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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1/29
- 이유식 제대로 하기 쉽지 않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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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1/29
- 눈물의 화장실(8)
미루 눈 밑에
좁쌀만한 게 오돌토돌 났습니다.
볼 피부도 하루 사이에 거칠어졌습니다.
"이거 이유식 때문에 그런 건가?"
주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직전에 먹였던 감자를 안 먹이고
다른 걸 먹여보기로 했습니다.
양배추를 넣어서 먹이니까
한 이틀 정도 보였던 좁쌀들이 사라졌습니다.
이유식 해주는 게 쉽지 않습니다.
재료를 어떤 걸 넣어주느냐하는 거 말고도
이유식 먹일 때 신경 써야 할 게 많습니다.
"케케켁..."
양배추 미음을 줬는데
미루가 오만상을 찌뿌리면서 뱉어냅니다.
"왜 그러지?...상구~이거 뜨거워..."
미음 만들어 놓은 게 다 식어버려서
잠시 중탕을 했고, 확인도 한다고 했는데
엄청 뜨거웠던 모양입니다.
"으악...미루야 미안해...다시 식혀줄께..."
다시 먹으면서 미루는
이유식 숟가락을 매우 경계했습니다.
그러다가 안 뜨거운 걸 확인하더니
잘 만 받아먹습니다. 단순하고 좋은 아이입니다.
양배추 미음을 먹이고 나서
자기도 출출해졌는지 주선생님이
고구마를 집어 먹습니다.
자기 혼자 먹으면 됐지
그걸 미루 입에 자꾸 대줍니다.
"주지마~~"
"히히~얘 봐..진짜 먹을려고 그래..."
"아, 주지말어~"
"미루야 아빠가 주지 말래.."
미루가 막 짜증을 내고, 혀를 낼름거립니다.
"정말 좀 먹어 볼래?"
"그거 먹이면 부작용 생겨도 고구마 때문인지 양배추 때문인지 모르잖아~!!"
주선생님은 저의 연이은 구박에도 끄떡 안하고
희희낙락 거립니다.
"근데 있잖아...미루는 엄마랑 아빠랑 둘이 같이 있으면 표정이 되게 밝아..그치?"
"아니......"
"잉? 그럼?"
"나랑만 있을 때도 밝아.."
"뭐야 그럼..나하고 있을 때만 표정이 안 좋은 거야?"
자꾸 미루한테 고구마 먹일려고 하길래
좀 우울하게 만들어줄려고 이렇게 얘기했는데
주선생님은 이런 얘기 듣고 얹히지도 않는 모양입니다.
고구마만 잘 먹습니다.
아무튼 이유식 제대로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미루랑 잘 놀던
한 낮에
갑자기 장 내부의 압력이
부동산 가격 보다 빠르게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보통은 아침 일찍 모든 일을 처리해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고
혹시 있더라도 차분히 인내하다가
미루가 자는 시간을 적절히 이용했었습니다.
오늘은 모든 게 어긋났습니다.
요새 미루는 한 번 깨면 2시간 넘게
쉬지 않고 놉니다.
엄청난 압력을 2시간 동안 버티는 건
더 큰 대형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할까..어떻게 할까..
뭘 어떻게 합니까. 당장 화장실로 달려 가야지.
근데 그게 쉬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요즘 마구 구르기와 뒤로 배밀이 하기로 기동력이 생긴 미루는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어디로 굴러가서 박힐 지 모릅니다.
고민했습니다.
'미루를 업고 화장실로 들어갈까?...몸이 앞으로 쏠릴텐데..'
'안고 들어갈까?...음, 괜찮네..'
하지만 정녕 미루를 안고
변기에 앉아 있을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인간성 상실이 또 없습니다.
점점 후각도 발달하고 있을 미루도 불쌍하지만
저도 불쌍합니다.
다시 고민 끝에 전 화장실 앞쪽에 미루를 눕혀 놓고
화장실 문을 연 다음에 말로 미루를 끊임없이 붙잡아 두기로 했습니다.
손을 뻗어서 잡고 있을까도 생각했지만 안 닿았습니다.
"미루야~아빠 금방 나갈거니까, 조금만 그대로 누워 있어..."
미루는 아빠의 말을 알아 들었는지
곧바로 뒤집더니 뒤로 배밀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루야~~어디 가~~"
미루는 뒤로 후진에 후진을 거듭했습니다.
중간에 혹시 몰라 바리케이트로 쳐 놓은
수유쿠션, 베개를 전부 뚫고 쇼파 밑으로 곧장 직행합니다.
"미루야~~거기 드러워~~미루~~"
조금만 있으면 됩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미루야~~이거 봐~~곤지 곤지 곤지 곤지 잼잼잼~"
변기에 앉아서 별 짓을 다 합니다.
저의 노력에 미루가 멈칫하는 듯 하더니
갑자기 방향을 획 바꿉니다. 부엌으로 향합니다.
그곳엔 쓰레기통도 있고, 각종 전선에, 오래 묵은 기름 때등이 조화를 이뤄
아이들이 잠시 머무르기에 지극히 나쁜 곳입니다.
"미루야~제발~~"
애가 나쁜 길로 빠져드는 걸 보고만 있으려니까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만약 미루가 더 이상 가서는 안되는 길로 간다면
내가 이 상태에서 뛰쳐나갈 수 있을 것인가...
정말 위급한 상황이 오면 뛰쳐나가겠지만
인격에 큰 손상이 오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미루야, 이 놈아~~가지 마~~야아아아아~~~"
어제 광주에 갔었는데
만나 뵀던 분들 중 몇 분이
저와 똑같은 일을 겪으셨고
다들 애를 두 팔로 꼭 껴안은 채로 사태를 해결하셨답니다.
다들 한번쯤 이렇게 하셨을텐데
어디가서 말도 못하고 통한의 눈물만 흘리셨을 전국의 많은 산모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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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지금 주어도 괜챦을텐데... 다만 물똥을 조심하세요^^ 참, 감자랑 고구마는 익히기 전에 물에 20분 정도 담가두어 전분기를 빼주어야 한다더군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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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분기를 빼주라고 써있긴 하던만.. 맨날 그냥 삶아서 해줬네. ^^이유식 참 힘들면서도 새로운 맛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재미에 그래도 즐거웠던것 같아요. 상구~ 좀 더 힘내욧. 웃기는 얘기 하나 해줄께. 누리가 요새 엄마한테 삐지면 하는말 "엄마 미오! 아이스크림 안사줘~" (난 아이스크림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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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맘/나두 언니랑 진경이 보구 싶네. 언제 모임있을때 미리 알려줘요. 아님 미루네 갈때 알려주던가.. 한번 누리 데리고 갈게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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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맘/ 루트... 진정 그대가 보고 싶다오 ㅠ.ㅠ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