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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주택가 레이더 파문’, 자국내의 철저한 환경평가와 대비

 

미군, 기존 육군기지 내 레이더 설치에도 2년 반이나 환경평가 실시...전문가, “전자파간섭으로 오작동 가능성 크다”

 

 

 

 

 

 

최근 미군 오산기지에 기습 설치돼 가동 중인 대공용 레이더를 현지 주민이 촬영했다.
최근 미군 오산기지에 기습 설치돼 가동 중인 대공용 레이더를 현지 주민이 촬영했다.ⓒ현지 주민 제공
 

<민중의소리>는 23일, 평택에 있는 미군 오산기지에서 인근 주택가와 바로 인접한 곳에 대공 레이더가 설치돼 센서등이 오작동하는 등 지역 주민들이 전자파 불안에 떨고 있다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단독] 주택가 코앞 미군기지에 대공용 레이더 기습 설치, 주민들 전자파 불안 증폭)

하지만 미군은 자국 미군기지 내의 레이더 시설 설치 공사에서도 엄격하게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 없이 기습 설치된 경북 성주의 사드 레이더에 이어 이번에 다시 주택가 인근에 군사용 레이더가 설치되어 주민 불안을 증폭하는 등 관련 문제에 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평택에 있는 미 공군 오산기지는 지난 3월 말경 갑자기 인근 10m 안에 주거지역이 있는 장소에 미 해병대가 운영하는 대공 레이더를 설치하고 4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사전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소음 피해와 아파트 복도에 설치된 센서등이 오작동을 하는 등 이상현상이 발생하자 뒤늦게 레이더 설치 사실을 확인하고 민원을 제기했다.

취재 결과, 해당 관할 기관인 평택시청도 거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전혀 대공 레이더가 설치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평택시청은 주한미군 기지라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해당 민원을 국방부 등에 전달하고, 전자파 측정 등 기본적인 피해 상황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국방부도 해당 사항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중의소리>가 주한미군 관계자 등 관계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 대공 레이더를 관할하는 주한미군 해병대는 인근 지역 주민의 피해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해당 기지 내에서 대공 레이더 설치가 용이한 높은 지대를 골라 설치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사적 필요성과 용이성만 강조했을 뿐, 주변 환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주한미군 측의 이러한 태도는 미군이 자국 내에서는 기존에 있는 육군기지 내의 레이더 시설 설치 공사에도 엄격하게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명백히 우리 국민의 주권과 안전을 무시하고 침해하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일례로, 미군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있는 '토비한나 육군기지(TOBYHANNA ARMY DEPOT)'에 지난 2005년 11월, 현재 오산 기지에 설치된 대공 레이더(AN/TPS-59)를 포함해 레이더 테스트 시설의 공사를 계획했다. 이에 따라 미 육군은 관계 기관과 함께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했고, 2년 6개월이 지난 2008년 5월에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완성해 발표했다.

미군은 자국 내 레이더 설치에 관해서는 엄격하게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미군은 자국 내 레이더 설치에 관해서는 엄격하게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해당 보고서 내용 일부 캡처

해당 지역은 이미 미 육군기지 내에 있고 레이더 설치 예정 시설도 세계 1, 2차 대전 당시 사격장 용도로 사용한 허허벌판의 부지이다. 하지만 미군은 설치 공사 이전에 다시 엄격하게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것이다. 해당 환경영향평가는 토지사용, 공기, 소음, 토양, 수질, 생물학적 자원 등에 관해 꼼꼼하게 평가하고 개선 대책 등을 담고 있다.

특히, 114쪽에 달하는 해당 보고서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비거주 지역이지만, 생물학적 평가에서는 '멸종보호 동물이나 식물 등에 관한 영향'이나 '동물의 거주지가 사라질 영향', '야생동물의 생식 활동에 미칠 영향' 등에 관해 평가하고 해당 사항을 일일이 기록했다.

국방부, 뒤늦게 사항 파악 나서
전문가, "인근 지역 전자파 수치 측정해야"

주택가 인근에 미군이 레이더를 설치한 것과 관련해 파문이 커지자, 국방부 관계자는 23일 "현재 주한미군 측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평택시청으로부터 지난 5일, 관련 민원을 전달받아 해당 내용을 알고 있다"면서 "현재 주한미군 측에 해당 사항을 파악해 보고 있는 중"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관계자는 이에 관해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평택시청으로부터 민원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당 레이더는 미 해병대가 관할하는 레이더로 주한 미해병대와 오키나와에 있는 해병대 본부에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즉각 철거 요구에 관해 "우리(51비행단) 관할이 아니라서, 현재 뭐라고 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파문에 관해 익명을 요구한 주한미군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주한미군 기지 경계에 완충지대가 없어 이러한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비무장지대(DMZ) 같은 완충지대가 주한미군 기지와 한국 부지 사이에 있어야 한다"며 "한국 정부도 예산 등의 문제로 이 점에 관해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레이더가 설치된 주변 전자기기의 오작동 문제에 관해 인제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홍승철 교수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레이더에서 '전자파간섭(EMI)'이 발생하면 충분히 주변에 있는 전자기기들이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이런 위험성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다른 제품에 '전자파간섭'이 없다는 인증을 받고 출시되지만, 군사용 레이더는 주파수 등이 비밀이고, 제작 당시 이러한 검증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또 "전자기기 간에 발생하는 '전자파간섭' 문제가 당장 인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있는 전자기기가 오작동을 일으킨다면,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주변에 '심장 박동기' 등 의료기기와 관련된다면, 상황은 심각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실제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전자파(EMF)' 노출로 인한 피해 가능성에 관해서는 "현재 해당 레이더의 전자파(EMF)를 알 수 없어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레이더 인근 지역에서 전자파 수치를 측정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측정 결과가 기준치보다 높게 나온다면, 장기적으로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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