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욜 이주노동자 송년 문화제에 가서는 밥만 먹고서
일찍 집에 들어가서는 간만에 독서나 하려 했더니..,
아내가 놀러 간 탓에 애들 저녁을 챙겨주고 어쩌고 하니까
시간이 빨리 지나가더라.
눈이 내린다고 해서 친구 한놈이랑 집에서 놀고 있던 동명이한테
"눈도 내리는데, 여자친구라도 만나서 놀아야 하는 거아니냐?" 고 했더니,
"귀찮은데... 뭘.."
그러던 놈이 조금 있다가 옷을 주섬주섬 집어 입으면서,
"친구들이 놀이터에 와 있다고 해서 놀러간다"고 집을 나갔다.
친구들 만나러 영등포로 간 아내는 눈 내리기 시작한 즈음에는
친구와 같이 집에 가서 한잔 더 하겠다고 하더니,
시간이 좀 지나니까 길이 막혀서 자유로 어디쯤에 버스에 갇혀 있단다.
눈구경도 할겸 집 밖에 나갔더니,
경비 아저씨 혼자 열심히 눈을 치우고 있길래,
그 너까래 하나더 있으면 같이 좀 치우겠다고 했더니,
비짜루밖에 남은게 없다면서, 그거로 좀 쓸어달란다.
비짜루로 눈을 쓰는데, 군대 생각이 마구 나더구먼,
남성대 골프장으로 향하는 그 긴 차도를 밤을 새워가면서 쓸었는데,
돌아서면 다시 하얗게 쌓이고, 돌아서면 또 하얗게 쌓이고,....
낼 아침에 눈 그치고 나서 쓸면 될 것을 왜 이렇게 밤을 새워서
눈을 쓸라 하는지 도대체 군바리들 이해가 가지 않더라는..
눈좀 쓸고 있는데, 동명이가 후다닥 오더니,
"아빠! 나 집에서 핸드폰 가져왔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짜식아!"
"가져왔는지, 안가져 왔는지 생각이 안나네.."
그러더니 집에 다시 갔다가는 나가는지 어쩌는지...
어쨌든
이자식은 그 밤에 호주머니에 휴대폰을 넣고 나가서는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느라고 잃어버렸다.
놀이처 주변 돌아다니면서 전화해보라 했더니,
진동으로 해놔서 울리지 않는단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번 둘러보라고 했는데,
엊저녁에 물어보니, 돌아 봤는데, 없단다.
아내는 아직 휴대폰 값 할부도 남았는데,
또 어쩌라는 것이라고 투덜거리고,
휴대폰 없다는 핑계로 이 자식은 하루종일 드러누워 잠이나 잤다나...
그리고 저녁에 독서실 가면서는 엄마 휴대폰을 가지고 갔단다.
눈피해가 크다..
현근에게 문자가 왔었는데..눈 온다고 좋아하지 말고 눈치우는 군바리들 생각도 해달라고 하던데요...ㅎㅎ
산오리는 군대서 이미 치울 눈 다치웠다고 전해 주시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