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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8/31
    도움이 되는 사람들(2)
    너나나나
  2. 2006/08/28
    적극적 듣기(5)
    너나나나
  3. 2006/08/28
    장난감 고민과 경쟁심
    너나나나
  4. 2006/08/28
    연구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2)
    너나나나
  5. 2006/08/28
    어서 빨리 예전처럼2(1)
    너나나나
  6. 2006/08/25
    외출은 힘들어(1)
    너나나나
  7. 2006/08/24
    어서 여름이 갔으면...(4)
    너나나나
  8. 2006/08/24
    (6)
    너나나나
  9. 2006/08/24
    아토피 걱정(5)
    너나나나
  10. 2006/08/23
    헷갈린다(4)
    너나나나

도움이 되는 사람들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있는 건

산모한테나 아이 한테나 참 좋은 일입니다.

 

미루랑 지지고 볶으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주선생님이 영화의 감독이고

제가 스텝이라면

 

이 분들은 조연이기도 하고,

다른 영화의 감독이거나 선배감독이며

관객들 입니다.

 

 

1. 정신적 지주

 

요즘 배우는 마사지 강좌의 선생님이시기도 하신

모유수유센터 선생님은 처음 2~3달간

주선생님께 없어서는 안되는 분이셨습니다.

 

본인은 알까 모르겠지만

주선생님이 모유수유 때문에 지치고 힘들 때

 

센터에 가서

상담하고, 몸 추스리고 나면

그렇게 사람이 달라져 나올 수 없었습니다.

 

수유센터에서 돈을 한다발씩 쥐어주는 지

거기만 갔다 오면

기분이 좋아져서

"인제 잘 할 수 있어~!"를 외쳤습니다.

 

제가 딱 보니까

수유센터 선생님은

괜히 잘 한다고 해주고,

그러는 게 당연하니까 걱정말라고 해주고,

별일 아닌 듯이 웃어주는 특기를 갖고 계십니다.

 

쉬운 거 같애도

이거 잘 하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re'님도

저희들의 정신적 지주이십니다.

 

특히 미루가 아팠을 때,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아무때나 전화해서

상담할 수 있는 결정적 전화 번호를 알려주셨는데

 

그 번호 하나로 우리는

무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2. 동료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역시

큰 힘이 됩니다.

 

맨날 맨날 우리에게

교훈을 주시는 진경맘은

몇 달 있으면 한살이 되는 진경이를 키웁니다.

 

진경이와 진경엄마는

미루와 우리가 겪어야 할 시행착오를

몸소 겪으시고,

우리를 편한 길로 인도하고 계십니다. 

 

이스트 감염일지 모른다는 지적 같은 건

진경맘이 아니었으면 꿈에도 몰랐을 일입니다.

 

미루라고 지을까 아루라고 지을까 고민하다

애 이름을 아루라고 지은 친구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하루'라는 뜻이랍니다.

 

어제 놀러왔었는데,

미루만한 천사아기가 없다는 우리의 자만심을

산산조각내고 갔습니다.

 

집에 있는 동안 아루는

그냥 어른 한 명이 더 있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그것도 과묵한 어른 한 명

 

미루랑 10일 밖에 차이가 안 나서

경험과 관심사가 완전히 같습니다.

 

이런 사람이 있어야 신나는 수다가 가능합니다.

사실 산모한테는 대화할 사람 한 명이 참 소중합니다.

 

 

 

3. 면회객들

 

가끔 감옥살이하는 두 사람을 만나러

면회객들이 옵니다.

 

필명 모모님께서는

미루 피부의 정상화를 위해

일찍이 알로에를 갖다 주셨습니다.

 

오늘은 필명으로 스머프를 쓰시는 분께서

집에 들러주셨습니다.

 

저는 그때 없었는데

주선생님에게 많은 좋은 말씀과 과자를 선물하고 가셨습니다.

 

매우 고급 과자입니다.

12개 들이 한 상자입니다.

 

근데, 그런 과자를 보면 사실 좀 난감해집니다.

 

하나 먹을 때 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이렇게 이쁜 걸 꼭 먹어서 없애야 하나 싶어집니다.

 

또 다른 고민도 듭니다.

어느 것부터 먹는게 '최대기쁨, 최소아쉬움'을 달성할까 하는 점입니다.

 

솔직한 저는

이런 고민을 주선생님께 이야기했습니다.

 

주선생님 그 해답을 보여주셨습니다.

 

"나 6개, 너 6개~

나는 뭘 먹을 거냐면, 딱 봐서 제일 맛있어 보이는 걸 먹어야지~

그 다음에 먹을 때, 또 그 중에서 제일 맛있어 보이는 걸 먹고~

그 다음에 또 그 중에서 제일 맛있는 것~

이런 식으로 하면 항상 제일 맛있어 보이는 걸 먹게 되지~!!"

 

주선생님

참 현명하고 이상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사실 면회객들의 가장 좋은 점은

누가 오면 하루가 금방 간다는 점입니다.

 

산모한테 이건 꽤 큰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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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듣기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미루를 보더니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자기 아들한테

말합니다.

 

"에구, 너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인제 다 커 갖고 말을 안 들어"

 

다른 좋은 말도 많은데

하필이면 "말을 안 듣는다" 고 합니다.

 

사실 전국의 수 많은 애들이

맨날 이 소리를 듣습니다.

 

애가 원하는 것 따로

부모가 원하는 것 따로면

어차피 모든 애들은 '말을 안 들을 운명'입니다.

 

대화한다면서

자꾸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는 식이면

역시 애들은 말을 안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남의 집 애한테 어른들이

"엄마 아빠 말 잘 들어~" 라고 말하는 건

별로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택시에서 만난 기사 아저씨가 물었습니다.

 

"뭘로 키울꺼요?"

 

"자유로운 영혼이요" 라고 대답할 수는 없어서

"그냥 자기가 원하는 거요" 라고 말했습니다.

 

"에이~ 부모가 계획 딱 잡고,

매뉴얼 대로 딱딱 키워야지~~!!"

 

다들 이런 식입니다.

 

요즘 주선생님이 보는 책에서는

'아이의 얘기를 적극적으로 듣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부모가 다 정해놓고

꿰어 맞추고 막 시키고

못하면 혼내고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저도 사실은 지금까지

'매뉴얼' 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었습니다.

 

밤 늦게 집 앞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데

어떤 엄마가 중 3쯤 돼 보이는 아이를 한참 혼내다가

혼자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갑니다.

 

아이는 뒤에 남겨졌고 얼떨결에 제가

그 아주머니 뒤에 서게 됐습니다.

 

분이 안 풀린 그 아주머니

뒤도 안 돌아보고 계속 소리칩니다.

 

"그러니까 너 이 자식 오밤중까지 텔레비 틀어 놓고 있으면 죽을 줄 알어~~"

괜히 제가 혼났습니다.

 

속으로 얘기했습니다.

'우리집은 텔레비젼 안 보는데요~~'

 

'적극적 듣기'와 함께 '뒤에 누가 있는 지 보기'의 중요성이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미루 말을 잘 들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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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고민과 경쟁심

집에 장난감이 몇개 있습니다.

각종 딸랑이들과 애벌레 인형

미루는 요새 들어서야 이런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아기 체육관'이란 것을 선물 받았는데

이것도 최근들어서 제대로 가지고 놉니다.

 

그전까지 미루는 

주선생님이 어릴적부터 각광받던 바느질 솜씨로 만든 모빌을

제일 신나했습니다.

 

좀 높은 곳에 달아주면 그냥 보면서 놀고

낮게 달아주면 발로 뻥뻥 차면서 놉니다.

 

사람들한테 들어보니까

애가 좀 크면 가장 좋은 장난감은

집안의 살림살이들이랍니다.

 

'락액락'용기 같은 거 하나 주면

그걸로 한참을 논다고 합니다.

 

어떤 장난감을 언제 사줘야하나

고민했는데 잘 됐습니다.

 

우리 집엔 평소에 제가 열심히 닦아놔서

윤기가 좔좔 흐르는 주방용품들이 많습니다.

 

사실은 그때 가서 다시 닦을 생각입니다.

 

그런데 주변의 엄마들은

벌써 아이 교육에 관심이 지대합니다.

 

어떤 장난감을 사줘야 하는 지

낱개로 살 지 셋트로 살 지

언제 사줄 지 고민이랍니다.

 

우리 한테도 장난감 얘기를 물어 봤는데

 

"미루 장난감으로는 락앤락을 준비하고 있어요" 라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집안에 돌아다니는 물건 주면 된다던데요"

라고는 말했습니다.

 

근데 장난감 얘기 하는 엄마들의 눈에서

불꽃이 튑니다. 묘합니다.

경쟁심입니다.

 

아무래도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라는 말은

막 애를 나았을 때만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대신 "장난감을 잘 사줘서

아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게 하고, 그 다음엔..."

등등의 구상을 하는 듯 합니다.

경쟁의 시작입니다.

 

기분이 좀 그렇습니다.

안 그래도 경쟁이 사람 잡는 시대입니다.

경쟁이 중요했으면 육아휴직도 못했습니다.

빨리 출세해야지 한가롭게 애나 키울 시간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남보다 잘난 애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걸 실컷 하면서 살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미루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 되도록 돕기로 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닌 연대의 정신은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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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주선생님은 아무한테나

말걸기의 일인자입니다.

 

요즘은 애하고 같이 있는 엄마한테

"몇 개월 됐어요?" 라고 묻는 게 취미입니다.

 

얼마전에는 딱 보기에도

3살이 넘어 보이는 애 엄마한테

"몇 개월 됐어요?" 했다가

그 애 엄마가 눈을 위로 굴리면서

자기 애 나이를 개월수로 환산하느라고

고생하는 것을 옆에서 보기도 했습니다.

 

잠깐씩 혼자 외출할 때마다

밖에서 만난 엄마들한테 들은 이야기를

꼬박꼬박 해줍니다.

다른 데 이야기할 데도 없습니다.

 

"땀띠분 열심히 발라주세요~"

"소금물로 씻어주라던데요~"

 

미루 땀띠 이야기를 하니까

다른 엄마들이 했다는 얘기입니다.

 

근데 이 두가지는

의사들이 대표적으로 하지 말라는 것들입니다.

 

특히 땀띠분은 땀띠 난데 바르면

땀구멍을 막아서 상황을 더 악화시킨답니다.

 

병원에 갔는데 21일된 애를

엄마가 유모차에 묶어서 데려 왔습니다.

원래 이러면 안됩니다.

 

목을 못 가누는데도

애기띠 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엄마들을 그냥 '육아의 전쟁터'에 던져 놓고 신경 안써버리니까

연구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젠가 어느 글에서 읽은 감동적인 문구가

지금 이 순간 떠오릅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

 

저녁 7시쯤

집앞 공원에 나가면

동네의 유모차들이 다 나와서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쌍둥이 하고 씨름중인 엄마

미루보다 더 된 애를 데리고 있는데 아직 부기가 안 빠진 엄마

유모차 옆에서 우는 아이 달래주는 임신한 엄마

 

이 모든 사람들은 낮시간 내내 집안에서 혼자

애들하고 실랑이 하다가 나온 사람들입니다.

 

모두 마을의 도움, 그러니까 사회의 도움 없이

개별적으로 알아서 애를 키우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 마을도 아직

애를 키울 준비가 안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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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빨리 예전처럼2

"몸이 예전으로 안 돌아가요...

배에 힘이 안 들어가는데...

헬스를 할까, 에어로빅을 할까 고민 중이에요.

아니면 그냥 걷기를 할까..."

 

마사지 수업에서 만난 한 엄마분의 고민입니다.

 

저는 갑자기 전문가의 표정을 하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무래도 걷기가 좋아요.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고 허리 세우시고,

보폭을 넓게 해서....

내가 언제 이..이렇게 빨리 걸었나 싶을 정..정도로.."

 

주위 사람들이 갑자기 다 저를 쳐다 보는 바람에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습니다.

 

"30분쯤 걷다 보면 배 근육이랑

등 아래쪽 근육이 쫙 조이는 기분이 들거예요~

그게 에어로빅 같은 것 보다 몸에..꿀..꺽..무리도 안 가고 좋죠~"

 

주위가 점점 적막해지면서

제 말만 울려퍼졌습니다.

말을 하다가 호흡곤란이 왔습니다.

 

산모들은 모두 몸이 어서 빨리 예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주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임신했을때, 몸무게가 심하게 늘면

여러모로 안 좋다고 해서

 

우리는 아예 표를 만들어서

아침 저녁으로 몸무게를 재서 적어놨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체중관리가 됐었는데

 

애를 낳고 나서는

주선생님 혼자서 몸무게를 신경씁니다.

산모가 임신부보다 대우를 덜 받습니다.

 

그래도 65kg까지 나갔던 몸무게가

지금은 53kg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어...인제 이 바지도 맞네...

그 동안 입을 것 없어서 힘들었는데...

이야~ 인제 임부복 안 입어도 된다~~~"

 

웬만큼 몸이 예전으로 돌아가자

주선생님 굉장히 좋아합니다.

 

오른손과 오른발을 동시에 올리고,

또 왼손과 왼발을 동시에 올리는 동작을

번갈아가면서 합니다.

 

즐거움을 꼭 몸으로 표현하는 주선생님입니다.

 

이 바지 저 바지 입어보고..

"나 어때?"  합니다.

 

그러더니 기분이 좋은지 외출하면서

선글라스를 낍니다.

 

7시도 훨씬 지나 해가 다 진 시간이었습니다.

그냥 놔뒀습니다.

 

산후조리를 잘못하면

예전 몸매를 못 찾습니다.

 

옆에서 신경을 써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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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은 힘들어

두 명이었다 세 명이 되고 나서는

어디 한번 나가는게

완전히 일입니다.

 

나갈땐 한 명만 나가거나

아니면 세 명이 같이 나갑니다.

저와 주선생님 둘이서만 집밖에 나갔던건

미루 낳던 날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오늘은 미루 마사지강좌를 들으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어쩌다가 이런 것도 듣습니다.

 

10시 시작 시간에 맞추려면

새벽부터 정신이 없습니다.

 

"거즈 챙겼어~?"

"응..."

"비닐봉지는?"

"챙겼어~"

"거즈, 비닐봉지, 물티슈, 기저귀, 마사지 오일, 로션, 큰수건...다 챙긴거지?"

 

예전에 몸만 달랑 나가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하던 많은 물건들이

'이동시 기본물품'이 됐습니다.

 

자기짐은 자기가 들어야되지만

미루는 불쌍하니까 봐주고

그 많은 짐을 또 두사람이 듭니다.

 

오늘은

맨날 부시시한 미루 머리를

꽃미남형으로 만들어서 갈 생각으로

목욕까지 시켰습니다.

 

강의실에 도착할 때쯤 보니까

미루 머리는 평소와 똑같았습니다.

괜히 목욕시켰습니다.

 

이래저래,

준비하는 시간, 이동하는 시간이 두배는 들고

힘은 세배나 네배쯤 더 듭니다.

 

외출이 힘드니, 집에 돌아오면

꼭 쓰러져서 잠을 잡니다.

 

미루도 나름대로 힘들어서

한바탕 보챈 다음 자고

우리는 그것 땜에 더 힘들어서

완전히 뻗어버립니다.

 

한참 자는데

주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나 배고파~"

"그래? 간식 먹어야겠네"

"자장면 같은 거 시켜 먹자"

"그러자"

 

저는 계속 잡니다.

 

"자장면 시켜먹자아~"

"그냥 조금만 더 자고 먹으면 안돼?"

 

계속 잠만 자는 저에게

주선생님은 매우 적절한 비유로

일격을 가합니다.

 

"너, 배고픈데 자꾸 자라고 하면

미루가 어떻게 하지?"

 

한 살이나 어리면서 맨날 반말입니다.

 

"막 울지..."

"거봐, 근데 나한텐 왜 그래?!

내가 막 안 우는 걸 다행으로 알아~"

 

괜히 기분이 살짝 나빠질려고 했습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중국집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찾긴 했지만

순순히 자장면을 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나도 자존심이 있지, 할 말은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얘기는 생각날때 해야지

참으면 두고 두고 후회합니다.

 

주선생님한테 다가가서 말했습니다.

 

 

"니가 시켜~"

 

...

 

 

자장면 하나 시키는 것도 참 힘듭니다.

 

이건 다

외출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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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여름이 갔으면...

여름은 우리 세명 모두에게 참 힘든 계절입니다.

 

일단 저와 미루는

피부와 체질이 같습니다. 땀을 많이 흘립니다.

여름만 되면 하루 종일 몸이 끈적끈적해집니다.

 

미루와 주선생님에게는

모기 문제가 심각합니다.

 

우리는 미루 전용 모기장으로

완벽 방어를 이미 마쳤습니다.

 

일본 뇌염 예방 주사를 돌 이후에

맞히도록 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그 전에는 모기에 물려도 괜찮은가 하는 생각도 조금은 있습니다.

 

문제는 주선생님입니다.

어제 밤에도 다섯방을 물린 주선생님은

거의 노이로제에 걸렸습니다.

 

책상에 앉아 있는데

모기가 날라갑니다.

 

두 사람은 마구 날뛰었지만

모기를 놓쳤습니다.

계속되는 노력도 모두 실패합니다.

 

그리고 결국 자야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주선생님은 잔뜩 풀이 죽은 얼굴입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는 쳐진 체로

방으로 들어갑니다.

 

왼손에는 '버물려'가 들려있습니다.

'버물려'는 모기 물렸을 때 바르는 약입니다.

처절합니다.

 

어서 여름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사실

여름이 곧 끝날 조짐이 보이긴 합니다.

 

요즘 저는

유난히 주선생님이 이쁩니다.

미루를 낳은 게 정말 대견한 모양입니다.

 

같이 앉아 있다가

괜히 손을 잡았습니다.

마음을 이야기해줘야겠다 싶습니다.

 

"요새 부쩍 이뻐보이네...

왜 그런지 알아?"

 

"알지."

 

"왜 그러는 거 같은데?"

 

주선생님이 대답하셨습니다.

"여름 다 갔잖아...너는 날씨만 선선해지면 나 이뻐해~

더울때는 끈끈하다고 근처에도 못 오게 하잖아. 몰랐어?"

 

확실히 여름이 다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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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단한 연구를 통해

우리는 비교적 미루를 쉽게 재우고 있습니다.

 

그 동안 별 방법을 다 써봤습니다.

 

'안아서 달래주기' 는

일찌감치 접었습니다.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면 잠자기도 쉽다고 해서

안정시켜주기에 신경을 썼습니다.

 

빠는 욕구충족이 중요하다는 말에

제 새끼 손가락을 구부려 입에 살짝 대줬더니

쪽쪽 빨다 잠이 듭니다. 빠는 힘이 어마어마합니다.

 

손가락이 뒤틀어질려고 했습니다.

이 방법은 두번 하고 안했습니다.

 

꽁꽁 묶어주는 것도 효과를 봤습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5개월까지도 이렇게 한답니다.

 

우연히 다리를 흔들면서 얼러줬더니

이게 또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건 요새도 애용합니다.

규칙적인 움직임은 마음의 안정을 준답니다.

 

물티슈 포장지를 만지는 소리도 미루를 편하게 해줍니다.

 

이제는 자기가 자기 손을 빨다 자는 경우도 많습니다.

참 훌륭한 미루입니다.

 

그런데 가끔, 자는 줄 알고 쳐다 봤다가

미루가 눈을 퍽 뜨면 이땐 정말 무섭습니다.

 

오늘 그랬습니다.

 

옆을 지나던 주선생님과 저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습니다.

 

주선생님은 의자에 앉은 채로

자는 척을 했습니다. 참 어색합니다.

 

저는 앉으려다가

엉덩이 반만 바닥에 붙이고 멈췄습니다.

 

미루는 눈을 뜬 체

먼곳을 응시합니다.

 

갑자기 사방이 고요해지고

제 이마에서는 식은 땀 한줄기가

쭈욱~ 흘러내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건 영화에서나 그런겁니다.

저는 다만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면서

미루가 다시 잠들기를 기다립니다.

 

미루가 눈을 천천히 감습니다.

 

"휴우~"

 

우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뒤꿈치 들고 걸어보기는 중학교때 이후 처음입니다.

잘못한 일도 없는데 목소리가 기어들어갑니다.

 

어쨌든 우리의 목표는

미루가 잘 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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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걱정

"어떤 애는 얼굴, 다리....

뭐 하여튼 온 몸이 다 아토피래."

 

"밤새 피 나게 긁는데 불쌍해서 못 봐준대"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산 밑에 가서 사는데,

옆집에 고등학생이 아토피 땜에

학교 그만 두고 내려와 살았대."

 

사람들이 다 아토피 때문에 걱정이고

우리도 아토피 때문에 걱정입니다.

 

피부가 건조해지는 게 아토피랑 관계 있다는데,

미루도 땀띠가 난 자리가

아주 건조해지고 거칠어집니다.

 

나이는 3개월인데

건조한 부분의 피부는 30대 후반입니다.

 

미루의 피부는

저의 우유에 약간 물탄 빛 피부를 그대로 닮아서

엄청난 민간성 피부입니다.

 

이런 피부는 진한 색 옷을 입으면

얼굴이 실제보다 훨씬 훤하고 이뻐보여

이래저래 유리하지만

관리는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는 미루의 건조한 피부를 없애기 위해

심혈을 기울입니다.

 

목욕후엔 보습에 좋고 열기도 빼준대서

평소에 없어서 못 먹는 알로에를

온 몸에 퍽퍽 발라줍니다.

 

로션도 발라줍니다.

 

책에 목욕이 보습에 최고라고 해서

'하루에 4번 이상 목욕!' 을 외치고

딱 한번을 3번 시켜봤습니다.

평소엔 두번 합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새 에어콘, 새 가습기, 새 유모차를 샀는데

애네들이 문제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새것 냄새들에

제가 무척 민감합니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

새 가구 냄새를 너무 많이 맡아

몸이 많이 안좋아졌습니다.

 

새집증후군입니다.

 

그때 제일 힘들었던 건

주변의 멸시였습니다.

 

"하여튼 유난을 떨어요~"

"몸이 그리 부실해서 어디다 써~"

 

제가 이런게

미루한테도 영향이 있을까봐

노심초사입니다.

 

아토피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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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린다

집안일에 어느정도 연륜이 쌓이다 보니까

사물의 이름이 헷갈립니다.

 

예전에 밖으로 나다닐때는

정확한 용어구사로 정평이 나있다고

혼자 생각했었는데

 

요새는 영 아닙니다.

 

"상구, 미루 자게 준비 좀 해줘"

"응...알았어. 거미줄 쳐달란 말이지?"

 

재빨리 말을 가로챈 주선생님은

바로 저를 비웃어줍니다.

 

"거미줄? 나 참~"

"아~ 거미장~ 아니 모기줄~"

 

모기장 한번 치기 참 어렵습니다.

 

헤매는 저를 주선생님이 비웃긴 했지만,

사실 자기도 저랑 비슷합니다.

 

미루가 하도 보채서

겨우 밥을 먹었을 때였습니다.

 

주선생님이 반찬을 냉장고에 넣어 놓는 사이에

저는 마땅히 식탁을 치워야 했건만

안치우고 딴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선생님

한 마디 하십니다.

 

"상구, 빈그릇들 좀 냉장고에 넣지~

아니, 세탁기에~, 아니~"

 

이미 비슷한 상황에서 당한 바 있는 저는

비웃음을 날리는 대신

정중하게 대꾸를 해주었습니다.

 

"그 보다는 싱크대에 놓는 건 어떨까?"

교양이 넘쳐 흐르는 멘트입니다.

 

요즘은 이름까지 헷갈립니다.

 

아픈 주선생님에게

저는 몇차례나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아이구 우리 미루, 많이 아프지..."

 

주선생님도 만만치 않습니다.

 

"상구야~ 약 먹자~ 아~~!"

 

그래도 이름 헷갈리는 건 그냥 봐줄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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