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노동당사 - 180km

from 잔차야! 2009/09/29 17:36

 

철원 노동당사가 얼마나 먼지,  얼마나 힘드는 곳인지도 모르는데,
토욜 밤이 되니까 일욜 있을  일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불확실한 약속만 남아서 자전거나 타러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6시에 일어나서는 밥 챙겨 먹고 백마역으로 나갔다.
갈장군님의 글에 200km라고 되어 있어서,
그렇게 먼 길을 가 본적이 없는데.... 적당히 겁도 먹고..
 
10분전 도착했더니, 아무도 없고, 갈장군 나타나셨다.
- 누가 오기로 했어요?
= 글쎄요, 아무도 안오면 집에 가서 쉬려고 했는데...(헉! 내가 괜히 나왔나? 덧글도 안달고..ㅎ)
- 차르륵님 온다고 덧글 달렸던데...
= 그러게요, 엄청 바람만 잡더니, 못온다네요.
- 트럭님도 온다는 댓글이..
= 어제밤에 술 많이 마셔서...
- 왕비마마님은?
= 6시 22분이 '이제 일어 났다'고 댓글 달았던데...글쎄요..
- 전번 아시면 전화 함 해 보시죠?
= 알아서 오시겠죠뭐..(진짜 무뚝뚝하고 답답한(?) 번짱이네..ㅎ  나중에 알고 보니 전번도 몰랐다는..)
그러고 있는 사이에 곰솔님 도착... 고글 안가져 왔다고 다시 집에 들렀다 고봉산 삼거리에서 만나기로 하고..
 
10분을 기다렸다가 출발.
고봉산 삼거리에서 곰솔님과  차에 자전거 실로 오신 왕비마마님 만나서 출발... 8시 가까이 되어 갓다.
 
문산 지나서 여우고개.. 올라서 잠시 휴식.
아침이고 시작이다보니까, 시원하게 잘들 달린다.
 
37번 국도. 일욜이라 그런지 차들이 엄청 많은데다 쌩쌩 달려가니까,
갓길에서 달리고 있는게 겁이난다. 그리고 갓길도 뭣때문인지 콘크리트 포장을 잘라내고,
다시 아스팔트를 씌웠는데, 이게 울퉁불퉁해서 영 불편하다.
하얀 선을 따라서 그냥 달리는 수밖에...
 
여우고개 지나서부터 곰솔님이 뒤쳐지기 시작한다.
전곡들어가기 전에 주유소 편의점에서 물도 사고, 화장실도 가고 잠시 쉬는데,
저 아래 찐빵집이 보이니까, 곰솔님 찐빵사러 간다.
찐빵과 만두 가득 사 와서는 실컫 먹고서는 남는건 내 베낭에..
그리고 출발했는데도 여전히 힘들어 한다.... 올마에다 그것도 3개월 만에 자전거를 타 보신다나...
 
한탄강 다리위에서 쉬었다가 전곡 거쳐서 연천으로..
80km가 넘어가니까, 이제 산오리도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갈장군 뒤에 붙어서 그 속도에 맞춰서 갈수 있었는데,
이제 오르막이 나오면 뒤쳐지기 시작한다.
갈장군과 왕비마마 바짝 붙어서 가고,
그다음 한참 뒤에 산오리, 그리고 곰솔님 보이지도 않고..
 
강원도에 들어가기 전에 다시 편의점에서 휴식.
번짱이 배 파는 가게에 가서 두개를 얻어다 깍아 먹었는데,
곰솔님 오더니, 배가 맛있다더니, 얼른 가서 5천원어치라면서 8개나 사왔다.
1개씩 까먹고 나서는 나머지는 두개씩 나눠서 번짱과 산오리 베낭에..
(머야... 이거... 갈수록 베낭이 무거워 지고 있자나..ㅠㅠ)
죽겠다고 엄쌀 떠는 곰솔님 덕분에 자전거 세우면 마구 먹고... 마구 쉬고..
곰솔님 아니었으면 산오리가 퍼졌을 건데..ㅋㅋ
 
강원도 들어섰는데, 3키로만 가면 노동당사라고 번짱은 그랬는데,
가도 가도 나타나지 않고,
그냥 평지를 달리고 있는 거 같은데, 20km도 속도 내기가 어렵다.
(이건 돌아오면서 보니까 평지가 아니라 완만한 업힐의 연속이었다...ㅠ)
내내 맞바람을 맞으면서 온것인지...
 
드뎌 노동당사...
사진에서 보아 온 터라, 별 다른 느낌은 안들었는데,
건물이 온통 총탄 자국으로 상처난 걸 보니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무너져 가고 있는데, 얼마동안 저렇게 남아 있을라나..
 
오긴 왔는데, 이제 어떻게 돌아 가야 하나..
번짱은 보신탕집에 전화해서 예약하고. 출발하는데,
그게 내려가는 길인지 좀 쉽게 간다.
길옆에 깃발 달린걸 보니까 맞바람은 여전하고..
 
신탄리 역앞에 보신탕 집에서 맛나는 보신탕 먹어치우고,
배낭속에 배 꺼내서 주인아줌마한테 두개는 깍아주시고,
두개는 드시라고 했다. 좀 가벼워 졌나..ㅎㅎ
죽겠다고 아우성 치던 곰솔님은 기차를 타고 가나, 어쩌나 하다가
결국은 부인한테 전화해서 전곡으로 차 가지고 오라 하고...
전곡 한탄강 다리 부근에서 곰솔님은 차에다 자전거 실었고.
 
맞바람은 불지만, 전곡까지 계속 내리막이라는 말에 다시 힘이 난다.
그래도 약간 오르막만 나오면
번짱과 왕비마마 둘이 붙어서 저 앞에 가고, 산오리는 한참 뒤쳐지고..
두어개 고개를 헉헉거리고 넘어왔더니
오전에 갈때 먹었던 찐빵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다시 곰솔님이 사온 찐빵과 만두와....
 
날은 어두워 지고, 이제는 죽으나 사나 문산까지는 가야 하고.
문산 18km, 문산 15km, 문산 8km.... 그쬐끄만 팻말은 어두운데도 그렇게 잘 보이던지..ㅎㅎ
앞의 두사람은 저만치 가는데, 조금 더 가면 아예 불빛도 안보이고..
혼자서 헉헉 거리며 가는데, 쌩쌩 달려가는 차들 때메 겁도 나고...
 
그렇게 여우고개에 도착하니 앞에서 두사람 기다리고 있다.
이제야 살았다...흐유
 
문산역에 와서 지하철 타고 일산역.
일산시장안에서 순대국....또 마구 퍼 먹었다.
집에 들어가니까 9시 30분.
 
주행거리 180키로,
자전거 탄 시간 7시간 30분.
평속 23.9키로.
 
엉덩이도 아프고, 허벅지 속의 근육인지 살인지도 아프다.
그래도 몸이 견디기 어려운 만큼 힘들게 했더니,
아침에 일어나니까, 기분은 좋다.

 

 

 

 

 

한탄강 위에서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넘어가면서..

 

 

 

돌아오는길에 고인돌 유적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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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산오리 2009/09/29 17: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바두기 2009/09/28 #
    전투복도 이제 제법 그럴듯해 보이고..대단하십니다. 늘 차조심 하세요..



    산오리 2009/09/29 #
    감사함다....



    연부네 집 2009/09/29 #
    ㅋㅋㅋ 커플티에 커플 쫄반바지.....훌륭하십니다.



    산오리 2009/09/29 #
    이런 건 팀복이라고 하던데요..ㅋ


    김수경 2009/09/29 #
    팀복 진짜 웃겨여 ㅎㅎ
    저희는 그 날 연천부근까지 갔었는데, 안그래도 자유로입구에서 배씨아저씨가 옆에 자전거 지나간다고 하더라구요. 산오리가 저기있나? 봤는데..아마도 그 시간엔 적성쯤 갔었겠네요. 연락했으면 자전거 실어다 드릴걸 ㅋㅋ


    산오리 2009/09/29 #
    어? 팀복 디자인 좋다고들 하는데..ㅎㅎ
    배씨아저씨를 자전거 태워서 같이 보내시죠..

  2. 산오리 2009/09/29 17:4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더보기' 가 잘 안되서 글을 다시 썼어요.
    덧글 그냥 옮겨왔습니다..

  3. 두바퀴 2009/09/30 09: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넘 심하게 달리시는거 아녀요.
    생각만으로도 두려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