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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바꾼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안재정 2017. 06. 29
조회수 649 추천수 0
 
영화로 환경 읽기 21. <딥워터 호라이즌>
안전보다 돈 선택한 석유 메이저, 이제 태양광 투자에
에너지 생산과 소비구조 바꾸는 일이 재생에너지보다 중요 
 
Deepwater_Horizon_offshore_drilling_unit_on_fire_2010.jpg» 2010년 4월 20일 미국 뉴올리언스 해상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폭발 및 기름 유출사고 현장. <딥워터 호라이즌>은 이 사고를 영화화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9일 ‘탈핵 시대’를 선포했다. 고리원전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으로 가는 출발이자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의 시작이라며 많은 이들이 환호하였다. 우리는 과연 이 여정을 순조롭게 이어갈 수 있을까? 이웃 나라 일본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탈핵의 길을 나섰으나, 멀리 가지 못하고 되돌아온 사례를 우리는 알고 있다. 
 
핵발전의 중독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가는 길은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말하는 것처럼 재생에너지의 ㎾ h 당 전력생산 단가가 높다는 변명을 넘어서는 우리 사회의 대전환을 의미한다(한국수력원자력에서 주장하는 에너지원별 ㎾ h 당 전력생산 단가는 원전 68원, 석탄 화력 73.8원, LNG 화력 101.2원, 신재생에너지 발전 156.5원이다). 이러한 전환의 목표는 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를 낮추거나 반대로 핵발전 또는 화력발전의 단가가 높아져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확보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가진 에너지 지배 구조를 넘어서는 일이다. 이번 호에서 다룰 <딥워터 호라이즌>을 통해 에너지 전환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d1.jpg» <딥워터 호라이즌>의 포스터
  
<딥워터 호라이즌>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임을 강조하기 위해 법정 증언으로부터 시작된다. 실제 영화의 배경은 2010년 4월 20일 미국 뉴올리언스 남쪽 200여㎞ 떨어진 해상에서 벌어진 심해 석유시추선 딥워터호라이즌호의 폭발 사고이다. 이 시추선의 소유주는 세계적인 석유 메이저 업체인 비피(BP)(이전 명칭 브리티시 피트롤리엄, British Petroleum)이다. 
   
현대중공업이 제작한 이 심해 시추시설은 사고 당시 수심 1600m의 깊은 바다에서 석유시추공을 뚫어 해수면 이하 5600m 부근의 지하를 시추하고 있었다. 수심 3000m의 심해에서도 석유 시추가 가능한 이 시설에 왜 딥워터(deepwater) 호라이즌(horizon)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사고는 미국 멕시코만 기름유출사고, 딥워터 호라이즌 호 기름유출사고, 비피 기름유출사고, 마콘도 폭발 사고 등으로 불리는데, 원인 제공 기업과 유조선 이름을 포함하여 부르는 국제관례를 따른다면 가장 적당한 이름은 “비피 딥워터 호라이즌호 기름유출사고”이다(■ 관련 기사가해자는 뒤로 숨은 기름유출사고 명칭).
 
이 영화를 감독한 피터 버그는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은 <배틀 쉼> 이후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실화를 바탕으로 검증하고자 <딥워터 호라이즌>을 내세웠을 정도로 리얼리티에 초점을 두었다. 실제 영화는 대부분의 재난 영화와는 달리 서사의 힘과 배후 세력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 속에서 희생되는 이들의 신파적인 감동 스토리에 초점을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판도라>와 비교가 된다(■ 관련 기사영화라 다행이다, 미리 알려줘 고맙다)
 
 
영화는 2010년 4월 20일 발생한 사고 이후 48시간 정도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마치 바다 한가운데서 벌어진 사고를 경험하는 듯한 현장감을 관객에게 제공한다. 하지만 생생한 현장감과 깔끔한 스토리를 통해 이 영화에 몰입하도록 하면서도,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래서 말하고 싶은 건 뭔가?”라는 질문이 여전히 남는다. 그들은 왜 그곳에서 시간에 쫓기어 작업하였고, 무엇 때문에 속도와 경제 논리 속에서 죽어야만 했을까?
  
BP, 그들은 누구인가?
 
BP_Helios_logo.svg.png» BP의 로고. 위키미디어 코먼스
 
영화 <딥워터 호라이즌> 속에서 사고 원인을 제공한 비피(BP)는 어떤 기업일까? 영화에서 자세히 묘사는 되어 있지 않지만, 비피에서 파견 나온 ‘돈 비드린’(존 말코비치 분)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돈’은 영화 속 재난을 초래한 원인인 안전보다 경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원유 시추를 위한 공정이 43일이나 지체되고 이로 인해 5000만 달러(약 570억 원) 이상의 초과 예산이 발생하자 무수히 많은 사고에 대한 경고와 12만5000 달러(약 1억4000만 원)가 드는 안전성 검사를 무시하고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여기서 우리가 의문을 제기해야 할 것은, 이것이 영국 최대의 기업이자 미국 엑손 모빌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 회사이며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비피의 파견 감독관으로서 당연한 선택인가 하는 점이다.
   
BP의 탄생과 석유 카르텔
  
19세기 후반 영국은 식민지였던 인도의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랑군석유회사를 세운다. 이 회사는 19세기 후반 소유권이 여러 차례 넘어가면서 버마석유회사(Burmah Oil Company)로 이름이 변경된다. 1908년 영국의 지질학자들은 이란에서 엄청난 양의 원유를 발견하고, 당시 이란의 카자르 왕조는 그 시추권을 버마석유회사의 자회사인 앵글로-페르시안 석유 회사(Anglo-Persian Oil Company, APOC)에 넘긴다. 이러한 기업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군수, 운송 등에 필요한 정유 공장을 세우며 세력을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이란 왕조의 석유자원 독점권을 유지하기 위해 당시 영국 총리이던 윈스턴 처칠 등을 컨설턴트로 고용해 로비할 정도로 심각한 정경유착이 발생하였다.
 
이들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공정한 경쟁 대신 독점과 담합으로 세계의 석유 지배 구조를 견고히 하며 석유 카르텔을 형성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유럽 경제의 재건을 위해 추진한 ‘마셜 플랜’ 등이 가동되면서 미국의 스탠더드 오일이 이 석유 카르텔에 합류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동의 민족주의 정서가 늘어나면서 친서방 정책을 편 이란 정권이 몰락하고 앵글로-이란 석유 회사(Anglo-Persian Oil Company, AIOC, APOC가 1935년 회사명을 변경함) 등이 이란으로부터 추방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역시 오래가지 못하는데,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의 계획에 따라 친서방 세력인 자헤디 장군이 새로운 이란 수상이 되면서 AIOC는 다시 이란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AIOC가 1954년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브리티시 피트롤리엄(British Petroleum Company)으로 바뀐다. 이후 이 회사는 알래스카, 리비아, 북해 등에 진출하며, 전 세계 석유를 독식하게 된다. 비피와 같은 성장 배경을 가진 세계 7대 석유 회사를 ‘세븐 시스터스’(Seven Sisters)라 부르는데, 이들은 1970년대 중동 석유 생산량의 90% 이상, 세계 석유 생산량의 90%를 독점하게 된다.
  
세상을 지배하는 슈퍼 메이저의 탄생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산유국들의 ‘반란’으로 1973년 오일쇼크가 발생하였다. 이로써 세계 석유 권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로 넘어가고, 산유국들은 민간 석유 회사가 더는 독점하지 못하도록 국유화를 단행하여 국영기업을 만들었다. 이후 1990년대 후반 석유가격하락과 함께 석유 기업들이 합병하며 5~6개의 거대 석유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우리는 이들을 ‘빅 오일’(Big Oil) 또는 슈퍼 메이저(Supermajors)라고 부른다. 이러한 성장 패턴은 석유 산업뿐만 아니라, 곡물, 전자, 국방, 음반, 자동차 등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현재는 아이티(IT)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다양한 슈퍼 메이저들의 지배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지 3] Seven sisters & Super majors.jpg» 세븐 시스터스와 슈퍼메이저 계보도.
  
속도가 돈인 시대, 왜 그들은 안전보다 경제성을 택하는가?
  
영화 속 <딥워터 호라이즌>은 작업을 강행하면서 발생하는 많은 안전상의 문제점을 무시하다 사고에 직면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렇게 작업 속도에 연연했을까? 이는 현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마콘도(MACONDO)에서 30억~40억 배럴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카스키다(KASKIDA)로 시추선을 이동하기 위해서이다. 영화 속 표현을 빌자면, 원유라는 선물을 배송하기 위해 비피는 산타클로스이며, 딥워터 호라이즌호는 산타클로스의 썰매이고, 이곳에 탑승한 126명은 루돌프 사슴이 되는 셈이다. 사고 당시 딥워터 호라이즌호에 타고 있던 사람 중 115명이 탈출하고 11명이 실종(사망)했는데, 9명은 플랫폼의 승무원이고 2명은 엔지니어였다(비피 소속 6인은 모두 탈출하였다). 폭발 사고와 수습 과정에서 사망한 이들은, 생태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상대적인 약자였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사상 최악의 해양 석유 유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지에 관한 논쟁이 등장한다. 지미 하렐(커트 러셀 분)과 마이크 월리(마크 월버그 분)가 비피 관계자를 찾아가 시추공의 안정성 테스트 팀을 돌려보낸 것을 항의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내 할아버지는 한 번도 치과에 찾아가지 않았어. 왜냐하면 뭐가 문제인지 알고 싶지 않았거든. 문제가 뭔지 알게 되면 그 일에 대해 다뤄야 할 테니까. 당신들은 1800억 달러짜리 회사지만 싸구려로군.”
  
d10_deepwater-horizon-kurt-russell.jpg» 지미 하렐(커트 러셀 분)이 비피 관계자에게 시추공의 안정성 테스트 팀을 돌려보낸 것을 항의한다.
  
그렇다. 그들은 문제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 문제가 이익을 저해할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지미 하렐은 이를 자신의 할아버지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할아버지는 평소 양치질을 게을리하면서도 치실을 쓰지 않고 큰돈이 들까 봐 평생 치과에 가지 않았다. 그러면 죽을 때까지 엄청난 비용과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지미 하렐의 비난에 돈 비드린은 다음과 같이 응수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1860억 달러짜리 회사가 된 거야.”
  
그들은 그렇게 평행선을 달리게 되고, 이러한 상황을 검증할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 딥워터 호라이즌 호의 390가지가 넘는 장비들이 고장 났다고 마이크 월리가 이야기하지만 2010년 비피는 최고 안전상을 7년 연속으로 받는다. 이미 사고는 예견되어 있고, 이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이후 사고는 우리가 아는 대로 발생한다.
  
d-8.jpg» 사고 수습과정에서 희생을 당한 것은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1 : 29 : 300 그리고 희생자들
  
우리는 <딥워터 호라이즌>와 같이 큰 사고를 당할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 이미 비슷한 작은 사고들이 여러 번 발생하고, 이를 방치하면 정말 큰 사고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하인리히 법칙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큰 재해가 한 번 있었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작은 사고가 29번 있었고, 또 운 좋게 사고는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상처를 입을 뻔한 일이 무려 300번이나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사례는 우리를 안타깝게 한 세월호나 삼성1호-허베이 스피릿호 사고 등 대형 참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희생을 감수했고, 그 희생의 확률은 누구에게 높았는지, 그리고 330번의 사고는 어떤 배경 속에서 발생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속 희생자 모두가 플랫폼의 승무원과 엔지니어였는지, 텍사스대학교 건축학과 4년 장학생인 케일럽(딜런 오브라이언 분)은 왜 비정규직 근로자로 딥워터 호라이즌 호에 탑승했고, 마지막까지 배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뛰어들었어야 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관심이 없다. 어쩌면 우리의 미래 (또는 현재)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d9-deepwater-horizon-dylan-obrien-mark-wahlberg.jpg» 텍사스대학교 4년 장학생이자 비정규직인 케일럽(딜런 오브라이언 분).
 
복구와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
  
<딥워터 호라이즌> 사고로 인해 2010년 4월 20일부터 7월 15일까지 총 490만 배럴(약 7.78억ℓ)의 원유가 멕시코만으로 유출되었다. 당시 비피사는 바닷물 위에 뜬 유막을 제거하기 위해 일부러 불을 내 기름을 태웠고(약 4925만ℓ를 태움), 대규모 오일 스키머(Oil skimmer, 물에 뜬 기름을 유착 벨트 등에 흡착시켜서 제거하는 것) 선박을 이용해 기름을 걸러 냈다. 또한 비피 계열사가 만든 코렉시트(Corexit)라는 유화제를 70만 갤런이 넘는 양을 사용해서 세계 기록으로 남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유출량이 많아 이런 물리적, 화학적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미국 역사상 최대의 원유 유출 사고라는 불명예를 남기며 사고는 마무리가 되고 있지만, 수습과 복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이에 따른 책임도 묻고 있는데 2016년 4월 미국 법무부는 비피에 단일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208억 달러(약 24조원)의 손해 배상금을 부과했다. 
 
04526050_P_0.JPG» 허베이스피리트호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 피해자 모임인 서해안유류피해민전국총연합회 회원들이 2012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앞에서 성의있는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07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삼성1호-허베이 스피릿호’ 원유 유출 사고와 비교해 보면, 사고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는 이러한 징벌성 판결은 한국과 미국의 법정과 정부의 대응 차이만으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삼성1호-허베이 스피릿호’ 원유 유출 사고의 경우, 사고가 발생한 지 6년이 지난 2013년 피해액이 7341억 원으로 정해졌다. 이중 원유를 유출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선사 1500억 원, 유출 사고를 유발한 삼성중공업 56억 원에 더하여 IOPC(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에서 최대 3258억 원까지 배상한다면, 세금으로 약 2000억 원을 부담하게 된다. 유출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삼성중공업이 최대 56억 원에 불과한 배상금과 별개로 출연한 2900억 원 규모의 지역발전기금은 2017년 6월까지 배분되지 않았다. 2016년 7월 기준, 중국 선박회사 '허베이 스피리트 시핑'에 부과한 161억 원의 방제 비용에 대해서도 법정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7년 4월 24일부터 국제해사기구(IMO) 본부에서 개최되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회의에 참석해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 관련 배·보상 소송 내용‘을 논의하였으니 이 사고의 수습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우리는 ‘기름 유출 9주년 태안군, 피해 배·보상 완벽 마무리’라는 기사를 늘 접하게 될 것이긴 하다. 
  
에너지 전환의 시작 그리고 남겨진 고민
  
머지않아 석유가 시대가 끝날 것이다. 아니 벌써 값싼 석유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미국 텍사스의 앞마당을 파면 석유가 나는 시대가 더는 아니다. 망망한(horizon) 멕시코만에서 1600m의 깊은 바다(deepwater)를 파헤쳐야 석유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비피 딥워터 호라이즌 기름유출사고’의 배경이다. 그렇다고 핵에너지가 그다음을 이어갈 것으로 보기 어렵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그동안 석유 시대는 슈퍼 메이저가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희생을 당했으며, 저항하던 정권들을 몰락시키며 그들은 몸집을 키웠다. 최근 이러한 에너지 슈퍼 메이저들은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전력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16년 프랑스의 거대 석유 회사인 토탈이 배터리업체 사프트를 9억5000만 유로(약 1조3000억 원)에 인수했고, 세계 최대의 원유 수출업체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도 석유 이후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태양광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cp-3.jpg» 사우디 아람코의 태양광 주차장.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룰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에너지를 핵, 석유-석탄-천연가스,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의 문제로 주로 보았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의 시대에는 에너지원의 변화와 함께 에너지를 지배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포함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사용할 에너지를 가능한 한 많이 생산하고, 가능한 한 많이 소비하는 구조를 유지한다면 슈퍼 메이저에 의한 파괴와 지배 방식이나 그들이 사회 구성원들을 태도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에 다소 불편을 수반하더라도 개인의 에너지 자립과 독립을 통해 불평등한 에너지 지배 구조를 바꾸고, 에너지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희생되는 생명과 삶이 생기지 않도록 주위를 살피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에너지 전환의 시작에서 말이다. 
 
안재정/ 환경과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송내고등학교 교사
  
■ 참고 문헌
 
<월간 환경> 2014년 7월호 – 환경일보, 2014.6.25. 5쪽.
<중앙일보> 숫자로 알아보는 최악의 해양 재난영화 '딥워터 호라이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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