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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13
    젖몸살(3)
    너나나나
  2. 2006/08/13
    큰 실수(2)
    너나나나

젖몸살

미루한테 젖을 먹이는데

통 먹질 않고 계속 울더니 숨이 넘어갑니다.

 

주선생님도 당황하고 저도 당황했습니다.

안아서 달래주기를 수차례

 

'혹시 어디 아픈지도 몰라'

 

주선생님과 저는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미루를 안고 이리 달래고 저리 달래는데 보니까

주선생님, 완전히 멍해져서 쇼파에 앉아 있습니다.

 

"현숙아, 이럴 때

우리가 정신 놓으면 안돼.."

 

이 말이 그 상황에서는 상당히 감동적이어서

지가 한 말에 지가 울컥해진 저는

갑자기 눈물이 솟구치는 걸 참았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바늘로 제 얼굴을 아무데나 찔렀다면

그 구멍으로 눈물이 뿜어져 나왔을 겁니다.

 

미루를 겨우 진정시키고 젖을 먹였는데

이번에는 주선생님이 힘들어 합니다.

 

"나, 이상하게 온몸이 쑤셔..몸살난 것 같애.."

 

여기저기 안마를 해줬지만

주선생님은 여전히 침대에서 일어설 줄 모릅니다.

 

그러기를 2시간 쯤..

 

"상구, 나 젖 좀 짜줘..아무래도 이상해.."

 

아.. 혹시나 했는데

주선생님께서 그 무서운 젖몸살이 났습니다.

 

누워있는데, 입은 앙 다물어져 있고

얼굴은 경직돼 있습니다.

웃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주선생님은

평소에 이런 표정 절대 안 짓습니다.

죽어라 아픈 걸 참을 때만 이럽니다.

 

저는, 완전히 긴장한 상태로

하지만 지난 번 처럼 그렇게 당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젖을 짜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이 다 발휘됐습니다.

막혔던 유선 안의 젖이 분수처럼 솟아올랐습니다.

 

40분쯤 그렇게 젖을 짜내고

해열제를 먹였습니다.

일전에 신세 졌던 미루의 타이레놀 시럽 두컵을 또 마시게 했습니다.

이건 사다 놓고 주선생님이 다 먹습니다.

 

전기요 위에서 몸을 지졌습니다.

열이 좀 가라앉자, 이번에는

얼음팩으로 가슴을 식혔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픔이 좀 덜해집니다.

 

2시간 정도의 노력으로

주선생님의 젖몸살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 2시간 동안 저는

단 한 순간도 쉬지 않았습니다.

 

젖몸살이 난 건, 지난 밤에 제가 주선생님을 안 깨우는 바람에

유선 안에 젖이 고인 게 제대로 빠지지 않아서 였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주선생님은 다시 냉찜질을 하면서 잠깐 잠이 들었습니다.

 

한 시간쯤 후에,

씻어서 냉장고에 넣어놓은 양배추를 붙일 생각입니다.

이렇게 하면 젖량도 줄고, 아픔도 많이 사라질 겁니다.

 

완전히 나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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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실수

완전 비몽사몽으로 자고 있는데

주선생님께서 절 깨웁니다.

 

"상구~여기서 자고 있었어?

왜 나 안 깨웠어...?"

 

순간 저는 뭔가 크게 잘 못 되었다는 걸 직감하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왜 그냥 잤어...

나 젖이 탱탱 불어서..아파서 깼잖아.."

 

전날 밤에 주선생님께서 잠깐 잠이 들었는데

제가 깨울 생각을 안 하고 그냥 자버렸던 모양입니다.

 

밤마다 젖을 유축기로 짜지 않으면

밤새 가슴이 아플 정도로 젖이 불어납니다.

이러다가 잘못하면 출산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젖몸살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미안해..미안해..."

 

아무리 미안하단 말을 해도 수습이 잘 안됩니다.

 

새벽 3시 10분

 

유축기로 젖을 짜기 시작하는 주선생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상구는 내가 그렇게 얘기해도

이게 얼마나 힘든 건지 모르는구나..."

 

제가 조금만 신경쓰면 괜찮았을 일인데

저도 제가 왜 그냥 자버렸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으면 당연히 깨웠을텐데

깨우지 않았으니까 결론적으로

전 젖짜내는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분위기는 점점 심각해집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미안해'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변명하느라 말을 많이 할 것 같아

그 말만은 참았습니다.

 

"휴......외로워"

 

주선생님 갑자기 드라마스러운

대사를 내뱉습니다.

 

이해 받지 못한 사람의 탄식입니다.

 

저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리를 잘 못 잡았습니다.

어디 기댈 데도 없이 방 한 가운데에 앉는 바람에

허리가 아파왔습니다.

잠은 확 달아나야 하는 상황인데 계속 졸립니다.

 

그러나 이럴 때 졸면 끝장이란 걸 잘 압니다.

 

주선생님은 제가 옆에 있어봐야

위로가 되지 않았을테고, 당연히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여기 앉아서 뭐할 건데...

그냥 들어가서 자.."

 

"어..그래, 고마워..."

이랬다간 역시 끝장입니다.

 

갈증도 심했지만 그래도 버티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기를 30여분..밖에서 매미는 엄청 울어댔습니다.

얘네들은 밤에도 그렇게 울더군요.

 

그러던 중 주선생님께서

냉장고에서 사이다를 좀 꺼내다 달라고 하셨습니다.

 

컵에 따르면서 한 모금 살짝 마셨습니다. 살 것 같았습니다.

사이다를 갖다주면서는 책장에 살짝 기대 앉았습니다.

진짜 편합니다.

 

그렇게 한참 젖을 짜낸 다음

주선생님께서 제안하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거니까 그건 됐고...

제안 하나 할께..이제 앞으로 한달 간 매일

젖병이랑 유축기에 붙은 깔데기 상구가 소독해주고

젖 짤 때 마다 옆에 있어줘.."

 

제안을 안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실리를 챙기는 주선생님.

 

정신 안 차리고 잠 잤다가

큰 손해 봤습니다.

 

사실은, 주선생님한테

너무 너무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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