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신:밤 12시] 도보행진단, 가로등불빛 받으며 행진 “양심수 석방이 곧 민주주의다”
모든 양심수 석방 ‘8.15에 만나요’ 도보행진단 행진 1일차 마무리
해가 저물고 가로등불빛이 켜졌지만 모든 양심수들의 석방을 바라는 도보행진단의 발걸음은 계속됐다.
12일 오후 7시 30분경 도보행진단은 수원구치소에서 약 7.3km 떨어진 효원공원에서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청와대를 향한 양심수 석방 도보행진을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십시일반음식연대밥묵자’에서 준비한 제육덮밥 한 그릇으로 배를 채웠다. 시원한 콩나물냉국도 준비됐다. 반찬으로는 김치와 마늘장아찌가 나왔다. 밥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참가자들이 행진을 시작하자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가로등 불빛과 차량불빛에 의존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던 경찰도 경광등을 흔들며 도보행진단의 행진을 묵묵히 도왔다. 그 뒤로는 구급차량도 뒤따랐다. 무더운 날씨로부터 행진 참가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한의사들도 차를 타고 행진대열 뒤를 따랐다. 길벗한의사회 소속 인애한의원 지은혜 한의사와 기운찬한의원 김정현 한의사다.
낮에는 주로 20대 참가자들이 신청한 최신노래가 행진차량에서 흘러나왔지만, 해가 진 뒤에는 40~50대 참가자들의 신청곡이 흘러나왔다. 민중가요 그룹 ‘꽃다지’가 다시 부른 강산애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가 행진 분위기를 띄웠다. 참가자들은 리듬에 맞춰 부채와 몸을 흔들며 행진했다.
학생청년들의 분위기에 대열 뒤편에서 도보행진을 따라오던 강광철(50)씨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구명위) 회원인 강광철씨는 “앞에서 행진하고 있는 통일대행진단 학생들의 젊은 에너지가 신선하고 파릇파릇해서 너무 좋다”며 웃음 지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취임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인권을 생각하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면, 자신의 양심을 지키고자 했다가 박근혜 정권의 정치적 보복을 당해 감옥에 갇힌 양심수들을 사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 한사람의 양심수도 감옥에 있지 않을 때, 비로소 인권이 지켜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 상황을 개선시키고 싶어서 행진에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양심수 석방 도보행진 선두에는 대학생 통일대행진단 50여명이 섰다. 통일대행진단은 지난 6일부터 활동을 시작해 사드배치 지역인 성주 소성리를 방문해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 이후 12일·13일 1박2일 동안 양심수 석방 도보행진단에 참여했다.
도보행진은 구명위 차원에서 준비한 행사다. 이번 도보행진을 준비한 구명위 회원 권혜인씨는 “수원구치소에서 청와대까지 41km”라며 “도보행진을 준비하기 위해 3차례 사전답사를 다녔다”고 밝혔다. 그는 “함께 걸으며 양심수 문제에 대해서 알리고 고민할 수 있는 도보행진 기획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도보행진에 앞서 지난 9·10·11일 3일 동안, 그는 30여명의 청년학생들과 함께 ‘모든 양심수 석방! 815에 만나요! 도보행진단 실천활동’이라는 양심수 석방 운동을 벌였다. 아침마다 수원구치소에 모여 이석기 전 의원에게 서신을 쓰고 수의복을 입고 수도권 곳곳에서 침묵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12일 도보행진을 시작하는 날 오전에는 이 전 의원과 접견했다. 권씨는 “서신을 받아본 이석기 전 의원이 진심으로 감동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오후 10시 50분경 이날의 목적지인 인덕원역에 도착해 숙소로 이동하고 휴식을 취했다. 도보행진단은 다음날 오전 8시에 다시 인덕원역에서 출발해 과천역과 반포한강공원, 서울역 등을 지나 청와대로 향한다. 이후 청와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2신:12일 오후 7시 30분]“양심수 석방은 우리 사회 분단적폐 끝장내는 것”
12일 오후 3시 30분, 양심수 석방 도보행진단의 행진이 시작됐다. 뜨거운 8월 햇빛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힘찬 발걸음을 옮겼다.
행진차량에서는 빅뱅의 ‘뱅뱅뱅’(BANG BANG BANG),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into The New World) 등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뜨거운 태양이 쬐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진에 참여한 학생시민들은 몸을 신나게 흔들며 웃는 얼굴로 땀을 흘렸다.
방송차에서 구호를 외치지 않아도 참가자들은 “양심수 석방이 민주주의다”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 외에도 이들은 “양심수 석방은 의지의 문제다”, “반공논리 몰아내고 민주주의 안아오자”, “이석기를 석방하라”,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1차 행진은 수원구치소에서 시작해 홈플러스 북수원점을 지나 효행공원까지 이어졌다. 지나가던 수원시 시민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참가자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이들 중에는 엄지를 치켜 올리며 응원을 하는 이도 있었다. 아이들은 한동안 자전거를 타고 행진을 쫓으며 함께 “이석기 의원을 석방하라”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행진 중에는 참가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창환 민중연합당 상임대표는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 땅의 자주통일평등평화 그리고 민중생존권을 위해 박근혜 정권과 싸웠던 인물”이라며 “촛불항쟁의 불씨였고, 도화선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부가 이들을 석방하지 않는 다는 것은 조국독립을 위해 싸웠던 독립투사들이 해방 후에도 감옥에 갇혀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왜 주저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진정 문재인 정부가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려고 한다면, 촛불의 목소리를 듣고 양심수들을 전원 석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광복절을 3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양심수 석방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는 단지 몇몇 사람을 구해내겠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적폐 중 한국 사회를 옥죄어온 분단적폐를 끝장내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것, 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자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말했다.
대학생 참가자들의 발언도 있었다. 이화여대 정효주(20,여) 1학년 학생은 “지난 촛불정국 때 양심수 가족들을 만난 적이 있다”며 “당시 가족들은 양심수 문제를 거론하면 분위기를 망치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고 한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정 학생은 “박근혜정권의 탄압으로 억울하게 구속된 사람들이 해방되어야만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며 “광복절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문재인 정부에 의해 양심수 석방이 반드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모(20) 대학생은 “지금 양심수가 있다는 것은 여전히 반공논리가 유효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학생은 “공산주의가 아니면, 사회주의가, 아니면 그와 비슷한 진보이념이 국가안보에 위험이 될 수 있으니 범죄자 취급해야한다는 논리는 반공논리를 전제로 깐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촛불혁명은 그런 논리를 깨버리고 민주주의 논리를 제대로 세우자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평화와 자주를 옹호하는 양심적 사상 때문에 감옥에 있는 양심수들을 석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1신:12일 오후 4시 30분] “촛불 광복절, 모든 양심수 석방해야” 힘차게 내딛은 도보행진단
“이석기 의원을 석방하라! 한상균을 석방하라!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라! 8.15에 만나요!”
수원구치소 앞에서 구호와 함성이 울려퍼졌다. ‘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구명위) 회원들과 양심수 가족들, 청년·학생, 시민들로 구성된 ‘양심수 석방 도보행진단’의 함성이다. 500여명의 도보행진단은 12일 오후 2시 수원구치소 후문 앞에서 발대식을 열고 청와대를 향하는 1박2일 행진을 시작했다.
구명위는 이날 발대식을 시작으로 1박2일 동안 ‘모든 양심수 석방 8.15에 만나요 도보행진’을 진행한다. 첫날 도보행진 참가자들은 수원구치소 앞에서 행진을 시작해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북수원점과 효행공원을 거쳐 의왕파출소까지 행진한다. 다음날 참가자들은 인덕원역에서 집결해 서울 반포한강공원, 전쟁기념관, 서울역 등을 거쳐 청와대 앞까지 걷는다. 이후 이곳에서 8.15특사를 촉구하는 촛불문화제 ‘8.15에 만나요’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이 수원구치소에서 도보행진 발대식을 연 이유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이곳에 내란음모 사건으로 4년째 구금돼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대식 사회를 맡은 양심수석방추진위의 윤희숙은 “이곳에서 함성을 지르면, 그 목소리가 감옥 담장을 넘어서 구치소 안까지 들린다고 한다”고 하자, 참가자들은 있는 힘껏 함성을 질렀다.
참가자들은 ‘8.15 특사!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라’는 문구가 적힌 몸자보를 착용하고 육교 위에 올랐다. 이들은 준비해온 양심수 석방을 상징하는 푸른색 부채를 흔들며 커다란 현수막을 펼쳤다. 파란색 바탕의 현수막에는 노란 글씨의 ‘8.15에 만나요!’라는 문구가 적혔다. 글씨 위로는 날아오르는 비둘기가 그려졌다.
구명위 상임공동대표인 정진우 목사는 “이번 8.15광복절은 단순히 해방 후 72년 만에 맞는 72번째 광복절이 아니”라며 “촛불 이후 맞이하는 첫 번째 광복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사드는 여전하고, 굴욕적인 한미관계와 분단의 갈등은 깊어만 가고 있으며, 양심수들은 오늘날까지도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지금 구속돼 있는 양심수들의 민족·자주 노선이 옳았다는 것을 뜻한다”고 외쳤다.
정 대표는 “오늘의 거룩한 발걸음이 해방·자주·평화·통일의 역사를 만들어 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우리 힘으로 양심수 전원을 건져내고 해방시키자”고 말했다
이 전 의원과 접견하고 온 신엘라 경기청년연대 의장은 “이석기 의원이 여기 온 모든 이들에게 이렇게 전달하라고 한다”며 온 몸으로 하트를 그려보였다. 이어 이 전 의원이 “그 행진에 나도 같이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신엘라 의장은 “감옥문이 열릴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며 “반드시 석방시키겠다는 마음으로 힘차게 걷겠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의 누나인 이경진씨는 “청년들의 소성리, 강정마을, 대학로, 서울역, 수원구치소에서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그 열정과 땀이 양심수 가족들에게 무한한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고백했다. 그는 “저도 몸은 안 좋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렇게 나왔다”며 “건강 걱정하지 말고 그저 저와 마주치면 얼굴보고 웃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대식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뜨거운 햇빛을 가리기 위해 모자와 팔토시를 착용하고 행진을 시작했다. 가장 선두에는 청년들이 그 뒤로 구명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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