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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일제 강점기에 끌려간 노동자 형상화한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막식
17.08.12 17:41l최종 업데이트 17.08.12 17:4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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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역에서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막식 용산역에서 12일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막식이 열렸다 |
ⓒ 신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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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너무 늦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에 끌려가 노역을 살다 억울하게 희생된 강제징용 노동자들을 기리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용산역에 세워졌다.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추진위원회(건립추진위)는 12일 오후 2시 용산역 광장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공개하는 제막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한수 할아버지(99)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송영길 의원, 동상 제작자인 김운성·김서경 작가 등이 참석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의원 등이 건립추진위에 참여했다. 추진위는 "용산역은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끌려가기 직전의 집결지였다. 징용자들이 고향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밟은 조국 땅이다"라면서 "이 곳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건립해,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자 한다"고 밝혔다.
곡괭이, 빼빼마른 가슴 그리고 햇빛을 가리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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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역에 세워진 강제징용 노동자상 12일 용산역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세워졌다. |
ⓒ 신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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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노동자상은 높이 약 190cm, 폭 1m 규모로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김서경 작가가 만들었다. 어두운 탄광을 나오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빼빼마른 노동자가 오른쪽 손으론 곡괭이를 들고 다른 손으론 햇빛을 가리고 서있는 모습니다. 오랜 시간 탄광에서 일하다 밖으로 나왔을 때 눈이 부셔 햇빛을 가리는 노동자의 모습을 본뜬 것이다.
곡괭이는 탄광에서 고된 노동을 하던 것을, 오른쪽 어깨에 앉아있는 새는 자유와 고향·어머니를 향한 갈망을 상징한다. 동상의 발쪽에는 흙더미 같은 형상이 있다. 김서경 작가는 "일본에서 묘비도 없이 돌아가신 분들의 유해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노동자상 하단에는 '눈 감아야 보이는 조국의 하늘과 어머니의 미소, 그 환한 빛을 끝내 움켜쥐지 못한 굳은 살 배인 검은 두 손에 잊지않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노동자상을 둘러싼 4개의 기둥에는 일제의 강제징용에 관한 설명, 당시 용산역의 사진 등이 새겨져 있다.
김한수 할아버지 "우리가 다 죽어 없어지기만 바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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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징용 피해자 김한수 할아버지 강제징용 노동자상 주변 4개 기둥을 바라보는 김한수 할아버지 |
ⓒ 신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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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사키 미쓰비시중공업 조선소로 끌려갔던 김한수 할아버지(99)는 "일본은 젊은이들을 끌고 가서 왜 사죄 한마디 하지 않느냐. 한국 정부는 그 책임을 묻지 않고 대가를 청구하지 않는다"며 "우리 같은 사람이 다 죽어 없어지기만을 바라는 건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성토했다.
노동자상을 보며 눈물을 흘린 김 할아버지는 "늦었지"라고 말했다. 이어 김 할아버지는 "사람들이 이것을 보러 먼 곳에서 오기 힘들다"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많은 곳에 세웠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전했다.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당초 3월에 용산역에 세워질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아 미뤄졌다. 여전히 허가는 떨어지지 않았다. 한국노총 조선하 대외현력본부 부장에 따르면 11일 정부로부터 '허가하지 않겠다'고 공문이 내려왔다. 그러나 정부는 건립을 막지는 않았다. 조선하 한국노총 부장은 "정부와 추후 협의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우원식 원내대표 "정부도 노력하겠다" 약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말 너무 늦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우 원내대표는 "전 세계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계속 세워나가, 모든 사람들이 일제 강점기 아래 (고통받았던) 노동자들의 이 모습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며 "강제징용에 대한 진상규명과 일본에 사과와 배상을 받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지난해 8월24일 조선인 3000여 명이 노역을 살았던 단바망간 광산에 처음으로 세워진 뒤, 용산역에 처음으로 세워졌다. 건립추진위는 이날 오후 6시에 인천에도 세울 예정이다. 경남, 제주 등에도 노동자상 건립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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