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열풍이 몰아치자 박근혜의 부역자 정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내홍에 시달렸습니다. 제일 먼저 김용태 의원이 새누리당을 도망쳐 나왔고 지난 12월 27일에는 29명의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뒤따라 새누리당을 도망쳐 나왔습니다. 이들은 탄핵열풍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개혁보수신당이라 이름지었던 철새 정치인들입니다. 개보신당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이들은 2017년 1월 24일, 바른정당이라고 당명을 바꾸어 창당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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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은 정병국 의원이 대표이며 원내대표는 주호영, 최고위원에 홍문표, 이혜훈, 김재경, 이종구 등을 임명하였습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뒤따라 바른정당으로 들어갔으며 새누리당의 박순자와 홍철호 의원이 합류해 의석수가 32석인 제4정당이 되었습니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바른정당의 대선주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바른정당 창당대회에서 유승민은 "바른정당 지지도가 6%다, 10%다,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걱정하지 마시라"며 "오늘부터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바른 정당'을 하면 지지도가 10%, 20%, 30%로 올라간다"고 주장했습니다.
싸늘한 국민시선
그러나 국민들은 본질을 꿰뚫고 계십니다. 2월 17일 발표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바른정당 지지율은 6%로 4주 연속 하락하였습니다. 그나마 창당대회를 열던 1월 셋째주에는 9%를 기록했습니다만 그 정체가 드러나면서 1달 만에 지지율이 60% 수준으로 깎여나가고 말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새누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11%로, 6%의 바른정당 보다 오히려 더 높다는 것입니다. 시류에 편승해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바른정당을 지지할 국민은 거의 없는 것입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44%에 달하고 국민의당이 12%, 정의당이 3%라서 야권성향의 정당들이 도합 59%인데 비해 보수성향의 정당지지율은 도합 17%로 한결같이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선주자의 지지율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월 17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유승민은 3.9%, 남경필은 고작 1.3% 수준의 지지율을 나타냈습니다. 아직은 사실상 당선가능권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32.7%, 안희정 후보가 19.3%, 안철수 후보가 8.6%, 이재명 후보가 7.0%, 손학규 후보가 2.8%, 심상정 후보가 2.5%를 기록해 야권성향의 후보가 대략 72.9%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는 가운데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은 다 합쳐봐야 23%에 불과하였습니다.
수구진영 내에서 바른정당이 오히려 수구분열의 씨앗이 되었다는 지적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바른정당은 또 하나의 새누리일 뿐
상황의 암담함을 느낀 결과인지는 몰라도 바른정당은 다가오는 대선과 관련해 또 다시 새누리당과 야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너무나 명백하게, 바른정당은 또 하나의 새누리당인 것입니다.
바른정당의 대선주자인 유승민은 2월 2일, “제가 말하는 범보수 단일화 안에 새누리당의 후보님들이 누가 나오시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후보단일화를 요청한 것입니다.
유승민은 새누리당을 뛰쳐나올 때만 하더라도 새누리당에 비판적이었습니다. 그는 1월 19일 KBS 토론회에서만 해도 “새누리당이 인적청산만 한다고 해서 연대가 가능한 게 아니다”며 “새누리당이 그동안 보여준 낡고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보수의 길로 와야 가능할 것”이라며 새누리당과의 연대에 선을 그었습니다. 그런데 창당 이후 지지율이 오히려 더 떨어지자 조급함을 느낀 것일까요? 유승민은 새누리당과의 단일화를 언급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유승민은 2월 9일, “바른정당, 국민의당, 새누리당이 다 후보를 내고 선거 전에 중도보수라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후보들이 단일화하자는 얘기”라며 은근슬쩍 국민의당을 끼워넣었습니다.
남경필 지사는 이에 대해 “국정농단 세력인 새누리당과의 후보 단일화는 원칙에 안 맞는다”고 반대하며, “국민의당과의 후보 단일화는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바른정당 내부 의견도 제대로 조율되지 못한 분위기입니다.
유승민은 왜 새누리당과의 단일화를 언급했을까요? 유승민은 박근혜가 한나라당 대표였던 2004년 당시 박근혜의 비서실장을 맡아 박근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부역자였습니다. 탄핵 촛불이 워낙 거세게 타올라 정치적 궁여지책으로 제3지대를 찾아 탈당하였지만, 결국에는 새누리당 쪽으로 팔이 굽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생리인 듯합니다.
박근혜에 필적할 친미반북
바른정당은 마치도 경제에서 진보를 흉내내면서 외교안보정책에서 친미반북 일변도의 강경정책을 걷는 점에서는 새누리당을 오히려 능가합니다.
바른정당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한반도 사드 배치’ 등 안보이슈에 대해 지금은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꾼 새누리당과 연일 활발한 공조를 벌이고 있습니다. 정병국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인권법 표결에 기권했던 전례를 물고 늘어지며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구성에 소극적인 것을 두고 “딱하기 그지없다”고 하였습니다.
나아가 유승민은 문재인 후보를 지칭하며 “문 전 대표는 어제도 ‘사드 배치는 다음 정부가 재검토하도록 하는 게 외교 카드 주는 것’이라며 사실상 사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라고 하고 이를 두고 “사드 반대하는 표를 의식해 국가안보를 위험 빠트리는 행태”라고 공격하였습니다.
바른정당이 이렇게 민주당을 비판하자 자유한국당도 바른정당과 똑같은 소재로 민주당을 비판하였습니다.
뛰어봐야 국민 손바닥 안
바른정당이 제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봐야 국민들의 눈초리를 속일 수는 없습니다. 바른정당의 몇몇 국회의원들이 청문회장에서 국정농단 증인들에게 호통을 연출했더라도 국민들은 그들이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박근혜의 후광으로 성장했던 지난날들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야당은 조기 대선을 앞둔 범보수층의 안보 공세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외교자문그룹인 ‘국민아그레망’을 발족하고 긴급 좌담회를 여는 등 혹시 모를 ‘북풍’을 조기 차단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십수 년 전에는 북풍 문제를 국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그런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2월 15일 여론조사를 보아도 북한 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여러 안보관련 소재에도 불구하고 대선주자에 대한 지지율은 변동이 없었습니다.
결국 바른정당은 돌고 돌아 안보정책에서 자유한국당과 공동행동을 하게 되면서 저들이 박근혜의 부역자들이었다는 것을 드러내보이고 말았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바른정당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애당초 바른정당은 외교안보에서 노골적인 친미반북 노선을 덮어 보려고 박근혜와 차별화를 선언했던 것은 아닌가요? 사드배치와 반북대결정책에서 박근혜 정권과 공동행보를 걷고 있는 바른정당을 보면 겉과 속이 다른정당일 뿐입니다.
보수의 야심작 바른정당은 아니나 다를까 반기문에 이은 또 하나의 불발탄이 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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