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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재소장, 데드라인 제시... '총사퇴' 배수진 박 대통령 대리인단
17.01.31 10:00l최종 업데이트 17.01.31 10:0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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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임 앞둔 박한철 헌재소장 마지막 탄핵심판 주재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9차 변론'을 주재하고 있다. |
ⓒ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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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은 9인의 재판관이 참여하는 치열한 논의를 거쳐 도출되는 것이어서 재판관 각자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재판관 1인이 추가 공석이 되는 경우 이는 단지 한 사람의 공백이란 의미를 넘어서 심판 결과를 왜곡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사건 심리와 판단에 막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 구성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늦어도 3월 13일까지는 이 사건의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할 것입니다."
논란이 됐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리 9차 변론에 앞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밝힌 모두 발언 중 일부다. 31일 퇴임하는 박 헌재소장의 발언에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즉각 반발했다. 박 대통령의 방어권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대리인단은 박 헌재소장을 향해 "3월 13일 이전에 선고돼야 한다는 취지냐"고 반문하며 공정성에 깊은 불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중대 결심을 할 수도 있다"며 헌재를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대리인단 측이 언급한 '중대 결심'이란 변호인단의 총사퇴를 의미한다. 헌재가 박 대통령의 방어권을 인정하지 않고 탄핵심판에 나설 경우, '각종 헌재 심판 절차에서 당사자인 사인(私人)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못하면 심판 수행을 하지 못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25조 3항에 근거해 변호인단의 일괄 사퇴로 맞서겠다는 뜻이다.
탄핵심판 데드라인 제시한 헌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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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임 앞둔 박한철 헌재소장 마지막 탄핵심판 주재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9차 변론'을 주재하기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박 헌재소장은 오는 31일 퇴임하게 된다. |
ⓒ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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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헌재소장이 정치적 논란을 감수하면서 탄핵심판의 데드라인을 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25일의 모두 발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박 헌재소장은 "국가적으로 매우 위중한 탄핵심판 사건이 소장이 없는 공석 사태로 불가피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한 분의 재판관도 한 달 보름여 뒤인 3월 13일 임기 만료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탄핵심판 판결이 재판장의 공석으로 인해 왜곡될 수 있는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박 헌재소장의 발언은 오는 3월 13일 임기가 끝나는 이정미 재판관을 의식해서다. 만약 그때까지 탄핵심판이 결정되지 않으면 2명의 재판관이 공석인 가운데 7명만으로 탄핵심판을 진행해야 하는 기형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탄핵심판의 과정과 절차에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됨은 물론이고 그에 따른 헌법적 위기와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박 헌재소장이 3월 13일 전 탄핵심판 결정을 강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헌재의 약점은 박 대통령 측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이미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차고 넘친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민주권과 대의민주주의를 파괴한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 행위가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헌재의 재판관 공석 사태는 박 대통령 측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명의 재판관이 공석인 가운데 진행되는 탄핵심판이 누구에게 유리한가는 물어볼 필요조차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확률적으로 보더라도 탄핵 인용의 가능성은 줄어드는 반면 기각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동안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탄핵심판을 지연시켜온 실질적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탄핵심판을 최대한 끌면서 재판관 부재에 따른 반사이득을 챙기고, 박사모 등 보수세력의 탄핵반대 집회를 통해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엿보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 측의 기본 전략이었다. 대리인단 측이 박 헌재소장의 발언에 총사퇴 가능성을 거론하는 한편 또 다시 무더기 증인신청으로 공개변론 기일을 늘린 것도 이같은 지연전략의 연장선이다.
문제는 대리인단 측의 지연책이 비단 이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령 대리인단 측이 소재가 불분명한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에 대한 증인신청을 공개변론이 마무리되는 오는 2월 9일 이전에 하게 되면 변론 기일은 또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개변론이 끝난 이후 박 대통령이 직접 심판정에 출석하는 방법도 있다. 박 대통령이 출석하겠다고 밝히는 순간 탄핵심판은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탄핵 결정 역시 그만큼 미뤄지게 된다.
그런 면에서 박 헌재소장의 발언은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왜 그럴까. 박 헌재소장은 보수적 성향이 강한 인물로 통한다. 공안 검사 출신인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와 미네르바 사건 등의 수사를 지휘한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울광장 추모 행사의 차벽 봉쇄 위헌 판결(위헌 7, 합헌 2)에 합헌 의견을 낸 바 있으며, 지난 2014년 12월 19일에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결정에 합헌 의사(합헌 8, 위헌 1)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2014년 10월 4일 '통진당 해산 판결-연내 선고'라고 적혀있는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그만큼 박 헌재소장은 보수성이 강한 인물로 손꼽힌다. 그런 그가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지연전략을 비판하며 3월 13일 이전에 탄핵심판 결정이 나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보수적 성향을 지닌 박 헌재소장조차도 재판관 공석에 따른 탄핵심판 과정의 왜곡과 그에 따른 헌법의 위기를 직시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박 헌재소장의 발언은 탄핵심판에 속도를 내고 있는 헌재의 기본적인 방향과도 부합한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 의결 직후부터 신속한 탄핵심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온 터였다. 헌재가 휴일도 반납한 채 탄핵심판에 매달려온 것도, 탄핵심판은 형사소송과는 다르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대리인단 측의 지연전략에 "형사재판 하듯 하지 말라"며 브레이크를 걸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각계각층에서 '4말 5초' 벚꽃대선을 예상하고 있는 것도 헌재의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헌재가 이미 공개적으로 밝혔듯이 탄핵심판은 범죄의 증명이 최우선인 형사재판과는 궤를 달리한다. 즉 탄핵심판은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의 정도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데 있어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가치판단의 성격이 강하다. 민주주의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 사례들을 통해 직무 수행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양쪽 사건 관계자에게 당부 말씀드립니다. 이 사건이 절차적 공정성과 엄격성을 지키면서 가능한 한 신속한 종결을 위하여 절차 진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퇴임하는 박 헌재소장은 탄핵심판을 길게 가져갈 이유와 명분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헌재의 책임이 더 커지고 무거워졌다.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는 박 대통령 측의 지연전략에 헌재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국가와 국민은 더 불행해진다. 공정성과 엄격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헌재가 신속하게 탄핵심판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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