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6/07

5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7/31
    피부 전쟁(3)
    너나나나
  2. 2006/07/29
    모유수유의 어려움(10)
    너나나나
  3. 2006/07/29
    인정받고 싶은 욕구(1)
    너나나나
  4. 2006/07/28
    대판 싸우다(2)
    너나나나
  5. 2006/07/26
    애기도 피곤하다(2)
    너나나나
  6. 2006/07/26
    주부의 증거 2(5)
    너나나나
  7. 2006/07/23
    발달 2
    너나나나
  8. 2006/07/21
    외출3(1)
    너나나나
  9. 2006/07/20
    어서 빨리 예전처럼
    너나나나
  10. 2006/07/20
    외출2(2)
    너나나나

피부 전쟁

"으악~~"

 

"왜 무슨 일이야?"

 

얼마전 일입니다.

 

주선생님이 미루 젖을 먹이는 동안

다른 곳에 앉아 있던 저는

느닷없는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갔습니다.

 

"현숙아, 왜 그래..괜찮어?"

 

"으...피가 나.. 어떡해..."

 

주선생님께서는,

피부가 딱 저를 닮아서 안 그래도 땀을 많이 흘리는데다

하필이면 여름 직전에 태어난 미루가 불쌍하다면서

 

귀 뒤, 목, 팔꿈치 반대편, 무릎 반대편 등

주로 미루 몸 중 '접히는 부분'에 대해 부쩍 신경을 많이 쓰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젖을 먹이다

마침 귀 뒤가 좀 지저분하다 싶어서

거즈로 닦아 낸다는 것이, 아마도 벅벅 문질렀나 봅니다. 피가 날 정도로...

 

안 그래도 이런 저런 걱정이 태산인 주선생님,

굉장히 괴로워합니다.

 

저는...그 와중에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때 목욕탕에 갔었는데

 

같이 간 아버지가

"야, 상구야~너 때 한번 밀어달라고 해보까?"하시면서

저를 때밀이 아저씨한테 맡기셨습니다.

 

취직한 지 얼마 안됐는지, 의욕이 넘치던 그 아저씨는

3학년 짜리를 무슨 어른 다루듯이 하면서

두 손모아 힘차게 때를 밀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이없게도 제 옆구리 피부를 홀랑 벗겨버리고 말았습니다. 피가 낫죠.

그때 참 많이 아팠었습니다.

 

갑자기 미루가 무척이나 안쓰러운 마음이 들더군요.

 

사실, 미루의 피 사건이 있기 전에

이미 한 차례 난리가 나긴 했었습니다.

 

어느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미루의 '접히는 부분'이 온통 새빨개지고 짓물러서

무덤덤한 저도 깜짝 놀랄 정도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병원으로 달려가서

의사 선생님한테 상담을 받고, 약 받아 오고

집에 돌아와서 목욕 시켜주고

그리고 정말 큰 맘 먹고 장만한 에어콘을 튼 다음에야 안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까지 저는

주선생님께서 미루가 땀띠가 좀 심한거 아니냐고 하면

 

"괜찮아, 괜찮아..나도 어릴 때 땀띠 맨날 몸에 달고 살았거든?

근데 지금 봐봐~이 백옥 같은 피부~"

하면서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했었는데

 

이 때문에 사실은 아무 대책도 안 세우고 있다가

크게 당한 것입니다.

 

"어머, 이거 봐..귀에서 발 냄새가 나..."

"목이 또 왜 이래 이거...어휴 이 땀띠 좀 봐.."

 

이럴 정도가 되도 무심하게 있다가

미루를 그 지경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 이후 우리의 경각심은 계속 최고조 상태입니다.

 

주선생님께서 오늘 아침에는

자고 일어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꿈에...산후조리원에 있었는데

애가 눈이랑 얼굴에 두드러기가 왕창 난거야

의사가 와서, 애를 왜 이렇게 방치했냐고 뭐라고 하고..

어휴...암튼 디게 시달렸어.."

 

그 말을 듣고 전 생각했습니다.

 

'잠만 잘 자드만...'

 

아무튼

그 날 이후 우리는 정말 열심히

미루의 피부를 관리해줍니다.

 

목욕도 열심히 시켜주고

보습제도 발라줍니다.

짓무르는 곳은 적당한 수준에서 연고도 발라줍니다.

 

아직 목을 가누지 못해서 늘상 접혀 있는 목에

최대한 공기가 통하도록 이런 저런 노력을 합니다.

 

우리의 소원이 있다면

빨리 이 놈의 더운 여름이 가는 겁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모유수유의 어려움

트랙팩님의 [아기가 자라고 있어요.] 에 관련된 글.

평소 존경하는 진경맘과 다섯병님께서

제가 집에 없는 사이

놀러오셨다 가셨습니다.

 

두 분께서는 놀러오시면서

미루에게 필요한 옷이며 장난감 같은 것들을

한 박스 담아오셔서,

한 여름의 산타클로스 분위기를 잠시 연출하셨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쁜 선물은

역시 수유쿠션입니다.

 

저희 집에도 수유쿠션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가 또 다른 훌륭하신 분에게 받은 수유쿠션은

워낙 그 역사가 오래돼놔서

눌리고 또 눌려 아주 납작해진 상태였습니다.

가히, 수유쿠션계의 쥐포라고 불릴만 했습니다.

 

주선생님께서는 그 동안 이 쥐포 위에 미루를 올려놓고

젖을 먹이느라고 그야말로 고생 또 고생을 했습니다.

 

주선생님께서는 일찌기

모유수유의 고통을 다음과 같은 행동을 통해 저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어느날 저는 너무 덥고

어디 밖에 나갈 일도 없어서 웃통을 벗고

모유수유 중인 주선생님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선생님이 갑자기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제 젖꼭지를 꽈~악 꼬집었습니다.

 

"아앗~~ 왜 그래?"

너무 기습적인 공격에 저는 몸을 파르르 떨며 물었습니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주선생님께서 대답하십니다.

 

"응...고통을 같이 나누고 싶어서.."

 

그냥 말로 해도 될텐데..그렇게까지 하는 걸 보니

혼자 아픈 게 좀 억울했던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전날 밤에

주선생님께서는 수유하는 데 젖꼭지가 얼마나 아픈지를

저에게 말로 한참 설명하긴 했었습니다.

 

"빨래집게로 젖꼭지를 꽉 찝으면 어떨까? 많이 아프겠지?"

"으....정말 아프겠다.."

"그러고 나서 빨래집게를 빼.."

"..그리고..?"

"그러다가 그 아픔이 다 사라지기 전에..다시 꽉 찝어..어때?"

"으으으..생각만 해도 소름이 쫙 끼친다.."

"바로 그런 아픔이야..요즘 내가 아픈게.."

 

이렇게 힘이 드니까

특히 아침에 수유를 하고 나면 완전히 뻗어서 잠을 잡니다.

 

오늘 아침엔 6시에 수유를 했는데

가슴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다며 한참을 낑낑거렸습니다.

 

수유쿠션 하나로 모유수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고

또 주선생님이 아픈 게 꼭 수유쿠션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전 보다 훨씬 나아질 것 같습니다. 

 

오늘 받은 수유쿠션은

어릴때 길을 가다가 정말 충격적으로 뚱뚱한 배추벌레가

옆으로 말려 누워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걸 그대로 확대해 놓은 모양입니다.

 

우리 미루가 이 위에서 주선생님 아프지 않게

잘 먹고 잘 크길 바랍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인정받고 싶은 욕구

옛날 일입니다.

 

어찌어찌 해서

제가 주선생님 앞에서  댄스를 추게 됐습니다.

 

가볍게 몸을 흔들면서 매혹적인 눈빛을 날리자

 

제 화려한듯 하면서도 절제된 춤을 보고

주선생님은 그게 무슨 춤인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물었습니다.

 

"상구, 왜? 오줌 마려워?"

 

그 날 이후 저는 다시는 춤을 추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을 누가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는데

이게 안되니까 참 괴롭더군요.

 

근데

최근에는 제가 하는 일을

여기 저기서 알아주기 시작했습니다.

 

주선생님의 동생,

그러니까 처남이 어느날 전화가 와서 집에 놀러오겠다고 했는데

장모님이 말려서 안 온 일이 있었습니다. 

 

"야~형부가 살림하는데, 너 가면 형부만 힘들어~

나야 가면 내가 밥 해 먹으면 되지만 넌 니가 해먹을거냐?"

 

처남한테 장모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주선생님의 집은 주선생님과 바로 아래 동생이 여자이고 처남이 막내인데

위 두 사람의 영향을 받아서 처남은 저를 자꾸 '형부'라고 부릅니다.

 

아무튼, 그 말을 전해 듣고 전 기분이 꽤 괜찮았습니다.

드디어 인정을 받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저께는 주선생님께서 또 저를 추켜세워주셨습니다.

 

"어...인제 부엌에서 움직이는 게 굉장히 여유 있어, 부드럽고..." 

"전에는 어땠는데?

"전에는 뭔지 모르게 분주해 보이고 그랬는데 인제 안 그래~~"

 

사실, 예전에는 부엌에서 혼자 바빠서 팔딱팔딱 거리긴 하는데

빨리 되는 건 없고 그랬었습니다.

 

근데 인제는 뭐 별로 움직이는 것 같지도 않은데

식사 준비가 딱딱 되니, 제가 봐도 실력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이걸 주선생님이 또 적절한 때에 칭찬으로 날려주셨구요.

인정 받는 건 역시 좋은 일입니다.

 

오늘 지하철을 잠깐 탔는데

할머니가 자기 옆자리가 비니까 저를 가리키면서 말씀하셨습니다.

"학생 여기 앉어~"

 

36살 먹은 사람이라고 학생이 아니란 법은 없지만

할머니는 저의 지나치게 동안인 얼굴을 보고 그렇게 말씀하신게 틀림 없었습니다.

 

요즘..너무 인정 받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대판 싸우다

미루 엄마와 미루 아빠가 대판 싸웠습니다.

저와 주선생님이 싸웠다는 얘기입니다.

 

미루가 자지 않고 우는 데

미루 아빠는 그냥 놔두자고 했고

미루 엄마는 그러는 건 싫다고 했습니다.

 

미루 아빠는 미루 엄마가 너무 과민하다고 생각했고

미루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는 아빠가 못 마땅했습니다.

 

근데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싸움은 정말 산후에나 있을 법한 일입니다.

서로 힘들고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할 때 말입니다.

 

며칠 전 주선생님께서 하루 종일 무한한 짜증을 부린 날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놀랍게도 그 짜증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 넘기며 하루를 잘 보냈었습니다.

 

밤에 주선생님이 책상 위에다 메모를 남겼더군요.

 

'할 말이 있소. 뒤를 보시오'

 

저는 주선생님이 저를 놀라게 하려고

제 뒤에서 무서운 얼굴로 서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더 무서운 얼굴을 하고 "획~"하니 뒤를 돌아봤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더 무서웠습니다.

 

알고 보니, 종이의 뒤를 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냥 '뒷면을 보시오'라고 하지.

 

뒷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자꾸 짜증내서 미안하오.

아직 인간이 덜 돼서 그러오.

산모는 인간이 아닌 듯 하오.

얼렁 인간이 되어 상구에게 짜증 안내도록 하겠소. 졸리네..

(여기서 갑자기 존대말로 바뀌었습니다. 정말 졸렸나 봅니다.)

많은 양해 바랍니다.

글고 사실 많이 고맙고 자랑스럽고 안쓰럽고 그렇소.

힘냅시다!'

 

이렇게 주선생님은 나름대로 노력 중이었는데, 결국은 우리가 싸우고만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어제의 싸움은 제가 진 겁니다.

왜냐하면, '게임의 법칙'을 어겼기 때문입니다.

'꽥~'소리를 질렀거든요.

 

이래저래 수습이 안돼서 우리는 5분 안에 화해하는 원칙을 깨고 그냥 자버렸습니다.

 

다음날 아침, 이번에는 제가 편지를 썼습니다.

 

<앞장>

"뒤를 보시오.."

 

<뒷장>

"현숙아 미안해..어쩌고 저쩌고...주저리 주저리..온갖 변명, 핑계 등등" 

 

결국, 우리 두 사람은 금새 화해를 했습니다.

 

역시 두 사람의 대화와 타협 능력은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정도는 훌륭하다고 해도 괜찮을 듯 합니다. 

사실, 아이를 키우는 상황에서 인격 수양은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앞으로는 좀 더 잘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화가 풀리고 주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는데

자기도 뒤를 돌아봤다고 합니다. 꽤 무서웠을 것 같습니다.

 

또 지난 밤 얘기도 해주었는데

화가 난 걸 표현하기 위해, 안방으로 안 들어오고 거실에서 자다가 모기에 물렸다고 합니다.

참, 불쌍한 주선생님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애기도 피곤하다

"지가 뭘 한게 있다고 피곤해, 피곤하긴~"

 

한참 전에 고모님이 오셔서 남기고 가신 말입니다.

 

책에 보니까

젖을 먹은 다음 40분쯤 놀다가 피곤해하면

그때부터 재우면 된다고 하길래

 

그대로 설명하다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사실, 뭐

저도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지가 뭘 했길래..

...피곤하면 아빠랑 엄마가 훨씬 피곤하지

저는 그냥 먹고 놀기 밖에 더 했어?'

이게 제 속에 있는 '악마'의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속의 '천사'는 이렇게도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작은 애기니까 조금만 안 자고 깨어 있어도 피곤할거야..그럼, 그럼'

 

근데 미루는 젖을 먹은 다음에 한번 놀면

한 시간씩 놀았습니다.

 

그 한 시간 동안 미루는

다리를 막 움직여서 걷는 시늉도 하고, 손으로 만세를 불렀다가

랩 가수 처럼 희한하게 손을 꼬고

한쪽 손을 번갈아 가며 양쪽으로 쭉 뻗고

또 길거리 시위대처럼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권투선수처럼 두주먹을 위아래로 쥐고

손을 빨려고도 하고, 그러다 지 손에 얼굴을 몇 대씩 맞고 그럽니다.

 

참, 별 짓을 다합니다.

 

그러다가 피곤해지면,

손으로 귀를 쥐어뜯고, 눈두덩이가 빨개지고 하면서

금새 알아볼 정도로 방금 전하고 얼굴이 달라집니다.

 

'아..미루가 피곤하구나. 인제 재워야지...'

 

이런 생각을 하고 항상 재우는 시도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의 피곤함이 딱히 이해가 가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집에 놀러온 친구랑 있다가

애기는 조금만 놀아도 피곤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미루는 한 시간만 놀면 피곤해서 거의 미쳐버릴라고 그래..

이 때 안 재우면 난리가 뒤집어져~~"

 

친구가 대답했습니다.

 

"당연하지~!!"

 

애도 없으면서 다 아는 것처럼 대답하길래 좀 더 설명하길 기다렸습니다.

 

"어른한테 누워서 한 시간 동안 팔다리 흔들고 있으라고 해봐, 얼마나 피곤한가..."

 

아, 정말 일리가 있는 설명이었습니다.

 

친구가 간 다음에, 누워서 미루랑 똑같이 해보았습니다.

 

5분도 안 했는데, 숨이 턱에 닿았습니다.

힘들어서 더 이상 못했습니다.

혼자 누워서 그러는 제가 좀 미친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 힘든 일을 한 시간씩이나 해 내는 미루는 참 대단한 앱니다.

 

게다가 요즘은 움직이면서 이상한 소리까지 내는데... 정말 대단한 앱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주부의 증거 2

부엌에서 살다 보니까 좋은 일도 있지만

안 좋은 일도 있습니다.

 

가장 안 좋은 일은

자꾸 손이 데는 겁니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습니다.

 

"아휴..씨..또 디었네..."

 

보리차 끓인다고 물 올려놨다가

끓는지 안 끓는지 순간적으로 분간이 안 가서

주전자 뚜껑을 열었는데

뜨거운 김이 새끼손가락을 덮쳤습니다.

찬물을 틀어놓고 손을 한참 대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게 몇 번째야..이거.."

 

조심을 한다 한다 해도 자꾸 뎁니다.

덕분에 손가락 끝은 점점 단련되고 있습니다.

 

정신 놓고 있다가

뜨겁게 달권진 냄비를 잡는 건 인제 안 하지만,

이것 말고도 데는 방법은 많습니다.

 

전자렌지에 음식 뎁힐려고 넣었다가 꺼낼 때

접시가 뜨거워서 손가락을 데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접시가 안 뜨거워야 하는데 암튼 전 데었습니다.

 

닭가슴살 익힌 다음 손으로 찢는데

처음엔 괜찮은 듯 싶더니 점점 뜨거워집니다.

억지로 참고 하다가 또 데었습니다.

 

사골국을 폭삭 끓인 다음 국그릇에 옮겨 담는데

그걸 하나 제대로 못해서

찰랑거리는 국 속으로 손가락이 들어갔습니다.

 

당근하고 햄하고 섞어서 볶다가

당근조각 하나가 하늘을 날라서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무심코 그걸 손가락으로 집어들었는데...아, 이거...이것조차 뜨거웠습니다.

 

가장 괴로웠던 일은 이겁니다.

 

햄을 아주 잘게 잘라서 볶고 있는데

이게 갑자기 통통 튑니다.

 

신기해서 "야~이게 통통 튀네~"하고 바라보고 있다가

그 중 하나가 긴 포물선을 그리더니

제 팔뚝에 사뿐하게 안착하는 걸 못 피했습니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습니다.

 

이 모든 걸 꿋꿋하게 참아내던 저는

그러나 정말 죽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지글지글 기름에 뭔가를 볶고 있다가

제가 정말..정말 아무 생각없이

후라이팬에 물을 좀 뿌렸습니다.

 

"파지지직..파파파파파팟~~"하면서,

기름인지 아니면 그새 뜨거워진 물인지가 튀어 올라와서

마침 더워서 웃통을 벗고 있던 제 배로 튀었습니다.

 

아...조선시대에 인두로 지지는 고통이 이쯤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몇 번 아주머니들이

"괜찮아~이 생활 몇년인데"를 외치시면서

뜨거운 냄비 같은 걸 팍팍 잡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조금만 훈련하면 저도 그 경지가 될 지도 모릅니다.

 

전국의 부엌에서 지금도

기름으로 몸을 단련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에게

조심하시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발달 2

주선생님께서 잠깐 밖에 나갔다 오시더니 말씀하십니다.

 

"공원에 보니까 조그만 애가 아빠랑 공 차는데..진짜 잘 차~

우리 미루도 빨리 그랬음 좋겠다..."

 

저는 대답했습니다.

 

"일단, 목부터 가누고..."

 

애가 어서 빨리 훌쩍 커버렸으면 하는 바램이 자꾸 생깁니다.

하지만 크는 것도 순서가 있는 법입니다.

 

돌이켜보면,

지금 이만큼 큰 것도 참 잘 해오고 있는 겁니다.

 

처음엔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 때문에

'어서 빨리 컸으면..'하고 바라기도 했었습니다.

 

태어나고 2-3주간은 미루 콧구멍이 작아서

코딱지가 코에 꽉 차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것 때문에 숨을 잘 못 쉬기도 했습니다.

 

특히 젖먹을 때

계속해서 "쉭~쉭~" 소리를 내면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는 건

참 괴롭기까지 했습니다.

 

"헉..헉..저..저기, 나 좀 도와줘요.."

"아니, 이봐요..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예요?"

"수..숨을 쉴 수가 없어요"

"숨을 못 쉬겠다고요?...이..이런, 이걸 어쩌죠?"

"코에 코딱지가 꽉 차서, 수..숨을..커어억.."

 

만약 어른이 이랬다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미루는 처음에 이랬습니다.

 

약국에서 코빼는 이상한 기구를 사다가 미루 코에 대고 씨름을 하기도 하고

주선생님의 지시로, 제가 직접 미루 코에 입을 대고 코딱지를 빨아내기도 했었습니다.

모두 실패였습니다.

 

근데 어느 덧 미루는 벌써 많이 컸습니다.

코도 커지고 콧구멍도 넓어졌습니다.

어른 코딱지만한 게 항상 코 속에 있지만 숨만 잘 쉽니다.

 

이런 것 말고도 미루가 참 많이 자랐다는 증거는 여러가집니다.

 

아침엔 몇 차례나 활짝 웃었습니다.

다리 힘도 많이 세져서, 안다가 잘못 맞으면 가슴이 아픕니다.

머리는 두발규제에 반대하는 학생 마냥 긴데다 헝클어져 있습니다.

 

경륜이 붙은 것도 있습니다.

하도 젖을 빨아서 입술에 굳은살이 박혔습니다.

미루 생애 첫 굳은살입니다.

 

사실 평생 이 때 말고는 입술에 굳은살 박힐 일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중에 아무리 밥을 자주 먹어도, 아무리 뽀뽀를 많이 해도 이 정도는 아니겠죠

미루 입술의 굳은살은 2달짜리 젖먹이의 경륜의 표현입니다.

 

낮에 잠깐 슈퍼에 갔는데,

심부름 온 꼬마애가 똑부러지는 게 참 예뻤습니다.

 

미루가 심부름 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목을 가누는 게 당장의 목표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외출3

미루와 주선생님을 놔두고 외출하는 마음은

항상 걱정이 반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제게 긴 외출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어디 가서 놀다오는 건 아니고

그냥 아주 예전에 약속했던 일이 있어서

낮에 7시간 가량 집을 비워야 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떨었습니다.

 

제가 없는 티가 너무 나면 안되겠다 싶어서

요새 좀 슬슬 했던 밥 차리기를

오늘은 제대로 해야 겠다 맘 먹었습니다.

 

사골국물이 있긴 했는데

콩나물국을 끓였습니다.

 

삶은 콩나물 중 일부는 건져내서 콩나물 무침을 만들고

어제 사다 놓은 느타리 버섯으로 버섯볶음을 하고

조기도 두 마리 구웠습니다.

계란을 삶아서, 배추속 잘라 놓은 거랑 섞어 이상한 샐러드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김치, 오이피클...

이 정도면 저 없는 동안 주선생님 식사는 걱정 없습니다.

 

허겁지겁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온 저는

 

매일매일 외출하는 게 아니라서

바깥 사람들의 말이 유난히 쏙쏙 귀에 들어옵니다.

 

수원 가는 기차 안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모여서 웃고 떠듭니다.

 

한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묻습니다.

 

"내가 퀴즈 하나 낼께.. 손이 세개인 사람은 누구게?"

 

여학생, 설마 이게 답일까 하는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대답합니다.

 

"삼...손"

 

남학생,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합니다.

 

"오~맞았어..정말 놀라운 센스~!!"

 

참, 어처구니가 없는 남학생입니다.

 

그 건너편 의자에 앉아 있는 여학생이

자기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남학생에게 문제를 냅니다.

 

단체로 어디들 가는 모양인데

다들 의자를 돌려서 4명씩 얼굴보고 앉아서

서로 문제 내기에 바쁩니다.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과일이 뭐게?"

 

퀴즈의 성격을 이해 못 한 남학생이

"에이~뜨거운 과일이 어딨어?"라고 했다가 바보 취급을 당하고 퀴즈는 계속 진행됩니다.

하지만, 아무도 답을 맞추지 못하자, 여학생이 그냥 답을 말해줍니다.

 

"천도 복숭아"

 

이건 좀 괜찮은 유모어다 싶어 꼭꼭 기억을 해뒀습니다.

 

7시간의 외출을 끝내고,

열심히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급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한테는 이런 날씨가 어울린다는 듯이 비가 내립니다.

 

집 문을 열자

주선생님은 항상 그렇듯이

미루를 안고 젖을 먹이고 있습니다.

 

"이야~아빠 왔다~"

 

하루 동안 아빠 없이 고군분투했을 두 사람..진짜 장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어서 빨리 예전처럼

미루를 어르고 있는데

화장실에 들어간 주선생님이 난감해 하며 소리칩니다.

 

"상구~ 큰일 났어...나 반지가 안 빠져..."

 

한참의 노력으로 드디어 미루를 재우나 싶었는데

수포로 돌아가는 분위기였습니다.

 

'애 자는 데 조용히 좀 해~~'

이 말이 튀어나오는 걸 입술을 꽉 다물어서 틀어 막고 물었습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반지를 꼈는데..안 빠져...

근데..손가락이 빨개지고 점점 새까매지고 있어..."

 

"넣을 땐 어땠는데?"

 

"넣을 땐 괜찮았는데, 뺄려니까 안 빠져...부기가 안 빠졌나봐..."

 

 

큰일이 났습니다.

 

저는 미루 재우기를 포기하고

곧바로 컴퓨터로 달려갔습니다.

뭐든지 알려주는 인터넷에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물어보았습니다. 

 

 

질문: '반지 빼고 싶은데 안 빠져요~~'

 

답: 손가락이 부었을 때의 반지 제거...잘못하면 손가락 조직이 죽을 수도 있고..어쩌고 저쩌고..

 

 

 

아...좀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화도 좀 났습니다.

미루는 울기 시작합니다.

 

'그 놈의 반지, 그걸 꼭 지금 껴야 하나? 대체 왜 저래?'

이 말이 튀어나오려는 걸 또 입술로 막았습니다.

 

"휴~~반지 뺐다"

 

그 말을 듣자 안심이 돼서 그런지

아까 입술로 막았던 말이 그만 튀어나와버렸습니다.

 

"그걸 꼭 지금 그렇게 껴야 돼?"

 

주선생님..울상이 됐습니다.

 

약간의 티격태격이 오가고..

저는 언제나 그렇듯이 또 한번 반성합니다.

 

'아직도 100% '산모'편이 안 되어 있구나'

 

...

 

 

그렇지 않아도 낮에,

"나 손 부은 거 많이 풀린 거 같은데 반지 한번 껴볼까?"했던 주선생님입니다.

 

생각해보면, 임신하기 전의 그 날렵했던 몸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 같습니다.

 

그 좋아하는 수영도 못하고,

다큐멘터리 감독이 카메라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하는데

그건 더 할 수 없습니다.

 

요새는 미루 젖주느라 손목에 하도 무리를 해서

나중에 카메라 드는 데 지장이 생길까

저는 그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하던 차입니다. 

 

시간 말고는 달리 해결방법이 없는 경우가 좀 있는데

산모의 회복도 비슷합니다. 물론 그 사이에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요. 

 

빨리 시간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어서 빨리 예전처럼

카메라 옆에 차고 다시 하늘을 날으는 주선생님을 보고 싶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외출2

오늘은 집 앞 공원으로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병원하고 사진관

그리고 엄마 아빠 때문에 백화점에 마구 끌려다녔던 걸 빼면

뭔가 그럴듯한 외출로는 처음입니다.

 

날씨가 좀 차가워져서

잘 안 입는 바지까지 차려입히고

유모차를 끌고 나갔습니다.

 

며칠 전 새로 구한 유모차로 공원을 한바퀴 돌려는 생각에

우리는 미루를 유모차에 태우고

 

첫 나들이니까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발사 직전의 우주인 모양으로 미루에게 안전벨트를 잔뜩 매어놓고

기세 좋게 출발할려고 했다가

 

미루가 마구 울어서

집 문에서 2미터 떨어진 엘리베이터까지 갔다

바로 철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날의 교훈을 되살려

오늘은 유모차를 따로 끌고 가고 애는 안고 갔습니다.

 

미루를 안고 나무 밑을 걸어가는데

세상이 갑자기 미루의 눈으로 보입니다.

 

커다란 나무들이 곳곳에 있고

무성한 나뭇잎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갑니다. 

 

'아..저 나뭇잎은 왜 저런 모양이 됐을까?'

36살 남자가 갖기엔 너무 순수한 궁금함이 머릿 속에 떠오릅니다.

 

미루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불타는 호기심을 보입니다.

 

원래 장모님께서

미루가 세상일에 관심이 많은 눈이라고 하셨지만 그러려니 했는데

오늘 보니까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밑에서 위로 나무를 쳐다 보고 있으면

겹쳐져서 무성해 보이는 나뭇잎이 참 상쾌합니다.

 

바람이라도 불면,

'사삭~사사삭~' 하면서 흔들리는 게

더 없이 기분이 좋죠

 

오늘은 바람이 별로 안 불었지만

아이 눈은 지금까지는 직선을 보더라도 흔들리게 보이는 상태라니까

 

오늘 미루는 기분좋게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본 셈입니다.

 

공원에서 만난 할머니는

'애를 너무 시원하게 입혔다'

'이제 겨우 두달된 애를 너무 빨리 밖에 데리고 나왔다' 는 둥 자꾸 잔소리를 하시면서

오늘 같은 외출의 훌륭한 조연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미루의 첫 나들이를 축하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