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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가리기

미루가 요새 낯을 가립니다.

 

다른 사람을 보면

일단 울고 시작합니다.

 

얼마 전에도

같은 동네에 사는 후배 집에 놀러갔다가

 

거실에 운집한 어른 7명을 보더니

다짜고짜 울어제꼈습니다.

 

한참 달래고

나쁜 사람들 아니니까 안심하라는 내용의

설명도 귀에 대고 해주니까

좀 괜찮아지더니, 나중에는 그 집 애를 막 때리고 놀았습니다.

 

아무튼 낯가리기는

요즘 나타난 현상입니다.

 

지난 주에는 주선생님이

저녁을 대접한다면서 집에 후배를

모시고 왔었습니다.

 

이 분은 집에 들어오시다가

제 깜찍한 헤어스타일을 보더니

첫마디를 이렇게 하셨습니다.

 

"어머~! 머리 좀 정리하셔야겠어요.."

 

이 분은 원래 생각하는 게

곧바로 입으로 발사되는 스타일이랍니다.

 

무슨 말을 하든

진심이란 뜻입니다.

 

머리를 정리해야겠다는 말은

제게 큰 상처를 안겨주었습니다.

 

육아휴직 하고 나서

난생 처음으로 한 파마입니다.

 

"상구가 평생 언제 머리에 손대겠어..지금 하랄 때 해.."

 

이것이 주선생님이

저를 설득한 논리였고

 

하고 나서 어떤 사람들은

예전 보다 훨씬 부드러워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드러누웠습니다.

그리고 외쳤습니다.

 

"나 밥 안 해~~!!!"

 

후배는 제가 그러는 게 자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제 옆에 엎드려서 허우적 거리던 미루한테

이쁘다며 바짝 얼굴을 댔습니다.

 

미루, 곧바로 울기 시작합니다.

 

"어떡해, 어떡해..."

 

미루 얼굴을 만져도 막 울고

달래봐도 막 웁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남의 집에 왔다가

자기 때문에 애가 울면 참 난감할 듯합니다.

 

생각했습니다.

'고생 좀 해라...'

 

일부러 계속 누워 있었습니다.

그런다고 제 헤어스타일이 나아지는 건 아니지만

속은 시원해졌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해서 후배를 당황시킨 후

전 미루를 안아 달랬습니다.

 

미루 낯가리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저도 집에만 있다 보니 속이 좁아지는 게

아무래도 사람 낯 가리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그 날 저녁밥은

집에 있는 반찬 다 꺼내서

최대한 잘 차렸습니다.

 

속 좁은 거 알아차릴까봐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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