총서’ 10권을 발간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 동안 통일부 자문위원, NSC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민화협,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였다.
현재는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김정일 리더쉽 연구」, 「김정일 정권의 통치엘리트」, 「북한 체제의 내구력 평가」, 『북한이해의 길잡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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