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위한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간담회
북핵 해결 ‘포괄·단계·행동 대 행동’ 원칙 재확인
“핵 동결이 대화의 입구, 완전한 비핵화가 출구”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미국행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6.28.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미국행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6.28.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북한이 핵 동결을 하면 그에 대해 무언가를 주어야 할 것이고, 준다면 무엇을 줄 수 있을 것인지 한-미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핵화의 첫 단추로 북한이 추가 핵 개발을 않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경우, 그에 상응해 어떤 보상 조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 미국과 논의를 하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위기의) 가장 이상적인 해법은 원샷으로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한꺼번에 이루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어쨌든 북한과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핵 동결 정도는 약속을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추가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멈추고 핵 동결을 선언하는 것과 동시에 대화를 시작하고, 비핵화를 향한 행동이 진척되는 것에 상응해 북한이 원하는 조처들을 단계적으로 취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핵 동결은 대화의 입구이고, 그 대화의 출구는 완전한 핵 폐기(비핵화)다. 핵 폐기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것”이라며 “중간에 여러 가지 이행 과정을 거칠 수 있고, 각 이행과정들은 하나하나 완벽하게 검증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6자 회담 당사국들이 합의한 ‘포괄적(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연계)-단계적(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행동 대 행동(비핵화의 각 단계마다 상응하는 행동으로 보상)’ 원칙이 지금의 한반도 위기 해법으로도 유효하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핵 동결을 핵 폐기를 위한 대화의 입구라고 생각한다면, 핵 폐기에 이를 때까지 서로가 행동 대 행동으로 교환해가는 여러 단계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문 대통령의 발언 역시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핵 동결 및 검증에 이어) 핵 시설에 대한 폐기 단계에 들어선다면 그 때는 또 무엇을 줄 수 있을지, 궁극적으로 기왕에 만든 핵 무기와 핵 물질들을 다 폐기하는 단계에 이르면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이런 부분들도 한-미 간 긴밀히 협의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핵 동결 선언→ 검증→핵 시설 폐기→검증→핵무기·핵물질 폐기→검증’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프로세스를 상정하고, 각 단계마다 우리 쪽이 취해야 할 상응조처를 미국과 협의해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씨와 28일 오후(현지시간) 방미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 방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씨와 28일 오후(현지시간) 방미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 방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다만 “지금까지 한-미 양국의 공식 입장은 북한의 핵 동결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연계될 수 없다는 것이고, 개인적으로도 나쁜 행동에 대해 보상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축소를 논의할 수 있다’는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최근 방미 발언이 국내는 물론 워싱턴 정가에서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자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워싱턴/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간) 방미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2017.6.29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간) 방미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2017.6.29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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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800733.html?_fr=mt1#csidx63201df650a6ddca2b7113242b07e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