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특검이 윤씨 사건 판결문을 오 시장 1심 재판부에 제출한 것은 단순히 두 사건이 모두 명씨의 여론조사와 관련돼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진관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명씨와 윤씨 부부 사이에 명시적인 계약이나 지시가 없었더라도 여론조사의 반복적인 제공과 수령, 실제 활용 과정 등을 종합하면 묵시적인 의사의 합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론조사가 반드시 특정 후보에게만 독점적으로 제공돼야 정치자금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봤다. 다른 인사들에게 조사 결과가 함께 전달됐더라도 후보자가 이를 선거 전략 등에 활용할 수 있었다면 경제적 가치는 인정된다는 취지였다.
윤씨 사건은 '명태균 여론조사'와 관련해 정치자금성을 인정한 첫 1심 유죄 판결이다. 특검이 판결 내용을 별도로 분석해 제출한 것도 같은 법리를 오 시장 사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은 오 시장 사건 역시 같은 법리 구조로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명씨가 단순히 일반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조사 결과를 만들고 전달했다면, 이는 해당 후보를 위한 정치적 용역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이 이를 의뢰하고 비용 지급까지 제3자에게 맡겼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 성립한다는 논리다.
조형우 재판부가 마주할 세 갈래 판단
두 사건의 가장 큰 차이는 공모 구조다. 윤씨 사건은 무상으로 제공된 여론조사의 경제적 가치와 정치자금성이 중심이었다. 반면 오 시장 사건은 김한정씨의 비용 지급이 오 시장의 인식이나 승인 아래 이뤄졌는지가 핵심이다.
재판부가 김씨의 비용 지급을 독자적인 행동으로 판단하면 오 시장에 대한 공소사실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오 시장이 비용 지급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이를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판단하면 정치자금법 위반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김씨가 개인적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주장한다. 특검은 김씨의 개인적인 조사였다면 명씨가 오 시장에게 유리하도록 조사 방식이나 결과를 조정할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재판부의 판단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뉠 수 있다.
첫 번째는 무죄다. 재판부가 명씨 진술만으로는 오 시장의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공모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김한정씨의 비용 지급을 오 시장과 무관한 독자적 행위로 본다면 오 시장의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 형사재판에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범죄사실이 증명돼야 한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의 진술 외에 통화 내역, 메시지, 여론조사 전달 과정 등 객관적 자료가 공모관계를 얼마나 뒷받침하는지가 관건이다.
두 번째는 유죄를 인정하되 오 시장의 가담 정도를 제한적으로 평가하는 경우다. 재판부가 오 시장이 비용 대납 사실을 인식하거나 승인했다고 보면서도, 직접 비용 지급을 지시하거나 전체 과정을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 유죄 판단 자체는 유지되더라도 오 시장의 역할과 책임 정도가 양형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는 특검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받아들이는 경우다. 재판부가 명씨와 김 전 의원의 진술, 여론조사 진행 경위와 비용 지급 과정 등을 종합해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 대납까지 사전에 협의하거나 승인했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이 경우 오 시장이 정치자금 제공의 수혜자일 뿐 아니라 범행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이는 가능한 판단 구조를 나눈 것이다. 실제 결론은 재판부가 각각의 진술과 증거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편 특검은 오 시장 1심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 시장직 상실 가능성이 유무죄 판단이나 양형에 고려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돼 시장직을 잃는다. 다만 22일 선고는 1심으로, 선고 결과와 관계없이 항소심에서 다시 다퉈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22일 선고의 핵심은 조형우 재판부가 이진관 재판부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느냐가 아니다. 명씨 진술의 신빙성과 김한정씨의 비용 지급, 오 시장의 인식과 관여를 재판부가 어떻게 연결할지가 관건이다. 나아가 이번 판단은 엇갈리고 있는 '명태균 여론조사' 사건의 법리가 어느 방향으로 정리될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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