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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북한과 남한의 오월 들녁은 달랐다

 

누런 보리 황금빛 일렁이는 남의 들녘... 소 달구지도 손 모내기 나선 북의 들녘

17.06.05 10:11l최종 업데이트 17.06.05 10:11l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모내기 전에 돌아가리라 / 황새떼 오기 전에 돌아가리라/.....
빼앗긴 땅 되찾으려다 쫓겨난 우리/ 우리는 모두 형제들이다.

1980년대 시위 현장이나 농활에서 자주 부르곤 했던 '돌아가리라'라는 민중가요 가사입니다. 노래는 신경림 시인의 시 '돌아가리라'에 곡을 붙인 것입니다.

농촌에서 모내기는 가장 힘든 노동이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에 모내기철이 오면 공무원들까지 동원돼 수십 명이 한 줄로 늘어선 후 못자리 줄에 맞춰 똑같이 모를 심는 광경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못줄을 치는 사람에 따라 똑같이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 한번 제대로 못 펴면서 아무리 힘이 들어도 개인행동이 허용되지 않고 단체행동만 있을 뿐입니다.
 
 남도 해남땅 5월은 누런 보리의 황금빛 물결로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  남도 해남땅 5월은 누런 보리의 황금빛 물결로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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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5. 남녘 해남의 농촌 풍경
 
지난 5월 28일 전남 해남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중부지방은 모내기가 거의 끝났는데 이곳은 이제 모내기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벌판은 누런 보리가 바람에 황금빛으로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들녘에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일년 중 가장 바쁜 농번기에 접어들면서 남녘의 농촌은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영산강 간척지 논에서는 보리 수확이 한참이었습니다. 대규모로 수확이 이루어 지고 있었지만 기계를 조작하는 한 사람과 트럭 운전수 이외의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  영산강 간척지 논에서는 보리 수확이 한참이었습니다. 대규모로 수확이 이루어 지고 있었지만 기계를 조작하는 한 사람과 트럭 운전수 이외의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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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논농사는 이앙기로 모심기가 이루어지기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지만 밭농사는 여전히 인력이 상당히 필요합니다. 요즘 이곳 해남은 양파 수확기에 마늘 수확기가 겹치고 여기에 고구마 새순 심기까지 겹치면서 농촌 일손 구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밭에 고구마 순을 심고 있었습니다. 농촌에서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다면 농사는 더 이상 지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  외국인 노동자들이 밭에 고구마 순을 심고 있었습니다. 농촌에서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다면 농사는 더 이상 지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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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렇게 익은 보리 사이로 태양이 내려 앉고 있습니다
▲  누렇게 익은 보리 사이로 태양이 내려 앉고 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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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인력을 전문적으로 공급해 주는 업체가 있어 농촌 현장 곳곳에 버스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습니다. 베트남 등 비교적 젊은 연령의 이들 남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일당은 9만원이라고 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 가운데 인력업체 몫으로 1만 5천원을 제하고 나머지를 갖는다고 하니 도시에서 일하는 것보다 수입이 훨씬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국내 인력은 이 정도 금액으로도 찾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 2017. 5. 북녘 안주의 농촌 풍경

재미동포 신은미 선생이 지난 5월 15일부터 24일까지 북을 방문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려놓았습니다. 특히 농촌을 찍은 몇 장의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남과 북이 하나라는 사실을 이 사진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남에서도 북에서도 모내기가 한창이었기 때문입니다.
 
 2017년 5월 23일 북한시간 오전 10시 6분 (한국시간 오전 10시 36분) 평안남도 안주에서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하고 있습니다
▲  2017년 5월 23일 북한시간 오전 10시 6분 (한국시간 오전 10시 36분) 평안남도 안주에서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하고 있습니다
ⓒ 신은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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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모내기 하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남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손 모내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달구지도 모내기에 한 몫하는 듯 했습니다.

이앙기는 고가의 농기계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인력에 의존해 모내기를 하는 모습에서 북의 어려운 경제 실상을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은미 선생이 올린, 다른 몇 장의 사진에서는 트랙터는 물론이고 경운기까지 사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의문이 생깁니다.

비가 오는 가운데 이루어진 평안남도 안주 들녘의 손 모내기는 어떤 이유였을까요? 이앙기가 아직 보급이 안 되어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북한의 경운기라고 합니다.  평의선(평양 - 신의주) 열차에 비친 북한의 농촌(평안북도) - 2017년 5월 16일 -
▲  북한의 경운기라고 합니다. 평의선(평양 - 신의주) 열차에 비친 북한의 농촌(평안북도) - 2017년 5월 16일 -
ⓒ 신은미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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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랙터입니다.  평의선(평양 - 신의주) 열차에 비친 북한의 농촌(평안북도) - 2017년 5월 16일 -
▲  트랙터입니다. 평의선(평양 - 신의주) 열차에 비친 북한의 농촌(평안북도) - 2017년 5월 16일 -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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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말 현재 모내기철이 한참인 전라남도 해남의 모습과 평안남도 안주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편 신은미 선생은 지난해 여름 북에 발생한 큰 수해 피해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진행하였고, 신은미 재단을 설립한 뒤에 이번에 육로로 쌀 58톤을 직접 전달하였습니다.
 
 기증증서
▲  기증증서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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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적십자회는 지난 5월 17일 "신은미 재단 대표인 재미동포 신은미 선생으로부터 함경북도 피해지역에 무상기증하는 흰쌀 58톤을 정확히 접수하였음을 확인합니다"면서 "기증받은 쌀은 곧 함경북도 큰물피해주민들에게 분배되게 됩니다"라는 기증증서를 건넸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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