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재판하지 않는’ 판사 사법부를 장악하다” 국민일보 “‘北 아기들 지원 늦으면 영구적 장애 우려’” 동아일보 “최후의 경고… 모든 대북 옵션 꺼냈다” 서울신문 “트럼프, 북·중·러 겨냥 ‘위험한 말폭탄’” 세계일보 “내달 러에 한국기업지원센터 출범” 조선일보 “SK 하이닉스 연합 일본 도시바 품다” 중앙일보 “‘시키는 대로 해’ 벤처 갉아먹는 짭스병” 한겨레 “MB 국정원, ‘출근길 여론’ 라디오프로도 현미경 사찰” 한국일보 “‘특수학교 들어서도 집값 안 떨어졌다”
▲ 한겨레 21일자 1면.
국정원, 라디오 방송 ‘현미경 사찰’
한겨레는 21일자 1면에서 국가정보원의 방송사 사찰 보도를 이어갔다. MB정부의 국정원이 2010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2009년부터 아침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을 사찰했다는 내용이다.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격인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근길 여론을 장악하겠다는 심산이다. 서영지 기자의 단독 보도다.
한겨레에 따르면, 2009년 말 국정원은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조사를 한 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 비판 보도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방송사 차원의 노력과 함께 행정제재와 왜곡 활동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국정원 조사 대상은 KBS, MBC, CBS, SBS, PBC, BBS 등 6개 방송사 아침 프로그램이다. 사실상 아침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전부를 사찰한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엣가시는 MBC였다. MBC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해 “안팎의 지탄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좌파 논리에 경도된 편파보도로 정부 흠집내기”, “출근길 민심 호도” 등 노골적 표현을 썼다.
같은 방송사 ‘성경섭의 시사터치’에 대해선 “한겨레 기자 등 좌파가 고정 출연하는 게 문제”, “홍아무개 피디가 ‘골수좌파’로 좌편향을 주도한다”고 평가해놨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대해서도 “악의적 멘트로 여론을 선동”한다고 썼다.
▲ 한겨레 21일자 2면.
국정원은 KBS에 대해서 “‘사원행동’ 소속 피디들이 방송을 정치투쟁의 도구로 전락시켰다”며 진행자와 PD 성향을 세세하게 분류했다. KBS 라디오 프로그램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대해서 “진행자가 청취율 경쟁을 의식해 좌파에 유리한 무분별한 발언을 한다”고 밝혔고 지아무개 피디를 겨냥해 “‘사원행동’ 핵심인물”이라고 평했다.
‘사원행동’은 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전신 격으로 2008년 8월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을 반대하며 MB 정부와 대척에 섰던 KBS 기자·PD의 결사체였다.
KBS ‘열린토론’에 대해선 “진행자 민경욱씨(현 자유한국당 의원)가 중량감이 떨어져, 발언 시간 배분에만 급급해 일방적 정치공세를 방치한다”고 평가절하했고 패널이었던 김만흠 가톨릭대 교수, 김민용 성공회대 교수,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팀장 등을 ‘좌파 선전꾼’이라고 낙인찍었다.
CBS에 대해선 구성원 전체를 ‘좌편향’으로 봤다. 국정원은 “반정부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시사자키 양병삼입니다’ 진행자를 교체했는데도 좌편향 피디와 작가가 왜곡보도를 한다”고 밝혔다.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해선 “김진표 의원, 박지원 의원 등 야권 및 좌파 인물 등만 출연시키고, 시청자들의 잇따른 편파보도 지적에도 시정 없이 방송을 강행한다”고 평가했다.
SBS 라디오 프로그램인 ‘SBS 전망대’와 ‘한수진의 오늘’에 대해선 “중립 논조에 얽매여 정부 지원 보도를 외면하고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반영하지 않아 균형성이 떨어진다”고 평했다.
이러한 사찰 결과에 대해 국정원은 “라디오 제작국은 기피 부서로, 극렬 노조원 등 문제 직원이 대부분이고 얼굴이 보이지 않아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 2017년 4월 대선 후보 토론회 사회를 맡았던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국정원은 또 “좌편향 진행자 퇴출 등 가시적 성과가 미흡할 때는 봄철 프로그램 개편으로 문제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포맷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편파방송을 근절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방송 개입을 시사했다.
정부 비판 프로그램에 대해 정부 각 부처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동원한 정황도 있었다. 국정원은 “각 부처가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 정부 정책을 왜곡해 보도하면, 반론권 행사는 물론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 대응으로 경각심을 환기하라”는 지침을 내놨다.
보수 단체를 동원한 정황도 눈에 띄었다. ‘방송개혁시민연대’ 등을 동원해 편파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 제기 등 공론화 유도 방안을 제안한 것. 이 단체는 2009년 뉴라이트전국연합 출신이 주축이 돼 결성된 단체다.
고대영 KBS 사장 “사퇴 안한다” 버티기
지난 20일 오후 KBS 이사회가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렸다. 20일로 언론노조 KBS본부 총파업이 17일째였지만 고 사장은 스스로 사임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국정원의 KBS 장악 문건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며 “사장 임명된 후 정치권으로부터 인사 청탁 받은 적 없고 거기에 따라 인사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KBS 구야권 이사가 파업 책임에 따른 사퇴 가능성을 묻자 고 사장은 “파업에 원인을 제공한 것이 없다”며 ‘자진 사퇴 거부’ 입장을 밝혔다. 파업의 적법성을 판단했냐는 질문에는 “외부 로펌에 이미 의뢰를 해놨다”며 “거기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노조가) 겉으로 내세우는 건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파행)인데 사실상 불법”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21일자 8면.
이인호 KBS 이사장은 “고 사장이 나가겠다고 해도 새 사장이 임명될 때까지 (청문회 등)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고 야당이 호락호락 거기에 응하겠느냐”며 “사장 결원이 이 나라를 위해 도움 되는 일일까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두둔했다.
파업 뒤 처음으로 열리는 이사회였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서울 본관에 모여 ‘KBS 이사회 해체’를 요구하며 KBS 구여권 이사들을 압박했다. 뉴라이트 계열의 강규형 이사(명지대 교수)는 집회를 하는 조합원을 조롱해 논란을 빚었다.
[관련기사 : 퇴진시위에 ‘포옹’ ‘브이’ 뉴라이트 KBS 이사의 조롱 논란]
강 이사는 이사회에서 노조에 대해 “양아치 집단”이라고 비난한 뒤 “노조가 나를 폭행, 협박하고 직장까지 찾아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방송장악 안건대로 착실히 따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하는 조우석 이사도 “조합원들이 민노총의 똘마니가 돼 천둥벌거숭이로 날뛰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경영진이) 직장폐쇄라도 각오하고 윽박질러서라도 돌아오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부를 장악한 ‘재판하지 않는’ 판사
경향신문이 20일 이용훈·양승태 대법원장 시절(2005년 9월~2017년 9월) 법원행정처에 근무한 전·현직 판사 456명(연인원)을 전수조사한 결과, 행정처 출신 판사 100%가 법원장·대법관으로 가는 길목인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은 “일선 판사들 가운데 15% 남짓만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하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라며 “행정처의 사실상 1인자인 차장은 80%가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에 올랐다. ‘재판하지 않는 판사들’이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행정처 판사들은 퇴직 후 절반 이상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법무비서관 8명 중 판사 출신은 6명이고 이 가운데 5명이 행정처 출신이었다. 행정처가 청와대를 잇는 핵심 연결축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경향신문 21일자 1면.
경향신문은 “지난 12년간 행정처를 거치고 고법 부장판사 승진 시기를 맞은 44명은 빠짐없이 승진에 성공했다”며 “행정부로 치면 차관급에 해당하는 고법 부장판사 승진율은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최근 10년 사이 사법연수원 기수별로 10~15%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행정처를 거치고 퇴직해 변호사가 된 36명 가운데 32명(88.9%)이 대형 로펌에 들어갔다”며 “고법 부장판사나 대법관 등 사법부 핵심과 친분이 깊은 이들이 대형 로펌에 영입되는 셈이다. 이들 가운데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들어간 사람은 19명으로 행정처 출신 변호사의 과반(52.8%)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MB로 향하는 사정, ‘보복 프레임’ 짜는 언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정 정국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 문건’을 이유로 이 전 대통령을 고소했고 각종 국정원 블랙리스트가 불거지면서 이 전 대통령 수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MB 측은 “졸렬한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각종 증거는 MB를 가리키고 있다.
보수 언론은 연일 ‘보복 프레임’에 열중이다. 조선일보는 21일자 사설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몰고 갔으니 똑같이 만들어주겠다는 보복 심리가 깔려 있다”며 “민주당은 정부 출범 후 최근 4개월여간 당 논평과 회의 발언 등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을 100여 차례 언급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고선 다음과 같이 밝혔다.
“국방부는 ‘군 적폐 청산 위원회’를 만들고, 몇 번이나 조사했던 광주 5·18을 특별조사위에서 또 조사한다고 한다. 교육부는 역사 교과서 조사, 외교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 조사, 문화체육관광부는 블랙리스트 조사, 통일부는 개성공단 중단 점검을 한다고 한다. 한국당 원유철 의원의 전 보좌관에게 돈을 건넨 의혹을 받는 사업가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지난 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은 공공기관 채용 청탁 의혹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올랐다.”
▲ 조선일보 21일자 사설.
이 신문은 “모든 정치 보복은 불법에 대한 단죄라는 얼굴을 하고 있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를 꺼낸 뒤, “지금 정권도 5년 뒤엔 같은 일을 당할 것이란 사실만은 누구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의혹의 중심인 원 전 원장과 윗선인 이 전 대통령이 어디까지 보고받고 무엇을 지시했는지를 밝히는 것도 필요하다”며 조선일보에 비해 합리적 태도다. 다만 동아일보는 “적폐청산이 정치 보복성 수사를 분칠하는 수사(修辭)가 될 순 없다. 보복으로 받아들여지면 정권 교체 후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일보는 “여당은 MB정부의 4대강 사업과 자원 외교, 방위산업 비리 의혹과 함께 ‘BBK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까지 주장한다”며 “BBK 의혹은 과거 검찰이 ‘혐의 없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정치보복은 또 다른 정치보복을 낳는다. 국민 통합이란 시대적 과제도 요원해진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문성근·김미화씨 등 방송·연예인을 탄압해온 블랙리스트뿐 아니라 이미 유죄 판결이 난 댓글공작만으로도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이 전 대통령”이라며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개혁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수구언론과 수구정당의 ‘적폐 연대’가 한참이나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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