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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곡을 GMO로 생산하는 나라는 없다

쌀을 GMO로 재배한다면 발병한계까지 섭취하는 기간 대폭 줄어들어
▲ 국내 GMO 시험재배 현장(사진출처: KBS 화면 캡쳐)

2015년 9월 농촌진흥청은 유전자조작벼 상용화를 위한 안전성심사를 신청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가 전국민적인 저항을 받았다. 결국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GMO를 상용화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그들의 이런 발표를 끝으로 GMO를 재배하겠다는 의지가 영원히 사라졌을 리는 없다. 그래서 오늘은 왜 우리 땅에서 GMO를 재배해서는 안되는지 딱 2가지 이유만 설명하겠다. 그 외에도 많은 이유가 있지만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끔찍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현재 세계에서 GMO를 재배하는 나라는 28개국이다. 중간에 한 번 29개국으로 늘어난 적이 있지만 지난 7-8년 동안 GMO를 재배하는 국가는 전혀 늘어나지 않고 제자리인 상태다. 물론 이 통계는 아주 가끔 틀릴 때가 있다. 왜냐하면 이 통계는 GMO를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 GMO 종자를 만들어서 파는 기업들이 돈을 내서 만든 집단이기 때문에 약간의 과장이 섞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이 과장을 과장이라고 하지 않고 정보 수집 상의 실수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 통계를 인용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통계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적어도 그들의 주장을 근거로 문제점을 설명하기 쉽기 때문이다. 어쨌든 28개국에서 멈춘 채 GMO 재배국이 더 이상 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2008년 이후 환경단체 등과 함께 진행된 GMO-free 선언 운동에 동참하는 국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GMO를 재배하던 국가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제초제내성 GMO종자는 글리포세이트계열 제초제만을 2~3번 뿌리면 된다고 알려진 종자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 제초제만 지속적으로 몇 년 간 뿌린 결과 이 잡초들이 글리포세이트계열 제초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었다. 

▲ 사진출처: wocomoDOCS 유투브 화면 캡쳐

GMO종자는 대부분 특허종자이기 때문에 엄청난 로열티를 내야 한다. 알려진 바로는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80배까지 종자값이 올랐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비싼 제초제내성 GMO종자를 심는 이유는 다른 일반개량종자보다 제초제를 뿌리는 횟수가 줄어들어 생산비 절감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리포세이트계열 제초제에 죽지않는 잡초가 생겨났다. 이쯤되면 농민들은 이 잡초를 없애기 위해 그 전에 써오던 제초제를 다시 추가로 뿌려야 한다. 그러니 당연히 생산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살충성 GMO종자도 마찬가지이다. 특정 벌레를 죽이는 살충성 GMO종자로 인해 벌레가 생기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 벌레가 사라지자 그 벌레와 천적인 벌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과는 마찬가지다. 비싸게 로열티까지 낸 종자를 심었는데 다시 다른 살충제를 더 뿌려야 하고 결국 생산비는 다시 올라가지 시작했다. 이쯤 되면 GMO종자를 심어왔던 농민들이 후회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2015년 GMO종자가 상업적으로 재배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GMO 재배면적이 줄었다. 물론 몇 년 더 관찰해야 이것이 추세인지 일시적 현상인지 판단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처음으로 재배면적이 줄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임에는 틀림없다.

이제 GMO 종자를 생산해서 판매해 오던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그들은 위기를 느낄 것이다. 재배국가는 늘지 않고 재배하는 국가에서 재배 면적도 줄어든다면 그들은 그들의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나서서 GMO 재배를 할 수 있다고 발표하는 국가가 나온다면 그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이라는 기대를 가지기에 충분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GMO 벼 재배를 시작한다면 말이다. 농촌진흥청은 우리가 직접 개발한 GMO종자이니 로열티 걱정도 안해도 되고 좋다고 설명하지만 일단 재배국가가 되기 시작하면 이런 말은 절대 성립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GMO벼만 재배하고 다른 나라 기업에서 개발한 다른 GMO종자는 재배하지 않아도 된다? 그건 그냥 우리의 희망사항이다. 지금 GMO종자를 개발하는 기업은 대부분 미국에 몰려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한미FTA라는 무서운 협정이 있다. 무역장벽이라고 느껴진다면(!) 법 위반이 없어도 기업이 직접 상대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비위반제소가 버젓이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 바로 한미FTA이기 때문이다. 한미FTA협상 당시 이 비위반제소의 법적 근거의 빈약함에 대해 얼마나 많은 우려를 했던가? 당시 민주노동당과 많은 학자들의 이런 우려를 정부가 어떻게 무시했는지 기억해 보시라! 무역장벽이라고 기업이 느끼기만 하면 제소가 가능한 이런 제도는 마치 그런 감만 있으면 처벌이 가능한 국가보안법이나 다를 바가 없다. 한 번 심기 시작하면 29번째 GMO 재배국이 될 것이고 이제 GMO 천국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나라는 절대 GMO종자를 심어서는 안된다.

▲ 사진출처: KBS 화면 캡쳐

우리나라가 GMO벼를 재배해서는 안되는 두 번째 이유는 그것이 우리나라의 주곡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GMO를 재배하는 미국도 자신의 주곡인 밀은 GMO 밀을 재배하지 않는다. 기술이 없어서? 아니다. 이미 2000년에 그 기술은 개발되었고 2002년 재배를 시도했지만 국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포기했다. GMO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20년 동안 먹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흔히들 주장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그동안 재배된 GMO인 콩, 옥수수, 유채, 면화 등은 주곡이 아니기 때문에 그 섭취량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동물실험과는 달리 사람이 발병의 한계까지 섭취하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런데 만약 실험을 하는 작물이 주곡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섭취량에서부터 현저한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밥을 먹어야 사는 민족이고 쌀이 주식인 나라이다. 농업에 관한 기본법인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 제14조에서 농식품부장관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5년마다 세워야 하고 그 내용에는 쌀 소비 확대를 위한 시책을 포함하도록 의무지우고 있다. 그런데 그런 나라에서 벼를 제일 먼저 GMO종자로 바꾼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지금까지 GMO를 재배해온 28개국 어디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 바로 주곡을 GMO로 재배하겠다는 시도를 우리나라는 기업도 아닌 정부가 앞장서서 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경악할 만한 일이다.

가뜩이나 밥 대신 수입밀로 만든 가공식품을 먹는 문화가 횡행하는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어도 이미 문화가 되어버린 문제를 해결하기 난망이다. 우리나라의 주곡을 쌀이 아니라 수입산 밀로 바꿔야겠다는 결심이 아니라면 절대 시도조차도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민약 앞으로도 계속 GMO벼 연구를 계속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헬조선이다. 

 

김은진교수 고려대학교 법학 박사.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농촌진흥청 유전자변혁농산물 전문가 심사위원회 심사위원. 국립수산과학원 유전자변형수산물전문가심사위원회 심사위원, 한국농수산식품의약법학회 이사

김은진 교수  news@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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