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 의원의 남편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지역위 게시판에 떴다.

아, 안타깝구나.... 이런생각이 들었다.

딱히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

그저 한두번 지나치면서 악수를 했을 법한

국회의원이니 굳이 나까지 그 상가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안했다.



이근원이 전화해서는 박용석 부위원장한테 고사리 보낼테니까

암센타에 가서 받아 가라는 거였다. 지리산 아래에 가 있는 김인숙이 재배한 고사리란다.

 

그러겠다고 하고선 집에서 밥먹고 기다리다 박용석의 전화르 받고

암센타에 가서 박용석과 같이 조문을 했다.

최순영 의원과 애들이 조문객을 맞고 있었는데,

최의원은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최의원이 나를 모를테니까 박용석이 '연맹에서 같이 활동하는 사람' 이라고 소개를 해 줬다.

다른 일로 이렇게 와서 조문이라도 하니 다행이다 싶었다.

 

박용석이 다른 사람들 만날 일이 있다고 해서 잠시 입구에 나와 있었는데,

입구에서부터 조문실까지 늘어선 弔花에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이날 국회의원들(대부분은 아니겠지만 상당히 많은...), 무슨 교육단체들,

그리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비롯한 온갖 노동조합연맹과 단위 노동조합.

민주노동당의 온갖 지역당과 지역위원회, 심지어 각 대학총장들과 한국교총을 비롯한

교육관련 단체들의 화환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최의원이 교육위원회니까..)

 

대충 봐도 양쪽에 늘어선 조화만 50여개는 되는 듯하고, 그걸 놓을 데가 없으니까

조화에 붙여온 이름걸이 천만 따로 벽면에 일사불란하게(?) 늘여서 붙여 놓았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집에 상을 당했다는 데 그리고 좋은 일도 아니고

그 슬픈 일을 당했다는데, 이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한편으로는, 그기 보내온 조화 어느 거 하나라도

개인 돈을 들여서 보낸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각 기관과 단체에서는 판공비나 경조사비를 잡아 놓은 예산에서

집행했을 것이니, 따지고 보면 국민의 세금일 텐데.... 머 이런 어줍잖은 생각이 들더라는..

보통 상가집에 가면 국회의원들이 造花로 만든 것이거나, 아니면 작은 판에 꽃그림을 그리고 근조라고 쓴 것을 가져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역시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상을 당하니까,

生花로 만든 큰 弔花를 많이도 가져다 놓는 구나 싶었다.

 

이런걸 딱히 처음 본건 아니었다.

꽤 오래된 일인데, 우리 친척 한 분이 행시를 통과해 세무서에 근무했었는데,

그 어머님이  돌아가신 병원 영안실에서 계단을 뺑뺑돌아 이런 조화가 가득했었던 걸 본적이 있다.

조화에 달린 긴 띠에 쓰인건 '00카바레 대표 ***'  '%$ 주식회사 대표 ㅇㅇㅇ' 뭐 이런식이었다.

세무서 관할 사업장에서 다들 조화를 가져다 준 것이다.

 

꽃들이 처치 곤란할 정도로 쌓이고, 사람들도 셀수 없을 만큼 넘쳐 나는 것이야

상가집에서 좋은 풍경이지만, 그런 곳은 꼭 이나라에서는 '힘있는 사람'에게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도 어떤 힘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처럼 '힘있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 나타난 걸 보니까,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도 힘이 있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그래서 '힘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모든걸 동원해서 그 난리를 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민주노동당은 조금이라도 달라야 한다는

내 기대는 그저 순진하거나 멍청한 것일까?

 

암튼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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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6 10:37 2007/02/1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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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말걸기 2007/02/16 12:3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말걸기, 그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다녀왔던 수 많은 조문 중에 줄 서서 기다린 건 이번이 두번째인데요, 또 한번은 무지 부자집 상이었답니다. 속담 생각나지요.

  2. 스머프 2007/02/16 15: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미리 알았으면 갔을지도...왜냐면, 최순영의원은 존경스러운 분이거든요...안됐네요. 젊으신분이..쩝~ 그래도 호상이라니 다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