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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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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1/07
- 혼자 밥 먹기(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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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1/07
- 겨울 채비-유모차 커버(3)
오늘 일이 있어서
시골에 내려 갔다 왔습니다.
"가만 있어봐, 말 나온 김에 전화 한 번 해보자.."
어머니께서
두 달 전에 애 낳은 막내 동생의 부인,
그러니까 제수씨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 쯤이면 한참 힘들 때인데
역시나, 오후 3시가 넘었는데도
애가 안 자서 점심도 못 먹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벌써 미루가 6개월째라고,
2개월 쯤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희한하게 잘 생각이 안 나지만
그래도 그 '느낌'은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아직 밥도 못 먹었단 얘기를 들으니까
몸이 그때 일을 기억합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애 때문에 밥 시간을 놓치는 경우는 없습니다.
밤 9시 넘어서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집에 들어서는데,
주선생님 얼굴이 많이 힘들어 보입니다.
"오늘 힘들었지...내가 돼지머리랑, 홍어회랑 얻어왔는데 먹자~"
주선생님은
오늘 저녁에 뭘 먹었는지
그걸 먹으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저한테 열심히 이야기합니다.
"나갔다 들어와서 미루 재우고 짜장면 시켰거든...?
근데 40분이 지나도 안 오는 거야..."
미루가 자는 동안 저녁을 해결하려던
주선생님의 계획은 짜장면이 50분만에 오고
미루는 그 전에 깨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답니다.
"처음에 시킬려고 보니까
우동도 먹고 싶고, 짜장면도 먹고 싶은거야..
그래서 고민하다가 우짜면을 시켰어...."
"어.. 그랬어..."
"중국집에 전화를 했는데...아저씨 우짜면이요~그러니까"
전화 저쪽에서 "볶짜면이요?" 이러더랍니다.
"아니, 우짜면이요.." "볶짜면이요?"
"사람들이 우짜면은 잘 안 시키나봐...암튼, 난 우짜면을 시켰지..
근데 미루 젖 다 먹이고 나서 짜장면부터 먹을려고 하니까 다 불어 터진 거야..."
진짜 울고 싶더랍니다.
저녁 시간은 한참 지나서 배는 고프고,
근데 짜장면은 불어터지고.
"그래서, 우동을 한 번 먹었는데..이건 완전히 진짜..면발이 풀어져버린거야.."
눈물이 글썽입니다.
믿었던 우동은 더 했으니, 얼마나 상심했을까 싶습니다.
그냥 볶짜면 시키지...
"짜장면 먹다가...너무 불어서 우동은 좀 낫겠지 하고 먹었는데 이건 더 불고..
그래서 좀 덜 불은 짜장면이라도 먹어야겠다 하면서 다시 짜장면을..."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합니다.
입이 일그러졌습니다.
씹다만 돼지머리가 밖으로 나올려고 합니다.
서러움이 복받쳐 오르는 모습.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주선생님은
짜장면은 다 먹었답니다.
애를 옆에 두고 혼자 밥 먹는 건
6개월이 됐어도 여전히 힘든 일입니다.
오늘 이것저것 얻어 오길 정말 잘 했습니다.
9월이 다 돼서
여름 준비를 마쳤던 가슴 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번엔 겨울 준비를 좀 빨리 할까 했는데
갑자기 겨울이 와버렸습니다.
사실 제가 한 건 딱 한가지입니다.
"미루 있잖아...유모차 커버 필요하지 않으까?"
안 그래도 지난 몇 주간
공원에 나가면 유난히 사람이 없어서
좀 이상했었습니다.
3일 전에 외출을 했다가
전에 자주 보던 한 엄마를 만났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주선생님이 반갑게 말을 건넵니다.
"요새 공원에 안 나오시나봐요..안 보이든데..."
"네..요즘 추워서요.."
"그래도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잖아요..미루는 맨날 나오는데.."
사실, 쌀쌀한 날 미루를 데리고 나올려면
옷이란 옷은 다 껴입히고
큰 수건으로 몸을 말고, 거즈로 목을 다시 한번 싸줍니다.
애벌레 같습니다.
안 그랬다가
찬 바람이라도 들어가면 큰 일 납니다.
"그래서 친한 엄마끼리 오후 3시 이후엔
돌아가면서 집에서 모여요..안 그러면 애가 텔레비젼만 보더라구요.."
어쩐지 쌀쌀할 때 공원 나와 있는건
우리 밖에 없더라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공원에 나갔다가
신기한 유모차를 봤습니다.
유모차 앞 부분이 투명한 비닐 같은 걸로
씌워져 있었는데,
그 안에 있는 애는
히터 튼 차 안에서 졸려 하는 사람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닐에는 김까지 서려 있었습니다.
미루는 옷으로 꽁꽁 감쌌지만
코도 빨갛고, 눈 주위도 빨갛습니다.
"저렇게 생긴 유모차도 있네..우리도 저런 걸로 살 걸..."
밤에 주선생님과 상의해보니까
그게 바로 '유모차 커버'였습니다.
제가 주변을 잘 살피면서 다닌 덕에
본격 겨울이 오기 전에 우리는 유모차 커버를 샀습니다.
주선생님은 그 중에서도
아이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됐다는,
눈 앞쪽이 판판한 투명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유모차를
어떻게 알고 주문했습니다.
'자! 이제 겨울이 와도 우리의 외출은 멈추지 않습니다.'
이게 어제까지의 각오였습니다.
근데 오늘 보니까
아무래도 안되겠습니다.
겨울에는 그냥
집에 가만히 붙어 있는게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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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움이 복받쳐 오르는 모습.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이거 보단 저는, 젖을 못(나름 사연이 있음.)먹여봐서 인지 두 부부가 더 웃깁니다. 애 하나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들...그 '헌신적'인(우짜면이 불어 터질 정도로 안먹는) 모습이 그저 감탄스럽기만 하고...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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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적이으로 보이는군요...음...사실 선택의 문제라기 보다는 저희한테는 생존의 문제지요. 분유 살 돈이 없다는 생존의 위협 ㅠ.ㅠ 글고 젖을 안먹이면 열라 울거든요. 미루도 한참 배고플때였기 때문에 근데 그걸 생까고 우짜면을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지요. 아주 곤란합니다. 그저 생존싸움이죠. ^^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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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드디어 슈아님과 미루를 만나보고 이글을 읽으니 더욱더 재미납니다. 저도 어제 점심 준호때문에 끼니를 놓쳐 집에 돌아오자마자 잠시 눕혀놓고 허겁지겁 닥치는대로 먹었더니...체했습니다.!!! ㅋㅋ 나중에 또 만났으면 좋겠습니다.^^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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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아님의 눈물,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먹을 것 입에 가득 넣고 운 적이 많아요.좀 있으면 미루가 엄마 먼저 드시라고 기다려줄 수도 있을 거예요. 기질상 다르기는 하겠지만 대부분 노는 맛을 들이면 배고픈 걸 잊더라구요. 아가는 놀고, 나는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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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런... 어제 정말 넉넉히 준비할 것을... 그래서 슈아 저녁을 해결하도록 좀 싸줄 것을... 행복한준호님은 거의 드시질 못했나봐... ㅠ.ㅠ;;;;;모두들 제발 체하지 마세요!!!! 저도 애때문에 급하게 먹다가 자주 체해서 죽겠슴당. re님 글에 나온 암포젤 상비하고 있습죠.
... 그런데 단이랑 진경이는 다르군요. 이녀석 식탁에 덤비는 통에 먹는게 전보다더 바빠졌거든요.^^; 한가지 다행이라면 낮잠시간이 길어지고 규칙적이 되면서 자는 동안 밥먹는걸 해결할수 있게 되었단거죠.(45분 자는동안 먹을거 해결하는건 힘들죠...)
...그런데 2개월적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건 출산성치매가 아닌가봐요. 상구백도 그런다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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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그런일이 있었군요. 헤어질때까진 둘다 생기발랄 했잖아요. 전 오늘 새벽에 몸살이 나버렸어요. 춥고 열나고 쑤시고 체하기까지... 막 오한이 나서 덜덜덜인데 연우 젖은 줘야겠고 어흑. 진짜 울고 싶었어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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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먹이기 시작하고 한동안은 얌전히 밥을 먹을 수 있었구요 단이가 식탁에 덤비기 시작하면서부턴 자기 먹을 걸 같이 놔줘요. 외식할 때는 맨밥을 달라고 해서 앞에 두면 주물럭거리며 잘 놀아서 요즘엔 데리고 다닐만 해요.^^아가들 나름이겠지만요.
확실한 건, 제가가 적응을 해서인지 아가가 저한테 적응을 해서인지 요즘은 눈물이 자주 앞을 가리진 않는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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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그냥 지나가려했는데..저도 오늘 먹을꺼 때문에 울컥한 날이라서 슈아맘님 백배 공감..상구백님 슈아님의 맘을 잘 헤아려주시니 복받으실 것입니다..전 오늘..먹을걸로 위안받으려는 저를 이해못하는 남편때문에 상처 받았거든요..ㅡㅡ;;암튼..저도 어제 미루 만나서 너무 반가웠어요..언젠가는 상구백님도 만나뵙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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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준호/ 우리 체하지 말아요. ㅠ.ㅠ 급하게 먹어도 사실 별로 안체했는데 아기가 옆에서 보체면 참...힘들어요.단정/ 먹을 거 입에 가득 넣고 울기..왠쥐...그림이 그려져요. 히히 미루가 기달려주는 그런 날...음..넘 기둘려져요. 어제는 사실 시간을 잘 맞췄거든요. 근데 우짜면이 늦게 오는 바람에...그래서 더 욱했던거 같아요. 근데 단이 천사아기 맞죠? 음...미루는 씩씩이 아긴데..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
진경맘/ 전 잘 먹고 왔어요. 자장면집을 바꿔볼까 생각중이어요. 오늘도 상구백이 감기기운 때문에 다시 한번 우동과 저의 볶음밥을 시켜먹었는데 아 글쎄 볶음밥 국물을 안가져다 주지 뭡니까. 그래서 짜장면집을 다른 집으로 바꾸려고 그동안 모아놓은 쿠폰을 봤는데 40장이 탕수육이었거든요. 아 근데...20장 밖에 안되더라구요. 으...바꿔 말어~ 으...전 체기가 있으면 무조건 매실액 타 먹었어요. 상구백은 육아성치매 아닐까요? 근데 상구백은 이전에 저 임신했을 때도 자기가 입덧하고 글고 허리도 아프다고 하고 그랬어요. 좀 이상해요.
벼루집/ 이젠 나으셨어요?? 아픈데 쉬지도 못하고 젖 먹이려면 진짜 서글퍼요. 얼렁 나으세요. 글고 얼렁 동네번개해요. '한국교자'에서...
윤재맘/ 남편 나빠요~~때려주세요. 가만히 앉아 있을 때 한대 때려주세요. 그럼 당황해서 쳐다볼꺼에요. 그럼 이렇게 말해주세요. "이제서야 맘이 풀리네" 그리곤 씨익 웃어주세요. 캬캬캬
음...상구백이 왜 남의 블로그 와서 덧글 남기냐고 지랄하겠다. 얼렁 가야쥐. 휘리릭===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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