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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정리 작업 중 하나는 책상을 정리하는 일이다.
매년 쓰는 일기나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나 카드,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 등등.
책상 언저리에 모아 놓았던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는데, 이게 꽤 쏠쏠한 재미가 있다.
지금은 전혀 기억 나지도 않는 옛날 일들을 되짚는 되는 기록을 들추어내는 것보다 확실한 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단기기억의 최강자인 나에게는 특히 더.
중학교 때 글짓기에 재능이 있다고 착각하고는 무슨 대회마다 나갔던 기억이 났다. 1학년 때 지은 시가 국어 선생님의 맘에 들었는지, 시화전에 시를 내고 그 이후엔 꼭 무슨 글짓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불려나갔었다.
그러다가 교내 웅변대회에도 몇 번 나갔었는데, 주제가 통일이었던 모양이다.
난 반공 이데올로기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세대라고 생각했는데(내 기억엔 반공포스터보다는 통일포스터 그리기나 통일글짓기로 명칭을 불렀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웅변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았다는 글을 보니, 나 역시 이데올로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기 때문에 같은 핏줄이며 그런 우리는 한 가족이 떨어져 살지 못하듯이 37년 전에 일어난 6.25를 수습하고 우리의 허리를 조이는 3.8선을 걷어내야 할 것입니다"
와...이걸 내가 썼다니. 제도교육의 민족이데올로기를 고스란히 주입받아 풀어낸 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세상에...
아직도 기억나는건 이 글을 쓸 때 국어 선생님이 옆에서 붙어서 하나하나 고쳐줬던 일이다.
여기에 통일이 필요한 이유로 경제적 이득이 있고, 문화와 언어의 이질성을 극복하는 실천방안이 필요하다고. 글만 고쳐줬던가. 웅변할 때 자세, 옷차림에 숨쉬는 구간까지 일일이 지정해줬었다.
꼭두각시처럼 조잘거리던 그 날 사복이었던 학교에 생전 입지 않던 치마까지 입었다.
웅변시간보다 불편한 치마스커트와 스타킹에 얼마나 진땀을 뺏던지...
북한을 바로 알자고 내용을 담으면서, 정작 나는 북한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는 당위만 되풀이했던 셈이었다.
이런. 눈물날 것 같다.
때는 2006년을 일주일 정도 남긴 2005년의 마지막 주.
오늘부터는 다르게 살아보기로 했다. 2005년을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의미에서.
멋진 신년계획을 세워볼까 생각도 했지만, 올해처럼만 살지 말자고 기조를 잡았다.
왠지 내년부터는 새로운 일상이 나타날 것 같은 들뜬 기분에 목소리 톤이 높아져서 지금은 목이 좀 아플 정도다. 신났다.
올해 2005년을 되돌아보면? 별 일 없다.
아침에 맘 놓고 늦잠잘 수도 없었고, 밥 먹는 시간만큼은 맘을 놓자고 생각하니 뱃속은 자꾸 허기가 졌다. 어제는 오늘같고, 오늘은 내일과 같을 일상 때문에, 소소한 일에도 반응하며 살기도 했다.
1년 동안 같이 다닌 친구와는 비슷한 일상 덕에, 일주일전 이야기를 해도 어제 일처럼 생각하며 들었다. 대략 우울했다고나 할까?
그래도 얻은 것이 있다면 그건 사람.
그냥 사람과 사람이 같이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건지 알게 된 것 같다. 늘 어디 무인도나 혹은 절간에서 혼자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세속과 격리된.
그런데 비슷한 생활을 하다보니, 3개월을 넘기면 사람이 더 이상 살아가기 어렵다는 진리에 도달했다. 혼자 있을 때보다 많은 사람 가운데 뚜렷한 목적이나 이유없이 살아가는 삶이 더 무섭다.
다행히 난 사람이었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 존재했다는 사실.
05년엔 그 사실을 얻었다.
06년 계획을 세운다면?
누군가의 말인지 모르나, 이런 말이 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난 지난 동안은 노력을 했으니, 이번엔 즐기기로 했다.
즐기자! 앗싸~ 유후!
수능은 한 이십여일이 남았다. 물론 내가 준비하는 시험은 한 삼십일 정도가 남았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이상한 습관들이 생겨난다.
자리에 앉으면 정신은 몽롱해지고,
마음은 점점 안이해진다.
학원 강사나 누군가가 전해준 자료만 보고 다른 것은 없이 전적으로 누군가에게 기대고만 싶어진다.
앉아서 받아먹는건 싫은데, 자꾸 현실에 만족하고 싶다.
물론 그 자료를 완전히 익히는 것도 꽤 힘이 드는 일이다.
술이 자꾸 먹고 싶어지고, 요즘 술은 알코올 냄새도 싹 가시게 달짝한 것이 먹어도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 술자리가 있으면 마다않고 달려나가고, 없으면 내가 만들어 먹는다.
가족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은 미쳤다고 한다. 내내 잘해놓고 시험이 다가오니까
텔레비젼에 술에 떨어지려고 작정했냐고 말이다.
동생은 한 5일전부터 저주를 퍼부었다. 그래 한 오년 더 공부할 생각인가보지?라고.
뭐, 공부가 안 되면 잠깐 멈춰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멈추는 지금 순간
다른 이들은 열심히 달려나가겠지만, 애당초 경쟁의식에서는 초연한 삶을 살고자 했으니,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아니겠는가.
요즘은 다시 가슴 한쪽이 시리다. 조울증인 내가 우울모드로 돌아선게 확실하다.
하필이면 시험이 다가오는 이 시기에 절대 도움안되는 내 성격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이건 확실히 가장 큰 문제이다.
갑자기 모든게 뒤죽박죽인 느낌. 누구든지 그러하겠지만, 공부는 하고싶은데, 시험은 보기 싫다.
요즘엔 공부를 하고 싶어했던 것인지도 까먹었다. 난 분명 이 공부가 하고 싶어서
노래를 부르며 도서관을 전전했는데, 지금은 블로그에 글 하나 쓰는데도 문법을 생각하고
애당초 되도 않는 글의 유기적 구성 등등을 떠올리고 있으니 대략 난감하다.
난감.난감.난감.난감.난감.난감.
아. 공부나 하러 가야겠다.
에잇. 눈이나 대박 내려라.
2005. 10.7
#1. 기절
미친듯이 자다 일어났다.
어제 새벽까지 또 불질을 하고, 오후 5시에 일어났으니, 대략 미친듯이 잔 것이
맞다. 기절했다고 해야 하나?
쌍꺼풀이 또 네겹이 됐다.
내가 봐도 심히 부담스럽고 인간이 아닌 듯.
한 일주일 달리고, 하루 정도 쉬어주는 센스!라고 혼자서 다독이고 있다.
맥주를 마셔줬으니, 또 한 숨 자 줘야겠다.
#2. 자존심 & 약속
난 내가 생각해도 자존심이 센 편이다.
글쎄...쥐뿔도 가진 게 없으면서 어디서 자존심이 높아졌는지 알 수 없다.
가진게 없어서 더욱 그렇다는 생각도 들었다.
엊그제부터 좀 많이 높은 목적을 하나 세웠다.
강사 이겨보기. 좀 쪽팔리지 않도록 날 높여야겠단 생각이다.
뭐, 그래, 강사말대로 머저리에 병신에 멍청이라고 인정하고 시작할 생각이다.
이렇게 8번정도만 달리면 일년동안 긴 달리기는 완성된 셈이다.
완주한 뒤 다시 같은 길을 달릴지, 아니면 새로운 길을 달릴지
그건 8번정도의 같은 일상을 달린 후에야 결정된다.
그 전엔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한다.
우선 TV를 보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키고 있는 중이다.
이번주부턴 컴퓨터를 자제해줘야겠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싸이와 블로그를 끊어줘야겠다.
2005년 10월 나와의 두번째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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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맘이 허~할때 술을 먹는다네~허~할때마다 술을 먹었더니만 몸이 이모양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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