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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 갖다주라” 박 대통령 녹음파일 나왔다

 

[아침신문솎아보기] 박지만의 탄식 "정윤회 문건 때 문고리 정리하고 최순실 멀리할 수 있었는데"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6년 11월 10일 목요일
 

“이재만도 ‘논현동 靑회의’ 참석”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자신의 논현동 사무실에서 ‘대통령 보고자료’를 놓고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진 ‘논현동 청와대 회의’ 초기에 이재만 당시 청와대 총무 비서관이 참석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서울신문이 보도했다.

이 모임은 정호성 당시 제1부속실장이 30cm가량 두께의 ‘대통령 보고 자료’를 매번 들고 왔다고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폭로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최씨 측근 그룹과 가까운 A씨는 9일 서울신문에 “정권 초기 최씨 사무실에서 열렸던 측근 그룹회의를 자신들은 ‘청와대 회의’라고 불렀다”면서 “정호성 비서관이 계속 문건을 들고 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초기 멤버는 분명히 이재만 비서관이었다”고 밝혔다.

A씨는 “이 회의가 수시로 열리기도 했지만 일부 언론 보도처럼 매일 열린 것이 아니라 주로 매주 하루 정해진 날 열렸으며 보통 2~3시간가량 열려 9~10시쯤 끝났지만 가끔은 11시가 넘어서도 끝났다”고 덧붙였다.

 

▲ 서울신문 10일자 14면.

서울신문은 “이 회의는 성격에 따라 참석자가 조금씩 바뀌었지만 최씨 외에 차은택‧고영태씨 등은 거의 고정 인물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며 “최씨 핵심 그룹들은 이 회의를 ‘청와대 회의’라고 부르면서 뒤에 자신을 소개할 때 ‘청와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최씨는 자신의 논현동 사무실에서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대통령의 스케줄이나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는데 일종의 대통령을 위한 자문회의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A씨의 증언이 사실일 경우 이재만 전 비서관은 구속 수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최순실씨에게 보여주라”

검찰이 정호성(47‧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을 “최순실씨에게 보여주라”고 지시하는 내용을 담은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녹음 파일엔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에게 “자료를 최순실씨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들으라”고 말하고,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문건을 보냈다”고 말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 조선일보 10일자 14면.

조선일보는 “정 전 비서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수사팀이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이 같은 녹음 파일을 제시하자 ‘대통령의 지시로 최씨에게 문건을 전달한 게 맞다’며 기밀 누설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이 워낙 업무가 많았기 때문에 수면이 늘 부족했고 비몽사몽간에 전화를 받아도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빠뜨리는 일이 없도록 모든 통화를 자동으로 녹음하는 기능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최순실, 카지노까지 손댔나?

세계일보는 최씨가 영종도 외국인 카지노 사업에도 손을 댔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씨가 관여한 여러 사업 내용을 잘아는 A씨는 9일 세계일보 기자와 만나 “영종도 카지노 사업에서 GKL(그랜드코리아레저)과 B사 측이 최씨와 접촉을 했었다”며 “B사는 최씨 아버지인 최태민씨와의 인연으로 최씨와 친분을 맺게 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최씨가 영종도 외국인 카지노 이야기를 꺼내면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 세계일보 10일자 12면.

 

 

B사 측은 “2012년부터 영종도에 있던 외국인 카지노의 이전과 복합리조트 개장을 준비해왔다”며 “최씨는 알지도 못하고 접촉한 사실도 없다. 우리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최씨가 영종도 카지노 사업에 관여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최씨 측이 GKL에 장애인 펜싱팀 창단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가 카지노업계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최씨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종 전 문체부 차관 등을 동원해 GKL이 장애인 선수단을 창단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자신의 개인 회사인 더블루K가 선수단 관리 대행사로 지정되도록 해 이권을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우병우 민정수석실, 차은택 비리 캤는데 후속조치 없었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지난해 차은택(47)씨의 이권 개입과 인사 개입에 대한 내사를 벌여 구체적인 비위 단서를 찾았지만 청와대가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관련자 증언이 나왔다고 동아일보는 보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은 아프리카픽쳐스나 모스코스 등 차씨가 이끌던 회사의 대기업 및 정부 부처 일감 수주 문제점에 대한 증언과 자료를 수집해 복수의 대기업에서 구체적 자료까지 확보했다.

민정수석실은 차씨가 문체부 산하 고위직 인사 등에 개입한 의혹에 대해서도 문체부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동아일보 10일자 20면.

동아일보는 “청와대 주변에서는 우 전 수석 산하의 민정수석실이 차씨를 내사하기 시작하면서 미르재단 등으로 차씨와 깊이 연관된 안종범 전 수석과 우 전 수석 사이에 깊은 갈등이나 긴장 기류가 조성된 적이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며 “하지만 차씨의 비위 의혹이 수집된 자료가 어디까지 보고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조사가 이뤄졌다면 결과가 민정수석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있다. 민정수석실이 차씨의 비위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우 전 수석에게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세월호 7시간’ 朴 성형 시술? “사실 아냐”

최순실씨 모녀가 자주 다녔던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 청와대가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조선일보는 병원 원장 김아무개씨(56)의 아내 박아무개씨(47)를 인터뷰했다.

박씨는 “최씨와 딸 정유라씨가 병원에 자주 온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과는 공식 행사에서 본 게 전부이고, 피부관리나 미용시술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는 의료기기 업체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를 맡으면서 병원 일도 거들어주고 있고 박씨의 남동생도 같은 건물에서 화장품 업체 존제이콥스를 운영하고 있다.

 

▲ 조선일보 10일자 14면.

앞서 JTBC는 “이 성형외과 병원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순방에 세 번이나 동행했고 이 병원 제품이 청와대의 명절 선물세트로 들어갔다”며 청와대 특혜 의혹을 제기했고, 이 병원이 해외 진출을 하는데 청와대 인사가 개입했다 진출에 실패하자 바로 교체됐다고 보도했다.

 

박씨 남매는 “최씨가 ‘최보정’이라는 가명을 사용했기 때문에 당시엔 그가 최순실씨인지 몰랐다”며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파동이 일어나고 나서야 인터넷에 나온 사진을 보고 최순실씨인 걸 알았다”고 밝혔다. 

박씨 남매는 특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대통령 해외 순방에 대해서는 “소규모 업체 중에 대통령 순방을 10번도 넘게 간 데도 있다. 우리는 어렵게 특허 낸 기술을 들고 정당하게 선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불거진 의혹 가운데 하나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동안 보톡스 시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박씨는 “일부 언론에서 ‘세월호 7시간’ 의혹과 우리를 엮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당일 김 원장은 인천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전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밝혔다.

조선 ‘양비론’, 한겨레 ‘야당 지지’

야당이 “국회에서 국무총리를 추천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했다. 야3당 대표는 국회 회동에서 박 대통령 제안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고 오는 12일 촛불집회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언론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겨레는 “대통령이 권력을 내려놓을 분명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회가 국무총리를 추천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국민과 함께 대통령의 가시적이고 분명한 후퇴를 요구하는 건 옳다”고 밝혔다.

 

▲ 한겨레 10일자 사설.

한겨레는 “박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을 내려놓으라는 게 국민 요구인데, 청와대는 여전히 헌법을 들먹이며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굽히질 않는다”며 “대통령 지휘 아래 책임 총리를 하겠다는 발상을 버리질 않으니, 권력에 대한 집착 하나만은 평가해줄 만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야당에 대해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국정 2선 후퇴와 새누리당 탈당에 대해 분명하게 말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도 문제지만, 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당략에 빠져 있는 야당은 국정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힐난했다.

 

▲ 조선일보 10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야당이 이러는 것은 촛불 민심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며 “거국내각이 수립돼 국정이 수습되는 것을 원치 않는 지지층에 영합하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분노하지만 나라 걱정도 함께 하는 국민은 쳐다보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朴 조카 “고모는 왜 나를 안 부르지”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는 10일 “박지만의 고통”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심경을 전했다.

박 기자에 따르면, 박지만 회장은 지난 초여름 지인들에게 “최순실이 하는 꼴 때문에 큰일이 터질 것 같아. 그런데 누나는 최순실이 하는 짓은 괜찮고, 진짜 충성하는 사람들은 버리고 있으니”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세현(박지만의 장남, 박 대통령의 조카)이가 내게 ‘고모는 왜 나를 안 부르지’하고 물어봐서 ‘고모가 바빠서 그래’라고 궁색하게 넘겼는데”라고도 했다.

 

▲ 중앙일보 10일자 박보균 대기자 칼럼.

박 회장은 “누나가 나를 안 부르겠지만 불러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는다”,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2014년 정윤회 문건 시기) 문고리들을 정리하고 최순실을 멀리할 수 있었는데”라고 후회했고, 올해 초 지인들에게는 “대통령이 고집이 세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 일당들이 누나를 고집 세게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보균 대기자는 “청와대는 궁정이 됐다”며 “최순실과 3인방들의 세상은 확장됐다. 그들은 장막을 쳤다. 그들은 그 뒤에서 활개쳤다. 대통령의 공간을 독점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과 장관‧수석의 독대는 희귀해졌다”며 “청와대의 작동 방식은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박 대통령은 세상 물정과 멀어졌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에 사설 반응은?

주요 언론들은 미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의 외교 당국이 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일 것을 주문했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동맹을 합리적으로 재설정하고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찾는 일”이라며 “박근혜 정부 들어 우리나라가 사실상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하고 있는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 핵 문제는 미국의 새 정권 초기에 협상 틀을 만들지 못하면 해결이 쉽지 않다는 각오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향신문도 “한국은 이 예측 불가능성이란 새로운 도전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그의 등장은 한반도 안보를 미국의 대북정책에 종속시키고 미·중 갈등의 하위 변수로 전락시킨 박근혜 대통령의 실책을 바로잡을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안을 마련, 주변국을 설득하는 주도적 역할은 바로 한국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도 “앞으로 두 달여 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핵심 진용이 짜인다”며 “이들과 긴밀한 대화 채널을 신속하게 구축해야 한다. 트럼프의 동아시아 및 한반도 정책에서 우리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동앙일보 10일자 사설.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국면에서 한국의 리더십 공백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한국의 미래는 불확실성으로 접어들었으나 국가 리더십이 진공 상태”라며 “향후 6개월은 트럼프 백악관에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할 ‘골든타임’이지만 당장 트럼프 당선인과 한국 대통령의 축하 전화 통화가 이뤄질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라가 온통 ‘최순실 파문’에 휩싸여 외교·안보 지휘체계까지 흔들리는 등 국정이 마비 상태에 빠져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국정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대처가 쉽지 않은 국면이지만 지금 한국은 리더십조차 공백 상황”이라며 “당장 누가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지, 전화를 걸어와도 누가 받아야 할지조차 불분명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불참 결정이 상징하듯 그게 박 대통령이 아니라는 건 국민적 컨센서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의 컨트롤타워를 정비하는 일이 급선무인 까닭”이라며 “실권을 가진 책임 총리를 뽑아 하루속히 내치와 외치를 포함한 모든 국정을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10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머리기사 제목 모음

<경향신문 : 미국이 뒤집어졌다… 전 세계 ‘충격’>
<국민일보 : ‘美 우선주의’… 전 세계 충격과 공포>
<동아일보 : ‘미국 우선주의’ 세계 강타한다>
<서울신문 : ‘트럼프 스톰’ 세계를 덮치다>
<세계일보 :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 세상을 뒤집다>
<조선일보 : 앵그리 화이트, 미국을 뒤엎다>
<중앙일보 : 아웃사이더, 워싱턴을 점령하다>
<한겨레 : 트럼프 쇼크… 전세계 패닉>
<한국일보 : 트럼패닉… 세계가 불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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