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은 더 싸게? 노동조건 하향평준화돼 정주노동자 고용에도 영향"
성서지회가 터 잡은 대구 달서 성서산업단지는 섬유, 전기·전자, 운송장비, 목재 등을 생산하는 소규모 사업체가 밀집한 곳이다. 2023년 대구시 통계를 보면, 입주업체는 2847개, 노동자 수는 4만7064명이다. 한 사업체가 평균 16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셈이다.
인력난을 겪기 쉬운 작은 사업장에 이주노동자가 많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2023년 통계청 통계를 보면,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 69%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50인 미만으로 범위를 넓히면, 이 비율은 78.8%가 된다.
작은 사업장이 많은 성서산단의 운영도 이주노동자의 노동을 빼고 말할 수 없다. 성서산단이 있는 달서 거주 외국인은 지난 4월 기준 1만2610명이었다. 김 지회장은 특히 작은 사업장의 청년 신규 취업자가 줄며 한국인 생산직 노동자들이 고령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주노동자를 채용하려면 전체 정주(한국인)노동자를 구한다는 채용공고를 7일 이상 내야 하거든요. 그런데 와서 하루 이틀 못 견디고 가요. 그러면 현장에는 고령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들이 남아요.
태경산업이라는 회사에 조합원들이 있는데, 제일 젊은 사람이 이주노동자예요. 70이 넘은 생산직 정주노동자도 있어요. 조합원이 있는 다른 두 회사도 제일 젊은 정주노동자는 사업장을 선택할 수 없는 특례병(산업기능요원)이나 현장실습생이에요. 그걸 빼면, 61세 조합원이 제일 젊은 정주노동자인 곳도 있어요."
이주노동자가 많고, 그들의 노동이 꼭 필요한 산단에 자리잡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주노동자와 함께하는 노조 활동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노조 내부에서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가 표출되곤 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성서지회 안에도 진통이 있었다. 과거 한국인 조합원 중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신고를 무기 삼아 자신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이들도 일부 있었다. 성서지회 구성원 다수는 그러나 그런 행동에 분명히 선을 그었고, 이제 그런 조합원은 사라졌다.
김 지회장은 이처럼 성서지회가 "모든 노동자는 하나"라는 원칙을 지키며 운영돼온 것이 현재의 모습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도 인간'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으로도 들리는 원칙이었다.
그는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지키고 개선하는 일은 정주노동자의 노동조건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했다.
"정주노동자든 이주노동자든 똑같이 회사에서 일을 해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말자는 사람들이 있죠. 그렇게 하면 사용자들이 더 싼 사람들을 쓰려고 하면서 노동조건이 하향평준화되고, 정주노동자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거예요. 그래서 모든 노동자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받아야 하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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