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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6/11/01

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11/01
    청소(2)
    너나나나
  2. 2006/11/01
    미루는 손님
    너나나나
  3. 2006/11/01
    노래 2(4)
    너나나나

청소

이 놈의 집은

하루만 안 치워도

쓰레기장입니다.

 

청소는 평소에 저보다

주선생님이 잘 합니다.

 

저는 화장실, 냉장고 같은

특별구역을 주로 청소하고, 쓰레기를 버립니다.

나머지 구역은 주선생님이 합니다.

 

제가 1시간 걸려서 할 걸

15분이면 합니다.

 

제가 청소하는 걸 보다 보다 답답해하더니

언젠가부터 자기가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자한테 일 시킬려면

바로 이 순간을 잘 이겨내야 합니다.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

항상 이렇게 외치고 결국 자기가 해버리다 보면

가사노동은 죽는 날까지 여자 차지입니다.

 

주선생님이 3일째 교육을 가고

오늘은 저 혼자 미루 목욕시키고 재웠는데

 

1시간 가량의 전투를 치르고 거실에 나왔더니

이런 엉망이 따로 없습니다.

 

로션, 베이비 오일, 기저귀띠, 수건, 거즈, 애벌레 인형, 이런 저런 딸랑이 등등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습니다.

 

갑자기 나의 어지러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 사이에 누웠습니다.

 

함께 널부러져 있으면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면서

마음이 좀 가벼워질 것 같았습니다.

 

에이..천정에 매달려 있는 등이

먼지로 새까매진 게 보입니다.

 

괜히 누웠다가 짐만 하나 더 생겼습니다.

귀찮아서 계속 안 닦을 건데, 신경은 쓰일 거니 마음의 짐입니다.

 

아무튼 널려 있는 것들은 빨리 치워야 겠습니다.

쓰레기도 버릴 게 많고, 재활용 쓰레기도 많습니다.

 

근데, 아파트 살면서

꼭 출근시간, 퇴근시간에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게 되면

아침 출근길이 시큼해집니다. 저녁 퇴근길도 마찬가지입니다.

 

"킁킁~상구 누가 음식물 쓰레기 갖고 탔었나봐.."

"설마~~ 푹 익은 김치냄새구만..내가 쓰레기 경력 몇 년인데..

이 냄새에는 확 끌리는 게 없어..."

"음식물 쓰레기 같은데..."

 

1층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한 아주머니가 음식물 쓰레기의 흔적이 남아있는

아주 커다란 통을 들고 서 있습니다.

 

그 날 아침 컨디션 조절을 위해

약간의 노력이 필요했었는데

 

전 이런 일 없으라고

음식물 쓰레기는 꼭 밤에 버립니다.

 

지금부터 치워야 할 쓰레기 중에는

역시 음식물 쓰레기도 있습니다. 할 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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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는 손님

주선생님과 어떤 분이

이런 대화를 나눴답니다.

 

어떤 분: 애 놓고 다녀도 괜찮으세요?

주선생님: 네, 그럼요. 아빠가 봐줘요..

 

어떤 분: 아..그래요. 좋으시겠네요

주선생님: 근데, 벌써부터 애 떼어놓고 다니면 어떡하냐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많아요..

 

어떤 분: 에이~그런 게 어딨어요. 애랑 애착관계만 잘 형성되면 되는 거죠..

주선생님: 그러니까요... 근데 우리 애기는 저랑 별로 애착관계가 안 생기나봐요..

 

주선생님은 몇 달 전부터

바로 이 문제 때문에

살짝 삐쳤었다가,

 

인제는 그냥 포기하고 살고 있습니다.

 

미루는 지금도 제가 놀아주면 막 웃고

가만히 있어도 저를 보고 웃는데

 

그러다가도 주선생님이 놀아주면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 할 때 얼굴이 됩니다.

 

요새 좀 나아지긴 했지만

애들이 잘 하는 해맑은 웃음.

 

그걸 주선생님한테는 잘 선사 안 합니다.

 

"미루는 나한테는 저렇게 안 웃어.."

 

이렇게 말하긴 하는데

이전처럼 좌절의 기운이 감돌지는 않습니다.

 

"실컷 젖 먹고 기분 좋아져서 고개를 돌리면 아빠가 보이니까,

그래서 아빠를 더 좋아하는 거 아닐까?"

 

나름대로 분석도 합니다.

궁색합니다.

 

어떤 분: 정말이요?

주선생님: 네...지 아빠한테는 애착관계가 잘 형성된 것 같은데..저한테는 안 그래요..

 

어떤 분: 오호~그럼, 땡큐죠!!

주선생님: 땡큐라구요?

 

어떤분: 그럼요~얼마나 좋아요..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되고...

주선생님: 히힛~그러네요~

 

아이가 엄마를 좋아하는 건 좋은데

사실 그것 때문에 엄마들이 자기 할 일 포기하는 건 

싫습니다.

 

한 20년만 내 인생 애 키우는 데 쓰지 뭐...

이러면 곤란합니다. 딱 그 시기 20년이 사람 인생의 전성기일 때입니다.

 

그 보다는

아이가 있어서 좋고

그것 때문에

자기 일도 더 신나게 하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미루는 우리한테 온 손님이니까,

신경써서 잘 해주자~대신, 매달리진 말자~"

이게 우리의 각오였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미루가 저를 더 좋아하는 게

육아휴직의 성과 같아서 뿌듯합니다.

 

근데, 좋아한다는 애가

왜 제 머리 끄댕이는 자꾸 잡아당기는 지

아파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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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2

오전 9시에 단수가 된다고 해서

아침부터 전 정신이 없고

주선생님은 방에서 미루를 보고 있었습니다.

 

심수봉 노래가 계속 들립니다.

주선생님이 평소에 부르는 노래들입니다.

 

그러다가,

노랫소리가 점점 기괴해집니다.

 

"남자는 남자는 다~우웩~모두 다 그렇게 다~꺼억~"

 

쫓아갔습니다.

 

"왜?"

"응...니가 실성한 것 같아서.."

"우히히..아냐 아냐...계속 일 해~"

 

갔다 온 게 효과가 있었는지

동요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정확한 가사 구사입니다.

좀 처럼 없는 일입니다.

 

미루의 정상적인 감성 발달을 위해서

주선생님이 마음을 잡았구나 생각했습니다.

 

한번 더 부릅니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싫어, 싫어~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몰라, 몰라~~"

 

어쩐 일로 정상적으로 부른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꽤 괜찮게 들립니다.

 

요새 교육당국의 무책임한 시장화 정책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신랄히 비판하는 가사입니다.

 

"그나저나 동요 CD는 왜 안 오는거야?"

 

주선생님이 3일 전에 주문한 CD가 아직 안 온다고 투덜거렸는데

오후 5시쯤 왔습니다.

 

노래가 꽤 좋습니다.

노래에 맞춰 사지를 흔드는 춤을 추니까

미루가 굉장히 좋아합니다. 풍류를 아는 아이입니다.  

 

익숙한 노래가 나옵니다.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이 노래는 마침 며칠 전에 주선생님이

예리한 감수성으로 가사 일부분을 바꿔부르면서 놀았던

바로 그 노래입니다.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할머니는 건너 마을 아저씨댁에~"

 

"잉? 할머니가 왜 아저씨댁에 갔지? 음...이상해, 이상해..."

그러더니 가사를 바꿔 불렀습니다.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할머니는 건너 마을 남자친구 댁에~"

 

주선생님의 창조적 발상은 멈추지 않습니다.

미루가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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