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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18
    불안감 1(3)
    너나나나
  2. 2006/08/18
    아이의 잠을 방해하는 세력들(3)
    너나나나
  3. 2006/08/18
    머리 모양(6)
    너나나나

불안감 1

신경 안 쓰려고 하지만

항상 불안해 하는 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우리 애가 발달이 좀 늦은 것 아닌가?" 하는 걱정입니다.

 

얼마 전에 어디를 갔었는데

다른 아이가 옆에 있었습니다.

 

미루는 아직도

자기 엄지손가락을 잘 못 빨아서

손가락으로 눈도 찌르고 코도 찌릅니다.

 

그런데 미루랑 10일 밖에 차이가 안 나는

이 아이는 정말 놀랍게도

발가락을 빨고 있었습니다.

 

"으...드러워.."

이런 문제가 아닙니다.

 

발가락 빨기!

어른은 할 수 있어도 안 하겠지만

실제로 대부분은 못할 겁니다.

엄청난 운동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발달이 놀라웠습니다.

 

저는 잠시 주춤했습니다.

'정말 미루가 많이 늦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냐...쟤가 심한거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어떻게 발가락을 빨어.."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잡지를 뒤져보니까

미루가 하는 행동들이 모두 이 때쯤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아이들마다 발달의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비교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실 미루도 이전 보다 많이 발전했습니다.

 

이전에 지었던 얼굴 표정과는 다르게

지금은 '의미가 있는' 표정을 짓습니다.

곧잘 웃기도 합니다.

혀로 입술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윽 훔치기도 하고

무엇보다 팔다리를 있는 힘껏 움직입니다.

다리를 번쩍 들어올리고

어깨, 등, 허리를 들썩들썩 합니다.

 

이런 것들 말고

남들보다 월등한 것도 있습니다.

 

3달 됐지만

3살된 아이보다 많은 머리 숱이 그것입니다.

 

"현숙아~너는 눈썹 안 그려?"

"네, 저는 워낙에 숱이 많아서요~"

"그래? 이야 그거 참 큰 행복이다 야~

생각을 해봐..평생 그거 그릴 크레용 값만 해도 그게 얼마냐..."

주선생님이 그저께 장인어른과 나눈 대화입니다.

 

"워낙 숱이 많아서요..좀 많이 솎아주세요~"

제가 머리 깎으러 가면 항상 하는 말입니다.

 

이러니 미루 머리 숱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들도 각자

자기 스타일이 있고,

자신만의 속도가 있습니다.

 

어른들은 그냥 옆에서 기다려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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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잠을 방해하는 세력들

티격태격하는 작은 전투에서

항상 지는 제가 오늘은 결정적 승기를 잡았습니다.

 

오랜만에 열심히 거실 바닥을 청소하다가

잠시 미루랑 놀아주고 있었습니다.

 

"달그락~달그락~"

"아~조용히 좀 해~~"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복수를 한 것입니다.

 

설거지를 할 때나 아니면 다른 일을 할 때

주선생님은 항상 "미루 자잖아~조용히 해~"라는 말을 무기로

저를 구박하기를 즐겨하셨습니다.

 

나름대로 조용히 할려고 하지만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아예 안 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선생님이 복숭아 놓을 접시를 챙기다가

소리를 "달그락~"낸 것입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저는

곧바로 전가의 보도인 "조용히 좀 해~"를

꺼내든 것입니다.

 

주선생님,

전혀 동요하지 않고 말씀하십니다.

 

"설거지 하고 그릇을 차곡차곡 쌓아놔야지..이렇게 쌓아놓으니까 소리가 나잖아.."

 

"......"

 

이번 만은 제가 이길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쉽습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미루 잠을 방해하는 세력들이 저 말고도 많습니다.

 

잠재우기가 보통일이 아니기 때문에

미루 잠을 깨우는 모든 존재는 참 밉습니다.

 

바로 위층 1502호 사는 말들은 여전히 지축을 흔들며 뛰어다니고 있고

 

요새는 폭주족 한 마리가 저녁 12시30분쯤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부릉~부릉~부르르릉~~~~"하고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닙니다.

왜 아파트 단지 옆에서 저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는 고생해서 미루를 재우고 나니까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립니다.

"도시가스 점검이요~"

 

미루는 도시가스 점검이 싫은지

냅다 울어버렸습니다.

 

그 다음날엔 초인종이 울립니다. "정수기 아저씬데요~"

미루는 정수기 필터 교체도 싫어했습니다.  

 

이런 모든 세력들 중에서

매일 매일 미루 잠을 방해하는 세력은

바로 저입니다.

 

그릇 놓쳐서 울리고

잘 자는 옆에서 "에이~취" 기침을 해서 울리고

괜히 방문 열어놨다가 바람에 문이 '쾅' 닫혀서 울립니다.

 

오늘 저녁엔

촐싹 거리다가 밥그릇 위에 있던 젖가락을 날려보냈습니다.

 

젓가락과 그릇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공기를 갈라 미루 귀에 도착합니다.

 

미루는 대자로 뻗어서 자다가

두 팔을 하늘을 향해 번쩍 들더니

파다닥 떱니다.

 

두 사람은 미루 표정만 바라봅니다.

'울면 지옥! 자면 천국!'

 

다행히도 이번엔 계속 잤습니다.

 

주선생님, 백마디 말을 담은 눈빛을 날립니다.

그대로 있으면 안될 것 같아서 제가 선수를 쳤습니다.

 

"난, 구제불능인가봐..."

 

주선생님, '피식..' 웃습니다.

 

한 마디 더 했습니다.

 

"자신감을 점점 잃어가.."

저의 갑작스러운 좌절성 대사에

주선생님 저를 안쓰럽게 쳐다봅니다.

 

그리고는

'애 키우는 데 자신을 잃으면 안돼..힘 내'하는 표정이 되어 묻습니다.

"괜찮아..뭐가 자신이 없는데...?"

 

"응...조용히 움직일 자신..."

 

확실히,

애 자는 데 가장 큰 방해 세력은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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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모양

미루가 태어날 때부터 소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미루야~너는 부디 둥근 머리통을 가져라~"

 

이게 유난히 소원이었던 이유는

저나 주선생님 머리가 다 둥글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같은 머리통을

제가 살던 동네에서는 '떡판'이라고 불렀고

지금, 저와 주선생님은 '하트모양'이라고 부릅니다.

 

뒤판이 바짝 눌려서 '떡판'이 되고

 

머리통 위쪽의 뒤부분은 올라와 있는 모양

그런데 이게 그냥 올라와 있는 게 아니라

가운데는 쏙 들어간 상태에서 양쪽이 올라와서

마치 하트의 윗부분이랑 비슷하게 생긴 모양

 

미루는 이런 모양이 아니라

둥그렇고 이쁜 머리 모양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그토록 바래왔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만져보니까

이미 오른쪽은 '하트의 반쪽'이 되어 있었습니다.

 

애당초 미루가 하도 오른쪽만 보고 자길래

고개를 왼쪽으로 좀 돌려볼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이게 쉽지 않았었습니다.

 

자꾸 오른쪽만 보면 뒷머리의 오른쪽 부분이 계속 눌리는데

그러면서 머리통 위쪽과 만나는 부분이 솟아오르는 것 같습니다.

 

인도 대륙이 유라시아 대륙을 밀고 올라와서

히말라야 산맥이 '융기'한 것이랑 같은 이치인 듯 합니다.

 

그렇다고 엎어재울 수도 없었습니다.

 

책에 보니까, 엎어재우다가 돌연사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4개월 이전까지는 꼭 눕혀서 재우라고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애도 그랬는데, 나중에 보니까 둥그렇고 이쁘기만 하더라~"

"조금 눌리더라도 나중에 돌 되기 전에 교정돼~"

 

이런 말이 잠시 우리에게 희망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거, 유전이래~아무리 해도 떡판 될 애들은 떡판 된대.."

 

이런 말은 우리를

꽤 오래동안 슬프게 했습니다.

 

열혈 청년이던 대학생 시절에

"불의에 맞서 내가 단식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어도

혹시 누가 삭발하라고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면서 살았었는데

 

이 고통을 미루한테 다시 물려줄 생각을 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현재 미루는 오른쪽 머리통의 '융기'를 마치고

왼쪽 머리통의 융기를 준비하고 있는 듯 합니다.

 

'반쪽 하트'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완전한 하트'를 이룰 것인가

슬픈 선택만이 남아있습니다.

 

오늘은 정말 괴로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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