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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09
    주부의 증거4(4)
    너나나나
  2. 2006/09/09
    환청(2)
    너나나나
  3. 2006/09/09
    머리카락(4)
    너나나나

주부의 증거4

"아저씨..이 오징어 한 마리 얼마예요?"

"1500원이요.."

"그럼, 한 마리만 주세요.."

 

오징어를 사다가

오징어볶음을 해 먹었습니다.

 

착한 주선생님은

너무 맛있다고 잘 먹습니다.

 

저도 맛을 봤습니다.

이런. 정말 맛있습니다.

 

요리의 원리를 점점 깨우쳐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희한하게

장 볼 때 가격은 잘 신경을 안 씁니다.

배가 불렀습니다.

 

주선생님이 마트에 가서

오징어를 사왔습니다.

두 마리에 2천원이랍니다.

 

"어..그럼, 한 마리에 천원이네.."

 

가격에 신경을 안 쓰던 저는

그 전에 제가 산 오징어 보다

주선생님이 산 오징어가 500원 싼 것을 알고

갑자기 정신이 집중되는 걸 느꼈습니다.

 

그러다 말았습니다.

 

지칠 줄 모르고 보채는 미루를 달래기 위해

공원에 나갔다가 방송을 들었습니다.

 

"오징어...열마리에 5천원..5천원.."

 

제 눈과 귀가 한꺼번에 그 곳으로 향합니다.

 

"그렇다면, 한 마리에 5백원..."

 

역시 세상은 알면 알 수록 새롭습니다.

1500원이면 참 싸다고 생각했던 오징어가

천원짜리도 있고, 5백원짜리도 있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옆에 있던 주선생님께 얘기했습니다.

 

"우리, 저거 열마리 살까~?"

 

제 알뜰함이 매우 대견했습니다.

주선생님, 호응하면서 대답합니다.

 

"열 마리 다 뭐 할라고?"

 

"...알았어.."

 

하지만, 가격비교를 하기 시작한 건

역시 발전한 겁니다.

자신감이 생깁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이전에도 뭐, 딱히 싼 물건 놔두고 비싼 물건을

산 적은 없었던 것도 같습니다.

더욱 자신감이 붙습니다.

 

그날 저녁 두유 한 박스를 사온 주선생님이 묻습니다.

 

"상구..그 동안 베지밀 사오다가, 삼육두유 사오다가 그랬잖아.."

"응.."

"가격 봤었어?"

"아니...두 개가 비슷하겠지 뭐.."

"삼육두유가 5000원이나 비싸구만...지금까지 가격 한 번도 안 보고 사왔었단 말야?"

"...응"

"가격 좀 보고 사오지..."

 

가격 봤다고 할 걸

괜히 솔직히 말했다가 혼났습니다.

 

가격비교 분야에

막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는데

불의의 일격입니다.

 

그 동안 가격표 안 보고 마구 장을 봤던

뼈아픈 과거를 우선 반성부터 해야겠습니다.

 

그래도, 가격 신경 쓰기 시작한 건

주부의 증거가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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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청

미루가 하도 안 자니까

재우는 게 중노동이고

자고 나서도 좌불안석입니다.

 

요새는 낮에 1시간 30분 고생해서

40분쯤 재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안 자는 것 보다는 백번 낫습니다.

 

다만 중간에 20분쯤 자고 일어나는 일이

몇 차례 있었는데

 

그때부터는 몸의 모든 안테나가

미루가 자는 방으로 향해 있습니다.

 

겨우 재우고 나와서 설거지를 합니다.

 

온갖 소리가 다

미루가 깨서 보채는 소리

앵앵거리는 소리로 들립니다.

 

밖에서 부는 바람 소리

바람에 창문이 살짝 움직이는 소리 정도는

미루가 깨는 소리랑 헷갈렸다가도

"아, 무슨 소리였구나"하고

금방 알아내지만

 

그렇지 않은 소리들이 많습니다.

아파트가 살아서 움직이는 소리들입니다.

 

도저히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온갖 소리들이

하여튼 여기저기서 무지하게 납니다.

 

온 신경은 더욱 미루가 자는 방에

집중됩니다.

 

그나마 이런 소리들은 딴데서 들리는 소리입니다.

 

심각한 건 제가 내는 소리들입니다.

 

설거지라도 할라치면

하여튼 조심성 없게

꼭 그릇 부딪히는 소리를 크게 냅니다.

 

그러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주변에서 나는 작은 소리들이 

전부 미루가 깨서 내는 소리로 들립니다.

 

설거지 하다가 몇 번씩

물을 끄고 귀를 기울입니다.

 

가만히 가서 방문에 귀를 댑니다.

 

문을 열어볼 용기는 안 생깁니다.

잘 자고 있는 데 괜히 문 여는 소리 때문에 깨면

진짜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에이~인제 환청이 들리네~"

 

주선생님의 말씀입니다.

 

드디어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미루가 보채는 소리가 귀에서 맴도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저는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주선생님도 그렇답니다.

 

"미루 깬 것 같은 소리가 들려..환청이야...환청.."

"너도 그래? 나도 그런데..."

"어? 나도 그렇고 너도 그러면...이건 진짜 깬 거 아냐?"

 

다행히 미루는 깨지 않고

잘 자는 경우가

중간에 깨는 경우보다는 많습니다.

 

근데 우리는

계속해서 미루의 우는 소리가 귓가에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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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백일쯤 되면

애들 머리카락이 다 빠진다더니

 

미루 머리카락도

꽤 많이 빠지고 있습니다.

 

젖 먹이고 나서 보면

수유쿠션에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붙어 있습니다.

 

누워있던 자리에도

머리카락이 몇 올씩 떨어져 있습니다.

 

너무 무성해서

머리 속이 전혀 안 보였었는데

이제는 드문 드문 머리 속도 보입니다.

 

그런데 미루는 처음 날 때부터

워낙 머리숱이 많아서

웬만큼 머리가 빠져서는 티가 안 납니다.

 

분명히 많이 빠지고 있긴 한데

그래도 3살된 애들 보다 머리 숱이 많습니다.

 

주선생님도 비슷합니다.

 

한 열흘 전쯤 전에

친한 후배가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왔었습니다.

미루랑 10일 정도 차이 나는 아이의 엄마입니다.

 

제가 잠시 밖에 뭘 사러 갔다 왔더니

얘가 부엌 한 구석에 서서 자기 머리를

막 쥐어 뜯고 있었습니다.

 

"너...뭐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사실 무척 놀랐습니다.

 

자기 집에서 어떤 여자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자기 머리카락을 한 움큼씩 뽑고 있는 장면을

발견하면 보통은 심장에 큰 무리가 갑니다.

 

하지만 저는 그 와중에도

휴머니즘 정신을 발휘해서 물었습니다.

 

"너..어디 아퍼?"

 

그 친구가 대답했습니다.

 

"아니요...이 쯤 되면 산모는 머리가 많이 빠진대요.."

 

전혀 몰랐었는데

정말 머리가 많이 빠진답니다.

 

방에 있던 주선생님이 나오더니 한 마디 합니다.

 

"백일 지나면 애도 머리 빠지고 엄마도 머리 빠진대.."

 

처음 안 사실입니다.

 

"근데, 넌 왜 안 빠져?"

 

이상하게 주선생님은

아직 머리가 안 빠집니다.

 

어쩌면 산후조리를 잘 해서 그럴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과 동시에 주선생님한테 얘기했습니다.

 

혹시 제가 열심히 한 덕분이라면

이런 건 짚고 넘어가줘야 합니다.

 

"음...그럴 지도 몰라. 근데 우리 동생도 5개월 지나서 머리 빠졌대.."

 

산후조리를 잘해서라기 보다는

그냥 집안 내력이 그런가 봅니다.

 

저도 고생하는데

머리카락 좀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덥수룩한 건 참 귀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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