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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비서실장보다 센 민정수석?” 끝까지 국회 무시한 우병우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6-10-21 20:03:37
수정 2016-10-21 20: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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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뉴시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야가 함께 '최후통첩'까지 보내며 우 수석에게 거듭 기회를 줬지만 모두 무시하고 불출석한 것이다. 이에 여야는 우 수석에 대한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5시경 청와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 도중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우 수석과의 통화 내용을 통보받았다"며 "우 수석은 국회 운영위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오늘 출석할 수 없음을 밝혔다. 불출석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우 수석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운영위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운영위는 우 수석의 출석을 요구하며 오후 4시 반까지 최종 입장을 밝혀 달라고 청와대 측에 요구했다. 이에 청와대에서 김재원 정무수석에 이어 이 비서실장이 직접 전화통화를 통해 우 수석의 입장을 확인했고, 우 수석은 끝내 출석을 거부했다.

각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우 수석은 지난 19일 운영위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본인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비서실장이 당일 운영위 참석으로 부재중인 상황에서 국정 현안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업무적 특성이 있다"며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해 부득이 참석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가운데 21일 이원종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국감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가운데 21일 이원종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이 국감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여야, 우병우에 고발 등 법적 후속조치 예고

우 수석이 불출석한 데 대해 운영위는 국회법에 따른 후속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법 절차에 따라 국회 차원에서 고발을 비롯한 여러 가지 책임을 묻는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며 청와대를 향해 "이점을 우 수석에게 통보해달라"고 밝혔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12조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없이 불출석한 증인이나 감정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당초 야당은 우 수석이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하자는 데 공감하고 있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동행명령을 거부할 경우에도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여당이 동행명령장 발부를 거부하고 있고, 동행명령장을 발부해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불출석에 따른 고발 수준의 조치가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감 도중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 수석의 불출석 통보에 대해 "법 위에 군림하는 민정수석, 비서실장보다 더 센 민정수석"이라며 "국회를 무시하고 청와대의 출석 권유를 무시한 대단히 오만불손한 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더 이상 동행명령장 발부를 둘러싸고 국회 내 파행을 거듭하기 보다는 여야 합의로 고발에 이르는 게 더 적절하다는 판단을 했다"며 "대한민국 사법기관을 지휘감독하는 민정수석이 어떤 형태로든 처벌받는 초유의 사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원내대표도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민정수석이 불출석한 것은 강하게 문제가 있다는 데에 인식을 공유하고, 국회법에 따라 후속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운영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민의당 입장은 동행명령장 발부를 가결해서 집행하자는 것"이라며 온도차를 보이면서도, "만약 끝까지 안 나오면 고발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우병우에 쏠리는 '사퇴 압박'

우 수석의 국감 불출석은 지난 2015년 1월 '정윤회 스캔들'이 불거질 당시 벌어진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항명' 사태를 연상케 한다. 당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핵심 인물로 꼽히던 김 수석은 여야 합의에 따라 운영위 출석을 요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불출석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출석하라'는 지시마저도 '항명성 사퇴'로 정면 거부했다.

이에 따라 우 수석의 향후 거취 역시 주목되고 있다. 우 수석은 최근 각종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야당으로부터 끊임없이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게다가 운영위 국감 불출석에 따라 고발이 될 경우 법적·정치적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우 수석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인 정우택 의원은 우 수석이 불출석한다는 최종 입장을 밝힌 직후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통해 "비서가 대통령을 보호하고 대통령에게 미칠 위험을 온몸으로 막는 것이 정상이지 어떻게 비서실장도 출석하는 국감에 일개 수석이 출석을 거부한단 말이냐"고 질타한 뒤 "자연인 신분으로 공정하게 검찰 수사를 받고 그 결과를 통해 본인의 억울함을 푸는 것이 떳떳할 것"이라고 사퇴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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