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을 아예 분사하여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 TSMC처럼 만들기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삼성파운드리'라는 자회사가 삼성전자에서 분사를 해도 모든 시장 참여자들은 삼성전자나 삼성파운드리라는 자회사나 모두 이 회장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다.
어느 누구도 삼성그룹에 존재하는 기업들이 독립경영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그룹에 속한 기업들은 법인격이 달라도 각자 주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하기보다는 이 회장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에버랜드 사태, e삼성 사태와 최근 삼성물산 및 제일모직 사태 등 이 회장의 이익을 위해 삼성그룹 주주와 법인이 희생을 반복했던 것으로 충분히 증명된다.
결국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은 언젠가는 이 회장의 이익을 위해 고객(팹리스) 신뢰를 버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반도체 제작을 맡기지 못하고 대만의 TSMC에 물량이 몰리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셋째, 이 회장은 경영 3세로서 삼성전자를 지배할 만한 충분한 지분조차 없이 보험업법 취지 등을 위배하여 삼성전자를 편법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앞서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고 얘기했다. 전문경영인에는 전문성이라는 장점과 '주인-대리인 문제'라는 단점이 있고, 지배주주 경영에는 책임성이라는 장점과 '참호구축효과'(entrenchment effect, 기업이 혁신적인 투자나 공격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하지 않고 인적, 물적 방어진을 구축해 자리만 보전하는 현상)라는 단점이 각각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지배주주조차 아니다. 그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결국 전문성도 없고 지배주주로서 책임성도 없는 비지배 주주인 이 회장의 경영은 주인-대리인 문제와 참호 구축효과의 단점을 취합하게 된다.
1.63%의 지분만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고자 하는 노력이 바로 삼성그룹의 수많은 불법 및 편법의 근원이다. 정상적인 방법만으로는 1.63%의 지분만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없으니 비정상적 방법이 동원된다. 이 비정상적 방법을 이해하려면 삼성그룹 지배구조 핵심이 되는 중요한 두 가지 편법·불법사례를 알아야 한다.
첫 번째 고리는 삼성전자 지분 5%를 보유하는 삼성물산을 통한 지배력 확보다. 이 회장의 불법행위 핵심 고리는 바로 에버랜드, 제일모직,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불법·편법행위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공정 합병까지 일련의 사태의 목적은 이 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지배력 5%를 확보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으로 해석 가능하다.
두 번째 고리는 삼성전자 지분 8.5%를 보유하는 삼성생명을 통한 지배력 확보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두 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13.5%가 넘는다. 삼성전자처럼 큰 회사의 지분을 13.5% 정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면 그래도 안정적인 지배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보험업법에 따라 삼성전자 주식 보유에 제한이 있다. 금산분리의 원칙 및 포트폴리오 원칙에 따라 고객이 맡긴 돈을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하고자 계열사 주식에 과도하게 투자하면 안 된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총자산의 약 10% 이상을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는 데 쓰고 있다. 명백히 보험업법 위반이다. 그러나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원가로 평가하게 되면 이러한 편법이 가능하게 된다. 시행령도 아닌 규정이 상위법과 금산분리의 원칙을 어기는 상황이다.
법과 원칙만 지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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