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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26
    애기도 피곤하다(2)
    너나나나
  2. 2006/07/26
    주부의 증거 2(5)
    너나나나

애기도 피곤하다

"지가 뭘 한게 있다고 피곤해, 피곤하긴~"

 

한참 전에 고모님이 오셔서 남기고 가신 말입니다.

 

책에 보니까

젖을 먹은 다음 40분쯤 놀다가 피곤해하면

그때부터 재우면 된다고 하길래

 

그대로 설명하다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사실, 뭐

저도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지가 뭘 했길래..

...피곤하면 아빠랑 엄마가 훨씬 피곤하지

저는 그냥 먹고 놀기 밖에 더 했어?'

이게 제 속에 있는 '악마'의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속의 '천사'는 이렇게도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작은 애기니까 조금만 안 자고 깨어 있어도 피곤할거야..그럼, 그럼'

 

근데 미루는 젖을 먹은 다음에 한번 놀면

한 시간씩 놀았습니다.

 

그 한 시간 동안 미루는

다리를 막 움직여서 걷는 시늉도 하고, 손으로 만세를 불렀다가

랩 가수 처럼 희한하게 손을 꼬고

한쪽 손을 번갈아 가며 양쪽으로 쭉 뻗고

또 길거리 시위대처럼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권투선수처럼 두주먹을 위아래로 쥐고

손을 빨려고도 하고, 그러다 지 손에 얼굴을 몇 대씩 맞고 그럽니다.

 

참, 별 짓을 다합니다.

 

그러다가 피곤해지면,

손으로 귀를 쥐어뜯고, 눈두덩이가 빨개지고 하면서

금새 알아볼 정도로 방금 전하고 얼굴이 달라집니다.

 

'아..미루가 피곤하구나. 인제 재워야지...'

 

이런 생각을 하고 항상 재우는 시도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의 피곤함이 딱히 이해가 가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집에 놀러온 친구랑 있다가

애기는 조금만 놀아도 피곤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미루는 한 시간만 놀면 피곤해서 거의 미쳐버릴라고 그래..

이 때 안 재우면 난리가 뒤집어져~~"

 

친구가 대답했습니다.

 

"당연하지~!!"

 

애도 없으면서 다 아는 것처럼 대답하길래 좀 더 설명하길 기다렸습니다.

 

"어른한테 누워서 한 시간 동안 팔다리 흔들고 있으라고 해봐, 얼마나 피곤한가..."

 

아, 정말 일리가 있는 설명이었습니다.

 

친구가 간 다음에, 누워서 미루랑 똑같이 해보았습니다.

 

5분도 안 했는데, 숨이 턱에 닿았습니다.

힘들어서 더 이상 못했습니다.

혼자 누워서 그러는 제가 좀 미친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 힘든 일을 한 시간씩이나 해 내는 미루는 참 대단한 앱니다.

 

게다가 요즘은 움직이면서 이상한 소리까지 내는데... 정말 대단한 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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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의 증거 2

부엌에서 살다 보니까 좋은 일도 있지만

안 좋은 일도 있습니다.

 

가장 안 좋은 일은

자꾸 손이 데는 겁니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습니다.

 

"아휴..씨..또 디었네..."

 

보리차 끓인다고 물 올려놨다가

끓는지 안 끓는지 순간적으로 분간이 안 가서

주전자 뚜껑을 열었는데

뜨거운 김이 새끼손가락을 덮쳤습니다.

찬물을 틀어놓고 손을 한참 대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게 몇 번째야..이거.."

 

조심을 한다 한다 해도 자꾸 뎁니다.

덕분에 손가락 끝은 점점 단련되고 있습니다.

 

정신 놓고 있다가

뜨겁게 달권진 냄비를 잡는 건 인제 안 하지만,

이것 말고도 데는 방법은 많습니다.

 

전자렌지에 음식 뎁힐려고 넣었다가 꺼낼 때

접시가 뜨거워서 손가락을 데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접시가 안 뜨거워야 하는데 암튼 전 데었습니다.

 

닭가슴살 익힌 다음 손으로 찢는데

처음엔 괜찮은 듯 싶더니 점점 뜨거워집니다.

억지로 참고 하다가 또 데었습니다.

 

사골국을 폭삭 끓인 다음 국그릇에 옮겨 담는데

그걸 하나 제대로 못해서

찰랑거리는 국 속으로 손가락이 들어갔습니다.

 

당근하고 햄하고 섞어서 볶다가

당근조각 하나가 하늘을 날라서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무심코 그걸 손가락으로 집어들었는데...아, 이거...이것조차 뜨거웠습니다.

 

가장 괴로웠던 일은 이겁니다.

 

햄을 아주 잘게 잘라서 볶고 있는데

이게 갑자기 통통 튑니다.

 

신기해서 "야~이게 통통 튀네~"하고 바라보고 있다가

그 중 하나가 긴 포물선을 그리더니

제 팔뚝에 사뿐하게 안착하는 걸 못 피했습니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습니다.

 

이 모든 걸 꿋꿋하게 참아내던 저는

그러나 정말 죽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지글지글 기름에 뭔가를 볶고 있다가

제가 정말..정말 아무 생각없이

후라이팬에 물을 좀 뿌렸습니다.

 

"파지지직..파파파파파팟~~"하면서,

기름인지 아니면 그새 뜨거워진 물인지가 튀어 올라와서

마침 더워서 웃통을 벗고 있던 제 배로 튀었습니다.

 

아...조선시대에 인두로 지지는 고통이 이쯤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몇 번 아주머니들이

"괜찮아~이 생활 몇년인데"를 외치시면서

뜨거운 냄비 같은 걸 팍팍 잡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조금만 훈련하면 저도 그 경지가 될 지도 모릅니다.

 

전국의 부엌에서 지금도

기름으로 몸을 단련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에게

조심하시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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