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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20
    백일 잔치(11)
    너나나나
  2. 2006/08/19
    불안감 2(2)
    너나나나
  3. 2006/08/18
    불안감 1(3)
    너나나나
  4. 2006/08/18
    아이의 잠을 방해하는 세력들(3)
    너나나나
  5. 2006/08/18
    머리 모양(6)
    너나나나
  6. 2006/08/15
    모유수유의 어려움3(4)
    너나나나
  7. 2006/08/14
    모유수유의 어려움 2(2)
    너나나나
  8. 2006/08/13
    젖몸살(3)
    너나나나
  9. 2006/08/13
    큰 실수(2)
    너나나나
  10. 2006/08/12
    부엌일(3)
    너나나나

백일 잔치

미루의 백일을 앞두고

가족들과 밥을 먹었습니다.

 

다른 집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하고, 나름대로는 재밌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식사 장소 구하는 것 때문에

좀 고생하고

 

'처가집' 식구들 올 때는 안 그랬는데

'시댁' 식구들 올 때는 집 청소하느라고 고생하고

 

'행사 때는 아이들이 아픈법'이라는 풍습을

지키기 위해서였는지

감기에 걸려버린 미루 때문에 고생한 것을 빼면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식사 후 집에 모였을 때는

느닷없이 정상컨디션을 회복한 미루가

전에 없이 화려한 몸짓과 옹알이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었습니다.

 

기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빠진 게 있습니다.

 

주목받아야 할 또 한 사람

주선생님에 대한 '칭찬과 격려'가 빠졌습니다.

 

아기에게 백일은 엄마에게도 백일입니다.

아기가 백일 동안 고생했으면, 엄마도 백일 동안 고생했습니다.

아기가 백일 동안 잘 자라준 게 고맙다면,

엄마가 백일 동안 잘 버텨준 것도 고마운 겁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미루 선물을 잔뜩 사왔습니다.

반지도 있고, 숟가락 젓가락도 있고, 옷도 있습니다.

 

생각한 대로

사람들이 주선생님에게는 아무 선물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고했다는 말도 아무도 하지 않았고

등이라도 토닥여줬으면 좋으련만 그런 사람도 없었습니다.

 

오늘 하루가 너무 고단했던지

주선생님은 어깨며 팔 다리를 툭툭 치며 안마를 하는 듯 하더니

지금은 쓰러져서 자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애기 '백일 잔치'에 갈 일 있으면

애기 엄마 선물 사 가자~!!"

 

자기 전에 주선생님과 한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약속도 했습니다.

정확히 백일 되는 날

뭔가 의미있는 상차림으로

두 사람이 서로를 칭찬해주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꽤 힘들고, 또 재밌기도 해서

소박한 영화 같은 하루였습니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미루였습니다.

미루의 백일을 축하합니다.

 

하지만 감독은 주선생님이었습니다.

영화는 감독이 만듭니다.

 

...

 

참, 그리고

오늘은 저도

그 동안 고생했다고

스스로 칭찬해 봅니다.

 

저는 이번 영화의 스탭입니다.

원래 고생은 스탭이 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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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 2

미루가 오늘 또 아팠습니다.

아침부터 열이 나서

병원에 데려갔더니 감기였습니다.

 

하루 종일 '병간호'를 하면서

줄곧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잘 하고 있나?"

 

사실 이건 육아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계속해서 드는 생각입니다.

 

어차피 인생이 배우면서, 부딪히면서 사는 거지만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해서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이

뭔가를 불안하게 해온 경우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여튼 육아의 길은 멀고 험합니다.

 

주선생님 역시 비슷한 고민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하고 표현은 좀 다릅니다.

 

"난 모성애가 부족한 것 같애.."

 

근데 제가 매우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모든 산모들이 이런 말을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힘들어서

이런 상황에서 무한한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은

원더우먼이나 슈퍼맨 뿐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회가 워낙에 '모성애'를 심하게 강조합니다.

 

며칠 전에 감자부침가루를 샀는데  

포장지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정성으로 만들었습니다"

 

열심히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어느 죽 집 젓가락 포장지에는

'진짜 맛있게 만들었습니다'를 이렇게 써놨습니다.

"어머니의 정성으로 맛을 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새로 엄마가 된 사람들이 애 낳기 전에 스스로

"엄마는 무릇 이래야 해~"하면서 생각한 게 있을 텐데

 

자기가 막상 엄마가 되고 나서보니까

이게 잘 안되는 겁니다. 

모성애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올 법 합니다.

하지만, 이건 엄마들 잘못이 아닙니다.

 

암튼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할 일은 해야 합니다.

 

우선 저의 과제는 미루를 아프지 않게 하는 것

그리고, 머리 모양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이런 걸 잘 해내면

'내가 잘 하고 있나' 하는 불안감은 없어질 것입니다.

 

미루 열이 좀 내렸을 때

전 두 번째 과제를 잊지 않기 위해

고개를 힘차게 왼쪽으로 돌리면서 외쳤습니다.

 

"지금부터 잠은 무조건 왼쪽으로~~!"

 

 

이 모습을 보고 주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상구~그건 오른쪽이야~"

 

 

음...제가 정말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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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 1

신경 안 쓰려고 하지만

항상 불안해 하는 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 애가 발달이 좀 늦은 것 아닌가?" 하는 걱정입니다.

 

얼마 전에 어디를 갔었는데

다른 아이가 옆에 있었습니다.

 

미루는 아직도

자기 엄지손가락을 잘 못 빨아서

손가락으로 눈도 찌르고 코도 찌릅니다.

 

그런데 미루랑 10일 밖에 차이가 안 나는

이 아이는 정말 놀랍게도

발가락을 빨고 있었습니다.

 

"으...드러워.."

이런 문제가 아닙니다.

 

발가락 빨기!

어른은 할 수 있어도 안 하겠지만

실제로 대부분은 못할 겁니다.

엄청난 운동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발달이 놀라웠습니다.

 

저는 잠시 주춤했습니다.

'정말 미루가 많이 늦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냐...쟤가 심한거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어떻게 발가락을 빨어.."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잡지를 뒤져보니까

미루가 하는 행동들이 모두 이 때쯤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아이들마다 발달의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비교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실 미루도 이전 보다 많이 발전했습니다.

 

이전에 지었던 얼굴 표정과는 다르게

지금은 '의미가 있는' 표정을 짓습니다.

곧잘 웃기도 합니다.

혀로 입술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윽 훔치기도 하고

무엇보다 팔다리를 있는 힘껏 움직입니다.

다리를 번쩍 들어올리고

어깨, 등, 허리를 들썩들썩 합니다.

 

이런 것들 말고

남들보다 월등한 것도 있습니다.

 

3달 됐지만

3살된 아이보다 많은 머리 숱이 그것입니다.

 

"현숙아~너는 눈썹 안 그려?"

"네, 저는 워낙에 숱이 많아서요~"

"그래? 이야 그거 참 큰 행복이다 야~

생각을 해봐..평생 그거 그릴 크레용 값만 해도 그게 얼마냐..."

주선생님이 그저께 장인어른과 나눈 대화입니다.

 

"워낙 숱이 많아서요..좀 많이 솎아주세요~"

제가 머리 깎으러 가면 항상 하는 말입니다.

 

이러니 미루 머리 숱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들도 각자

자기 스타일이 있고,

자신만의 속도가 있습니다.

 

어른들은 그냥 옆에서 기다려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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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잠을 방해하는 세력들

티격태격하는 작은 전투에서

항상 지는 제가 오늘은 결정적 승기를 잡았습니다.

 

오랜만에 열심히 거실 바닥을 청소하다가

잠시 미루랑 놀아주고 있었습니다.

 

"달그락~달그락~"

"아~조용히 좀 해~~"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복수를 한 것입니다.

 

설거지를 할 때나 아니면 다른 일을 할 때

주선생님은 항상 "미루 자잖아~조용히 해~"라는 말을 무기로

저를 구박하기를 즐겨하셨습니다.

 

나름대로 조용히 할려고 하지만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아예 안 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선생님이 복숭아 놓을 접시를 챙기다가

소리를 "달그락~"낸 것입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저는

곧바로 전가의 보도인 "조용히 좀 해~"를

꺼내든 것입니다.

 

주선생님,

전혀 동요하지 않고 말씀하십니다.

 

"설거지 하고 그릇을 차곡차곡 쌓아놔야지..이렇게 쌓아놓으니까 소리가 나잖아.."

 

"......"

 

이번 만은 제가 이길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쉽습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미루 잠을 방해하는 세력들이 저 말고도 많습니다.

 

잠재우기가 보통일이 아니기 때문에

미루 잠을 깨우는 모든 존재는 참 밉습니다.

 

바로 위층 1502호 사는 말들은 여전히 지축을 흔들며 뛰어다니고 있고

 

요새는 폭주족 한 마리가 저녁 12시30분쯤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부릉~부릉~부르르릉~~~~"하고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닙니다.

왜 아파트 단지 옆에서 저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는 고생해서 미루를 재우고 나니까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립니다.

"도시가스 점검이요~"

 

미루는 도시가스 점검이 싫은지

냅다 울어버렸습니다.

 

그 다음날엔 초인종이 울립니다. "정수기 아저씬데요~"

미루는 정수기 필터 교체도 싫어했습니다.  

 

이런 모든 세력들 중에서

매일 매일 미루 잠을 방해하는 세력은

바로 저입니다.

 

그릇 놓쳐서 울리고

잘 자는 옆에서 "에이~취" 기침을 해서 울리고

괜히 방문 열어놨다가 바람에 문이 '쾅' 닫혀서 울립니다.

 

오늘 저녁엔

촐싹 거리다가 밥그릇 위에 있던 젖가락을 날려보냈습니다.

 

젓가락과 그릇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공기를 갈라 미루 귀에 도착합니다.

 

미루는 대자로 뻗어서 자다가

두 팔을 하늘을 향해 번쩍 들더니

파다닥 떱니다.

 

두 사람은 미루 표정만 바라봅니다.

'울면 지옥! 자면 천국!'

 

다행히도 이번엔 계속 잤습니다.

 

주선생님, 백마디 말을 담은 눈빛을 날립니다.

그대로 있으면 안될 것 같아서 제가 선수를 쳤습니다.

 

"난, 구제불능인가봐..."

 

주선생님, '피식..' 웃습니다.

 

한 마디 더 했습니다.

 

"자신감을 점점 잃어가.."

저의 갑작스러운 좌절성 대사에

주선생님 저를 안쓰럽게 쳐다봅니다.

 

그리고는

'애 키우는 데 자신을 잃으면 안돼..힘 내'하는 표정이 되어 묻습니다.

"괜찮아..뭐가 자신이 없는데...?"

 

"응...조용히 움직일 자신..."

 

확실히,

애 자는 데 가장 큰 방해 세력은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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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모양

미루가 태어날 때부터 소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미루야~너는 부디 둥근 머리통을 가져라~"

 

이게 유난히 소원이었던 이유는

저나 주선생님 머리가 다 둥글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같은 머리통을

제가 살던 동네에서는 '떡판'이라고 불렀고

지금, 저와 주선생님은 '하트모양'이라고 부릅니다.

 

뒤판이 바짝 눌려서 '떡판'이 되고

 

머리통 위쪽의 뒤부분은 올라와 있는 모양

그런데 이게 그냥 올라와 있는 게 아니라

가운데는 쏙 들어간 상태에서 양쪽이 올라와서

마치 하트의 윗부분이랑 비슷하게 생긴 모양

 

미루는 이런 모양이 아니라

둥그렇고 이쁜 머리 모양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그토록 바래왔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만져보니까

이미 오른쪽은 '하트의 반쪽'이 되어 있었습니다.

 

애당초 미루가 하도 오른쪽만 보고 자길래

고개를 왼쪽으로 좀 돌려볼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이게 쉽지 않았었습니다.

 

자꾸 오른쪽만 보면 뒷머리의 오른쪽 부분이 계속 눌리는데

그러면서 머리통 위쪽과 만나는 부분이 솟아오르는 것 같습니다.

 

인도 대륙이 유라시아 대륙을 밀고 올라와서

히말라야 산맥이 '융기'한 것이랑 같은 이치인 듯 합니다.

 

그렇다고 엎어재울 수도 없었습니다.

 

책에 보니까, 엎어재우다가 돌연사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4개월 이전까지는 꼭 눕혀서 재우라고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애도 그랬는데, 나중에 보니까 둥그렇고 이쁘기만 하더라~"

"조금 눌리더라도 나중에 돌 되기 전에 교정돼~"

 

이런 말이 잠시 우리에게 희망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거, 유전이래~아무리 해도 떡판 될 애들은 떡판 된대.."

 

이런 말은 우리를

꽤 오래동안 슬프게 했습니다.

 

열혈 청년이던 대학생 시절에

"불의에 맞서 내가 단식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어도

혹시 누가 삭발하라고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면서 살았었는데

 

이 고통을 미루한테 다시 물려줄 생각을 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현재 미루는 오른쪽 머리통의 '융기'를 마치고

왼쪽 머리통의 융기를 준비하고 있는 듯 합니다.

 

'반쪽 하트'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완전한 하트'를 이룰 것인가

슬픈 선택만이 남아있습니다.

 

오늘은 정말 괴로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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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의 어려움3

수유하면서 또 하나 생기는 문제는

이게 굉장히 졸리다는 겁니다.

 

무슨 호르몬 하고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미루한테 젖을 물린 주선생님,

5분쯤 지나면 눈꺼풀이 스르르 감깁니다.

 

학교 다닐 때 다 해봐서

앉아서 조는 건 익숙한 일일 순 있어도

별로 편한 건 아닙니다.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졸 때 고개가 앞으로 떨어지는 사람

졸 때 고개가 뒤로 넘어가는 사람

 

두번째 종류의 사람이

졸다가 부상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주선생님은 앞으로 3회, 뒤로 1회를

번갈아 하는 식입니다.

 

하도 졸리니까,

"...공중에 베개가 떠 있었으면 좋겠다..기대고 자게..흐흐흐" 이럽니다.

 

졸리는 건 애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좀 빠는가 싶더니

10분쯤 지나면 그때부터는 빠는 둥 마는 둥입니다.

 

그런데, 젖에서 입을 떼어내려고 하면

짜증내고 보챕니다.

다시 물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걸 한 40분쯤 반복하고 있으면

주선생님의 얼굴은 울상이 됩니다.

 

"아...정말 힘들다..."

 

너무 힘들었던지

진짜 속 깊은 곳으로부터

한숨과 함께 이 말을 내뱉습니다.

 

그런데도 미루가 계속 젖을 잘 안 빨자

주선생님 비몽사몽간에

최후의 방법을 씁니다.

 

최근에 선풍기를 하나 샀는데

리모콘이 딸려 있는 훌륭한 선풍기입니다.

그 선풍기 리모콘을 들더니

미루를 향해 리모콘을 대고

'바람세기' 버튼을 누릅니다.

 

"야~더 세게 먹어, 더 세게~" 

 

애꿎은 선풍기 바람만 강풍, 약풍, 미풍, 다시 강풍, 약풍으로 바뀝니다.

 

그래도 미루가 반응이 없자,

이번엔 그 옆 버튼을 누릅니다.

'시간 조절' 버튼입니다.

 

"야~! 30분 먹어~30분~"

 

"삐~"소리가 납니다.

'30분'이 예약되는 소리입니다.

 

이렇게 젖먹이는 게 힘드니까

새벽에 6시쯤 젖을 먹이면

오전 10시 30분 정도까지는 골아떨어집니다.

 

덕분에 제가 아침 밥을 못 먹습니다.

 

일어나면 같이 먹어야겠다 생각하면서 기다리다가

때를 몇 차례 놓치니까 그냥 습관이 됐습니다.

 

혹시 주선생님이 제가 자기 때문에

아침도 못 먹는다면서 미안해할까봐

무슨 얘긴가를 하던 중에 한 차례 훌륭한 대사를 날렸습니다.

 

"너무 미안해 하지마..

너의 잠은 정당한 거야, 힘든 게 당연하지~

그러니까, 당당하게 힘들어 해...알았냐?"

 

주선생님이 눈빛이 흔들리는 듯 하더니

대답하셨습니다.

 

"나 하나도 안 미안해...

그냥 계속 졸려.."

 

그랬습니다.

주선생님은 하나도 안 미안해했습니다.

그러는 게 당연합니다.

 

근데 이 말이 저는 좀 서운했습니다.

그래서 내일부터 혼자 아침밥 챙겨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가 포기했습니다.

 

밥 두번 차리기 귀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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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의 어려움 2

어제의 젖몸살은

겨우 넘겼습니다.

 

역시 젖량이 많은 게 문제였습니다.

 

미루를 낳고 한달 쯤 지나서

젖몸살에 된통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땐 처음 당하는 일이라 상당히 당황했었는데

그래도 마침 처가에 가 있다가 일이 터져서

저 혼자였다면 못 했을 주선생님 간호를

장모님하고 둘이서 잘 해냈었습니다.

 

당시를 생각하면

참, 그런 장면이 다시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퉁퉁 불어오른 젖의 한쪽은 제가 맡고,

다른 한쪽은 장모님이 맡고

그 유난히 밝았던 형광등 아래에서

 

서로 양쪽에서 경쟁하듯이 젖을 짜냈습니다.

추억의 명장면입니다.

 

장모님께서는 한참 고민하시다가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자네가 좀 빨지..."

 

남편이 직접 입으로 짜내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남사스럽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까 그 방법은 옛부터 내려오는 전통의 방법인데

효과가 거의 없답니다. 애가 빠는 게 훨씬 강력하답니다.

 

그 날 이후로도 젖량이 많아서 계속 불편했었습니다.

젖량이 많으니까 미루가 젖을 깊게 못 뭅니다.

깊게 물었다간 한번에 너무 많은 젖이 나와서

입안에 가득차고 넘치는 겁니다.

 

우유 마시려고 했다가 우유팩을 너무 많이 기울여서

입에서 우유가 넘치는 거랑 같습니다.

 

미루는 이게 힘드니까 머리를 자꾸 뒤로 빼냈고

이 때문에 젖꼭지가 계속 물렸습니다. 

젖꼭지 많이 상했습니다.

 

문제는 계속됩니다.

상한 젖꼭지로는 젖이 나오지 않으니까

그 부분과 연결된 유선에 젖이 고입니다.

이게 오래되고 염증이 생기면 유선염으로도 갈 수 있습니다.

 

며칠 전에 어떤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미국의 몬산토라는 회사가 

소한테 주사하는 '파실락'이라는 성장호르몬을 판매하는데

이걸 맞은 많은 소가 엄청 스트레스 받고 유선염에 걸리고 그랬답니다.

그 소에서 나온 우유를 마신 사람한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주선생님, 그걸 보시더니

소가 자기 같고, 자기가 소 같고..그렇답니다. 

 

'얼음왕국'이라는 또 다른 다큐를 봤는데

북극곰이 애기 곰한테 젖을 줍니다.

바다표범도 젖을 줍니다.

여기저기서 참 젖을 많이 줍니다. 정말 고생들이 많습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고난의 길을 걷고 있는 주선생님

가슴에 발생한 '이스트 감염'은 여전히 안 낫고 있습니다.

 

"무좀엔..카네스텐~"

우리 또래의 머릿 속엔 아직 이 광고가 생생한데

바로 이 약을 가슴에 바르고 계십니다.

 

"그거 근데 왜 빨리 안 낫는데?"

 

주선생님이 대답하셨습니다.

"무좀이 며칠 만에 없어지는 거 봤어?"

 

아..아직도 한참 고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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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몸살

미루한테 젖을 먹이는데

통 먹질 않고 계속 울더니 숨이 넘어갑니다.

 

주선생님도 당황하고 저도 당황했습니다.

안아서 달래주기를 수차례

 

'혹시 어디 아픈지도 몰라'

 

주선생님과 저는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미루를 안고 이리 달래고 저리 달래는데 보니까

주선생님, 완전히 멍해져서 쇼파에 앉아 있습니다.

 

"현숙아, 이럴 때

우리가 정신 놓으면 안돼.."

 

이 말이 그 상황에서는 상당히 감동적이어서

지가 한 말에 지가 울컥해진 저는

갑자기 눈물이 솟구치는 걸 참았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바늘로 제 얼굴을 아무데나 찔렀다면

그 구멍으로 눈물이 뿜어져 나왔을 겁니다.

 

미루를 겨우 진정시키고 젖을 먹였는데

이번에는 주선생님이 힘들어 합니다.

 

"나, 이상하게 온몸이 쑤셔..몸살난 것 같애.."

 

여기저기 안마를 해줬지만

주선생님은 여전히 침대에서 일어설 줄 모릅니다.

 

그러기를 2시간 쯤..

 

"상구, 나 젖 좀 짜줘..아무래도 이상해.."

 

아.. 혹시나 했는데

주선생님께서 그 무서운 젖몸살이 났습니다.

 

누워있는데, 입은 앙 다물어져 있고

얼굴은 경직돼 있습니다.

웃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주선생님은

평소에 이런 표정 절대 안 짓습니다.

죽어라 아픈 걸 참을 때만 이럽니다.

 

저는, 완전히 긴장한 상태로

하지만 지난 번 처럼 그렇게 당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젖을 짜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이 다 발휘됐습니다.

막혔던 유선 안의 젖이 분수처럼 솟아올랐습니다.

 

40분쯤 그렇게 젖을 짜내고

해열제를 먹였습니다.

일전에 신세 졌던 미루의 타이레놀 시럽 두컵을 또 마시게 했습니다.

이건 사다 놓고 주선생님이 다 먹습니다.

 

전기요 위에서 몸을 지졌습니다.

열이 좀 가라앉자, 이번에는

얼음팩으로 가슴을 식혔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픔이 좀 덜해집니다.

 

2시간 정도의 노력으로

주선생님의 젖몸살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 2시간 동안 저는

단 한 순간도 쉬지 않았습니다.

 

젖몸살이 난 건, 지난 밤에 제가 주선생님을 안 깨우는 바람에

유선 안에 젖이 고인 게 제대로 빠지지 않아서 였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주선생님은 다시 냉찜질을 하면서 잠깐 잠이 들었습니다.

 

한 시간쯤 후에,

씻어서 냉장고에 넣어놓은 양배추를 붙일 생각입니다.

이렇게 하면 젖량도 줄고, 아픔도 많이 사라질 겁니다.

 

완전히 나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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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실수

완전 비몽사몽으로 자고 있는데

주선생님께서 절 깨웁니다.

 

"상구~여기서 자고 있었어?

왜 나 안 깨웠어...?"

 

순간 저는 뭔가 크게 잘 못 되었다는 걸 직감하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왜 그냥 잤어...

나 젖이 탱탱 불어서..아파서 깼잖아.."

 

전날 밤에 주선생님께서 잠깐 잠이 들었는데

제가 깨울 생각을 안 하고 그냥 자버렸던 모양입니다.

 

밤마다 젖을 유축기로 짜지 않으면

밤새 가슴이 아플 정도로 젖이 불어납니다.

이러다가 잘못하면 출산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젖몸살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미안해..미안해..."

 

아무리 미안하단 말을 해도 수습이 잘 안됩니다.

 

새벽 3시 10분

 

유축기로 젖을 짜기 시작하는 주선생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상구는 내가 그렇게 얘기해도

이게 얼마나 힘든 건지 모르는구나..."

 

제가 조금만 신경쓰면 괜찮았을 일인데

저도 제가 왜 그냥 자버렸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으면 당연히 깨웠을텐데

깨우지 않았으니까 결론적으로

전 젖짜내는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분위기는 점점 심각해집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미안해'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변명하느라 말을 많이 할 것 같아

그 말만은 참았습니다.

 

"휴......외로워"

 

주선생님 갑자기 드라마스러운

대사를 내뱉습니다.

 

이해 받지 못한 사람의 탄식입니다.

 

저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리를 잘 못 잡았습니다.

어디 기댈 데도 없이 방 한 가운데에 앉는 바람에

허리가 아파왔습니다.

잠은 확 달아나야 하는 상황인데 계속 졸립니다.

 

그러나 이럴 때 졸면 끝장이란 걸 잘 압니다.

 

주선생님은 제가 옆에 있어봐야

위로가 되지 않았을테고, 당연히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여기 앉아서 뭐할 건데...

그냥 들어가서 자.."

 

"어..그래, 고마워..."

이랬다간 역시 끝장입니다.

 

갈증도 심했지만 그래도 버티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기를 30여분..밖에서 매미는 엄청 울어댔습니다.

얘네들은 밤에도 그렇게 울더군요.

 

그러던 중 주선생님께서

냉장고에서 사이다를 좀 꺼내다 달라고 하셨습니다.

 

컵에 따르면서 한 모금 살짝 마셨습니다. 살 것 같았습니다.

사이다를 갖다주면서는 책장에 살짝 기대 앉았습니다.

진짜 편합니다.

 

그렇게 한참 젖을 짜낸 다음

주선생님께서 제안하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거니까 그건 됐고...

제안 하나 할께..이제 앞으로 한달 간 매일

젖병이랑 유축기에 붙은 깔데기 상구가 소독해주고

젖 짤 때 마다 옆에 있어줘.."

 

제안을 안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실리를 챙기는 주선생님.

 

정신 안 차리고 잠 잤다가

큰 손해 봤습니다.

 

사실은, 주선생님한테

너무 너무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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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일

항상 하는 부엌일이지만

늘 좀 잘 못하기도 하고

하기도 싫은게 있습니다.

 

우선 싱크대 배수망에 모이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한참 장마철일 때

잠깐 밖에 나갔다 들어왔는데

이상하게 집안에 악취가 돌고 있었습니다.

 

"이게 대체 어디서 나는 냄새지?"

 

아무리 냄새의 진원지를 찾으려고 해도 못 찾다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싱크대 배수구의 뚜껑을 열어봤는데

거기엔 며칠 동안 안 버려서 모여 있는

음식물 찌꺼기들이 수북히 쌓여 냄새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아, 이건 정말

아이와 산모를 돌보는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물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배수망을 꺼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배수망 사이에 끼인 음식 찌꺼기도 다 청소하고

배수구도 안쪽까지 박박 닦았습니다.

 

"내..여기서 다시는 냄새가 나지 않게 하리라~"

이런 심정으로 열심히 청소했습니다.

 

그 날 이후 전

배수망에 걸러지는 음식물 찌꺼기를 그날 그날 처리합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 일은 참 하기 싫습니다. 껄쩍지근합니다.

 

가스렌지 기름때도 짜증나긴 마찬가지입니다.

 

가스렌지는 싱크대처럼 그렇게 악취를 내뿜진 않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그냥 못 본체 하고 살고 있긴 하지만

조만간 제대로 한번 닦긴 해야할 것 같습니다.

 

요리를 하다 보면 희한하게도

가스렌지하고 벽 사이에 가끔 음식물이 혼자 날라가서 박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건 그냥 놔두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빼내는 게 쉽지도 않습니다.

이건 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지만

지금까지는 그냥 모르는 체 하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후라이팬에 요리를 할 때는

보통 기름을 두르거나 아니면 양념 들어간 요리를 하는데

그럴 때 마다 후라이팬을 매번 닦는 것도 참 귀찮은 일입니다.

 

예전에 후라이팬에 늘러붙은 양념이나 기름때 같은 것은

소금을 뿌려서 달군 다음 휴지로 닦아내면 된다고 해서

직접 해봤습니다.

 

정말 깨끗하게 닦였습니다.

그걸로 해서 안 닦이는 게 없을 정도였습니다.

계속 그렇게 하다가 후라이팬 하나 다 긁어먹었습니다.

 

요새는 그것도 귀찮아 대충대충 티슈로 닦다가

어제밤에 문득 육아잡지에서 좋은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음식을 만들고 나서 후라이팬에 열기가 식기 전에

소주를 붓고 티슈로 닦으면 깨끗해진다' 

 

음...꽤 괜찮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별로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당장 내일 한번 해봐야 겠습니다.

 

부엌일은 여전히 배울게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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