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원에서 만드는 소식지가 있다.

그전에는 KICT소식인가 하더니, 올부터 이름을 '삶과 기술'로 바꾸고,

편집도 제법 참신하게 바꿨다.

 

지난호엔가 표지 2면에 안도현의 '연탄 한장'을 실었는데,

소식지 담당부서회의에선가 원내에 있는 산오리의 시를 싣는 건

어떠냐는 제안이 나온 모양이다.

 

 



산오리의 시를 실어야 겠는데, 시를 한편 달라고 하길래,

시집을 줄테니까 알아서 골라 실으라고 했다.

 

산오리의 시집을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시집에서 그런 소식지나 잡지에 실을 만한 시가 없다.

그래서 시집 발간 이후에 썼던 시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다시 보냈다.

이걸 실어 달라고...

 

그러고는 며칠인가 또 지났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담당자가 나를 보더니,

"보내주신 시가 계절에 잘 안맞는 거 같아서 시집에 있는 '진달래'로 실을게요'

(다시 보내줬던 시는 '눈'이었으니까, 계절로는 겨울 냄새가 푹푹나지...

 그래도 내용으로는 그 계절과 별로 상관이 없었는데...)

하길래,

"알아서 하세요" 했다.

어딜 출장 가는 도중에 그래서, 다시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렇게 스쳐 지나고 말았다.

 

엊그제 그 소식지가 나왔다.

표지를 들춰보니, 허걱....

진달래가 실리긴 했는데, 그 시는 20년 전에 죽은 친구의 추모시로 썼던 거였다.

그리고 시 아래에는 주를 달아 놓았다.

 

*산을 좋아했던 친구 김회구는 산에서 짧은 삶을 마쳤다

 

그런데, 진달래라는 이름의 시로 봄의 느낌이 있다고 해서 그냥 실었나 보다.

이미 차는 지나갔고, 어떻게 할 수 도 없고,

그냥 지나갔고, 산오리도 잊었다.

 

오늘, 밥먹고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오는데,

연세 많으신 한 분이 그러신다.

 

"그 시말이야, 봄이긴 한데 너무 슬픈거 같어..."

"예? 아...예... 어떻게 선정이 잘못되어서요..."

 

아구, 황당스럽네..

 

 

2.

 

산오리가 저번 무슨 네가지 답변하는 데서도 그랬듯이,

맨날 들어가는 사이트 가운데 하나가 스포츠 서울이다.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젤로 높았는데,

박지성이나 이영표 덕분에 프리미어 리그 기사도 본다.

그것 뿐만 아니라, 스포츠 신문이 요즘들어 포르노 잡지 비슷한 수준이기때문에

제목이 야한 것이나 사진이 야한 것이 있으면 들어가 보기도 한다.

 

어제는 오후에 스포츠 서울에 들어갔는데, 무슨 유명 모델(옛날에 유명했다데)이

집에서 젖가슴 내놓고 수영장에서 노는게 파파라치한테 걸렸다는 기사와

사진이 있길래 들어가서 봤다.

그리고는 어느 부서의 여직원이 전화를 해서 이것저것 물어본다고 내 자리로 왔길래

한참 얘기하고 설명하고는 내 모니터를 들여다 봤더니,

헉, 팝업창이 하나 떳는데, 벌거벗은 여자 사진(가슴은 색칠해서 가리고)이

나와 있는게 아닌가?

무슨 채팅하라는 건지 뭔지 모르지만, 그 창을 닫긴 닫았는데,

그 여직원과 같이 보고 있었으니 순간 얼굴이 확 달아 올랐다.

으그... 그런 팝업창이 왜 뜨는 거지?

 

아직도 얼굴이 화끈 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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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3 13:37 2006/03/2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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