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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농부 21-마치는 글] '농부의 나라'를 지키는 '독일의 농부'
17.02.08 21:08l최종 업데이트 17.02.08 21:08l
한국의 농부들은 '쌔가 빠지게' 농사를 짓는다. 독일의 농부들도 '뼛골 빠지게' 농사를 짓는다. 한국의 농부들은 '쌔가 빠지게' 일해도 농업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 '뼛골 빠지게' 일하는 독일의 농부들도 농업만 하지는 않는다. 가공을 하든, 농박(農泊)을 하든 '두 다리 이상 겸업을 한다.
한국이나 독일이나 농부의 삶은 이토록 본질적, 구조적으로 고단하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농사의 속성, 농부의 운명으로 보인다. 그래서 한국의 농부들은 결코 자식들에게 농사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 비록 도시 자본주의의 월급쟁이 노예 신세가 될지언정 도시로 자식들은 내몬다. 그게 농부의 삶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독일의 농부들은 다르다. 농업을 가업으로 귀하게 여긴다. 반드시 자식에게 농사를 물려준다. 장남이 못하면 차남이 아들이 없으면 딸이 물려받는다. 자식들도 중학교부터 농업학교에 다니며 당연하다는 듯 농부가 될 준비를 한다. "농부가 농사를 게을리하면 농촌경관이 어떻게 망가지나 보라"며 당당히 대정부 시위를 벌인다. 죽어서는 '자랑스러운 농부'였다며 죽어서도 무덤의 묘비에 새긴다.
평소 몹시 의아하거나 궁금했다. '쌔가 빠지거나', '뼛골이 빠지거나' 농사일이 힘들기는 선진국 독일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그것도 한국 보다 농가당 농지가 40배나 더 넓고 농사기술도 더 우수하고 EU라는 큰 시장도 갖고 있는데 소득 수준은 한국 농부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단다. 그럼에도 한국의 농부들은 이토록 초라하고 불행한데, 독일의 농부들은 왜 이토록 당당하고 행복한가. 대체 독일 농부들의 자부심은 대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가.
농부의 자존감과 자부심을 지켜주는 '농부의 나라'
그래서 2014년 농촌공동체연수, 2016년 친환경농업연수로 독일 농부의 삶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그러자 의문이 풀렸다. '뼛골 빠지는 독일 농부'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독일 농부, 행복한 독일 농부도 사실이었다. 비결은 단순명쾌하다. 독일의 농부들은 혼자가 아니었다. 직불금을 받는 가족농끼리 협동조합으로 협동하고 농업회의소를 통해 자치하고 있었다. 국가와 정부, 국민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었다. 독일의 농부 곁에는 늘 농부의 삶을 챙기고 보살피는 국가와 정부가 있었다. 그리고 농부들의 생활을 걱정하고 지켜주는 국민들이 있었다.
비단 독일 뿐 아니었다.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 EU(유럽연합)의 회원국들은 대개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같은 '농부의 나라, EU'의 중심, 독일도 농업이 쇠락하기는 마찬가지다. 농림업 생산총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에도 못 미친 지 오래다. 농민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2%도 채 안 된다. 그렇다고 국제경쟁력을 이유로 대농과 기업이 농업을 주도하지도 않는다. 독일의 농업경영체는 가족농이 90%를 차지한다. 나머지 10%도 가족농들이 모인 생산자조합(Gemeinschaft), 농업협동조합(Genossenschaft)이다.
독일의 가족농은 평균 50~60ha의 농지에서 농사를 짓지만 연평균 5만 유로의 농가소득을 얻을 뿐이다. 그나마 세금 등을 제한 농업소득은 약 3만 유로에 불과하다. 도시 급여노동자의 80% 수준이라고 한다. 그나마 60~70%는 정부가 보전해주는 직불금 수입이다. 직불금으로 소득을 보전받지 못한다면 농사만으로는 연간 1만 유로도 못 버는 셈이다. 한국 농부의 농가당 연평균 농업소득 1100만 원과 큰 차이가 안 난다.
그럼에도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은 '농부들이 농촌에서 능히 먹고살 수 있는 농부의 나라'로 불러 마땅하다, 그토록 돈이 안 되는 저부가가치 농사,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농업으로도 농부들이 농촌을 지키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우선 농부들 스스로 농업을 공업이나 상업, 서비스업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1차 농업이 부실한 6차 융복합농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기농업, 동물애호적 축산, 로컬푸드, 생태경관 등 농부로서의 기본적 도리와 책무를 엄수한다. 소비자 국민을 속이거나 배신하지 않는다. 농산물을 상품화하거나 농업을 기업화해서 억대농부가 되려는 헛된 욕심도 없다. 농민들이 '농촌에서 정직한 농사를 짓고도 먹고 살 수 있도록' 유럽연합(EU), 독일정부, 주정부가 직불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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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와 후계농 아들이 180ha를 농사짓는 <카이센호프 육우농가> |
ⓒ 장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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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경관직불금으로 농민 기본소득의 효과를
이렇듯 '농부의 나라'로 가는 열쇠는 직불금이다. 사실상 농민 기본소득의 효과를 발휘한다. 독일의 농가마다 지급되는 직불금은 연평균 4000만 원 수준이다. 농가소득의 60%가 넘는 수준이다. 알프스 산악지대로 농사 조건이 불리한 스위스는 90%가 넘는다. 일단 경작농지 규모에 따라 소농은 2000여 만 원 정도, 대농은 3~4억 원 넘게 책정된다. 여기에 조건불리, 친환경농업, 청년, 소농 여부에 따라 직불금이 추가로 가산, 증액 지급된다. 특히 '청년 농업인'을 우대해 기본직불금에 25%를 추가 증액 지급하고 공유지 임대, 농업 시설물 설비 보조금 등도 따로 지원할 정도다.
이 같은 직불금 규모는 EU 농정예산의 70%가 넘는다. 사실상 EU 공동농업정책(Common Agricultural Policy, CAP)의 핵심정책이라도 할 만하다. 토건시설 위주의 간접보조사업에 치우친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한국의 농정예산 집행구조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농가에 직접 지급하니 예산이 중간에 낭비되거나 유용될 여지 자체가 차단돼있어 예산집행의 효율성이 크다. 규모와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회원국가, 모든 농민에게 지불되므로 사실상 농가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 구실을 하는 '농민 기본소득제'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이처럼 독일, 오스트리아 등 EU의 직불금 정책은 근본적으로 농정을 바라보는 기본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실 직불금 효과 이전에라도 최소한 독일의 농부들은 '먹고 사는 불안감과 공포'로부터는 해방된듯하다. 농부들이 농촌에서도 안심하고 안전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도록 무상교육, 무상의료, 고용안정 등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이 탄탄히 구축돼있기 때문이다. 이미 농민 이전에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생활을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직불금 정책이 더 해짐으로써 농민들은 "국가와 정부가 나를 챙겨주고 있다"는 고마움과 신뢰감이 더 해지는 것이다. 국가와 정부를 믿는 농부들은 마땅히 사회의 규범과 질서를 엄수한다. 길거리에 휴지 하나 버리지 않고 교통신호를 절대 위반하지 않는다. 농민끼리의 협동의 약속과 국민들과 연대의 합의도 잊지 않는다. 1초도 늦지 않고 시간약속을 틀림없이 지키는 버릇이 들었다. 결국 직불금 같은 탄탄한 사회안전망은 신뢰, 협동, 연대, 규범, 네트워크 같은 사회적 자본(socail capital)이 넘쳐나는 민주적 시민사회, 법치 공화국을 이루는 밑바탕이자 원동력이 되었다.
'돈 버는 농업' 이 아니라 '사람 사는 농촌'을
독일 등 EU농정의 핵심기조와 추구가치는 '돈 버는 농업' 보다 '사람 사는 농촌'에 무게를 두고 있다. EU 공동농업정책(CAP)의 기조도 이미 농업소득 보전프로그램 중심의 1지주(pillar 1)에서, 농촌환경 개선, 농촌지역 삶의 질 향상 등 농촌개발정책의 2지주(pillar2) 쪽으로 많이 이동했다. EU 농업예산의 비중은 2011년 41.4%까지 줄었지만 농업생산과 무관한 직불금 예산은 79.5%까지 증가했다는 통계가 말해준다. 90%의 가족농, 10%의 협동조합이 지키는 독일 농업과 농촌의 숙제는 더 이상 농업경제학만으로는 풀 수 없다는 냉정한 판단을 내린 결과다. '사람 사는 농촌'을 위한 농촌사회학, 사회복지학의 해법이 더 유용하다는 결론에 마침내 다다른 것이다.
EU 농가의 소득 대비 직불금 비중이 60% 이상이 보장되는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농정 덕분인지, 독일 등 EU 회원국가의 식량자급률은 대개 100%가 넘는다. 농가소득 대비 직불금 4% 수준의 한국은 식량자급률 50%, 곡물자급률 24%(사료 포함) 수준으로 OECD 최하위권이다. 무엇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독일에는 농부들 스스로 '남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벌려는' 욕심을 자기통제할 수 있도록 법제화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자칫 나와 내 가족, 생활과 생계 앞에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개별 농민들이 출혈경쟁이나 과잉 독과점의 유혹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아예 법 조항으로 명시해놓았다. 1954년에 제정한 독일농정의 4대 기본목표인 '녹색계획(Green Plan)'이다.
"첫째, 농민도 일반국민과 동등한 소득과 풍요로운 삶의 질을 향유하며 국가 발전에 동참한다. 경쟁력 향상, 소득 증대만 추구하면 대다수 소농들의 토대는 무너지고 이농을 할 수밖에 없다. 둘째, 국민에게 질 좋고 건강한 농산물을 적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농산물을 과대포장해 비싸게 파는 것은 세금을 내는 국민을 배반하는 일이다. 셋째, 국제 농업과 식량문제 해결에 기여한다. 자국의 먹을거리 문제 해결은 물론, 먹는 것으로 다른 나라의 목을 조이지 않는다. 넷째, 자연과 농촌의 문화경관을 보존하며 다양한 동식물을 보호한다. 농촌의 자연, 문화 경관은 모든 국민이 즐길 권리다. 국도변, 아름다운 호숫가에는 상점도, 간판도 들어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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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더탄너 과수농가의 체험행사에서 옥수수를 삶아 나눠주는 마을 아이들 |
ⓒ 정기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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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독일 농정당국이 누누이 강조하는 농업의 10가지 기능도 농부들은 금과옥조의 경전처럼 되뇌인다. 독일 농부들의 자존감과 자부심의 이유가 여기 그대로 설명돼 있다.
"하나, 농업은 우리의 식량을 보장한다. 둘, 농업은 우리 국민 산업의 기반이 된다. 셋, 농업은 국민의 가계비 부담을 줄여준다. 넷, 농업은 우리의 문화경관을 보존한다. 다섯, 농업은 마을과 농촌 공간을 유지한다. 여섯, 농업은 환경을 책임감 있게 다룬다. 일곱, 농업은 국민의 휴양공간을 만들어준다. 여덟, 농업은 값비싼 공업원료 작물을 생산한다. 아홉, 농업은 에너지 문제 해결에 이바지한다. 열, 농업은 흥미로운 직종을 제공한다."
'독일의 농부'는 아무나,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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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지막 촬영 현장인 알프스 <파노라마 스트라쎄> |
ⓒ 정기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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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2% 남짓 되는 독일의 농부들은 아무나 될 수 없다. 함부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11살 아이들이 중학교부터 농업학교에 들어가 농업전문대학을 졸업하고 농업 마이스터과정을 수료하고 농부자격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국민의 먹거리, 생명을 책임지는 성직 같은 공익노동을 아무에게나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독일 농부들은 혼자 욕심내거나 고립되지 않는다. 서로 협동하고 연대한다. 협동조합형(Gemeinschaft, Genossenschaf) 농업경영체를 함께 꾸리며 공동체농업, 사회적 농업을 지향한다.
나아가 독일의 농부들은 농정자치를 실현하고 있다. 농업회의소(landwirtschaftkammer)를 통해 생산, 유통 등에서 정부의 기능을 사실상 위임받아 대행하고 있다. 주요 농산물은 농업회의소의 쿼터제로 생산조정, 가격 조정, 수출입 간접 조정이 가능할 정도로 자치역량을 과시한다. 심지어 민관거버넌스 자치조직인 농업회의소를 앞장 세워 WTO와 초국적 농기업의 통제와 지배전략에 효과적으로 맞서기도 한다.
독일 등 EU농정의 현장을 바라보면 '농부의 고단한 삶'은 단지 법, 정책, 제도의 문제는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정부의 조치와 방침만 쳐다보고 있을 게 아니라는 각성이 든다. 정부에서 협동조합기본법 만든다고 협동이 되고, 마을공동체기본법을 만든다고 공동체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법, 제도, 정책이라는 요식적 노력 이전에 근본적으로 농정을 바라보는 기본철학과 기초패러다임부터 바꾸는 게 순서다. 그것도 유기농부를 키우는 교육부터, 민주시민을 가르치는 학교에서부터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도 농정 관련 법, 정책, 제도 개선을 통한 대증적 약물치료가 아니라 사회전체를 통할하고 관통하는 외과 수술처방으로 국가와 사회정책의 판과 틀을 고치는 대공사가 필요하다. 협동하고 연대하는 독일의 농부는 농업학교, 농부 자격고시, 농부마이스터 등 독일의 인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빚어낸 빛나는 성과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농부를 키우는 농업학교, 그리고 시민들이 농촌에서 먹고살 수 있도록 '생활기술직업학교'를 먼저 세워야 한다. 그리고 평생 농사라는 국가기간산업, 공익적 성직에 복무한 농부는 공익요원이나 공무원 대우를 해줘야 마땅하다. 가령 독일처럼 직불금으로 농업소득을 충분히 보전해주는 것은 물론, 65세가 되면 은퇴해서 충분한 연금 등 사회안전망에 기대서 노후를 누릴 수 있도록 대접해야 한다. 그래야 자식에게 얼마든지 자랑스러운 가업으로 물려줄 수 있다. 죽으면 묘비에 자랑스러운 농부였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새길 수 있다. 그래야 농부가 농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협동하고 연대하는 '독일의 사회적 농부'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농촌을 둘러보면서 '독일의 농부'의 개념과 정의가 저절로 정립됐다. 여기서 '독일의 농부'란 "문화경관 직불금, 가족농, 농업학교, 농업협동조합, 농업회의소, 유기농업, 사회안전망 등으로 국가와 정부의 돌봄과 보살핌을 받고, 국민으로부터 사회적 합의와 지지를 받으며 '돈 버는 농업'이 아닌 '사람 사는 농촌'을 위한 '농부의 나라'를 지키며 살아가는 농부"를 뜻한다. 부러움과 존경의 마음이 뒤섞인 것이다.
우선 '독일의 농부'는 국가와 정부가 보살핀다. 바이에른주 <켐텐농업국>의 문화·경관직불금은 켐텐지역의 '독일의 농부'들을 먹여살린다. 오스트리아 티롤지방의 <슈바츠 농업회의소>는 '오스트리아의 농부'들끼리 자조하고 자치한다.
농업국도 농업기술센터도 굳이 따로 둘 필요가 없을 정도다. 정부는 '팔길이의 원칙'으로 예산만 지원한다. 하이델베르크의 <바덴 원예시험연구소>는 유기농업과 원예를 연구하고 개발한다. '독일의 농부'가 되려는 농고생들이 매년 의무적으로 실습하는 현장학교도 겸한다. <라이파이젠 농민은행>은 고리부채의 불안과 공포에서 '독일의 농부'를 해방시켰다. 농부들이 힘과 돈을 모아 오늘날 유럽 최고·최대의 은행으로 성장했다. '독일의 농부'가 되려면 중학교부터 공부를 시작한다. 농업마이스터를 꿈꾸는 11살 소년들이 지역마다 <농업학교>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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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베비쉬할 농민생산조합 창업자인 르돌프 뷔러 회장의 돼지 농장 |
ⓒ 정기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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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농부'들은 가족끼리 대를 잇는다. 오스트리아 티롤의 <카이센호프 육우농가>도 부부와 후계농 아들이 낙농, 육가공, 체험관광까지 180ha의 대농을 경영한다. 독일 바이에른 켐텐의 딸부잣집 부농 <니더탄너 과수농가>는 25살의 마이스터 아들이 대를 잇고 있다. 돈이 안 되는 낙농가로 고전하다 사방 80km 안 유일한 과수농가로 성공신화를 일구었다.
오스트리아 티롤에서 부부와 아들이 운영하는 <디스마스 육가공농가>도 소박한 가족농이지만 오스트리아 최고의 훈제삼겹살햄을 생산한다. "나가서 장사를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다"며 찾아오는 단골손님에게만 직판한다. 슈바츠 농업회의소 회원인 <프리히너호프 제빵농가>도 마찬가지다. 역시 오스트리아 최고의 빵을 만들지만 "스스로 생산하는 밀, 우유로만 빵을 만드니 많이 못 만든다"며 찾아가야 맛볼 수 있다. 잘츠부르크의 <홀러 6차농가>는 "두 개의 다리로 버텨야 한다"며 농사짓는 목수 남편과 농식품을 가공하는 농가주부 아내가 공동경영한다.
'독일의 농부'는 서로 협동하고 연대한다. 8명으로 시작해 30년만에 1500명의 '독일의 농부'들이 모인 독일 바덴-뷔템베르크주의 <슈베비쉬할 농민생산자조합>은 지역의 명소이자 소중한 사회적 자본으로 자리잡았다. UN의 세계문화유산인 500년된 농가주택을 개조한 오스트리아 티롤의 <빌더케제 공동가공․직판장>은 500여 지역농가들에게 4~5배의 고부가가치를 보장한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상공인과 농민이 연대해 운영하는 <잘펠덴 공동직판장>은 상공인, 노동자와 농민,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상생하는 지역공동체 모델이다. 독일 라인란트 팔츠의 <라인스바일러 와인마을>은 포도와 와인으로 140여 농가가 공생한다. 독일 카를스루에의 <클라인가르텐>은 도시민의 삶과 일과 놀이가 하나 되는 공유지 치유공간이다.
국민의 별장지기, 국토의 정원사로 불리는 '독일의 농부'가 하는 '독일의 농촌관광'은 놀러 가는 게 아니라 경건하게 옷깃을 여미고 휴양하고 치유하는 것을 말한다. 새벽부터 도시의 광장에서 좌판이 펼쳐지는 '농민시장'은 '독일의 농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민은 '독일의 농부'의 생활을 지키는 공동체 한마당이다.
들판의 고목 한그루도 마음대로 벨 수 없고, 지붕이나 벽 색깔도 자연이나 이웃과 조화되어야 하는 '마을유산'은 농촌과 농민의 미래다. 독일 어디를 가나 마치 중세로 시간여행을 하는 신비로운 기분이 되는데, 바로 지역경제와 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키는 '지역문화'의 힘 때문이다. '농부의 나라'를 지키는 '독일의 농부'들이 이 지역문화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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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인 하이델베르크대학. 독일에서는 11살부터 농업학교에서 농부가 되는 공부를 한다. |
ⓒ 정기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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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독일의 농부' : 문화경관 직불금, 가족농, 협동조합, 농업회의소, 농업학교, 유기농업, 로컬푸드, 사회안전망 등으로 국가와 정부의 돌봄과 보살핌을 받으며, '돈 버는 농업'이 아닌 '사람 사는 농촌'을 위한 '농부의 나라'를 지키며 살아가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 EU(유럽연합)의 ‘행복한 사회적 농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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