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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역사학자가 말하는 박근혜시대 단상

원로 역사학자가 말하는 박근혜시대 단상

 
휴심정 2013.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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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과상황 267호 커버스토리] 박근혜 시대와 개신교의 역할/[267호] 2013년 01월 24일
이만열 mahnyol@hanmail.net
 
 
“약한 자 힘 주시고 강한 자 바르게”
 
18대 대선 다음날 새벽 2시. 엎드려 그분의 뜻을 물었습니다. 매일 읽는 순서를 따라 누가복음 24장을 읽었습니다. 스승의 죽음을 슬퍼한 나머지, 모든 것을 포기한 제자들 앞에 나타나신 주님이 그들을 격려하며 부활의 새 소망을 들려주십니다. “이에 그들의 마음을 열어 성경을 깨닫게 하시고”(24:45)라는 구절이 와 닿았습니다. 성경 읽기에 이어 찬송을 불렀습니다. 먼저 찬송가 460장을 조용히 불렀습니다.
 
 
뜻없이 무릎 꿇는 그 복종 아니요
운명에 맡겨 사는 그 생활 아니라
우리의 믿음 치솟아 독수리 날듯이
주 뜻이 이뤄지이다 외치며 사나니
 
약한 자 힘 주시고 강한 자 바르게
추한 자 정케 함이 주님의 뜻이라
해 아래 압박 있는 곳 주 거기 계셔서
그 발로 막아주시어 정의가 사나니
 
뒤 이어 찬송가 373장을 불렀습니다.
 
큰 물결 일어나 나 쉬지 못하나
이 풍랑으로 인하여 더 빨리 갑니다
이 세상 고락간 주 뜻을 본받고
내 몸이 의지 없을 때 큰 믿음 주소서
(2, 4절)
 
시련을 당할 때마다 말씀은 탈진한 육신에 회복제가 되었고, 찬송은 새로운 힘을 북돋아주었습니다. 말씀과 찬송을 통해 데살로니가전서 5:16~18절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는 말씀이 주는 영적 소성(蘇醒, 다시 살아남)에 힘겹게 이를 수 있었습니다.
 
나는 지난 대선이 저 사악한 정권과 그 정권을 뒷받침하는 정당을 심판하는 재판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절반이 넘는 유권자들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이른 바 ‘정책 대결’ 대신 네거티브와 감성에 호소하는 세력에 표를 던졌습니다. 하여, 나는 역사의 긴 흐름 속에서 무엇이 진정한 승리일지를 되묻고 있습니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약한 자 힘 주시고 강한 자 바르게” 하여 마침내 “정의가 사는” 꿈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이 깊고 어두운 새벽녘, 우리 “새벽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시 110:3)에게는 “새벽을 깨우는”(시 57:8) 사명이 여전히 주어져 있습니다.
 
지난 MB 정권을 두고 반민주, 반민족, 반인권, 반생태, 반통일 정권이라 거듭 비판해 온 건 나름 근거를 둔 것이었습니다. MB 정권은 총체적으로 거짓된 정권이자, 역사를 공부한 그리스도인으로서 볼 때 아주 사악한 정권이었습니다. 그랬기에 이번 대선이 사악한 정권에 대한 심판인 동시에 그 뒷받침인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박근혜 당선자는 1970년대 유신 독재하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퍼스트레이디로서 발을 담갔으니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회개가 있고서야 우리 민족사에 그가 대통령 후보든 대통령이든 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최근 외신에도 보도된 바 있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제정 선포하기 전 북한 김일성 정권에 그 사실을 미리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북에서도 소위 사회주의 헌법을 만들었는데, 바로 김일성을 초국가적, 초당적인 존재로 만드는 법안이었습니다. 결국 40여 년 전인 1972년 12월 27일, 같은 날 남에서는 유신헌법을, 북에서는 사회주의 헌법을 발표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남북의 독재체제 강화였습니다. 대선 전에 이미 그런 지적을 한 바 있지만, 외신에서도 이번 대선 이후 40년 전과 비슷한 구도가 나올 수 있겠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이미 3대째 세습이 이어지고 있고, 남한에서도 유신체제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민주적 절차인 선거를 통해서 당선한 박근혜 당선자의 경우를 어찌 북한의 3대 세습에 견줄 수 있느냐고 하지만, 절차적 민주주의라면 박정희 대통령도 거쳤으며,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헌법에 손댄 북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선 결과를 반성적으로 생각할 때, 신앙적으로 보자면, 하나님께서 MB 정권의 악이 아직 턱밑까지 차지 않았으니 이를 마저 채워서 심판하시겠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악한 정권의 악이 더 확대되거나 연장되지 않도록 추궁하고 때에 따라 분노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MB를 뛰어넘겠다고 몇 번 말한 적 있는데, 그런 공언(公言)에 대해 책임질 수 있게 지속적으로 격려하고 압박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혼자 추스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감성적 네거티브 선동의 승리
 
그러나, 민주당의 준비 부족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만 되면 정권 교체가 가능하리라 전망한 것은 참 안이해 보였습니다. 게다가 새누리당의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대해 “정의가 승리한다” “국민의 수준을 믿는다”는 식의 막연한 발언 외에는 별다른 전략적 대응이 없었습니다. 이번 대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MB 정권에 대한 심판과 정권 교체의 역사적 의의와 중요성이 무엇인지, 젊은 세대에게든 5, 60대에게든 제대로 계몽하고 조직화하지 못했습니다.
 
사실상 새누리당은 정책을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과연 박근혜 후보가 TV토론회에 나와서 자신의 정책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자신들의 정책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다 보니, 상대방 의혹 부풀리기와 선동질에 기우는 건 필연일 겁니다. 감성적 선거 전략 말입니다.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지요. 정책 대결을 하자는 이성적 접근은 무시되고 감성적 접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없는 사실도 반복적으로 얘기하면 사람들은 그 얘기를 진실인양 착각하게 됩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 점을 공격적으로 활용하여, 날마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의혹 부풀리기를 펼쳤습니다. 그런 식으로 새누리당의 감성적 접근과 선동은 유권자들의 건전한 이성을 흐리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대선에 대해 주로 ‘50대의 역습’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나의 이런 설명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뿐 아닙니다. 방송 황금 시간대에 <KBS>는, 박근혜 후보의 경우는 정확하고 또박또박한 말을 편집하여 전달한 반면, 문재인 후보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야당 쪽에서 정책 대결을 펼치려 했다면, 좀더 논리적이고 호소력이 있으며 그래서 시청자에게 설득력이 있는 박영선 의원 같은 인물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박 후보의 또박또박한 유세를 박 의원이 상쇄시킬 수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정수장학회 문제나 그 밖에 항간에 떠도는 문제들을 네거티브로 물고 늘어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정책 대결 위주로 젠틀하게 선거전을 치르고도 이겼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순진하게도’ 네거티브 전을 펼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어쩌면 여전히 우리 시민의식이 그런 감성적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분별할 정도로 성숙하진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NLL 논란’만 해도 그렇습니다. 새누리당은 이를 국경선이라고 주장하면서 철통같이 지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그들도 NLL(Northern Limit Line, 북방한계선)이 국제법적으로도 영해를 규정하는 경계선은 아니라는 국제법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국경선을 북한이 침범하게 놔두는 게 대체 어느 나라 국민이냐는 식으로 감성적 선동으로 나가고 보니, 공산주의를 경험한 세대는 판단하려고 들지 않습니다. 무조건 민주당이 잘못했다고 보는 것이지요.
 
‘NLL 대화록’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적으로 함부로 공개, 열람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을 새누리당이 모르지는 않았을 터인데도 이걸 계속 물고 늘어졌습니다. <경향신문> 칼럼에도 썼지만, 차제에 대화록을 공개해서 진실을 밝힘으로써 허위 비방과 선동을 한 당사자를 처벌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좌빨’ ‘종북’이라는 용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말이 무엇을 함의하는지 분명치 않기에, 평화와 통일, 인권을 말하는 이들에게 불온딱지 붙이듯 갖다 붙여서 무차별 공격을 해댑니다. 안보 무능으로 드러난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쪽이 안보와 국방 문제를 들고 나와 큰소리치면서 국민의 이성을 흐리게 한 것입니다.
 
MB 정권과 개신교
 
이명박 정부 때 한국의 개신교는 정권과 밀착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MB가 대통령이 되는 데 한국교회가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설교를 통한 음성적 지원은 있었던 걸로 압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기독교가 예언자적 사명을 완전히 망각했다는 것입니다. 권력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예언자적 위치에 서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함에도 주류 교회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잘못을 감싸고 돌거나 눈감았습니다. 어떤 목사는 정부가 시민단체에 주는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런 거래 관계가 형성되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기독교는 예언자적 사명을 상실하고 ‘개독교’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나간 역사에서 이승만, 김영삼, 이명박 대통령 모두 기독교인으로서 실패한 정치인들입니다. 이승만, 김영삼의 경우 그들의 실패를 기독교와 직접적으로 연결짓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MB 정권은 워낙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기독교와 정교(政敎) 유착 행태를 드러냈기에 선교의 문까지 막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는 유례없는 일입니다. 물론, 기독교가 정치권과 밀착해서 좋은 결과를 낸다 한들 그게 교회에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교회는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생명력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생명력을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존폐까지는 아니지만, 이미 한국의 기독교는 기로에 섰습니다. 그런 점에서 마땅히 통절한 반성과 재를 무릅쓰는 회개가 있어야 합니다.
 
새 정부에 대한 고언
 
박근혜한겨레자료사진.jpg
 
이제 새로 들어서는 박근혜 정부는 남북 관계에서든, 대내 관계에서든 최소한 MB가 취한 정책을 바로잡고 뛰어넘어야 할 것입니다. 우선 남북 관계에서는 MB가 차단한 것을 풀어야 할 것입니다. 가능하면 정상회담이라도 해야 합니다. 물론, 극우 세력이 야단을 치겠지요. 그래도 실타래처럼 꼬여 버린 남북 관계를 풀어내려면,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합니다. 남북 관계를 복원한 토대 위에서 중단된 6자 회담을 다시 여는 단계로 나아가는 획기적 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남북 관계에서는 대통령의 일관되고 흔들리지 않는 의지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내 관계에서 MB는 ‘불통 정권’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이 말을 해도 아예 들은 척도 안 했습니다. 박근혜 당선자가 어머니처럼 국민을 품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런 소신을 행동으로 내보여야 합니다. 그 일은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 MB 정권에서 강도 만난 사마리아인들 같은 처지에 놓인 노동자들을 품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아울러, 전문가 그룹에 귀를 열어놓고 경청해야 합니다. MB 정권은 5년 내내 역사교과서 문제로 파동을 일으켰습니다. 그것은 국사학계와 정권의 갈등이었는데, 역사교과서 문제를 전문 사학자들에게 맡기지 않고 정치적으로 접근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 그룹에 귀를 기울이고 맡길 일은 맡기면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역사학자로서 개인적으로는 새 정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박 당선인이 정말 좋은 대통령이 되려면 자기 견해가 있더라도 학계가 논의해서 역사 문제를 풀어가도록 맡겨야 합니다. 학자들에게 정부가 의도하는 것 외의 다른 소리를 하지 못하게 하면 MB 정부 이상의 갈등이 빚어질 것입니다. 정말 좋은 대통령이 되려면, 역사학계의 합의에 맡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행보를 봐서는 사실상 크게 기대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한 정당의 대표나 대통령 후보가 아닙니다. 대통령이 되었으니 모든 언행이 더 폭넓게 공개될 것입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마지막 봉사의 기회를 잡았으니 멋진 지도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중국 당나라 2대 황제였던 태종 이세민의 연호가 곧을 정, 볼 관을 쓴 정관(貞觀)이었습니다. 그가 신하들과 나눈 대화록이 바로 <정관정요>(貞觀政要)인데, 역사가 오긍이 편찬한 이 책이 제왕학의 교과서처럼 명성을 얻어 군주와 제왕들이 탐독했고 조선에서도 두루 읽혔습니다. 이 책에 보면, 이세민은 신하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자신이 틀렸을 경우 바로 인정하고 고쳤습니다. 당태종 이세민이 동양의 제왕들 중 명군(明君)으로 꼽히는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영화배우 출신의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도 썩 유식한 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치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전문가 그룹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교회와 기독 청년들에게 고함
 
박근혜 정부하에서 한국 개신교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지난 17대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보수 정치권을 지원하는 개신교 내의 ‘묻지마 지지’ 세력이 많았습니다. 거기에 속한 이들이 새 정부에서 자리를 얻거나 긴밀히 밀착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MB 정권에 지나치게 밀착했던 개신교 주류의 행태에 대한 반성의 뜻으로라도 거리를 두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성찰하는 시간과 더불어 예언자적 위치를 지켜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한국의 개신교가 복원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한국 개신교 자체가 변해야 합니다. 교회의 ‘가난 실천’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국의 교회는 부유하고 가진 것이 많습니다. 교회가 가진 것을 팔아서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어야 합니다. 이는 작은교회운동을 지향하는 일입니다. 교회가 고통받는 이웃들, 가난하고 약한 이웃들 속으로 들어가는 풀뿌리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한국교회는 복원력과 자생력을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단지 새 정부 아래서 한국 개신교가 해 나가야 할 과제만은 아닙니다. 한국의 천민자본주의를 쏙 빼닮은 한국교회가 회생(回生)의 길을 밟으려면, 가장 먼저 가난 실천과 작은교회 운동을 통한 영성 회복을 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정권과 밀착했던 대형교회가 풀뿌리교회운동, 가난 실천의 작은교회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리라고 당장 기대하긴 어려운 현실임을 모르진 않습니다. 구조적인 대전환이 일어나야만 가능한 일이지만, 그게 아니고서는 한국교회가 살 길이 없다고 감히 단언합니다. 대형 교회가 스스로 나서서 가진 것을 나누고, 교회 건물이나 토지를 매각해서 슬림화하는 일은 쉽지도 않고 또 몹시 더딜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세대는 바뀌게 마련입니다. 새로운 사고를 지닌 이들이 한국교회를 이끄는 지도자가 된다면 가능성이 있으리라 봅니다.
 
이번 대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젊은 세대가 선거 이후 패배감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인생을 웬만큼 산 나에게도 이번 선거 결과는 가슴에 큰 상처가 남았습니다. 사람들이 아직도 골리앗 앞에 선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절망적이고 비관적인 심정에 사로잡혀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이대로 무너진 채 엎드려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힘을 내야 합니다. 어디서 무너졌는지 철저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동시에,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당겨주고 밀어주면서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젊은 세대가 좌절해서 자포자기하면 이 사회는 희망이 없습니다. 특히 기독 청년들이 좌절하면 안 됩니다. 비신앙인들이 좌절할 때 우리는 신앙인답게 힘을 내고 위로하면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믿지 않는 이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주고 희망의 근거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정의가 사는 꿈”으로 다시 일어서자고 외치면서 이 ‘깜깜한 새벽을 깨우러’ 나갑시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mahnyol@hanmail.net
 
 
이만열 님은 한국의 대표적 역사학자로 숙명여대에서 오랫동안 후학을 길러내는 일에 매진했다. 전두환 군사독재하의 해직 사태 때 교수직에서 해직당해 4년의 광야생활을 보내는 동안, 한국 기독교 역사 연구에 힘을 쏟았고 한국 교회사 연구 수준을 격상시켰다. <복음과상황> 공동발행인,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 및 이사장,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소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고, 현재 숙명여자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감히 말하는 자가 없었다> <이만열 교수의 민족 통일 여행일기> <한국기독교사특강> <한국기독교와 민족의식> 등 다수의 책을 썼다.
 
 
*이 글은 <복음과상황(goscon.co.kr)>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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