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산'(www.historymt.org) 을 따라 오대산엘 갔다.

올겨울 눈에 굶주렸는데, 다행이 며칠전 강원도에 눈이 많이 내렸다고,

오대산에도 50센티이상의 눈이 내려서 눈구경은 실컫 하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갔다.

 

서울에서 세시간만 차를 타고 가면 딴 세상이 나온다.

강원도는, 그리고 오대산은 딴세상이었다.

'강원도의 福' 이라 생각했다.

 


아침 햇살을 받아서 눈꽃도 붉게 보였다.



정상을 조금 못미쳐 해가 떠올랐다.


 

정상 아래에 눈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박준성 선생님과 함께,

역사와 산의  탐스런 일꾼 김인모..

정상에서 그 추위를 무릎쓰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지만, 맘에 드는 건 없다.

정상,,,, 비로봉...

 

산의 아침 기온이 영하 18도가 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래도 올라가는 도중에는 아랫도리가 싸늘하긴 했지만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그러나 정상을 지나 상왕봉을 향해 산등성이를 따라 걷기 시작했을때

'이게 장난이 아니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길을 계속갈게 아니라 아예 되돌아 가서 비보봉에서 왔던길로 바로 내려가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무릎, 허벅지, 엉덩이까지 빠지는데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와서 손발을 꼼짝못하게 마비시켰고, 조금 내놓은 눈 주변의 살까지 서서히 마비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모자를 두개나 눌러썼는데도 귀가 시리고 아팠다. 몇년전 태백산 갔을때 이후에 가장 추운 산행이었다.  그래도 사방의 전경이 다 들어오는 곳에 이르러 너무 멋있다고 사진을 찍으려고 디카를 꺼냈더니 작동불능이었다.

이렇게 추운날은 기계도 작동을 멈추는데, 인간들은 정말 지독하게도 이 추위속을, 눈속을 헤집고 다니다....

 

그렇게 한시간인지, 두시간인지 모르게 추운 능선을 타고 오니까 제법 비닐  썰매를 탈 곳도 있고, 햇살이 따뜻한 곳도 있다. 또 한참을 지나서 겨우 상원사로 내려오는 도로를 만났다. 도로는 완전히 눈에 덮여서 차는 커녕 사람이 지나다니기도 어려웠다.

 

그 찻길에서 사람들은 눈내린날의 '강아지'와 마찬가지였다.

드러눕고, 뛰고, 기고., 빠지고, 소리지르고, 노래부르고...

그즈음에 다시 카메라는 작동을 시작했다. 조금 따뜻해 진 것이다.

 

내 얼굴은 어땠을까?

길은 이렇게 눈으로 덮였고,

 

바람따라 눈싸라기도 모래처럼 휘날려 사막의 바람무늬를 만들었다.

 

내려오다 되돌아 본 비로봉 방향... 하늘은 왜 그리도 푸르던지.

사진을 찍었는데, 얼굴은 없다...

 

일행 중 2명이 얼굴에 동상을 입었다.

한 친구는 물집이 생겼고, 한 친구는 볼이 푸르게 바뀌었다.

나는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그렇게 시리고, 감감이 없더니,

집에 와서 보니 벌겋게 바뀐데다 여전히 감감이 다르게 느껴진다.

 

비록 손발에 동상이 온다 할지라도 또 그렇게 걸어라면 가겠다고 하지 않을까?

히말라야를 오르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은(?),

그런 산행이었다...

으..........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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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0 22:09 2005/02/2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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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머프 2005/02/20 22: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세상에나...얼마나 좋았으면 산에서 내려오자 마자 약도 올리고...가려다가 못간 사람속을 벅벅 긁어 대던지..
    그렇게 추운데를 무사히 다녀 오셔서 일단 너무나 다행입니다. 황홀한 산행이었으니 그 몸서리 치도록 추움은 이미 다 싸그리 잊어버린게 아닐까요?
    그나저나 동상걸린 발가락이 걱정 이네요.
    (그 몸을 해가지구 오자마자 포스팅 한 산오리는 정말 '철인'이라도 되나 봅니다.) 아니, 50 다되가는 아저씨 맞아요??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난, 오늘 푹푹 썩고 있었는뎅...쩝~

  2. 2005/02/20 23: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오..눈덮인 겨울산..부러워요...

  3. 자일리톨 2005/02/20 23: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을 좋아하면 생명의 위협을 무릎쓰고서 산에 가야되는 거에요?:)

  4. 바다소녀 2005/02/21 00:0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 와!

  5. 감비 2005/02/21 00:2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화를 두번이나 했는데도 산오리가 받지를 않는다고, 무슨 일 있냐고, 오늘 대학로 집회에서 만난 작은나무가 묻는데 답을 못했더니, 그렇게 근사한 곳에 파묻혀 계셨구나. 박선생님도 반갑네요!!

  6. rivermi 2005/02/21 02:0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늘 저체온으로 소백산에서 죽은 사람 뉴스에 나오던뎅 혹시나?해서 눈여겨보았는데..허..^^;;
    그래도 저런 풍경을 보고 눈위에 드러누울 수있었다면 넘 좋았겠다~~부러비~

  7. NeoScrum 2005/02/21 03: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박준성 선생님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얼마전에 홈페이지 제작 때문에 잠깐 통화드리면서 건강은 못 여쭤봤네요.

  8. hi 2005/02/21 07: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음... 부럽군요... 오대산은 생각도 나지 않는데... 동상 빨리 완쾌되시길 바랍니다.

  9. sanori 2005/02/21 08: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머프 / 산에 가려다 추워서 안간다고 했기에 약좀 올렸지요..ㅎㅎ 누가 낼모레면 산오리도 50이라고 하던데, 좀 지루하게 살고 있죠?
    갈 / 겨울엔 눈내린 산을 찾아 다니는 것도 병이죠..
    자일 / 아내가 맨날 그러죠? 산좋아서 맨날 산에 다니는 사람은 산에서 죽을 거라고... 산오리는, 그렇게 기도하는 사람 있어서 잘 안죽을 거라고 대답하고..
    바다소녀 / ^,.^

  10. sanori 2005/02/21 08: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감비 / 집회 있다고 그 전날 지구당 총회에서도 들었는데, 쌩까고 갔죠.. 추운날 집회 하시느라 고생했겠어요...
    미갱 / 저도 밤에 집에 와서 뉴스 예보에서 봤어요. 겨울산은 무섭긴 해요..
    네오 / 박선생님 건강 좋아져서 너무 다행이예요. 역사와 산 산행에는 무조건 오신다 했으니, 산에 가서라도 뵈야죠..
    행인/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엄지발가락은 정상회복이안되었네요, 일주일쯤 지마면 낫겠죠..

  11. kanjang_gongjang 2005/02/21 12: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상원사에서 올라갔을 터인데... 적멸보궁 사진은 없네요... 비로봉 사진만 있구... 눈과 함께... 겨울 산을 가셨으면 적별보궁에 내려앉은 눈꽃들이라도 좀 찍어주셨으면 반가움이 더하였을 터인데....
    매화주는 혹시 마셨나요. 오대산에선 매화주로 동동주 비스무리한것을 담그어 팔던데... 저에겐 입맛은 맞지 않더군요.

  12. sanori 2005/02/21 13: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간장공장 / 새벽 5시에 상원사입구에서 출발했으니 상원사, 사자암, 적멸보궁은 그냥 스쳐 지나 갔지요. 내려와서도 시간 없어서 월정사 둘러보기도 포기했구요...무박산행이 그래서 힘든 점도 있어요..

  13. kanjang_gongjang 2005/02/21 14:4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렇군요.^^ 그래도 사진을 한장 찍고 고즈넉한 수련관인 적멸보궁의 단아한 아침 여불소리를 들으면 좋을 터인데.... 오대산도 강원도 수재로 인해서 소금강까지 종주를 못하는 것이 아쉬웠는데... 가셨을땐 종주코스가 열려있었나요.
    열려 있으면 한번 올 봄이나 초여름에 종주하러 가게요.

  14. 전김 2005/02/21 18: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눈덮인 산을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부럽슴다~ 박준성 선생님도 계시는군요, 호홋~

  15. 꿈꾸는 애벌레 2005/02/21 22:3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눈덮힌 오대산 멋지네요....추운게 넘 싫어서 도심을 지켰는데...올 1월에 주말마다 추운 겨울산(불곡산,가야산,태백산,가리왕산)갔다왔더니... 이젠 추운게 무서워요ㅠ,ㅠ... 누가 얼굴에 동상이 걸렸는지 모르겠지만..빨리 회복되었으면 좋겠네요

  16. 알엠 2005/02/22 04:2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하고서 말을 잇지 못하겠습니다. 산에 가는 것도 무서운데 겨울 산이라니...그런데 역시 풍경은 좋군요. ^^

  17. underground 2005/02/22 20: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원래 그렇게 동상이 쉽게 걸리는 건가요? 허걱 이번주에 후배들이랑 설악산에 가기로 했는뎅...큰일났네@^@

  18. sanori 2005/02/22 23: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간장공장/적멸보궁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가물가물하네요. 종주코스는 봄철에 확인해 보셔야 할듯...
    전김/눈덮인 산이 제일 좋죠...
    애벌레/이제 추위 좀 풀리겠죠....저도 추위 넘 싫어요..
    알엠/무섭긴요...설치지 않으면 안전해요..
    언더/ 동상 쉽게 걸려요. 따뜻하게 입고 가세요, 저번북한산처럼 가시면 사고 날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