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 화성-12형 발사징후를 24시간 동안 노출한 까닭
2. 미국의 국가안보 파탄시킨 조선의 열핵무기체계
3.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할 전술핵무기는 없다
4. 트럼프와 배넌의 은밀한 소통, 무엇을 협의하는 것일까?
1. 화성-12형 발사징후를 24시간 동안 노출한 까닭
2017년 9월 15일 조선이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을 지난 8월 29일에 이어 또 쐈다. 한국군 합참본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에 발사된 탄도미사일의 정점고도는 8월 29일에 발사된 것보다 220km 정도 더 높아진 약 770km였고, 비행거리는 8월 29일에 발사된 것보다 1,000km 정도 더 길어진 약 3,700km였다고 한다.
미국 군사정보기관들은 화성-12형을 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하지만, 조선에서는 화성-12형을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한다. 중거리와 중장거리의 차이가 생긴 까닭은, 사거리 장단에 따라 탄도미사일의 급을 정하는 분류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자기의 독자적인 시각을 갖지 못하고, 세상만사를 미국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한국에서는 미국식 미사일분류법만 있는 줄로 착각하지만, 조선식 미사일분류법도 있고, 러시아식 미사일분류법도 있다.
미국에서는 단거리탄도미사일(1,000km 미만), 준중거리탄도미사일(1,000~3,000km), 중거리탄도미사일(3,000~5,500km)로 각각 분류하고, 사거리가 5,500km를 넘는 탄도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분류한다. 그와 달리, 조선에서는 단거리탄도미사일, 중거리탄도미사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분류한다. 조선이 각급 탄도미사일들의 사거리 범위를 어떻게 정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거리가 1,000km 미만인 것은 단거리탄도미사일, 사거리가 1,000~5,000km인 것은 중거리탄도미사일, 사거리가 5,000~10,000km인 것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사거리가 10,000km 이상인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분류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화성-12형의 사거리를 약 5,000km라고 추정하는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식 분류법에 따라 그 미사일을 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분류하지만, 화성-12형의 사거리를 약 8,400km로 추산하는 나는 조선식 분류법에 따라 그 미사일을 중장거리탄도미사일로 분류한다. 미국식 분류법에 따르면, 사거리가 약 8,400km로 추정되는 화성-12형은 중거리탄도미사일이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분류되는데, 그렇게 되면 화성-12형과 화성-14형이 동급으로 분류되는 논리적 모순이 생긴다. 조선의 탄도미사일들을 조선식 분류법에 따라 분류해야 정확한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 <사진 1>
▲ <사진 1> 맨위쪽 사진은 2017년 9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순안국제비행장 활주로에서 진행된 화성-12형 발사를 현지지도하기 위해 현장에 마련된 임시관측소에서 발사시각을 기다리는 장면이다. 동녘하늘에 여명이 밝아오는 이른 아침 시각이다. 가운데 사진은 김정은 국뮈원장이 화성-12형을 싣고 발사지점으로 출발하는 발사대차를 바래워주는 장면이다. 그 발사대차에는 발사작업을 진행할 전투원이 7명밖에 타지 않았다. 맨아래쪽 사진은 화성-12형이 거대한 화염과 폭음을 내뿜으며 발사되는 장면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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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되는 것은, 이번에 발사된 화성-12형의 발사지점, 비행방향이 8월 29일에 발사된 화성-12형의 발사지점, 비행방향과 같았다는 사실이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평양 북쪽에 있는 순안국제비행장 활주로에서 화성-12형을 발사하였고, 일본 홋까이도(北海道) 오시마(渡島)반도 상공과 에리모(襟裳)갑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상공으로 멀리 날려보낸 것이다.
왜 같은 지점에서 발사하고, 같은 방향으로 날려보낸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동아일보> 2017년 9월 16일 보도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화성-12형을 발사하기 하루 전인 9월 14일 새벽부터 화성-12형을 실어놓은 발사대차, 대형 화물차, 병력의 이동상황을 미국 정찰위성에 노출하였고, 순안국제비행장 활주로에 임시관측소를 세우고 그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도 거의 실시간으로 노출하였다고 한다.
이전에는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를 따돌리기 위해 기만전술, 은폐전술, 교란전술을 펼치며 미사일발사징후를 전혀 노출하지 않았던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화성-12형 발사징후를 미국 정찰위성에 24시간 동안 계속 노출하였다. 의도적인 행동이 분명한데, 왜 그랬을까?
전략적 핵압박공세로 백악관을 짓누르는 압박강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조선은 이번에 발사징후를 일부러 미국 정찰위성에 노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실이 말해주는 것처럼, 백악관을 짓누르는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는 지난 9월 3일에 진행된 열핵탄두기폭시험에 이어 12일 만에 진행된 화성-14형 발사로 압박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명백하게도, 조선은 유엔안보리 경제제재나 미국 및 그 동맹국들의 독자제재와는 무관하게, 아니 그런 경제제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전략적 핵압박공세의 압박강도를 차례로 한 단계씩 높여가는 것이다.
조선 외무성은 지난 9월 11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가 취하게 될 다음번 조치들은 미국으로 하여금 사상 류례 없는 곤혹을 치르게 만들 것이다. 세계는 우리가 미국이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강력한 행동조치들을 련속적으로 취하여 날강도 미국을 어떻게 다스리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였다.
2. 미국의 국가안보 파탄시킨 조선의 열핵무기체계
한 발만 쏴도 광활한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조선의 1Mt급 열핵탄두, 그리고 그런 열핵탄두를 30분이면 미국 본토로 날려보낼, 사거리가 12,000km인 조선의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이 초강력한 열핵무기체계의 출현은 조선의 국가핵무력완성사업이 거의 종착점에 이르렀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그와 동시에 미국의 국가안보가 사실상 파탄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조선의 열핵무기체계 출현으로 미국의 국가안보가 사실상 파탄났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은 화성-14형 재돌입체가 돌진낙하 마지막 순간에 대기마찰을 견디지 못하고 소멸되었다느니 또는 열핵탄두 폭발위력이 140kt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느니 하는 식으로 상투적인 여론공작을 벌였지만, 그들의 작은 손바닥 두 쪽으로 푸른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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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2>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핵탄두기폭시험을 하루 앞둔 2017년 9월 2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하면서 열핵탄두를 살펴보는 장면이다. 이 사진에 나타난 열핵탄두는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 안에 들어간다. 열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이루어진 조선의 열핵무기체계가 출현함으로써 미국의 국가안보는 사실상 파탄나고 말았다. 미국이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미국의 국가안보파탄은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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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말해주는 것처럼, 조선은 미국과 최후결전을 벌일 각오로 끝장을 볼 때까지 맞서 싸우고 있다. 미국은 그런 조선을 가리켜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조선이 열핵무기체계를 틀어쥐고 미국의 태평양작전지대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미사일발사를 끝장을 볼 때까지 계속하고 있으니, 조선과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의 국가안보가 어찌 파탄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미국의 국가안보가 사실상 파탄났다는 말은 추상적인 언술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을 분석하고 내린 결론이다. 그 결론을 아래와 같이 세 갈래로 서술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의 국가안보가 사실상 파탄났다는 나의 분석은 주한미국군과 주한미국민간인들이 고립되고 위험에 빠졌다는 뜻이다. <조선일보> 2017년 4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에 신고된 주한미국군과 주한미국민간인은 23만 명이라고 한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23만 명의 안전문제다.
한 대에 400명이 탄다는 보잉 747 항공기가 575대나 있어야 미국인 23만 명을 일본으로 피신시킬 수 있는데, 그처럼 많은 항공기를 동원할 수도 없거니와, 소개작전용 항공기를 다만 몇 대라도 동원하는 전쟁징후가 보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기습적인 미사일공격으로 남측에 있는 모든 공항들의 활주로와 관제탑이 파괴될 것이며, 조선인민군 잠수함대들의 기습적인 종심타격과 후방공격으로 남측에 있는 모든 항구들이 봉쇄될 것이다. 하늘길과 뱃길이 끊기면, 주한미국인 23만 명 가운데 전투원들은 퇴로가 막힌 전쟁포로로 전락하게 될 것이고, 비전투원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인질신세로 전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반도에서 전쟁위기가 지금 보다 더 고조되는 경우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에 대비해서 주한미국인 23만 명을 미리 일본으로 데려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소개작전을 시작하는 것은 미국이 곧바로 전쟁을 일으킨다는 매우 심각한 전쟁도발징후이므로, 조선은 주저 없이 선제공격을 개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2017년 5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국군사령부는 주한미국인 17,000명이 참가하는 ‘비전투원소개작전(NEO)’을 긴장국면에서 연습하는 경우, 조선이 전쟁준비로 오해할까봐 연습을 한 달 정도 뒤로 미뤘다고 한다.
주한미국인 23만 명이 그처럼 고립되어 위험에 빠졌는데도, 트럼프 행정부가 그저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으니, 이것이 미국의 국가안보파탄이 아니면 무엇인가.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주한미8군사령부의 지휘 밑에 주한미국인들이 긴급소개작전을 연습하는 장면이다. 어린아이도 보인다. 주한미국군과 주한미국민간인을 모두 합하면 23만 명이 되는데, 미국은 전시에 그들을 일본으로 긴급소개한다는 비현실적인 작전계획을 세워놓고 저렇게 연습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전시상황에서는 조선인민군의 기습공격으로 한국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모든 하늘길과 뱃길들이 끊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한미국인 23만 명 가운데 전투원들을 퇴로가 막힌 전쟁포로로 될 것이고, 비전투원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인질신세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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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미국의 국가안보가 사실상 파탄났다는 나의 분석은 서태평양작전지대에 전진배치된 미국군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핵공격사정권 안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그들의 서태평양작전지대는 하와이주에서 동아시아연안까지 광활한 범위를 포괄한다. 그처럼 광활한 서태평양작전지대에 산재한 육군기지들, 해군기지들, 공군기지들에 전진배치되어 태평양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미국군 병력은 184,460명이다. 만일 조미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서태평양작전지대에 전진배치된 전투원들부터 먼저 한반도 전선에 보내게 된다.
그런데 조선이 서태평양작전지대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공격력을 갖추고, 서태평양작전지대를 대상으로 하는 미사일발사를 계속함으로써 그 작전지대에 조성된 조미대결상황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만일 조미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주일미국군 해군과 공군을 가장 먼저 한반도 전선으로 보내려는 작전계획을 갖고 있다지만,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면 주일미국군 해군기지들, 공군기지들부터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집중적인 미사일공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조미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서태평양작전지대에 전진배치한 전투원들을 증원군으로 한반도 전선에 보내기는커녕, 태평양사령부마저 조선인민군의 전략적 타격을 받을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증원부대를 한반도 전선에 보낼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은 주한미국군 28,500명을 조선인민군의 집중공격 앞에 속수무책으로 방치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주한미국군이 철수하지 않는 한, 전시에 그들이 살아남을 방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태평양작전지대에 전진배치된 미국군 184,460명이 그처럼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핵공격사정권 안으로 깊숙이 끌려 들어가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그저 속수무책으로 앉아있으니, 이것이 미국의 국가안보파탄이 아니면 무엇인가.
셋째, 미국의 국가안보가 사실상 파탄났다는 나의 분석은 워싱턴을 포함한 미국 본토 전역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열핵무기체계 공격범위 안으로 끌려들어갔다는 뜻이다.
예컨대, 미국의 ‘관심하는 과학자 동맹(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이 2017년 7월 28일에 발표한, ‘북조선 대륙간탄도미사일, 미국 주요도시들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제목의 분석자료에서 그들은 화성-14형의 사거리를 10,400km 추산하였는데,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화성-14형을 동쪽으로 발사하는 경우 지구 자전의 영향을 받아 사거리가 더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하였다. 그래서 분석자료에 따르면, 동쪽으로 발사된 화성-14형이 지구 자전의 영향을 받으며 날아가면 로스앤젤레스, 덴버, 시카고, 보스턴, 뉴욕 같은 대도시들이 모조리 사정권 안에 들어가는데, 조선에서 워싱턴까지 거리는 11,000km이고, 화성-14형의 사거리는 10,900km이므로 화성-14형이 워싱턴에 도달하려면 100km가 모자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분석자료에서 화성-14형의 사거리를 10,400km로 추산한 것은 부정확하다. 사거리를 정점고도의 3배로 추산하더라도, 정점고도가 3,700km에 이른 화성-14형의 사거리는 11,100km이므로, 조선은 그 미사일로 워싱턴을 직격할 수 있다.
조선이 워싱턴을 그처럼 열핵무기체계 공격권 안에 두었다는 말은 미국이 조선의 강력한 핵억제력에 짓눌리고 있다는 뜻이다. 조선의 핵억제력은 미국이 조선을 감히 공격하지 못하도록 억제할 뿐 아니라,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경우에도 미국이 섣불리 군사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매우 강력한 물리력이다.
지난날 전쟁연습을 벌일 때마다 조선을 일방적으로 압박, 위협해오던 미국이 이제는 조선의 강력한 핵억제력에 짓눌리고 있으니, 이것이 미국의 국가안보파탄이 아니면 무엇인가.
3.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할 전술핵무기는 없다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이 그런 강한 유혹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7년 9월 8일 보도기사에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3일 조선이 열핵탄두기폭시험을 단행한 시각으로부터 몇 시간이 지난 점심시간 직후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가지 선택방안들을 제출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일 한국이 요청하는 경우,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는” 선택방안도 거기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이 전술핵무기를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하는 선택방안을 거론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 아니다. <NBC> 2017년 4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미중정상회담에 열리기 며칠 전에도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은 주한미국군기지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문제가 포함된 여러 가지 선택방안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하였다고 한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국립원자시험박물관에 전시된 B61 열핵폭탄을 촬영한 것이다. 열핵폭탄이 핵무기고에 있지 않고, 왜 박물관에 전시된 것일까? 그 까닭은 그 열핵폭탄이 실전상황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어 박물관에나 전시해야 할 노후폭탄이기 때문이다. 1963년 미국에서 개발된 낡은 기술로 만든 B61 열핵폭탄은 유도장치가 없어서 전략폭격기에 싣고 타격목표상공까지 날아가 낙하산에 매달아 떨어뜨리거나, 타격목표상공에서 자유낙하방식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더욱이 열핵폭탄의 작전수명은 7년밖에 되지 않아, 작전수명이 끝나기 전에 열핵폭탄의 핵심부품들을 새 것으로 바꿔줘야 하는데, 국가재정파산위험에 빠진 미국은 예산부족으로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은 이미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B61 열핵폭탄을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하려는 군사적 선택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하였고, 열핵폭탄이 뭔지도 모르는 무지몽매한 자유한국당은 전술핵무기를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해달라고 미국에게 애원했으니, 모두들 정신이 나간 모양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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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것처럼, 재래식 무력으로 핵무력에 맞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므로, 핵무력에는 핵무력으로 맞서야 한다. 그러니 미국은 주한미국군기지들에 전술핵탄을 전진배치하여 조선의 핵공격위협을 상쇄하려는 강한 유혹을 느낄 만하다.
그들이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할 가능성을 거론한 전술핵무기가 바로 B61 열핵폭탄(소형화된 수소폭탄)이다. 지금 미국이 실전배치한 전술핵무기는 B61 열핵폭탄과 B80 열핵탄두 2종밖에 없다. 그런데 B80 열핵탄두는 순항미사일에 장착하여 전략폭격기와 전략잠수함에서 발사하는 것이므로, 주한미국군기지에 고정배치하지 못한다.
미국 공군이 실전배치한 B61 열핵폭탄은 작전임무에 따라 폭발위력을 조절할 수 있는데, 최대폭발위력은 340kt이다. 이런 단순한 사실만 보면, 그 열핵폭탄이 대단한 열핵무기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내막을 파헤치면 아주 딴판이다. 1963년에 미국에서 개발된 낡은 기술로 만든 B61 열핵폭탄은 유도장치가 없는 노후폭탄이다. 유도장치가 없으므로, B-52H 전략폭격기에 싣고 타격목표상공까지 날아가 낙하산에 매달아 떨어뜨리거나, 타격목표상공에서 자유낙하방식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원시적인 방공무기밖에 없는 약소국들에게는 B61 열핵폭탄이 공포의 무기로 되겠지만, 장거리 공중감시망을 운용하면서 장거리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다층방공망을 갖춘 조선을 상대해서는 그처럼 낡은 열핵폭탄을 사용할 수 없다.
미국의 ‘관심하는 과학자 동맹’이 2013년 5월에 펴낸 분석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B61 열핵폭탄을 3,155발이나 생산하였는데, 2012년 현재 그 가운데서 2,200발을 폐기, 해체했고, 955발만 남겨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남겨둔 955발 가운데서 520발은 곧 폐기, 해체되고, 435발만 남게 된다고 한다.
왜 그렇게 많은 B61 열핵폭탄을 폐기, 해체해야 했을까? 그 까닭은 B61 열핵폭탄이 계속 노후화되기 때문이다. B61 열핵폭탄은 1968년부터 계렬생산되기 시작하였는데, 작전수명은 7년밖에 되지 않는다. B61 열핵폭탄에 내장된 6,000여 개 각종 부품들 가운데 핵심부품들을 7년이 지나기 전에 새 것으로 바꿔주지 않으면, 실전상황에서 터질지 안 터질지 알 수 없으므로 폐기, 해체해야 한다.
미국 <원자과학자회보(BAS)> 2013년 10월 25일부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와 미국 국가핵안보국(NNSA)은 2012년 현재 남아있는 B61 열핵폭탄 435발 가운데 대부분의 작전수명이 2019년에 끝나게 되므로, 2017년부터 그 열핵폭탄의 핵심부품들을 새 것으로 바꿔주지 않으면 쓸모가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 국방부는 B61 열핵폭탄의 작전수명연장사업에 필요한 790억 달러를 예산으로 책정해달라고 연방의회에 요청하였으나, 재정파산위험에 빠진 미국은 그처럼 막대한 예산을 마련할 길이 없어, 그 요청이 거부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2년 뒤 B61 열핵폭탄은 군사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B61 열핵폭탄 180발을 몇몇 서유럽 동맹국들에 있는 미국군기지들에 전진배치하였다고 하지만, 그 열핵폭탄들도 작전수명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은 그처럼 작전수명이 거의 끝나가면서 폐기, 해체를 앞둔 B61 열핵탄두를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하려는 군사적 선택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하였으니, 그들이 과연 제 정신으로 그렇게 하였는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 그런 사정을 전혀 알 턱이 없는 자유한국당은 얼마 전 워싱턴에 대표단을 급파하여 전술핵무기를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해달라고 애걸복걸했으니, 자유한국당이야말로 극우무뢰한들의 집합소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4. 트럼프와 배넌의 은밀한 소통, 무엇을 협의하는 것일까?
미국은 자국 본토에 대한 핵타격능력을 개발하려는 조선의 노력을 좌절시키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보았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아무런 과학적 타산도 하지 못한 채, 조선을 압박하면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어버린 전략적 오판에 빠진 미국은 조미핵대결에서 패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면 앞으로 5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둥,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할 만큼 핵탄두를 소형화, 경량화하려면 앞으로 5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둥 자기들도 믿지 못할 엉터리 정보들만 늘어놓으며 전쟁연습, 경제제재, 인권공세, 모략공세 등 각종 적대행위에 집착하다가 결국 그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런 사태는 조미적대관계의 본질과 변화방향을 정확히 꿰뚫어볼 유능한 책사가 백악관에 없었고, 지금도 없다는 점을 말해준다. 미국이 국가안보파탄이라는 재앙을 겪게 된 또 다른 원인이 거기에 있다.
조미적대관계와 관련된 전략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책사를 손꼽으라면, 얼마 전까지 선임전략가로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스티브 배넌(Stephen K. Bannon)이 있다. 그는 백악관 내부의 권력암투에서 패하여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 대조선전략의 비밀을 언론에 유출한 장본인이다. 원래 그는 트럼프의 사위인 재럿 쿠쉬너(Jared C. Kushner)와 함께 지난 대선기간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면서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일등공신’이었다. 그래서 트럼프는 백악관에 들어가자마자 쿠쉬너를 선임고문으로, 배넌을 선임전략가로 각각 임명하였다. 그런데 배넌은 백악관의 막후실세인 쿠쉬너와 충돌한 권력암투에서 밀렸고, 나중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허버트 맥매스터(Herbert R. McMaster)와 충돌한 권력암투에서도 밀렸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내부를 너무 어지럽히는 권력암투를 정리하라고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한 존 켈리(John F. Kelly)마저 그에게 등을 돌리는 바람에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에 나타난 세 명의 인물들은 오른쪽부터 스티브 배넌 백악관 선임전략가(당시 직책), 재럿 쿠쉬너 백악관 선임고문, 켈리앤 컨웨이 백악관 고문이다. 배넌은 백악관의 막후실세인 쿠쉬너와 충돌한 권력암투에서 밀렸고,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충돌한 권력암투에서도 밀렸으며,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마저 그에게 등을 돌리는 바람에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배넌은 미국이 주한미국군 철수와 조선의 핵동결을 맞바꾸는 방식으로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고 미중경제전쟁에 전력해야 한다는 전략구상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배넌이 백악관을 떠난 뒤에도 그와 은밀히 소통하면서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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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암투에서 패한 배넌은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 대조선전략의 비밀을 언론에 유출하였다는데, 그 비밀은 무엇일까? 2017년 8월 16일 미국의 온라인매체 <미국의 전망(American Prospect)>에 실린 배넌의 대담기사에서 그 비밀을 읽을 수 있다. 배넌은 대담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선의 핵위협에 대처하는) 군사적 해결은 없다. 그런 것은 잊어버려라. 서울 인구 1천만 명이 재래식 무기 공격으로 전쟁 개시 30분 만에 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는 방정식을 누군가 풀어주기 전에는 나는 당신(대담자를 지칭함-옮긴이)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겠다. 군사적 해결은 없다.”
위에 인용한 배넌의 발언은 한반도 군사정세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내용이어서 무슨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뉴저지주에 있는 골프클럽에서 진행된 회합에서 “북조선은 미국에게 더 이상 위협을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들은 세계가 알지 못하는 불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협박하고,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한 술 더 떠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조선에 대한 ‘예방전쟁(preventive war)’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식의 폭언을 늘어놓은 바로 그 시점에 백악관 수석전략가인 배넌이 조선문제에 대한 ‘군사적 해결’ 같은 것은 없다고 일갈했으니, 이것이야말로 미국 대통령의 협박발언이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폭언이 허풍을 치는 수사적 표현이라는 ‘비밀’을 폭로한 것이었다.
배넌의 폭로발언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대담기사에서 그는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대신 중국으로 하여금 조선이 핵프로그램을 동결하게 하는 외교협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고려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중국의 개입이라는 비현실적인 요인을 들여놓은 결함을 드러내기는 했으나, 배넌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와 조선의 핵동결문제를 맞바꾸는 선택방안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배넌의 그런 전략구상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조선핵대결을 중지하고 대중국경제전쟁에 전력해야 한다는 시급한 요구가 들어있었다. 다시 말해서, 지금 미국에게는 대조선핵대결과 대중국경제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만한 힘이 없으므로, 전자를 중지하고 후자에 전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넌은 대담기사에서 그 ‘비밀’을 털어놓은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결정으로 백악관을 떠나야 했다. 자신이 곧 해임될 것을 예감한 그가 고의적으로 그 ‘비밀’을 언론에 유출한 것인지도 모른다. 배넌이 백악관을 떠났을 때, 그가 선임전략가로서 자기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월스트릿저널> 2017년 9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홍콩을 방문 중이던 배넌은 비공개 오찬회합에서 자기가 “트럼프 대통령과 2~3일마다 통화한다”고 하면서, “어제(9월 11일을 뜻함-옮긴이) 저녁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1시간가량 통화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배넌의 빈번한 전화통화는 안부를 주고받는 게 아니다. 더욱이 백악관의 공식직책을 가진 관리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지 못하는 판인데, 일반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주 전화를 걸어 장시간 통화하고, 해외에 나가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국제통화를 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배넌은 당시 홍콩에 머무는 동안 어느 회합에서 연설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국을 방문하게 된다는 외국방문일정을 세상에 공개하여 청중들을 놀라게 하였다. 백악관의 공식발표가 나오기 전에 그가 미국 대통령의 중국방문일정을 먼저 세상에 공개한 것이다. 이런 내막을 들춰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배넌과 은밀히 소통하면서 중대현안들을 협의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트럼프와 배넌이 자기들의 은밀한 소통에서 협의하는 중대현안은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는 문제와 미중경제전쟁에 대처하는 문제인 것이 분명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철수와 조선의 핵동결을 맞바꿈으로써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고, 미중경제전쟁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배넌의 전략구상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7년 1월 22일 선임전략가로 임명된 스티브 배넌이 백악관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취임을 축하해주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초 자신이 일본, 한국, 중국을 순방할 것이라는 해외방문일정을 밝힌 바 있다. 배넌은 미국이 주한미국군 철수와 조선의 핵동결을 맞바꾸는 식으로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고 미중경제전쟁에 힘을 집중할 결정적인 계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해외순방에서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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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수행기자단 앞에서 자신이 오는 11월 초 일본, 한국, 중국을 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넌은 <니혼게이자이신붕> 2017년 9월 14일부 대담기사에서 “미국과 중국이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킬) 해결책을 찾아내기를 바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방중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철수와 조선의 핵동결을 맞바꾸는 방식으로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킬 배넌의 전략구상을 받아들였음을 보여주는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요즈음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 대한 대응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이를테면, 조선이 열핵탄두기폭시험을 단행하고, 계속해서 화성-12형을 북태평양으로 발사하였는데도 미국은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출동시키지 않았다. <동아일보> 2017년 9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송영무 국방장관은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미국 국방장관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그리고 정경두 합참의장은 당시 서울을 방문 중인 스캇 스위프트(Scott H. Swift) 미국 태평양함대사령관을 만난 자리에서 조선의 열핵탄두기폭시험에 대응하여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해달라고 요청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백악관은 한국군 지휘부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고, 7함대 항공모함과 B-1B 전략폭격기는 한반도 작전구역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행동변화는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견디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가 한풀 꺾였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그에게 철군결정은 너무 힘든 난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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