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잘 쇠고...

from 나홀로 가족 2007/02/20 15:03

일년에 두번씩 돌아 오는 추석과 설은

결혼한 여성들에게도 무서운 날이지만,

나이 먹어가는 남성들에게도 그리 좋은 날만은 아니다.

 

최근 들어 여기저기 인사 다니는 일은 줄어들었지만,

부모님 집에 가기 전부터 아내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음식 만드는 동안에도 여성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어머니와 아내들...)

음식 만드는 거야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은 일은 아닌데

(어머니가 재료 준비 다 해 놓고, 전 부치는 정도인데도 그 양이 많기는 하지만,...)

여성들은 그 자체가 싫고, 하기 싫은 일이다.

그래서 아내는 아예 음식도 각자의 집에서 조금씩 만들어가자고 얘기해야겠다고

그랬는데, 여성들한테 얘기라도 꺼냈는지 모를일이다.

  

명절 당일날 이집 저집을 다니면서 지내는 차례는

오히려 여성들에게는 부담이 줄어드는 반면에

남성들에게는 고역이다.

나이 어릴 적에야 이집 저집을 다니면서 색다른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와 즐거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먹는 거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오고,

설이라고 그 먼 친척들 가운데 연로하신 노인들이나, 어린애들에게 약간의

세뱃돈을 줘야 하는 부담도 있다.

 



트럭 짐칸에 짐짝처럼 타고선 이집 저집을 몰려 다녀도

그저 즐거운 일이었지만,

이제는 서너명씩 승용차를 타고 다녀도 즐거운 마음이 별로 없는 것이다.

 

그나마 시골동네에서 함께살았던 시절이 있고,

공유할 추억도 있는 어른들은 그나마 낫겠지만(40대 초반까지쯤 되겠다.)

30대 이전의 젊은 친구들에게는 어른들 쫓아 다니는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이런 젊은 사람들의 바람을 헤아렸는지는 모르겠는데,

지난해 부터인가 여섯 집을 돌아 다녀야 할 차례를 네집으로 줄였다.

그러려니 했는데, 이것도 어른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고,

네집으로 줄인 아재를 향한 불만과 불평이 엄청나더라.

그 아재 없는 곳에서 그러지 말고, 올 추석부터는 그냥 그집에 가서

차례 지내겠다고 얘기하고 가면 되지 않느냐고 산오리가 얘기 했더니,

어른들이 그런 억지 쓰지 말라고 하신다.

돌아오는 추석에는 어찌하나 두고 볼 일이다..

 

명절에는,

그냥 자기네 부모한테 가면 안될라나.

딸이고 아들이고, 친가 쪽에 모여서 차례지내고 놀고, 먹고....

남자쪽이든, 여자쪽이든 한쪽에 갈 곳이 없다면,

같이 다른 한 쪽으로 가면 될 것이고....

부부이기때문에 같이 다녀야 하는 것만 없애면 간단할 거 같은데.

우리 집부터 시작해 보자고 하면,

아마도 아버지는 '다 불싸질러 버리겠다'고 하시겠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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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0 15:03 2007/02/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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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인 2007/02/20 16: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ㅎㅎㅎ... 아직 어르신들 마음 돌려놓기는 힘들겠죠...ㅡ.ㅡ

  2. 2007/02/20 23: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시집 간 울 언니는 전만 7시간째 부치고 있다는 씁슬한 문자를 날리더만요..에휴,,이래서 시집갈 마음이 들겠어요??
    우야튼,, 새해 복 마니 받으세요..^^

  3. 바다소녀 2007/02/21 13: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단공주님 안냥!
    전을 7시간이나?
    ㅎㅎ 전 이번엔 새언니 오기 전에 내가 다 해 놓겠다고 큰소리 치고나서 10분 있다 새언니 오는 바람에 야악간 뻘쭘 했음.
    우야뜬 뭐든 내가 만들어 보겠다고 설쳤다가 만두 대 실패.. ^^
    오리엉아 중국 잘 댕겨오세요~