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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7/18
    피곤한 엄마의 잠꼬대
    너나나나
  2. 2006/07/16
    이사왔습니다.(9)
    너나나나
  3. 2006/07/16
    조선일보와 한판
    너나나나
  4. 2006/07/16
    우리 동네
    너나나나
  5. 2006/07/16
    공원의 정자
    너나나나
  6. 2006/07/16
    애가 점점 무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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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6/07/16
    발달
    너나나나
  8. 2006/07/16
    아침부터 한바탕
    너나나나
  9. 2006/07/16
    티격태격
    너나나나
  10. 2006/07/16
    건망증(1)
    너나나나

피곤한 엄마의 잠꼬대

주선생님...

미루 젖을 먹이는데, 고개가 앞으로 푹 떨궈져 있습니다.

 

많이  피곤한 모양입니다.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피곤한건 피곤한 겁니다.

 

얼마나 피곤했던지

그제 아침엔 잠꼬대까지 했습니다.

 

새벽 5시

아침형 인간 미루에게 젖을 먹이고

잠시 침대에서 미루와 주선생님이 놀고 있었습니다.

 

"아~행복해라~~"

 

갑자기 주선생님이 드라마에나 나오는 어색한 대사를 구사합니다.

미루가 너무 이쁘답니다.

 

그런 두 사람을 안방에 놔두고

저는 잠깐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읽었습니다.

 

5분이나 지났을까..

 

미루 칭얼대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고,

곧이어 주선생님이 저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상구~얘가 막 시끄럽게 떠들어~~"

 

5분 전까지만 해도 미루 때문에 행복하다던 주선생님은

어느새 비몽사몽이 되어 미루를 손가락으로 가르키고서는

자기 자는데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을 저에게 일러 바치고 있었습니다.

 

하기야, 이전에도 주선생님은 좀 피곤해지면

잠꼬대를 했습니다. 주로 사물잠꼬대를 했습니다.

 

"나비야~어서 와~~"

이건, 자기가 꽃이라면서 했던 잠꼬대입니다. 그때 두 손은 턱을 받치고 있었습니다.

 

또 한번은 "뿌~~웅~~" 하면서

두 다리를 개구리처럼 모았다 펴면서 자꾸 위쪽으로 움직이는, 전신을 이용한 잠꼬대를 했었는데

잠깨고 나서 물어보니까, 자기가 기차가 된 꿈을 꿨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미루를 일러바치는 걸 보면

어지간히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주선생님의 잠꼬대는 계속 됐습니다.

 

"미루야, 인제 그만 놀고 엄마랑 같이 꿈나라 가야지....드르렁.."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자기는 벌써 꿈나라에 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새끼 손가락을

미루 입 속에 푸욱 집어 넣습니다. 울던 미루는 그 손가락을 쭉쭉 빨았죠.

 

한 10초 쯤 후에 주선생님은

"어...얘가 왜 내 손가락을 빨고 있어..."

 

손가락을 뺍니다.

 

또 10초 쯤 후에 미루가 계속 우니까 다시 손가락을 푹 집어 넣습니다.

 

주선생님은 이날 아침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산모는 아무래도 열심히 ...아주 열심히 잠을 자야 할 것 같습니다.

 

애 한테 시달리다 쓰러지듯이 지쳐 잠드는 건 안 좋을 듯 합니다.

 

그 보다는 '잠이 보약이다'라는 적극적인 자세로 열심히 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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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왔습니다.

후...땀이 나네요.

 

원래 딴 데 블로그가 있었는데..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슈아, 다섯병 등 총 2명)의  열화와 같은 성화를 못 이겨서 이곳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방에 옮기자 생각하고 글을 몽땅 날랐습니다.

 

글을 겨우 다 나르고 뿌듯해하면서

 

블로그 홈에 들어갔는데요...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새로쓴 포스트에 제 글이 도배가 되어 있더군요.

 

아..이거, 참.

 

여기 계신 많은 분들께 사과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해요.

 

전 글 새로 쓰면 블로그홈에 그렇게 뜨는 지 정말 몰랐습니다.

 

 

...

 

 

 

앞으로는 이사 같은 거 안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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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한판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저 실례합니다~계십니까?"

 

저는 후덥지근해서 웃통을 벗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서 티를 찾아입고 나갔습니다.

 

"아이고, 쉬시는 데 죄송합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날 누군진 몰라도 참 고생한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기 요즘 저희가 너무 힘들어서요,

이거 받으시라고요..."

 

그 아저씨는, 꽤 젊어보였는데

한 손에는 우리 아파트 각 동호수를 적은 표를 들고

또 한 손에는 롯데상품권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눈치빠른 저는 바로 감잡았습니다.

 

"참나~아저씨, 또 오셨네요, 자꾸 이러시면 안되잖아요"

 

"아니, 저희가 요즘 많이 힘들어서요.."

 

얼핏보니까, 아파트 동호수 적은 표의 몇 군데에는 v표시로 체크가 되어 있었습니다.

 

예전에 주차장에서 얼마짜린진 모르겠는데

어떤 느끼하게 생긴 아저씨가 상품권 세장 줄테니까 동아일보 보라는 걸

정중하게 거절한 적이 있었고

 

주선생님은

집에 찾아온 역시 동아일보 아저씨에게

죄송하다면서 그 신문 안본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 동아일보예요?"

 

"아니요, 조선일보요..."

 

"아...조선일보?"

 

여기서 갑자기 몸에 열이 확 올랐습니다.

 

"아저씨, 저는 조중동은 매우 문제가 많은 신문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이런 식으로 상품권 돌리면 공정거래위원회 신문고시에 걸리잖아요

그러면 아저씨 다니는 신문사 지국, 몇 배로 돈 물어내야 돼요..."

 

이렇게 차분하고 논리정연하게 얘기했어야 하지만

그새 흥분한 저는 덜덜덜 떨면서 간신히 말을 이어갔습니다.

 

"아저씨...지금 이거.... 공정거래위원회에다 찔러도 되죠? ...아니면 언론노조에다 찌를까요?

돈 이거... 천만원 벌금이예요...천만원.

그리고 ...조선일보라고 하셨죠? 저 그 신문 경멸하거든요? 빨리 가세요..!!"

 

완전히 산후우울증걸린 남자한테 잘못 걸렸습니다.

 

그런데 그 아저씨 이런 일 좀 겪어보셨나 봅니다.

전혀 당황하지 않고 말합니다.

 

"저 한테 무슨 유감 있으세요?"

 

"누가 아저씨한테 유감 있대요? 아...빨리 가세요~!"

 

놀랍게도 저는 그 와중에도 

진짜로 공정거래위원회에다 찔러봐야,

가난한 신문사 지국만 손해보고 신문사 자체는 꿈쩍도 안할 거라서

그렇게 되면 신문사 지국하는 사람들만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착한 마음을 읽었는지, 그 아저씨 더 세게 반격합니다.

 

"그리고 증거 없으면 안 걸리거든요?"

 

"그럼, 아저씨가 저한테 상품권 줄테니까 신문보라고 했다는 확인서 한장 써주실래요?"

 

아..말도 안되는 요구입니다. 점점 제가 밀립니다.

 

"당연히 안 써주죠. 아무튼 저한테 유감 없죠?"

 

"유감 없어요..그러니까 1402호 표시해놓고 다른 사람한테도 여긴 들르지 말라고 해주세요~"

 

"그러죠, 뭐. 그럼, 안녕히 계세요~"

 

 

...

 

 

"왜 이렇게 화를 내~~"

 

여전히 씩씩대는 저한테 주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그냥 좋은 말로 해도 되잖아..요즘은 저러다 나중에 애한테 해꼬지할까봐서도 나는 화 못내겠던데.."

 

음...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앞으로는 화를 안 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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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야~여기 참 좋다"

 

처음 주선생님과 이 동네에 왔을 때

주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옆에는

임대 아파트가 잔뜩 들어서 있습니다.

 

그래서, 휠체어 탄 장애인들이 유독 많습니다.

우리가 처음 여기 왔을 때에도

여기 저기서 휠체어들이 막 다니고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곳을 보면 사람들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여기 집 값 안 오르겠다"

 

그런데 우리 주선생님은

너무 자연스럽게 여기 참 좋다고 하셨습니다.

 

역시 소외 받는 사람들에 대한 본능적 연대감 같은 걸 갖고 있습니다.

 

저는 머릿속으로야 주선생님과 똑같이 생각하고 말은 잘 합니다.

몸에 체화된 상태는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노력 중입니다.

 

그 날 이후로 이 동네에 살면서

참 여러가지 광경을 봅니다.

 

공원에는 장애인과 노인 전용 체육시설이 있습니다.

운동장에서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모여서

크리켓을 합니다.

 

얼마 전에는

할머니 한 분과

그 분의 장애인 딸과

그리고 그 딸이 난 아이가 함께 산책하는 걸 봤다고

주선생님이 와서 얘기해줬습니다.

 

장애인 딸을 가진 부모 상당수가

딸에게 불임 수술을 해주는 게 현실인걸 감안하면

그 할머니, 진짜 훌륭하신 분입니다.

 

예전에, 미루를 임신했을 때 한 동안

"우리 애는 어디 이상 없겠지?"하는

걱정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어느날

주선생님이 해준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 사라졌습니다.

 

"있잖아. 광진구에 정립회관.. 거기 문제 있어서 사람들이 농성하고 그러잖아.

내가 아는 사람이 거기 갔다가 중증 장애인 한분 하고 얘기하는데 그 분이 그랬대.

자기는 자기 부모님한테 참 감사하다고.

그래서 조금 의아해하면서 감사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부모님이 자기를 지우지 않고 나아주지 않았냐고... 그래서 참 고맙다고 하더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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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정자

얼마 전에 한참 날씨 좋을 때

집 앞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좀 걷다가

애를 안고 다니는 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곧 앉을 만한 데를 찾았습니다.

 

저만치 정자가 보이더군요

할머니 세 분이 그 정자에서 돗자리를 깔고

 

두분은 누워 계시고, 한 분은 앉으셔서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누고 계셨습니다.

 

"아이고, 꼬맹이네~"

 

할머니들은 저희들을 굉장히 반겨주셨습니다.

 

여자들 넷이 만나니까 참 할 얘기가 많더군요

 

할머니들은 예전에 아이 일곱, 여덟씩 키우셨기 때문에

좀 처럼 잊어버리지 않는 각종 육아의 지식을

우리에게 알려주셨습니다.

 

그러다가 한 할머니는 또 누워서 주무시고

또 한 할머니는 계속 주선생님한테 말 걸어주시고

미루는 한바탕 싸대서, 기저귀 갈아주고..

그리고 지나가던 아이와 아이 엄마가 그 정자에 합류해서

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 정자가 얼마 전에 부숴졌습니다.

누군가 포크레인 가져와서 단박에 박살을 냈습니다.

 

우리 아파트 복도에서 보이는 정자가 있던 자리에는

기둥 박아 놓느라고 시멘트로 발라놓았던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할머니들은요?

 

그 할머니들은 이제

그 정자에서 조금 떨어진,

공원 화장실 앞 벤치에 앉아 계십니다.

 

돗자리를 펼 수도 없고 누워 있기도 힘들고

우리가 놀러갈 수는 더더욱 없는 곳입니다.

별로 자세가 안 나옵니다.

 

공원의 주인은 그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입니다.

 

누구나 애용했던 정자를 부술려면

사람들이 함께 결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소외됩니다.

 

아파트 들어와서 다섯달 쯤 살다가

엘리베이터에 입주자 대표자회의에 참여할 동대표를 뽑는다는 공고가 났었습니다.

 

거기 나가볼까 생각했었는데

조건이 '6개월 이상 거주하신 분'이어서 포기했습니다

나중에 좀 더 알아보니까

법에는 아파트 소유자만이 입주자 대표자회의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더라구요

 

저 처럼 전세 사는 사람은, 실제 거주하는 사람이더라도

입주자 취급을 안합니다.

 

실제 공원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자를 부수기 전에 의견을 묻지 않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본도 모르는 인간들이 많습니다.

 

빨리 그 정자를 누가 부쉈는지

부술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지

공원 근처의 주민이 의견을 말할 기회 같은 건 정말 없는 건지 알아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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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점점 무거워집니다

미루가 점점 무거워집니다.

 

"끄~응~"

"영~차"

 

며칠 전부터 미루를 들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기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애를 들다가 허리가 삐끗해서 요양중이라는 이야기

역시 애를 들다가 등쪽에 심하게 담이 걸렸다는 이야기 등

흉흉한 소문이 주변에서 들려옵니다. 

 

안 그래도 최근에 근처 스포츠 센터에 가서 요가를 시작했는데

여기 요가는 완전 스파르타식에 밀어붙이기식 요가라서

몸이 아주 뻐근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남자는 저 혼자라서

요가 갔다 올 때 마다 정신력 소모가 좀 큽니다.

 

이런 데다가 미루까지 무거워지니

이게 참 보통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미루는 우리가 자기를 들 때마다

몸을 뒤로 확 젖히면서  

환상의 C라인을 선사합니다.

더 무거워집니다.

 

주선생님께서 너무도 시의적절하게 제안하셨습니다.

 

"인제 미루를 누워서 재우는 걸 연습해야 하지 않을까?"

 

이 말씀 직후

주선생님은 마구 울어대는 미루를 안고 2시간 동안

자네 마네 실랑이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책에서 어떤 아이들은

젖먹고 좀 놀다가 피곤해지면 칭얼대기 시작하는데

그때 공갈젖꼭지를 물려주면 한참 빨다 잔다고 되어 있길래

그대로 해봤습니다.

 

공갈젖꼭지는 뱉어내길래

대신, 깨끗하게 씻은 제 왼쪽 새끼 손가락을 구부려 입속에 넣어봤습니다.

긁힐까봐 손톱은 안 넣습니다.

 

이게 지금 굉장히 효과가 좋습니다.

희망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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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10년 전 쯤에는 역사는 발전한다고 믿었었습니다.

 

요즘엔, 사람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에 전쟁 직후의 아프카니스탄에 갔을 때,

'부르카'로 온 몸을 가리고 다니는 여자들을 봤었습니다.

 

70년대 말만 해도

긴 파마 머리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다던 그곳에서

저는 아주 지독한 역사의 후퇴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미루는 아주 열심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주선생님과 저의 관심사는

미루가 과연 엄지손가락을 언제 입속에 넣느냐였습니다.

 

이 과정이 참 어렵습니다.

 

손을 입으로 가져가긴 하는데, 주먹을 통째로 입에 넣을려고 합니다.

한 일주일 넘게 이랬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일주일 동안, 주먹이 엄청나게 큰데, 입은 더 엄청나서

그 큰 주먹이 입속에 들어가는 걸 가끔씩 보여줬던 학교 때 친구 생각이 났습니다.

끔찍했습니다.

 

그러다가, 미루는

손가락 중에 엄지 손가락말고, 그 다음 손가락을

입속에 넣고 빱니다.

 

주먹을 쥐는 법도 달라졌습니다.

엄지손가락을 네 손가락 안쪽에 넣어서 쥐더니,

며칠 전부터는 바깥 쪽으로 내놓고 쥡니다.

 

이런 걸 발견하는 제 눈썰미도 참 대단합니다.

 

사실은, 주선생님이 발견해서 알려주셨습니다.

 

우리는 미루가 엄지손가락을 빨기를 기원하면서 가끔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니~손 빠라~" "쪽쪽~쪽 쪽 쪽" (응원구호에 대한 설명은 이 글 끝에)

 

 

그리고 결국

우리의 응원에 힘을 얻은 미루는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힘차게 빨기 시작했습니다.

 

주선생님은 이 장면을 기록해야 한다면서

옆에 있던 캠코더를 들었습니다.

테잎이 다 돼서 더 이상 녹화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미루는 딱 3초만 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 꼬마는 느리지만, 아주 열심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응원구호에 대한 설명>

축구선수 박지성이 네덜란드에서 뛰던 시절,

그 동네 사람들이 박지성을 응원했다던 '위~송 빠레' 를 응용하여 우리가 만든 구호

남자 중에는 이 구호를 아는 사람이 좀 있을 듯함

엄지손가락을 빨라고 응원해야 하는 판에 대충 '손을 빨라'고 외쳤으므로, 그다지 정확한 구호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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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한바탕

싸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전 자고 있었습니다. 주선생님께서 저를 깨웁니다.

 

"지금 몇 시야?"

"응..6시 거의 다 됐어.."

"어..그래"

"있잖아...나, 짜증이 나 죽겠어.."

"..왜?"

 

젖량이 많은 데다,

밤새 생긴 젖 때문에 가슴이 퉁퉁 불은 주선생님은

 

한달만 더 지나면 일도 나가야 하고 하니까

미리부터 유축기로 젖을 짜놓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유축기랑 젖병이랑 소독을 해놓고

새벽에 저 잘 때 일어나서 젖을 짤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유축기 중 가슴에 닿는 깔대기 부분에 기름이 잔뜩 묻어 있었나 봅니다.

닭백숙을 했었는데, 그때 썼던 집게를 제대로 안 닦아 놨었고 그 집게 그대로,

젖병이랑 깔대기를 끓는 물에서 꺼냈던 것입니다.

 

...

 

주선생님은 충격으로 쇼파에 누워 계셨습니다.

 

주선생님의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

제가 기름 때문에 받은 충격이 있었나 가만히 떠올려 봤습니다.

있었습니다.

 

두 달 전 쯤에 장인어른이 식사시간이 다 끝난 시간에 느닷없이 집에 찾아오시더니

삼겹살을 마구 구워드셨었습니다. 기름이 무지하게 튀었죠.

 

저는 그때 속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날 오전에 스팀 청소기로 평소 잘 안하던 바닥 청소를 다 해놔서,

하루 내내 그 깔끔함에 뿌듯해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날 발바닥에 느껴졌던 삼겹살 기름은 지금도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주선생님은 발바닥도 아니고, 가슴에  

닭기름이 묻었습니다.

 

멀쩡하게 잘 있는 사람한테 누가 기름으로 범벅된 닭껍질을 턱 하니 올려놓은 거랑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것도 아침부터, 그것도 애한테 젖먹일 생각을 하며 가슴 벅차하는 순간에...

 

주선생님은 여전히 쇼파에 누워 계십니다.

아무래도...정신적 충격이 심한 모양입니다.

 

불러도 안 일어납니다. 

 

전 주선생님이 누워 계시는 동안 젖병 소독 다시 다 해놓고

이번 사태의 원인이었던 집게는 그야말로 후회없이 씻고 또 씻었습니다.

빨래 돌리고, 밥 앉히고, 어제 밤에 미루 깬다고 미뤄놨던 설거지까지 다 했습니다.

 

그래도 안 일어납니다. 

 

깨우니까, "으..." 하고

신음 소리만 냅니다.

 

계속 깨우니까, " 나...20분만.."합니다.

 

평소에 더 자고 싶을 때는 주로 "10분만..."혹은 "5분만.."을 외치거나

좀 많이 자고 싶으면 "30분만.."을 외치는 데

특이하게 '20분'을 요구하는 걸 보니, 

정신적 충격의 강도를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소독, 위생...이거 아이들 키우는 데 굉장히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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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격태격

주선생님과 저는 아주 가끔 싸웁니다.

 

그래도 원칙이 있습니다. '5분 안에 화해하기'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이 원칙을 잘 지켜왔습니다. 

 

싸우는 거 말고, 평소에 우리는 자주 '티격태격'합니다.

 

이걸 싸운다고 하기엔 좀 그렇고

아무튼 이 '티격태격'에서 이기면 나름대로 꽤 뿌듯해집니다.

 

낮에 쇼파에 누워 있는 주선생님이 지쳐 보여서

제가 다리 안마를 해주었습니다.

 

다리에 손톱의 압박이 좀 세게 느껴졌나 봅니다.

 

 

"어? 손톱 자를 때 됐네?"

 

"아니"

 

"그럼?"

 

"자를 때 지났지, 나를 이렇게 방치하다니..."

 

 

티격태격 1회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집에서는 제 손톱을 주선생님이 자릅니다.

 

손톱이 다른 사람 보다 밉다면서,

자기가 잘라주면 이뻐질거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주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안마를 하도 안 해줘서 몰랐지..."

 

"......"

 

1회전은 시작하자마자 주선생님이 승리했습니다. 

 

 

곧 이어서 주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미루 손톱, 이거 봐.. 어떤 건 자르고, 어떤 건 안 잘랐잖아"

 

2회전이 시작됐습니다.

 

전날 미루 손톱을 제가 깎았는데

애가 움직이기도 하고, 또 이런저런 이유로

손톱 몇 개를 안 잘랐었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분명히 주선생님한테 얘기했었습니다.

 

2회전의 승리를 예감한 저는 기세 좋게 힘찬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이거 왜 이래. 내가 어제 얘기했잖아. 어떤 건 안 잘랐으니까 니가 보라고...난 분명히 얘기했어~!!"

 

주선생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조용히 좀 해...애 자잖아.."

 

"......"

 

2회전도 주선생님께서 승리하셨습니다.

 

그러나 조금 미안했던지 솔직히 고백할 게 있다면서 얘기합니다.

 

"나 저번에 미루 손톱 깎아 주다가 살 쪼끔 짤랐다~"

 

미루가 불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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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저희 집에는 특이하게도

가스렌지, 전자렌지, 압력밥솥, 그리고 세탁기가 한 데 모여 있습니다.

 

직접 보면 이상할 것도 없는 배치지만 암튼 그렇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

 

"히히히~"

 

제가 밥그릇을 들고 압력밥솥 옆의 가스렌지로 가더니

밥그릇에 국을 퍼담고 있는 걸 보고

주선생님께서 날려주신 웃음입니다.

 

'오늘도 한 건 했군' 정도의 뜻입니다.

 

요즘들어 가뜩이나 건망증이 심해져서,

주선생님은 저를 '덤앤더머'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결국 한 건 한 겁니다.

 

저는 '뭘 이런 걸 가지고'란 의미를 담아서

살짝 미소를 날려줬습니다.

 

주선생님께서 한 마디 더 하십니다. "후라이팬 불 좀 끄지"

 

몇 분 전에 계란 후라이를 해서 접시에 담았었는데,

가스렌지 불을 안 껐던 모양입니다.

재빨리 불을 껐습니다.

 

주선생님, '그것까지 포함해서 한 건으로 쳐주지'라는 미소를 다시 보냅니다.

 

식사를 하다가 보니까

된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서 배추를 씻어놨는데,

그걸 도마 옆에 그냥 놔뒀습니다.

 

식탁으로 배추를 가져오는 걸 보고 주선생님이 또 묻습니다.

 

"된장은 어딨는데?"

"여기 있잖아.."

"이거...고추장 아냐?"

 

아...'한 건'으로 치기엔 너무 많은 플레이를 해버렸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지,

아니면 이게 말로만 듣던 주부건망증인지

암튼, 제가 어떤 짓을 할 지 한 치 앞이 예측 불가능입니다.

 

사실, 그 동안 참 많은 일을 했었습니다.

 

밥을 앉히기 위해 쌀을 씻은 다음

솥을 드럼세탁기를 열고 넣기도 했고, 

 

국 뎁혀 먹을려고 냄비를

세탁기 안에 넣기도 했었습니다.

 

쌀 씻어 놓은 솥을 압력 밥솥에 안 넣고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고 5분 넘게 불을 켜놓기도 했었습니다.

 

샤워하다가 샤워기 꽂는 데다가 칫솔을 꽂으려고도 했고

 

장보고 온 물건들은 남겨두고

그 물건 넣어 온 비닐만 냉장고에 넣기도 했습니다. 

 

... 

 

사람이 너무 완벽하면 안되니까

건망증이라도 있어야지..이게 제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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