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욜 오전에 휴가를 내고 동명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입원이후에 상태를 보겠다고 병원으로 오라 했기도 했고,
여름 방학에 편도선 수술 받을 날자를 잡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상태를 본 의사 선생님은 괜찮아 졌다고 하고,
날자를 8월 10일로 잡았다.
오가는 도중에 동명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편도선도 좋지 않은데, 담배 좀 끊어라고 했더니,
이자식이 요즘에 학교에서 담배 피우다 걸려서
징계를 받고 있단다.
자기 말로는 담배를 직접 피우다 걸린 건 아니었는데,
같이가던 친구 주머니에서 담배가 나왔고,
그래서 다같이 담배를 피운 것으로 걸렸단다.
(이것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많지만...)
병원 간 김에 오전에 집에서 쉬고 오후에 학교에 가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오후 2시쯤 문자를 보냈다.
- 학교 갔냐?
= 응징계중 ㅋ ㅋ
- 알통과 다리근육마니생기겠다 즐겁게 받으삼
(징계는 팔굽혀펴기,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기 뭐 이런 걸 받는다나..)
밤에 용문에 가서 문자를 다시 보냈다.
- 징계잘받았냐?그건한번으로끝이냐?
= 응머리만자르면끈내준대솔찍히말도안되
(용머리가 뭐지? 머리 깍은거 보니까 별로 길지도 않던데...
담배피다 걸린 이후로 머리 깍으라고 해서 머리를 깍았는데, 아직 맘에 들도록
짧게 깍지 않은 모양이구나..)
= 아빠*****라는학원알아?
- 당근 모르지
= 거기원장님몰라?
- 원장이누군데?
= 몰라내여자친구의어머니께서아빠를안대ㅋㅋ그래서물어봤는데알려주질않는군...
- 이름알려주면 알겠지만..
= 이**님이란사람인데몰라??ㅋ여자친구어머니가아는사람이아빠를아는거래ㅋㅋ
- 잘모르겠삼
(돈 들어가 간다고 여자친구 안사귄다고 하더니, 여자친구가 병원에 문병온 이후로는 자연스레 여자친구 얘기가 들어간다. 어제 낮에는 물어봤다.
"야 네 여자친구는 공부 잘하냐?"
"아니, 꼴통이야..."
"잘났다 쨔샤.."
엊저녁에는 축구응원한다고 아예 교복까지 챙겨 나가서는 응원끝나고 바로 학교 간다고 했는데, 아침에 출근하니까 문자가 왔다.
= 아빠오늘 머리안짤랏다고기합세번준데....................ㅜ
- 머리좀 잘라라 자샤 기합실컫받아라 고소해라 ㅎㅎ
= 미친거아니야~ㅜ아학교에전화좀한통만해줘
- 누구한테?
= 학교학생부장한테ㅜ제발
- 쪽팔려서 그건못하지 그냥 깍어 임마
= 아니오늘기합만어떻게미뤄죠제발오늘자를거야
(짜식이 어지간이 다급했나 보군...)
- 전화번호 몇 번이야?
= 번호알아본다음문자줄겡~그리고쉬는시간에전화해야행 아홉시이십분
- 알았어
= 아빠번호를몰르니까ㅜ일일사에다가물어봐서전화해서학생부장선생님바꺼달라그러고말좀해죠
- 선생님 성함이 뭐야?
= 백마고번호 031906****
- 전화했어 오늘깍게한다고 약속했으니까 반드시깍어쨔샤
선생님한테 전화를 했더니,
"아, 그 담배피다 걸린 학생이요?"
"네...근데 머리를 또 깍아야 한다 해서..."
"네..그런건 아니구요, 다른애들보다 머리를 한단계 짧게 깍으면 징계를 감해준다는 뜻이죠..."
"그렇군요... 애들 많이 혼내키라고 저도 얘기하지만, 오늘 꼭 머리 깍겠다고 하니..."
"부모님이 약속하시면 당연히 그렇게 해 드려야죠.."
"감사합니다..."
애새끼 벌주는거 하루만 미뤄달라고 학교에 전화도 하고..
별 짓을 다 해본다...
응머리만깍으면자르면..이란 문자를 나는 '용머리만'으로 읽었다가 다음날 용머리가뭐냐고 물어보았고, 산행갔던 친구들한테 바보되었다....노안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ㅠㅠ
우앙. 진짜 친구 같은 아버지네요.
마저요! 산오리 같은 아빠, 흔한 아빠는 아니죠..
글구, 노안이 이제사 오신다니 상당히 복받은거 아닌가요?
저는 벌써 오는것 같던데..가까운게 잘 안보인다니까요..흑~
푸하하 용머리!!!
근데 아새끼랑 주고받은 문자를 이렇게 다 공개하시는거... 걔도 알아요???
진철/아버지와 너무 어려워서, 자식과는 친구처럼 지내보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죠...ㅎㅎ
머프/대충 흔한 아빠죠, 요즘엔.
깨굴/다시 문자를 보냈죠.네 짓거리가 아빠 홈피에 다 공개되었는데 기분나쁘시겠냐? 고... 그랬더니 별로 안나쁘다고 답신이 왔네요... 지적하시니까 그런데, 이것도 사생활 보호 해줘야 할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